소설리스트

ts스톤-10화 (1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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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내용수정)

♀ ♂ ♀ ♂ ♀ ♂

정신을 차리니 모르는 침대에 누워있는 상태였다.

완전히 내 땀에 젖어버린 침대에 누운 채, 흑인이 옆에 의자를 가지고 와 앉아서 수건으로 이마의 땀을 닦아주고 있었다.

옷도 벗기지 않은 채, 땀에 젖은 몸은 그냥 이불을 더럽히라는 듯 놔두었고 오직 얼굴과 목, 손의 땀만 닦아주고 있다가 내가 눈을 뜨자 곧바로 옆에 놓아두었던 물을 페트병 채 내게 내밀었다.

"하아…."

"마실 수 있겠어요?"

500ml 정도. 그 페트병 안에 든 것은 물, 물이였다. 터질 듯한 갈증에 저절로 물에 달려들고 싶은 마음이 들면서도 몸이 무거워 움직이기가 힘들었다. 그러면서도 열기가 퍼진다. 마시고 싶다. 뭐든지 좋으니까, 뭐든 할 수 있으니까….

"I don't know…무슨 약인지는 몰라도, 목이 많이 마른 것 같은데, 그럼 MDMA? 아니면 designer drug…? 뭔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약효가 빠질 때 까지 있어요."

"여, 여기…어디에요?"

반쯤 새는 발음으로 묻자, 그가 페트병 뚜껑을 따주고는 내게 주었다. 나는 곧바로 꿀꺽꿀꺽 마시다가, 그에게 저지당해 마시는 것을 멈췄다.

"급하게 마시지 말고, 조금 천천히."

"하아…하아…."

"…일단 내가 가지고 있죠."

천천히 마시라고 해도 갈증을 참을 수가 없다. 다시 물을 달라고 하고 싶었지만 물을 갑자기 잔뜩 마시지 말라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아 애써 참았다. 마약을 먹었다는것에 불쾌함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기분이 좋고, 조금 몽롱하다. 눈 앞의 흑인이 무척이나 멋지게 보인다. 도와줬다는것 하나만으로, 게다가 정신을 차렸을 때 나를 그냥 돌봐주기만 하고 있었다는 것 만으로 호감이 마구 솟아오른다. 너무 멋있다.

잔뜩 땀에 젖은 셔츠에서 나는 땀냄새가 맡아지자 몸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약 때문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저절로 허벅지와 둔부가 긴장됬다.

"잠깐 기다려요."

흑인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방 밖으로 나갔다. 침대에 누운 채 주변을 둘러보니 집 안에 운동기구만 잔뜩 있고 아무도 없다…. 혼자 사는걸까?

…왜 그런지 정말로 두근거리기도 한다.

흔들다리 효과인가.

분명 흔들다리 효과인게 분명하다. 난 흑인을 좋아하는 게이가 아니니까, 이건 분명 흔들다리 효과다.

어째서인지 등에 기댄 채 업혀오면서 뜨거워졌던 몸이 조금도 식지 않은 것 같았다.

이 기분은 분명히 첫사랑의 누나와 처음으로 손을 잡고 다녔을 때 기분과 흡사한데….

…내가 왜 이러는 거지.

난 게이가 아니야.

아, 그치만 지금은 여자니까 어찌보면 정상인가…아, 아니야!

난 게이가 아니야!

그런데도, 몸이 뜨거워진다. 분명 약 때문이다. 그래서 이렇게, 이상하면서도 몽롱한 기분이 멈추지 않는게 틀림없다.

권성민….

살의가 치솟는다, 그 개자식. 강간범 자식, 약쟁이 자식.

"hey."

흑인이 돌아왔다.

옷도 어느새 가벼운 걸로 갈아입었나…웃옷으로 검은 나시를 입고있다.

흑인이 검은 나시라니.

보호색이라서 알몸인줄 알았잖아.

손에는 수건을 들고있었다.

