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s스톤-9화 (9/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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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내용수정)

"왜 지혁이한테만 자꾸 먹여? 그만좀 하지?"

"아~맞아, 맞아! 성민이형 지혁이 너무 좋아한다~비싼 양주는 다 지혁이한테 주고."

"야~! 다시 술게임! 우리도 좀 마시자!"

내가 또다시 너 존나 꼽는다는 의미로 날을 세우고 말하자 주변 애들이 다시 분위기를 환기시킨다.

왠지모르게 긴장하면서도 즐거워 하는 듯한 분위기. 지혁은 순식간에 술을 들이킨게 문제인지 어지러워 보이면서도 내가 막아주자 내게 작은 소리로 고맙다고 말해왔다.

"잠깐만, 저기 저 술게임 못해요."

"마시면서 배우기! 마시면서 배우기!"

곧바로 술게임이 시작됬지만, 난 술자리 자체를 잘 안가다 보니 뭔 게임인지 자체를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참가하지 않으려 했지만 억지로 진행시키며, 오히려 내가 모른다는게 약점이라는 양 일부러 나를 지목하며 술을 계속 마시게 만들었다.

중앙에 있는 티슈 상자 안에는 종이에 적어놓은 민망하고 하기 힘든 벌칙들이 잔뜩 들어있고, 벌칙으로 종이를 꺼낸 뒤 그것을 못 하겠다면 술을 마시는 식인데 나는 당연히 다 거절했고, 다른 애들은 한두번씩 벌칙을 수행했다. 그런데 그 벌칙의 수위가 상당해서, 도저히 할 생각이 들지 않았다.

안주로 시킨 과일안주의 바나나를 남자중 한명을 지목해 허리춤에 들고있게 하고, 입으로 까서 먹기라던가, 아까처럼 옷 입은 채로 개처럼 허리 흔들기, 여자애를 눕혀놓고 그 위에 올라타서 팔굽혀펴기, 10초동안 남자 한명 지목해서 마음대로 만지게 하기. 오늘 입은 속옷 색 말하고, 슬쩍 보이게 해서 증명하기.

무슨 미친놈들인가 싶어 절대로 벌칙을 수행하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술도 자꾸 마시자니 취할 것만 같아 안마시려고 하니 지혁에게 흑기사를 하라며 강요하고, 정말로 지혁이 마셔버린다. 내게 미안했던건지.

"이야~지혁이, 술 아주 잘 마시네? 한잔 더!"

"아, 혀엉…저 벌칙 없는데."

"이건 벌칙 말고, 내가 주는 술이지 임마. 안마셔?"

그런데 갑자기 권성민이 말도 안 되는 말을 하며 지혁에게 더 술을 먹이기 시작했다. 나도 권성민이 하는 짓이 황당하고 어이가 없어서, 어차피 지혁이는 모르는 사람이나 다름 없으니 무시하려다가, 이어서 권성민이 한 말에 반발심이 들어 직접 마시기 시작했다.

"지혁이 이러다 가는거 아냐? 지혁이 못마시겠으면 내가 대신 흑기사해줄까~? 근데 지혁이는 남친이니까 몰라도 난 흑기사하면 뭘 부탁할지 모르는데~."

이게 나를 지혁이의, 아는 동생의 여자친구라고 생각하는 놈이 할 말인가?

지혁이도 슬슬 무리인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마시면서도 권성민의 이 또라이 같은 모습이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애들의 대화를 들으며 여자들은 어학연수를 온 애들이라는걸 알 수 있었다. 왠지 본 적 없다 했더니 어학연수를 와서 이런 쓰레기들하고 친해 진 모양. 정말 돈이 아깝다.

돈까지 내고 와서, 한국에는 남자친구를 두고 다른 남자가 뒤에서 섹스를 하듯이 보지 위로 자지를 비벼대도 가만히 있다가 아잉~너무 열심히 하잖아앙~하는 콧소리나 내고. 뭐 이해는 해줄 수 있다. 남자친구한테도 가족한테도 걸리지 않는 비밀스러운 일탈일테니까. 아무리 그래도 저래놓고 집에는 엄마~아빠~나 열심히 공부하고있어요 그럴텐데. 정말 어이가 없는 년들이다.

