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s스톤-6화 (6/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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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 ♂ ♀ ♂ ♀ ♂

"좋아."

전날 밤, 브래지어 입는법을 몇 번이고 보며 허공에서 따라해 본 나는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남자인 상태로 기숙사를 나섰다.

'오늘 하루는 옷을 사는데 소모해야지….'

얼마가 들지 모르니 우선 한국돈으로 10만원 어치를 들고 나왔다.

속옷은 될 수 있으면 비싼걸 사야 하는 것 같다.옷감이나 촉감이라던지 그런걸 잘 따져서 사지 않으면 불량품은 가슴 밑이 쓸리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 것 같으니….

남자일 때에 길을 가다가 자주 봤던 속옷매장이 있다.

쇼핑몰에 있던 곳인데, 아무래도 길거리에 있는 매장보다는 그런 곳이 낫겠지….

게다가 거기에 여성 옷을 파는 층이 따로 있었던 것 같다.

돈이 많이 들지 않으면 좋을텐데…여자 옷은 비쌀 것 같아서 왠지 무서워진다.

우선은 속옷부터 사러 가기로 했다.

내 스쿠터는 혹시 누가 알아볼 수 있으니 탈 수 없다.

옆에 난 특이한 형태의 상처자국이 있으니 내가 아는 사람이 보면 분명 내 스쿠터라는걸 알아볼 것이 분명하다.

약 10분가량 걸어서 기숙사에서 내가 다니는 과 건물으로 나간 나는 부지가 무척 큰 우리 학교를 처음으로 마음속으로 욕하며 가방 속의 돌을 매만졌다.

그리고 과 건물 옆의 다른 과 건물로 들어가, 장애인용 화장실로 들어갔다.

이 건물의 장애인용 화장실은 이상하게도 남녀 구분이 없었다. 우연히 교양 수업을 듣다가 알게 된 곳이다.

주변에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화장실로 들어간 나는 화장실 안에서 가방 안에 넣어 가져왔던 트레이닝 복을 꺼내 입었다.

모자를 쓰고, 옷은 트레이닝 복…뭔가 조금 여자일 때의 몸매를 생각하면 어울리지 않는 복장이지만…이것 말고는 입을 게 없으니….

대충 옷을 입은 나는 가방 안에서 돌을 꺼내 혀를 내밀어 한번 핥았다.

"후우우…."

가슴이 무거워지며, 얼굴 근육이 변하는 것이 느껴진다. 팍 당겨졌다가 놓아졌다가 하며 안쪽 턱뼈까지 모양이 변한다.

뒷통수가 조여오는 감각과 함께 관자놀이가 쑤셔왔다.

요 1주일간 계속해서 봐온 모습으로 변한다.

"아…개운하다."

여자로 변하면 역시 가장 좋은점은 등이 안 아프다는 것이였다.

온 몸이 딱딱 맞춰져 있다고 해야하나, 여자로 변하는거에 중독되진 않을까 싶을 정도다.

가슴의 무게라던가, 볼륨이라던가. 전신의 근육이 조금 비틀려진 것 같은 감각은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지만 역시 이 몸이 좀 더 편한 것 같았다.

짐을 타다가 건담을 탄 파일럿의 기분이다.

차이가 너무 큰가?

볼을 타다가 자쿠를 탄 파일럿의 기분이다.

"좋아, 가볼까."

야외 첫 출격이다.

긴장되어서 그런지 입 안이 끈적하게 마르며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다.

♀ ♂ ♀ ♂ ♀ ♂

모자를 푹 눌러쓰길 잘 한것 같다.

트레이닝 복 위로도 훤히 드러나는 몸매 때문인지, 길을 걸어갈 때마다 시선이 느껴진다.

내 자의식 과잉인가 싶으면서도 가끔 고개를 들어 주변에 걸어가는 남자와 시선을 마주치면 확실히 내 가슴을 보고 있었다는 것이 느껴진다.

"야, 봤어?"

"뭘?"

"방금 엄청 예쁜 여자 지나갔어."

"어? 진짜? 나 못봤어."

등 뒤에서 갑자기 한국어가 들린다. 방금 지나간 놈들 우리 학교 한국 유학생이다….

이상하게도 한국 유학생들은 외국 대학교인데도 자기들끼리 과 야잠이라는걸 주문해 만들어서 입고있기에 잘 안다.

각 과마다 색깔은 다르지만 우리 학교 '과잠' 은 전부다 형태나 글자가 똑같다.

"야, 어딨는데."