"일단은 땀좀 닦아요. cold, 감기 걸리니까."

곧바로 수건을 건네주더니, 의자를 들고 나에게서 등을 돌리고 앉았다.

설마 저거 땀 닦는 모습 안보겠다고 신경써주는건가? 옷 안으로 그냥 닦으면 되는데.

…왠지 신사적이다.

뭐야 이 흑인.

내 경험삼으로는 서양인이 이렇게 배려심 깊을리가 없는데…다들 능글능글 거렸는데….

옷을 보니 안쪽에 입었던 회색 나시는 이미 땀에 다 젖어서 축축하고, 브래지어는 삐뚤어져있고 옷도 다 젖어있었다. 아래쪽도 마찬가지로 물 속에라도 들어갔다 온 것 처럼 흠뻑 젖어있는 상태였다.

이건 도저히 그냥 닦는걸로는 안 될 것 같았다. 샤워를 해야 될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도, 지금 상태로는 샤워를 한다고 해도 누군가 도와줘야만 할 수 있을 것 같아 옷 안으로 손을 넣어 힘겹게 땀을 닦았다.

나는 마음속으로 흑인흑인 하고 부르고 있다보니 조금 어색한 것 같아 그에게 이름을 물어봤다.

"와, 왓츠 유어 네임?"

"david"

데이빗….

외모랑 안 어울리는 것 같으면서도 왠지 신사적인 이름 같은 느낌이 든다….

"what's your name?"

이번에는 데이빗이 반대로 나에게 이름을 물어왔다.

…이름?

어떻게 답해야 하는걸까….

남자일 때의 이름을 대는건 역시 좀 무리인 것 같은데.

대충 둘러대야 한다는 생각에 아무 이름이나 내뱉었다.

"마, 마이 네임 이즈 희연…."

말하고 보니 사촌누나 이름이 희연이였던 것 같은데….

…괜찮아, 몸매나 외모는 수준 자체가 다르니까 완전히 다른 사람이니 이름이 같아도 다른 사람이다.

갑자기 사촌누나한테 미안해졌다.

"휘연?"

"희연."

"휘…휘…유언?"

"희, 연."

"oh my god, you are korean."

몇번 발음해보던 데이빗은 내 이름이 발음하기 힘든건지 갑자기 너 한국인이였냐는 말을 하며 나에게서 등을 돌린 채 이마를 짚었다.

서양인은 다 이렇게 제스쳐를 많이 쓰는걸까.

남자인 내가 아는 흑인 친구도 저런 식으로 대화하기는 하는데, 몇번 봐도 조금 신기하다.

"휘…유언? 땀은 다 닦았어요?"

이제와서 깨달은거지만 왠지 말하는게 상당히 예의바르다.

발음은 좀 엉망이지만, 존칭 자체는 아주 잘 쓴다.

"아, 오케이."

제대로 등을 돌리고 있는 걸 확인한 나는 옷을 들어올려 브래지어를 대충 고쳐 입다가, 등도 땀에 잔뜩 젖어있는게 느껴졌다.

닦고 싶다…그보다는 옷 갈아입고 싶다….

그보다는, 샤워는 못해도 적어도 젖은 수건 정도로라도 좀 닦고 싶다….

'옷좀 빌려달라고…등좀 닦아 달라고 해볼까?'

좋은 생각 같았지만, 지금 내가 여자라는걸 생각하면…게다가 방금 전 권성민이 했던 짓을 생각해보면 역시 남자라면 나 같은 여자는 따먹어 보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싶으니 조금 위험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치만 데이빗은 왠지 괜찮을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조금….

왜지.

오늘 처음 본 사람인데.

오늘 처음 본 흑인인데…!

데이빗은 나더러 직접 닦으라는 듯 등을 돌린 채 있으면서도 손에 물을 쥐고있다. 내가 마시고 싶어하면 언제든 마시게 해주려는 듯….

…냉정히 생각해 보자.

지금 내가 데이빗에게 등을 닦아달라고 하려는 이유는 손이 안닿아서다.

