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1부
♀ ♂ ♀ ♂ ♀ ♂
처음으로 여자가 된 후로 1주일.
남자로 돌아온 후 얼마 되지 않아 잠이 쏟아져 잠을 잔 나는 잠에서 깨고 나서 괴상하고 굉장히 현실감 느껴지는 꿈을 꿧다고 생각하며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그리고, 혹시나 해서 앨범을 뒤져보자 여자로 변했을 때에 찍었던 사진들이 잔뜩….
" 그러니까, 이번 과제였던 정보디자인상의 역할에서 중요한 것은 역할 그 자체의 명칭, 역할이 무엇이냐가 아닌, 역할과 역할 사이의 관계, 즉 연결으로, 가해와 피해가 무엇인가에 따라 역할의 중요도, 배역에 따른 주요성과 필요성이…."
강의실에서 과제로 해 온 PPT를 외국어로 발표하면서도 머릿속에서 한가지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핸 드폰에 있는 사진들을 하나하나 본 나는 정말로 내가 여자로 변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후 기억에 남아있는 '여자로 변하고 남자로 되돌아오는 방법' 인 소변을 보고, 세수를 하고, 비누를 먹은 다음 돌을 핥는다는 커맨드를 몇 번이고 입력. 실제로 여자로 변하고, 남자로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황토 비누를 몇 번이고 입에 넣어 이제는 세수를 할 때마다 그 맛이 입안에 감돌 정도다.
이후 소변을 안 보고 세수만 하고 한다던가, 아침이 아닌 시간에도 된다던가, 여러가지로 실험해 보며 하나하나 변신 조건을 확인한 결과 여자로 변하기 위해서는 돌을 입에 대면 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 후 몇 번이고 변하며 알아낸 것은 세가지.
첫 번째, 비누는 먹을 필요가 없다는 것과.
두 번째, 내가 변한 여자는 아무래도 게임 캐릭터와 현실의 여성이 혼합된 것 같다는 점.
세 번째, 단시간에 두번 변하면 잠이 쏟아진다는 점이다.
이후 내가 변한 여자가 대체 누군가 해서 머릿속을 몇 번이고 뒤지며 섹스게임의 최강자, 섹카이림의 스크린샷들을 찾아보던 나는 나와 상당히 흡사한 외모를 가진 여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여자로 변한 내 외모는 한국인이라고 보기는 조금 힘든 외모였다.
동서양 혼혈같은 느낌의 외모와 몸매는 한국인 여자라고 보기에는 좀 무리가 있다. 한국인 여자의 뭣보다 8~90% 이상은 빈유니까…엉덩이도 그렇게 크지 않고.
몇일동안 생각해 본 결과 그런 외모가 된 이유는 몇 가지로 가정할 수 있었다.
첫째, 내가 오타쿠여서 가장 예쁜 여자를 이런 여자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 즉, 이상형인 여성으로 변한 경우.
둘째, 마침 내가 생각하고 있던 여자가 그런 외모였다. 즉, 변하고 싶은 형태로 변할 수 있는 경우.
셋째, 실제로 그렇게 생긴 사람이 있어서, '돌' 에 그 여자로 변하는 기능이 있었다.
둘째의 경우 실험삼아 하루 종일 다른 여자의 사진을 쳐다보며 지내고 여자로 변해보니 처음 변했던 모습 그대로이기에 틀린 가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잇었다.
첫번째는 지금 바로 확인 할 방법이 없고….
세번째는, 사실을 알려면 다른 남자에게 돌을 핥아보게 해야 하는데, 그럴 경우 변하던 변하지 않던 여러모로 리스크가 큰 것 같으니 실험도 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어째서 그런 외모로 변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 후 공강일에 하루종일 집에 틀어박히며 여자로 생활해 보고서야 알 수 있었던 것 중 하나는, 여자로 변해서 먹은 음식도 남자로 변해서 똥으로 나온다는 점이다.
사실 이건 잘 생각해보면 상당히 무서운 사실이다.