"저기, 저기 트레이닝복 보여?"

"오…몸매 개쩌는데."

귀까지 빨갛게 달아오르진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창피하게 느껴진다.

보고있다…날 보고있어….

노출 플레이를 하는 것 같은 기분이다…무지막지 부끄럽다.

최대한 태연한 척 하며 걸음을 옮겼다.

쇼핑몰에 도착할 때 까지 몇번이고 시선을 느낀 나는 평소에도 많이 보였지만 오늘따라 더 자주 보이는 것 같은 한국인 유학생들을 원망했다.

"한국인인가?"

"아닐걸, 몸매봐. 저게 한국인 몸매냐."

"그치? 그럼 막말해도 되겠네."

"뭐라 하게?"

"엉덩이 존나 박음직스럽다…."

"큭큭…야! 그러다 진짜 한국인이면 어떡하려고."

나도 평소에 친구와 길을 가다가 가끔씩 했던 음담패설이지만, 직접 당하고 보니 묘한 기분이다.

해외에 나가있다는 생각 때문인지 이곳에 있어서 외국인인 유학생들, 그중에서도 한국인들은 평소보다 더 자유롭게 말을 하는 부분이 많다.

농담삼아 여자를 보고 야하다, 섹시하다 하는 남자애들도 조금 있기도 하고, 나도 그런 애들 중 한명이긴 하지만….

뭔가 직접 당하는 입장이 되어보니 내 생각보다 그런 남자들이 훨씬 많은 것 같다.

'역시 남자는 90%의 꼬추와 10%의 부랄로 이루어진건가.'

지금 개그 괜찮았던 것 같다!

♀ ♂ ♀ ♂ ♀ ♂

쇼핑몰에 도착한 나는 지갑이 아닌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셌다.

지갑은 누가봐도 남자 지갑이라는 것이 딱 보이니, 혹시 이상하게 보이지 않을까 해서 들고오지 않았다.

자의식 과잉인가?

"좋아,"

속옷 매장은 바로 앞이다.

나는 긴장한 채 몬스터헌터에서 처음 진오우가를 만났을 때의 기 기분, 먼 옛날의 노가다성 충만한 메이플스토리를 하다가 도적으로 그 투명해지는 기술을 쓴 채 발록을 만나러 갔을때의 그 긴장감을 가진 채 속옷 매장으로 들어섰다.

평소에도 남자였을 때 자주 지나쳤던 곳이였지만 직접 들어와보니 기분이 남달랐다.

"어서오세요."

점원이 곧바로 인사를 하며 다가왔다.

큰 쇼핑몰이여서 그런지, 손님은 생각만큼 많지 않았다.

그냥 다 나가버리면 좋을텐데…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니 조금 부끄러워진다.

나는 이상해 보이지 않게 한숨을 쉬는것처럼 심호흡을 하고는 점원에게 물었다.

"아, 안녕하세요. 속옷 사러 왔는데요."

"사이즈가 어떻게 되세요?"

"G인데…전에 산게 약간 조이는 것 같아서 한번 제대로 재 봤으면 하는데요."

"아, 이쪽으로 와주시겠어요?"

좋아.

자연스러웠어!

점원을 따라 들어가자 점원은 카운터에서 줄자를 꺼내더니 나에게 말했다.

"외투좀 벗어보세요."

"아, 네."

트레이닝복 안에는 회색 티를 입고 왔다. …벗고 보니 노브라인게 상당히 티난다.

왜 유두가 서있는거지….

긴장해서 그런거라고 믿고싶다.

"아, 그게 옷을 다 세탁기에 넣어버려서, 속옷도 없어가지고 그냥 남동생 옷을…."

"잠깐만 여기서 기다리세요."

점원이 내게 이리저리 자세를 잡게 하며 줄자로 신체 사이즈를 재는 동안 나는 도둑이 제 발 저린다 해서 괜히 불안해져서 변명을 시작했는데, 점원은 조금도 신경쓰지 않고 측정을 끝내더니 속옷을 가지러 갔다.

…설마 조금도 신경쓰지 않을 줄은 몰랐다. 혹시 나같은 손님이 자주 오는건가?

노브라로 속옷을 사러온다니…누굴까…그런 노출증 여자가 있다니…한번 보고싶다!

…나도 그 노출증 여자로 보일게 분명하다는 점이 조금 슬퍼진다.

"이거 한번 입어보세요."

여자는 브래지어와 팬티가 세트로 있는 옷걸이를 들고왔다.