다른 남자애들은 전부 여자친구가 있는데도 일탈이랍시고 이렇게 놀러 온 모양. 여자들도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서로 연인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이렇게 노는게 즐거운건지 잔뜩 분위기만 달아올라있다. 정말 어이가 없을 정도로 멍청한 놈년들이다.

"아 씨발, 그러니까 그새끼는 왜 남에 여친한테 그러냐고."

"아 형! 마셔요 마셔! 나쁜건 잊어야지."

"그새끼가 뭔짓하는지 아냐? 와, 혜림이도 혜림이지. 씨발 뭐 말하는게 그새끼는 자기한테 이렇게 잘해준다는데 남자친구인 나는 안해주냐는 식으로 말해. 하, 진짜 열받아서."

중간중간 혜림이 사이에 생기고 있는 문제에 대한 말도 나와서 들으면서도 나는 비웃기보다는 짜증이 더 나기 시작했다. 자신의 짜증을 지혁에게 풀겠다는 듯이 자꾸 술을 마시게 하려고 하고, 지혁이 힘들다는 눈치를 보이자 나더러 흑장미를 하라는 말 까지 한다. 아니, 이게 지가 여자친구를 다른 남자한테 뺏기듯 당하고 있는 놈이 할 짓인가? 네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인 것도 아니고.

"여기서 내가 제일 섹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접어."

"와~너무하다! 넌 접으면 안돼지!"

"뭐! 왜! 내가 뭐 어때서!"

"자자, 다음! 여기에서…가슴 제일 큰 사람 접어."

"우와, 성민이형 그거 너무 저격 아니에요?"

"야 여자애들 다 손 접지 마라. 어허! 딱봐도 보이는구만!"

"아 언니~근데 언니 진짜 무슨컵이에요?"

"와, 진짜 남자들 다 성희롱 아냐? 너무했다~."

"어, 저기…머리 염색 한사람 접어."

"지금 짝 없는 사람 접어."

"와! 진짜 완전 화끈해! 나 이 언니 무지 맘에 들어."

"성민오빠 카운터맞았다 와~진짜 완전 잔인해!"

지혁의 것을 대신 마셔주지는 않았지만, 계속되는 벌칙에서 권성민은 어떻게든 나를 더 마시게 하겠다는 듯한 벌칙만 말했다. 나도 그에 대항하겠다는 듯 권성민을 저격했다.

문제는 마시면서 생겼다. 양주가 원래 이런건가? 순식간에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몸에 힘이 빠지고, 목이 말라진다. 아무리 알콜이라고는 해도 갈증이 너무 심해 이상하긴 하지만 정말로 자꾸 침이 삼켜질 정도로 갈증이 심했다.

다른 애들도 그런가 해서 슬쩍 살펴보려던 나는 조금 이성이 흐릿해져 테이블 밑으로 지혁의 손을 잡았다. 내 손도 땀에 젖어있긴 했지만 지혁의 손도 끈적했다.

심장 소리가 빠르다. 뭔가 기분이 좋아지기까지 하는데, 분명 난 술 마시면 잠이 오는 체질이였던 것 같은데 여자로 변하면 체질도 변하는걸까?

어느새인가 테이블 위에는 물도 같이 올라와있었다. 술보다는 언제부턴가 다들 물을 더 많이 마시기 시작했는데, 그러면서도 술게임은 계속됬다.

"공!"

"공!"

"칠빵!"

"으악!"

"앗, 언니 걸렸다!"

권성민만 너무 노골적이게 나만 노리는 듯 해서 방심하고 있다가 다른 사람이 나를 지목해 걸려버렸다.

"읏…."

벌칙을 보니 아까 본 적이 있는 거였다. 10초간 지목한 대상에게 마음껏 만져지기. 아무곳이나 마음대로 만져도 가만히 있는 벌칙이였는데, 무조건 이성만 선택해야 한다고 적혀있었다.

여자애를 선택하면 안돼나. 그러면 그냥 30분동안 만져도 상관 없는데.

만져지고 싶지 않지만, 정말로 더 술이 들어가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 나는 권성민과 혜림이 사이에 있던 일도 많이 들었고, 이제 슬슬 그냥 자리를 뜨는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도 벌칙을 받자마자 뜨는건 아무래도 다들 못 가게 할 것 같아서 이 후에 바로 가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다른 남자들은 다 싫어하는 놈들이라서 그나마 낯선 상대가 낫다는 생각에 지혁이를 가리키자 권성민이 트집을 잡았다.