내장 안의 내용물이 변화하거나, 사라지지 않는다고 하면…만에 하나 여자인 내가 섹스를 해 질내사정을 당했다 하면 그 정액은 대체 어디로 간다는 걸까.
무섭다.
실로 공포스럽다….
꼭 섹스를 해서 질내사정을 당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는건 아니지만, 어디까지나 경우의 수를 생각해 봤을 때 무섭다는 말이다.
그리고, 복통이 생겼을 때 혹시나 해서 변신해 보니 복통이 사라지는것을 알 수 있었다.
신체 구조가 변하는 걸까, 아니면 내장이 변해서 면역체계같은것도 변하는 걸까….
완 전히 다른 사람의 몸으로 변하는건지, 아니면 육체적으로 성별만 변화하는건지가 궁금하다. 알아서 뭘 할것도 아니지만…뭐, 유전적이나 혈액형 같은것도 변화한다고 하면 그건 놀랍기도 하고, 나에게 있어 생활적인 측면에서도 자유도가 늘어날 것 같은 기분이다.
뭣보다 나는 여자로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찬 뒤부터 여자로 변해 스트레스를 풀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으니까….
좀 정도가 지나칠 지 모르지만, 여자로 변할수 있다는 건 내가 하고싶은걸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뜻도 된다.
예를 들면 살인이라던가, 사기라던가….
여자로 변해 저지른 뒤, 남자로 돌아와 생활하면 된다.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인물이 사기를 쳐서, 나는 운 좋게 그 돈을 주워 사용할 뿐이니….
평소 속으로 쌓아두거나 참는것이 많았기 때문인지 여자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되자마자 내가 생각한 것은 교내에서 정말 맘에 안들던 놈을 죽여버릴까 하는 것이였다.
…정말로 죽일까 생각해보면 역시 한번 더 참자 생각하며 참아 버리게 되 버리지만….
다른걸로는, 여자로서 몸을 팔고 남자인 내가 그 돈으로 생활하는 방법도 있지 않나 싶다.
이왕 변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거…이용할 수 있는 만큼은 이용한다고 해야하나. 사용하는게 좋지 않을까.
최근에는 혹시 여자로 변한 나에게 초능력 같은건 없나 생각하며 이런저런 시도를 하고 있다.
콜라캔을 눈으로 노려보며 따져라 따져라 하고 생각하며 10분정도 앉아있어 본다던가, 브래지어를 계속해서 떠올리며 생겨라 생겨라 하고 허공을 노려보고 있는다던가….
조 금 만화나 소설 캐릭터 같이 생각하며 내 몸에 대해서 연구해보고 있는 나는 한편으로는 너무 대충대충 만화 설정 짜는 기분으로 생각하는건 아닌가 싶으면서도 이런 비상식적인 일이니 나도 비상싱적이게 생각해보는게 나을 것 같다고도 생각하고 있다.
이런식으로 최근 여자로 변하는 문제를 이것저것 생각하고 있기 때문인지 머리가 무척이나 아프다.
평소에 안 쓰던 머리를 굴려서 입안에 침이 돌며 단 음식이 먹고싶어질 정도다.
" 역할을 결정하는건 공간에 의해서 결정되기도 하고, 도구에 의해서 결정되기도 합니다. 여기에서 도구는 칼, 접시, 책 등에 물질적 도구에 한하지 않고 지식, 생각, 그리고 손과 발 등 육체적인 것도 포함합니다. 간단히 말해서 눈이 없는 사람에게 눈이 있는 사람이 '무엇인가를 대신 봐주는 데에 필요한' 사람이 되는거죠. 결국 두 역할에서 교류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서로가 같은 생각, 목적이 있어야 하는 것이며…."
아….
발표하기 싫다.
머릿속이 혼란스럽다. 지금 여자로 변하고 남자로 변한다는 기상천외한 일을 겪고있는 도중인데 평소 생활까지 해야 한다니.
스트레스 받는다.