옆의 태그를 보니 H 라고 적혀있었다.

H컵…?

…집에서 혼자 재다보니 내가 잘못 잰건가?

확실히 가슴을 들어올리고 줄자를 당긴다거나 하는 손이 4개는 필요한 일을 혼자서 다 해내는 재주는 없어서 제대로 못 재진 않았을까 싶기는 하지만….

아니…H컵이라니, 이거 너무 큰 거 아닌가….

아무리 내 상상대로 변한거라고는 하지만 이건 좀 너무 큰 것 같다.

Great 도 아니고 Hyper 라니.

…너무 커!

"이거 풀컵인가요?"

"네, 맞네요."

풀컵이 좋다는 것이 기억이 나 물어보자 점원은 브래지어를 좀 살펴보더니 맞다는 말을 해줬다.

점원이 가져온 브래지어는 하얀 색에 약간 금빛으로 약하게 빛나는 듯한 실로 새겨진 꽃 문양이 새겨져있었다.

이정도면 그럭저럭 괜찮은 것 같다고 생각하며 나는 브래지어를 받아 탈의실로 향했다.

'그러니까, 우선은 그냥 찬다음에, 모아서 넣는거였나…컵 안으로 손을 넣어서….'

끈조절이라던가 그런걸 할 여유는 없었다. 어찌어찌 가슴을 컵 안에 제대로 넣는것만 해도 상당히 어려웠다.

제대로 잘 들어간 건지도 알 수가 없어서 몇 번이고 편해질 때까지 손을 컵 안으로 넣었다 뺐다 하며 겨우 만족스럽게 찰 수 있었다.

가슴이 커서 그런지 차기 힘들다.

'한국의 A컵 여성들은 축복받은 거였구나….'

실제로 이 말을 여자한테 하면 얻어 터지겠지만, 그런 생각을 했다.

'어깨가 조금 조이는 것 같은데….'

브래지어의 끈 길이가 약간 부족한 것 같았다.

분명 이럴때는 끈을 늘리라고 했었지….

조심조심 끈을 늘렸다 놨다 하며 길이를 맞췄다.

"오…."

브래지어 착용에 성공했다!

…아마도!

상당한 시간을 써서 성공한 거지만 정말로 성공한 건지 아닌지 확신은 못할 것 같다.

"저기요, 죄송합니다. 아직 안 끝나셨나요?"

"아, 아뇨! 다 했어요!"

역시 시간을 좀 많이 잡아먹은 걸까…점원이 탈의실 밖에서 재촉해왔다.

그리고 난 시착해본 브래지어를 벗기 시작했다….

…벗어야 하는구나!

생각도 못했다. 그걸 생각하지도 못하고 이렇게 딱 마음에 들게 착용될 때까지 시간을 끌었다니….

이렇게 힘든게 입은걸 다시 벗었다가 계산하고 다시 입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갑자기 한숨이 나왔다.

그러고 보니 팬티도 있었다.

나는 브래지어와 세트로 가져온 팬티를 한번 차 보고 생각했다.

여자 팬티는…뭔가 얇은 것 같다고 해야하나…가볍다고 해야하나…장식이 잔뜩 있는데도 생각보다 가볍다.

아니면 내 팬티가 무거운걸까.

팬티까지 입은 나는 혹시나 하며 탈의실 바깥으로 사람을 불렀다.

"아, 저기요."

"무슨일이죠?"

"이거…입은채로 계산할 수 있나요?"

…다행히도 계산할 수 있었다.

계산을 마친 나는 내 예상을 훨씬 깨부술 정도로 비싼 여자 속옷의 가격에 놀라면서도, 이 정도 크기가 되면 브래지어를 사는것도 쉽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혹시 싼건 없나 해서 물어봤더니, 이만한 크기면 매장에도 물량이 별로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가격대도 그닥 차이가 나지 않았고 무엇보다 벗고 다시 입기 싫어서 그냥 입고있던 걸로 사고 속옷 매장을 나왔다.

그래도 역시 가격이 너무 충격적이다.

"…너무 비싸…."

돈을 낼 때에는 표를 내지 않으려 했지만 이 가격이면 점심시간 할인 햄버거를 5일…아니 일주일은 사먹을 수 있는 가격이다.

왠지 사기당한건 아닌가 싶은 생각까지 든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가격이 너무 끔찍하다.

한국이였으면 이마트 할인가격으로 남성용 팬티를 7장 가까이 살 수 있을텐데.

아니…정말 운이 좋으면 10장도….