"야야~그럼 안돼지. 지혁이는 남자친구니까 맨날 만질거아냐. 그러면 벌칙이 아니지."

"에? 형, 저기…."

내가 지목하자 취기가 날아갈 정도로 기뻐하던 지혁은 이어서 들린 지혁의 말에 당황했다.

그보다 쟤는 대체 뭐지? 그러니까, 남자친구는 매일 만질테니 남자친구가 보는 앞에서 다른 남자에게 맘대로 여자친구가 만져지는걸 보여주자고?

뭐야 이 도착적인 변태는?

"여기서! 내가 이걸 쓴다!"

"와! 성민이형 대박이다 진짜."

"진짜 악랄하다 진짜!"

"닥쳐 이것들아! 아하하하하!"

그러면서, 뭔가 말하려던 지혁을 무시하고 성민이 주머니에서 노란 카드를 꺼냈다. 옐로 카드? 저게 뭔지 몰라 지혁과 내가 어리둥절 하고 있자 여자애들이 깔깔 웃으며 설명해줬다.

"아~저거는요, 오늘 성민이 오빠가 기분 안좋대서 우리가 오늘 하루만 특별 티켓이라고 준건데. 다른 사람 벌칙을 자기 마음대로 지목대상 바꿀 수 있어요."

애들도 다 권성민 따까리구나? 술자리가 아니라 접대자리였다.

불쾌해하면서도 권성민은 당당하게 자신을 지목했고, 당연히 지혁은 난리가 났다. 아무리 형이라도 이건 아니라고 너무하지 않냐는 말에 권성민은 콧방귀만 뀌었다.

"야, 게임인데 뭘 그래!"

그 말에 나도 어이를 상실할 지경이여서 그냥 일어나려 하자 존재감도 안 느껴질 정도로 나는 신경쓰지 않는 듯 하면서 가슴에 시선만 향했던 남자가 갑자기 옆에서 내 어깨를 잡아 내리눌렀다.

"어허! 벌칙은 하고 가셔야죠."

"이런 씨발…너네 장난해?!"

이상할 정도로 몸이 녹아내려 소파에 잠기는 듯한 느낌, 근육 자체가 힘이 없어진 듯한 느낌에 제대로 뿌리칠 수가 없다. 권성민, 지혁, 나, 옆자리의 남자 순서로 앉아있던 자리에서 권성민이 지혁을 무시하며 내 쪽으로 자리를 옮긴다. 허우적거리며 반항하는 지혁을 힘으로 밀어내더니, 붙잡혀 있는 내 가슴에 곧바로 손을 뻗었다.

"읏…!"

너무도 갑작스러운 행동에 당황하기도 전에 순식간에 밀려오는 열기에 기겁했다. 이게 대체 왜 이러지? 이상할 정도로 몸이 뜨겁다. 순식간에 머리속이 멍해지고 권성민의 개 같은 손길이 숨을 가쁘게 만든다. 커다란 가슴을 옷 위로 젖을 짜내듯 잡아쥐었다가 놓는 바람에 옷 안에서 브래지어 위치가 틀어진다. 양 손으로 가슴을 만져대던 권성민의 손은 몇초가 지나서야 갑자기 멈췄다.

"아 형! 아직 시간 안재는데!"

"어? 그랬어? 야, 다시 처음부터 하자."

"와~가슴 장난 아니다."

"야 너네 이건 좀 아니지 않아…?"

"언니 무지 싫어하는것 같은데."

여자애 둘은 그래도 양심은 있는건지 남자들에게 뭐라고 했지만, 다른 둘은 그냥 조용히 있다. 남자들은 전부 다 흥분해서는 가슴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이윽고 다시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자 사납게 노려보는 나를 권성민이 잔뜩 비웃는 얼굴로 바라보며 가슴을 만져댔다.

"이야~남친한테 존나 만져졌나보네. 개부드럽다 진짜. 무슨컵?"

"하아…미친새끼. 이거 안놔?"

"게임인데 왜그러시나. 니 남친도 조용한데."