땀을 닦기 위해서는 옷을 끌어 올려야 한다.

오늘 처음 알게 된 흑인 남자에게 이런걸 부탁할까 하는 생각이 드는건 역시 그가 날 도와주는 것으로 인해 호감이 잔뜩 생겼기 때문이다.

약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치만, 점점 두근거리는 것만은 사실이였다. 저절로 몸이 반응하며 눈 앞의 흑인을 의식한다.

…왜일까.

닦아달라고 해선 안될만한 이유가 떠오르지 않는다. 약 때문인지 머리가 마비된 것 처럼 제대로 된 생각이 나질 않는다.

닦아달라고 하고싶다. 만져지고싶다.

뜨거운 열기가 몸 안을 잔뜩 채운다.

후각을 자극하는 남자의 냄새가 자꾸만 내 머리속을 괴롭힌다. 대체 왜 이러는거지 하면서도 거부를 할 수가 없다.

"저기…데이빗?"

결국 입이 저절로 움직였다. 잔뜩 달아오른 숨을 내뱉으며 나는 내 목소리가 아닌 듯한 목소리로 데이빗에게 부탁했다.

어째서인지 갑자기 얼굴에 열이 오른다….

"등좀…닦아줘요."

♀ ♂ ♀ ♂ ♀ ♂

'하아아아아아….'

나는 그대로 웃옷을 끌어올린 채 침대 위에서 등을 돌리고 앉아있었다. 그 뒤에서는 데이빗이 젖은 수건을 손에 들고있었다.

대체 왜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

이래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머리는 말을 듣지 않았다. 데이빗이 수건을 물에 적셔서 들어올 때에 바지가 조금 부풀어 올라 있는게 보였지만, 평소같은 거부감은 커녕 오히려 숨이 더 가빠지기만 했다.

상의를 벗은 채, 땀에 잔뜩 젖은 몸을 드러내며 등을 내민다. 두 손으로 가슴을 감싸쥐어 가리고 있지만 이미 속옷도 다 보이고, 완전히 다 드러낸 상태나 다름없다. 유혹하고 있다고 해도 할 말이 없다는 것도 알고있다.

그런데도, 멈출 수가 없었다.

분명 약 때문이다. 이런 느낌은 처음이였다. 당장이라도 침대에 파묻힐 듯한, 중력이 늘어난 듯한 탈력감에다가 마치 자궁이, 질 내가 발기한 것 처럼 긴장이 멈추질 않았다.

차가운 수건이 등에 닿을 때마다  입에서 소리가 나와버린다. 정말로 여자 같은 목소리가 나와버려 깜짝 놀라면서도 멈추라는 말은 할 수가 없었다.

"읏…."

데이빗이 침대 위에 등을 드러낸 채 앉아있는 내 옆에 서서 등을 닦아주며 손이 스칠 때마다 그의 손이 뜨겁고 간지러워서 움찔움찔 떨려왔다.

그럴때마다 점점 공기가 묘해진다고 해야하나, 침묵이 이어진다. 등 뒤에서부터 뜨거운 느끼가 점점 느껴졌다.

"하, 하윽…."

순간 수건이 옆으로 돌아오며 옆구리와 배를 닦아내자 내 입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와버렸다.

다시 묘한 분위기가 감돌며 침묵이 이어졌다….

잠깐이지만 의문이 든다. 나는 왜 지금 오늘 처음 본 흑인의 집에 와서, 등을 드러내고 있는거지? 그것도 여자인 상태로….

게다가 생각하면 할수록 당사자가 되어보니 민망해 지는 그 3류 로맨스 소설같은 상황이라니….

마약에 당한 그녀를 공주님 안기로 들고가는 왕자님도 아니고. 아니, 내가 말했지만 오글거린다.

뭔가 그 일에 대해서 이야기를 꺼내 질문하고 싶어도 '저기 데이빗, 어째서 오늘 처음 본 나를 도와준 거에요?' '그건 네가 너무 아름답기 때문이지….' 같은 대화밖에는 떠오르지 않는다.