내가 혹시 좀 고급스러운 속옷 매장에 와서 이렇게 비싸게 사게 된건가.

그래도 가슴 아래쪽의 옆구리 등을 살짝 잡아주며, 커다란 가슴을 모아올려주는게 꼭 가슴에 무거운 가방을 본드로 붙혀 매달고 있다가 가방끈을 달아 앞으로 매게 된 것처럼 편해진 것 같아 기분은 좋았다.

약간 갑갑한 것 같기도 한데…전처럼 무겁지는 않다.

앞으로 여자 속옷은 더이상 사지 말고, 이걸 돌려입자고 생각하며 나는 여성복 매장으로 갔다.

더 이상 돈을 쓰고싶지는 않지만…역시 한 세트 정도는 있어야겠지….

이미 뭘 살지는 결정해 두고 나왔으니 망설임 없이 곧바로 관련 상품이 있는곳으로 걸어갔다.

청바지랑 티셔츠!

…사실 난 패션 센스가 전무해서 이거 말고는 뭘 입어야 할지 감도 안온다.

그래도 몸매가 몸매이니 이 정도로도 충분히 멋이 날거라 생각하며 나는 매장에 들어섰다.

♀ ♂ ♀ ♂ ♀ ♂

쇼핑이 끝났다.

그리고, 물건을 다 사고나서야 생각난 것 한가지.

…신발은 엄청 비싸다.

쇼핑몰에서 살게 아니였나. 윗 층으로 가서 최대한 싼 캔버스화를 사기는 했는데 역시 좀 비쌌다.

설마 들고 나온 돈을 다 쓰고, 혹시나 해서 들고온 카드로 ATM까지 가서 돈을 뽑게 될 줄은 몰랐다….

무섭다.

다신 안 사…앞으로 여자로 변하면 평생 이 옷만 입을거야….

사실 옷을 사도 보관할 곳이 마땅치 않아 내 방 안에 숨겨둬야 할테니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기도 했지만…다시 한번 이 이상 옷은 사지 말자고 생각하며 쇼핑몰을 나섰다.

아, 사는김에 양말도 하나 샀다.

조금 이상한 옷차림 같기도 하지만 나는 하얀 티 위에 다시 트레이닝 복 상의를 입었다.

추우니까….

티는 올때 입고온 아무런 무늬도 없는 회색 셔츠와는 다르게 조금 여성스러운 꽃무늬 같은게 허리쪽에 새겨지고, 검은색으로 그려진 가지가 위쪽으로 올라오는 듯 한 그림이 새겨진 걸로 샀다.

그나마 지금 내 몸의 가슴에 맞을 것 같은 옷은 이것밖에 없었다….

점원까지도 아무거나 시착하지 말라고 말릴 정도였다. 옷 늘어난다며.

…가슴이 큰건 괴로운 거였구나.

마침 할인하고 있던 검은 티 하나와, 똑같이 검은색이였던 어깨가 끈처럼 된 나시를 사서 매장에서 받은 종이봉투에 넣고 나오니 주변의 시선이 느껴졌다.

청바지가 엉덩이와 다리에 짝 달라붙어 다리와 엉덩이 형태를 완전히 드러내 버리고 있다.

약간 민망하기도 했지만…그래도 통이 큰 바지는 입어보니 남자인 내가 입어도 될 것 같아서 이런 옷으로 샀다.

여성복을 사러 온거지 남성복을 사러 온 게 아니니까…남자 옷을 입어도 될거라 생각했으면 애초에 옷을 사러 오질 않았을 것이다.

"으음…."

옷을 제대로 입고 나왔더니…쇼핑몰에 올 때보다 더한 시선이 느껴진다.

다리랑 엉덩이 라인을 드러낸게 문제였나. 유리창에 비쳐보니 확실히 이건 눈길을 끌 만한 몸매다.

그것보다…트레이닝 복을 위에 입은게 상당히 깬다.

패션 센스가 없는 나조차 왜 입었을까 싶은 의문이 들 정도다.

몸매가 몸매이니 봐줄만 했지만, 옷차림이 조금 아쉬운 느낌이다.

…이 이상 돈을 쓰기는 싫은데….

게다가 여자는 무슨 외투를 입어야 하는건지도 모르겠다.

정 말로 누가 대신 좀 사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여전히 자의식 과잉인지 모를 주변에서 때떄로 느껴지는 시선을 무시한 채 다시 여자로 변했던 화장실로 가 가방 안에서 PSP 를 꺼내고 5시간이 지날때까지 화장실에서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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