그 말대로 지혁은 권성민이 내 가슴을 만지기 시작하자 그대로 멈춰서는 가만히 내 쪽을 보기만 하고 있었다. 처음부터 믿지도 않았지만 실망해버린다. 등신. 병신들 사이에 끼어있는 놈이 정상인일 리가 없긴 했지. 그저 조금 덜 병신이였을 뿐.

10초라고 했는데, 스마트폰에 나오는 시간은 이미 10초가 지났을 게 뻔한데도 그만이라는 말이 안 나온다. 보고 있는 데에 푹 빠져서 수를 셀 수 없는 것 처럼. 나는 당장 놓으라고 애써 발버둥치면서도 이해가 안 될 정도로 힘이 없었다. 오히려 발버둥칠수록 머리가 핑 하고 돌 정도로 멍해지며 힘이 빠져 점점 숨만 차올랐다.

"하아…하아…십초…다 된거 아냐! 그만해!"

"응? 벌써 다됬어? 야, 몇초남았냐?"

"아~형, 제가 실수로 말을 안했네요 헤헤."

"야, 마지막 3초."

"읏?!"

그만 하라고 하자, 권성민이 멋대로 손을 내려 바지 위로 내 다리 사이를 쑤시듯이 푹푹 만져댔다.

순식간에 땀에 잔뜩 젖어 열기가 오른 몸에, 권성민의 손이 닿은 부위가 축축해지는것이 느껴진다.

분명 땀이 분명한데도 권성민은 웃음이 더욱 짙어져서는 손을 빠르게 비벼대다가 가슴을 꽉 쥐더니, 손을 떼내었다.

"하아…하아…하아…씨발…."

"킥킥, 야…진짜 개쩐다. 나 섰어."

순식간에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그야 그렇겠지. 양심이 있다면 지금 상황이 강간이나 다름 없었다는걸 알거다. 여자애들은 모두 서로 눈치를 보느라 바빴고, 남자들은 눈치를 보면서도 흥분한 티를 감추지 않았다. 그리고 이어져서 나온 말에 나는 어이를 상실했다.

"에이, 언니! 기분 풀어요! 게임이잖아요!"

"아, 맞아! 야 지혁이 너도 뭐 그렇게 얼굴이 썩어있어~! 야! 다음에 내 짝 걸리면 니가 해!"

"와 진짜 너무하다 너!"

와 진짜.

이 골빈년놈들, 내가 정말 할 말이 없다.

술을 마시면서, 다른 여자애들이 남자애들하고 서로 연인관계인건 아니고 그냥 짝 지어서 놀러 온 거라는건 알았지만, 아무리 그래도 하는말이 어떻게 저럴 수 있지?

더 이상 있기 싫어서 자리에서 일어나니,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 모인다.

나는 애서 숨이 가빠지는것을 참으면서도,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빈혈처럼 머리가 멍해지며 무게중심이 안 잡아지는걸 애써 소파를 잡아 일어났다.

이상할 정도로 균형이 안 잡아진다. 뭐지? 취한 건 아닌 것 같은데.

"어디가요?"

"…화장실좀."

일단은, 화장실 부터 가서 세수하고 소변부터 보고 난 뒤 바로 나가자고 생각하며 나는 룸을 나갔다.

뒤에서부터 권성민의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비웃으려 온 것이 오히려 비웃음만 당하는 것 같아 불쾌감이 쌓인다.

룸을 나서자마자 룸 안의 뜨거운 공기와는 다른, 조금이나마 더 시원한 공기가 몸을 식혔다.

그러면서도 안쪽에서부터 시작된 이상한 근질거림은 멈추지 않았다. 왠지 자꾸 기분이 좋아지면서, 아까 전에 있었던 그 일도 아무렇지 않게 느껴진다.

왜 이러지? 대체 왜 이러는건지 이해가 안된다.

"하아…하아…."

기분이 점점 좋아진다. 뒤늦게 취기가 올라오는 것 처럼 방금 전 까지 있었던 건 아무것도 아닌 것 처럼 방 문을 나서자마자 문 앞에서 주저앉아 버릴 것만 같아진다.

잔뜩 열이 오른 얼굴로 벽을 짚어가며 화장실로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나는 몸을 가눌 수가 없어 애써 화장실 문을 열고 변기 위에 앉았다.