'하아아…뭐야 이 상황….'

어색하기 그지없어서 혼란스러울 지경이다. 그런데도 몸은 점점 뜨거워지고, 이젠 완전히 배를 닦아주고 있는 데이빗의 손도 저지 할 수가 없었다.

아, 모르겠다.

대체 내가 왜 이러는 거지…혼란스럽다.

더이상 땀이 없을텐데도 계속해서 닦아주는 손길이 어느새인가 애무처럼 변해있는데도 저지하기는 커녕 손길에 몸을 맡긴 채 야한 목소리를 계속해서 내뱉었다. 오히려 몸은 기뻐하기까지 한다. 쾌락이 잔뜩 머리속을 점령한다. 약 때문이 틀림없다. 분명 약 때문에. 권성민 그 놈 때문에. 그래서, 그래서 이렇게….

"…ok?"

이어서, 그의 손이 젖은 수건을 쥔 채 손으로 감싸쥐고 있는 가슴을 밑에서부터 닦아내며 한 말에 나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한 단어 만으로도 나는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이해했다.

가슴을 닦아줄 수 있도록, 벗어 달라는 말이다.

…분위기가 더 묘해졌다.

정말로 머릿속이 완전히 여자가 되는 기분이였다. 너무 민망하고 부끄러워서 자꾸만 그가 내 몸을 만진다는 생각밖에 하지 못하게 된다.

남자가 남자 등을 만진다고 생각해 보려고 해도 지나치게 큰 가슴이 자꾸만 지금의 나는 여자라는 사실을 자각시킨다.

…두근거린다. 얼굴이 붉어지고, 저절로 몸을 기대게 되 버린다.

아니아니아니아니!

아니야!

난 게이가 아니야!

"아흐읏…."

…조금만 정신을 딴데에 판 사이, 다시 밑 가슴을 닦아주는 손길에 입에서 이상한 소리가 새어나온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지금 내가 낸 소리는 분명 신음소리였다.

…내 신음소리가 나오고 나면 점점 더 공기가 묘해지는 기분이 든다. 뜨거운 열기가 몸을 덥히고, 달아오른 몸으로 인해 방 안이 열기에 뒤덥힌다.

분명 약 때문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저절로 몸이 움직였다.

"…잠깐만 딴데 봐줘요."

나는 가슴께까지 올려두엇던 옷을 주섬주섬 벗어 올려서 브래지어만 남기고는, 양 팔을 뒤로 돌려서 브래지어의 끈도 풀러버렸다.

점점 묘한 기분에 휩싸여서 그런지 제정신이 아니게 되어가는 것만 같다.

아무리 그래도 브래지어를 벗어 버리다니….

지금은 여자라고 해도 원래는 남자였으니, 이게 충분히 오해받을 행동이라는 건 알고있다.

그치만 어째서인지…나도 모르게 벗어 버렸다.

진짜 아무 생각도 없이 벗어버렸다.

묘한 분위기 속에서 데이빗은 조용히 다시 배 위에 손을 올리고는, 천천히 수건 밑으로 가슴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땀을 닦는 분위기가 아니였다. 애무나 다름없는 손길을 느끼면서도 나는 움찔움찔 떨며 데이빗의 손길에 본의아니게 호응했다.

"으읏…."

대체 내 몸이 왜 이럴까.

정말로 미칠 것 같다.

분명 약 때문이다. 약 때문에. 그것 때문에 이렇게….

시간 감각이 무너지는 것 같은 기분이다. 차가웠던 수건이 따듯하게 느껴질 정도로 오랜 시간동안 데이빗은 내 몸을 닦아왔는데, 그러다보니 자꾸만 머릿속이 멍해지는 것 같아오며 동시에 내 숨도 조금씩 뜨거워 지는 것만 같았다.

============================ 작품 후기 ============================

수수정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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