"후우…하아아…하아…."

변기 위에 앉자마자 반사적으로 아래쪽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소변이 나올 것만 같아져 힘겹게 바지를 내리고 다시 앉았다. 나는 저절로 흘러나오는 소변을 변기에 낸 뒤, 가만히 앉아 벽에 머리를 기댄 채 숨을 고르고 있었다.

"후우…후우…."

그대로 슬슬 숨이 가라앉아 괜찮아 졌을 때, 문 밖으로 들려온 목소리에 나는 깜짝 놀랐다.

"야~진짜 저년 개꼴린다 진짜. 그쵸 성민이형?"

"씨발 만지는데 박고싶어서 혼났네. 저년 진짜 지혁이 여친 맞냐?"

남자 목소리. 아무리 취했다고 해도 이런 미친놈들이 여자 화장실에 들어온다고?

황당해서 당장 나가라고 소리치려던 나는 이어서 문 밖에서 곧바로 소변을 보는 익숙한 소리가 들려오자 입을 닫았다.

아무래도 놈들이 여자화장실에 들어온게 아니라 내가 남자화장실로 들어 온 것 같았다. 너무 익숙해져서 알아차리지를 못한 것 같다.

그대로 조용히 앉아있자, 문 밖으로 대화가 계속해서 들려왔다.

"야 근데 저년 주는 음료수에 약 더 탄거 맞아? 잘만 걸어 나가던데."

"아~딴애들은 지금 다 다리 풀려서 못일어나는거 봤어요? 완전 웃기죠?"

"존나 지금 박히고 싶어서 미쳐하던데? 두년은 내가 그년 만지는거 보면서 아주 학학대더만."

"킥킥킥, 전 근데 걔들 이제 관심 없는데. 지혁이가 오늘 무지 좋은 선물을 가져왔는데 왜 걔들을 먹어요. 그리고 아까 저 붙잡고 있을때 보니까 제대로 저항도 안하던데, 걔도 지금 존나 박히고 싶어서 젖어있을걸요?"

"젖었어. 내가 만져보니까 존나 축축하던데 뭐, 씨발 걸레년. 야, 쟤들 지혁이 주고 우린 지혁이 여친 따먹을까? 오늘 존나 박아준다."

"아 저야 좋죠~근데 지혁이랑 섹스하다가 우리랑 하면 막 너무 좋아서 지혁이랑 헤어질텐데. 킥킥."

"씨발 뭔상관이야 킥킥킥…야, 빨리 가서 그년 오기 전에 약 더 타놓자. 애들은 지금 벌써 눈 다 풀려서 몰라."

처음 약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내가 잘못들은거라고 생각했지만, 이어서 들려온 대화에서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말들이 이어지고 있었다.약이라고? 마약?

무슨 여성 흥분제나 그런걸 섞은 그런걸 지금 내가 먹었다는 건가? 그러니까, 술에 섞어서?

그러고 보니 여성 흥분제는 남자한테는 크게 효과가 없다는 말도 들은 적이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여성흥분제라는게 그렇게 정말 만화처럼 효과가 있는건 아니라고 하던데.

그러면 마약? 그렇게 생각하니 이 이상한 고양감과 땀, 계속해서 지면으로 빨려들어가는 느낌과 헷갈리는 균형감각이 이해된다. 무슨 약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정상은 아니다.

뭔 바보같은 짓을 한건지. 저놈들이 병신이라고는 생각했지만 이렇게까지 미친놈들일줄은 몰랐다. 부모님은 한국에서 열심히 돈을 벌어서 자식한테 공부하라고 돈 보내주는데 양주도 모자라서 마약이라고? 이 미친새끼들!

잠시 변기 위에 앉아있던 나는 땀에 잔뜩 젖어 찝찝한 몸으로 애써 몸을 일으켰다. 그 사이에 약이 더 돌고 있는건지 몸에 힘은 더 들어가지 않았다. 조금만 더 늦게 일어났어도 아예 일어나는 것 자체를 못 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어떻게 집에 돌아갈지 걱정이 되면서도 일단 도망쳐야 된다는 생각만 들었다.

저항도 하지 못하는데, 이대로 잡히기라도 했다간 다시 룸으로 끌려들어가서…강간당할게 분명했다. 그 방 안에서 여자애들도 전부 반쯤 정신이 이상해진 채 집단 강간당하겠지. 어쩌면 각자 다른 곳으로 데려갈지도 모르지만, 클럽 안에서 하고 도망칠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게 되면 다른 웨이터나 직원들이 보러왔다가 또 정신 없는 애들한테 박고. 그런 얘기를 남자끼리 농담하다가 도시전설처럼 했던 적이 있는데, 정말로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끔찍하다 진짜. 분명 데려온 여자들이 자기 여자친구도 아닌 것 처럼 보이긴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같은 한국인인데.

한국인을 별로 안 좋아하는 나지만 어이가 없다.

실제로 그런 소문이 있기는 했다. 어학연수 온 여자애들은 그냥 따먹어 버려도 된다고. 1년 있으면 다시 돌아갈거고 소문 날 것도 없는데다가 외국에 오면 한국말 하는 사람이 없다보니 같이 다니면서 통역좀 해주면 무지 기대게 되서 먹기도 쉽다느니.

애써 자리에서 일어나 벽에 몸을 기대며 겨우겨우 걸어갔다. 조금만 긴장을 풀어도 넘어길 것 같은 무중력에 빠진 듯한 느낌과, 땅으로 계속해서 몸이 빨려들어가는 듯한 탈력감이 자꾸만 나를 바닥에 누워버리라고 손짓한다.

힘겹게 화장실 문을 열고 나가려다가, 나는 결국 계단에서 다리에 힘이 빠져 넘어졌다.

"앗…."

"what? oh, what's wrong?"

그런데, 바닥에 격돌에 격통을 느끼기는 커녕 탄탄한 무언가가 나를 부드럽게 받쳐 주는게 느껴졌다. 순간적으로 바닥에 부딪힌다고 생각했던 나를 누군가가 붙잡아 주고 있었다.

애써 온 몸에 힘이 풀리려는걸 겨우 기댄 채 버티며 고개를 들어보니, 아까 봤던 그 흑표범. 흑인이였다.

"what? you…저기, 땀 괜찮아요? 무슨 일 있어요?"

이상할 정도로 땀에 젖은 내게 의문을 느낀건지 묻는 말을 들으며 나는 더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이 계속해서 돌고있다. 점점 심해진다. 몸에 힘이 빠지고 뜨거워진다. 눈물이 날 것만 같을 정도로 온 몸이 뜨겁다. 목이 마르다. 화장실의 수도꼭지라도 틀어서 꿀꺽꿀꺽 마시고 싶다. 침으로는 부족하다. 내 몸이 아닌 다른 곳에서 나오는 수분을 뭐든지 좋으니 마시고 싶다.

허리에는 힘이 풀리고 다리도 부들부들 떨린다. 애써 양 손으로 눈 앞의 흑인의 옷을 잡아쥐며 버티고 있지만 그것도 한계였다. 정말로 넘어질 것만 같다. 움직일 수가 없다.

"헤, 헬프…."

더는 안 될것 같아 입에서 나온 말에, 입이 움직이는것을 본 건지 흑인이 반쯤 옆으로 기울어져 떨어져 있는 내 고개를 나를 끌어안듯이 해 목을 받쳐주며 들어올리더니, 땀에 잔뜩 젖어 초점을 잃은 내 얼굴을 바라보더니 귀를 가까이 대었다.

나는 시끄러운 클럽 안에서 애써 목소리를 쥐어짜 도움을 요청했다.

"help me…drug…."

"oh…shit!"

부족한 영어로 애써 단어만 말했는데도 흑인은 무슨 의미인지 알아차린건지, 나를 가만히 내려보고는 마치 더러운 것을 보는 듯한 눈으로 나를 보며 욕을 했다. 순간 나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으며 머리속으로 남자라면 마약에 젖어 몸을 가눌 수 없는 여자를 봤을때 무슨 짓을 할 지를 떠올렸다. 정말 더는 안 될 것 같아 도움을 요청했지만, 설마 이 흑인한테 강간당하는건 아닐까? 아니, 오히려 혐오스러운 눈빛을 생각하면 나를, 마약을 한 여자를 그냥 던져버리고 갈 수도 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자 무서워진 나는 흑인을 피해야 할지 아니면 매달려야 할 지 모르게 되었다.

그런 나를 갑자기 그는 탄탄한 팔로 감싸 안은 채 상체를 숙여 내 다리 밑으로 손을 넣더니, 공주님 안기같은 자세로 나를 안아올렸다.

'우, 우와아아….'

상황이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머리속이 순식간에 뜨거워진다. 어지러울 정도로 부끄럽다. 공주님 안기라니. 게다가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 시몬스 침대같은 편안함이 오히려 더 부끄럽다. 진짜 두근거린다. 왜 이러는지 모를 정도다. 심지어 한쪽 팔은 그냥 어깨 밑으로 넣는게 아니라 팔을 접은 채 받쳐서 손으로 내 머리가 편하게끔 들어올리고 있다. 이게 가능하다고? 내 몸무게가 몇인데.

분명 약 때문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두근거린다. 좀 멋있다. 남자로서 멋지다.

나는 온 몸에 힘을 뺀 채 누울 수 있게되자 불안하면서도 안도감을 느꼈다. 이중적이지만 정말로 그런 기분이였다.

그대로 그가 나를 안은 채 가자 사람들의 시선이 몰렸다. 나가던 도중 룸 근처에 서있던 지혁이 나를 보고는 다가왔다.

"아, 저기…."

"fucker! get away!"

흑인에게 안겨있는 모습을 보면서 당황한 듯 보였다. 뭔가 내게 사과라도 하고싶었던 눈치였지만, 흑인에게 안긴 걸 보고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는 모습이였던 그는 흑인이 죽일 듯이 살벌한 목소리로 화를 내며 말하자 흠칫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패배한 개가 이런 모습일까? 나도 지혁에게 좋은 인상은 없었기에 몸이 잔뜩 무거운 상태에서도 당장 네가 갈 곳이나 가라는 듯이 고개를 돌려 흑인 쪽으로 향했다. 흑인은 그런 내 태도에 뭔가 더 기분이 나빠진건지 지혁에게 더 소리쳤다.

"you, now I remeber your face. ok? Look forward next time."

뭔지 알아들을 수가 없다…디자인 쪽은 입시시험때 영어를 아예 안쳐서 그 뒤로도 영어에 관심이 없어가지고 그런지 알 수가 없었던 나와 달리 지혁은 얼굴에 핏기가 가며 새하얘졌다.

뭔 대화를 한 건지도 모른 채 클럽 밖으로 나를 안고 나오더니, 차가운 공기를 맞으며 조금이지만 머리속이 식는 듯한 느낌이 들자 흑인이 나를 조심히 기울여 지면에 세워주었다.

"you…설 수 있어요? 잠깐만, 내가 잡아줄테니까 집이 어딘지 말해주면 택시…."

"하아…하아…."

"oh…."

아마도 택시를 타고 내가 사는 곳 까지 태워다 주려고 하는 것 같았지만, 나는 일어서지도 못할 정도로 힘이 풀려있었다. 점점 더 약효가 강해지는건지 이젠 정말 앞이 제대로 안 보일 정도였다. 들리는 말도 잘 들리지 않는다. 어지럽다. 목마르다. 정말 뭐라도 좋으니 마시고싶다. 목이 너무 말라서 눈물이 나올 정도였다.

"damn."

더는 대답도 하지 못할 것 같아 겨우 기댄 채 서있자, 그가 갑자기 나를 업어치기 하듯 등에 내 배를 대고 들어올렸다. 자세를 고쳐 상체를 숙인 채 나를 업은 자세가 되자 나는 전보다 훨씬 편안해진 자세에 완전히 그의 등에 몸을 맡기면서도 몸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탄탄한 등근육이 가슴을 자극한다. 어지러운 머리와, 다리 사이에서 점점 열기가 새어나와 그의 등을 뜨겁게 덥힌다. 뜨거운 숨이 그의 귀를 간지럽힐 때면 몸이 움찔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런데도 애써 내가 불편할까봐, 힘이 잔뜩 빠진 몸이 기댈 수 있도록 상체를 숙인 채 업어가고 있다.

"하아…하아…."

더는 제대로 정신도 유지할 수가 없어 정신을 잃으면서도 나는 왠지 모를 편안함을 느꼈다.

============================ 작품 후기 ============================

수정수정. 수정했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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