대 충대충 발표하자 싶으면서도 우선 내가 생각한 것들은 다 발표하고 봐야지 하고 생각하며 이번에 나에게 주어진 주제였던 '공간, 역할, 도구에서 정보디자인상의 역할과 교류, 전환(서로간의 역할 위치가 변화할 수 있어야함)' 에 대한 생각을 발표해 나갔다.
"…이번에 생각한건 여기까지입니다."
발표를 끝내고, 자리에 앉으려 하자 교수님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음…이 발표 이해 할 수 있는사람?"
…반 내의 누구도 손을 들지 않는다.
교수님은 살짝 웃더니 안경을 고쳐 쓰며 반 내의 다른 학생들에게 말했다.
"주제나 목적이라던가 생각 자체는 굉장히 좋고, 맞는 말이기는 한데 주제를 너무 파고든 감이 있네요. 그래도 제 입장에서는 아주 만족스러운 발표였습니다. 솔직히 '역할' 에 대한 설명은 가장 좋았던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전에 예를 들어 준 것 중에 선생과 학생의 역할이 변한다는 얘기를 해줬었죠? 그것좀 한번 더 말해주세요."
교수님은 저번에 수업이 끝난 후 교수님과 둘이 있을때 내가 설명했던 얘기를 물어봤다.
" 아, 그러니까. 외국인 교수와 유학생이 있다고 하면, 교수가 영어를 배우고 싶은데 유학생의 모국어가 영어다, 이 경우 유학생은 교수의 선생이 될 수 있고, 교수가 반대로 모국어를 가르쳐 줄 경우 교수는 유학생의 선생이…이런 역할의 전환 하에서 필요한 것이 '외국어를 배운다' 라는 공통된 목적으로, 이 상대와 상대의 역할이 변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꼭 서로의 역할을 완전히 바꿀 것 없다는 겁니다. 그러니까…서로 '가르친다' 는 것과 '배운다' 라는 역할만 바꾸면 되고, 여자인 교수와 남자인 유학생이라면 서로의 성별까지 바꿀 필요는 없다는 거죠. 역할의 전환이라고 해서 역할을 완전히 바꿀 것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서로의 목적이나 피해와 가해만 바꾸면…."
설명을 하고 있자 다른 학생이 손을 들었다.
"음…제 생각에 이 얘기는 조금…너무 어려운 것 같아요. 문학적이고, 철학적인 얘기 같다고 해야하나…."
…네가 발표했던 얘기도 충분히 난해했어.
분 명 저 학생이 발표했던건 공간의 문제로, 책상 아래와 위의 공간 차이에 의해서 명칭이 변화한다던가, 공간은 절대적으로 보이지만 사실 있으나 마나 하는것과 같다고 생각한다는 그런 발표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단지 공간을 배경으로 보는 쪽의 생각이였던가.
내가 반론으로 공간과 도구, 역할을 3원으로 그렸을 때 바깥이 공간, 중간이 역할, 중앙이 도구로 볼 수 있으며 도구와 역할은 공간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다는 의견을 꺼냈지만….
아, 모르겠다.
이번 과제는 너무 난해했던 것 같다…솔직히 머리가 아프다.
대체 왜 미술을 공부하는데 이런 얘기를 해야하는걸까?
"나 뿐만 아니라 오늘 발표한 애들 전부 다 문학적이고 철학적이였던 것 같은데…. 우리…혹시 문학과나 철학과 학생이였나…?"
내가 웃으며 말하자 반 전체가 피식피식 웃는다.
내가 발표한 것은 너무 알아듣기 난해했다는 말과, 교수님이 자기는 흥미로웠다고 말씀하시는것을 끝으로 나는 내 자리로 돌아왔다.
"태수아, 태수아."
자리로 돌아오자 뒷자리에 앉아있던 학생이 한국어로 내 등을 쿡쿡 찌른다.
외국 땅에서 대학을 다니는 나는 이 나라 학생에게 있어서 유학생 취급이다. 그리고 내 등 뒤에 있는 학생도 나와 같은 한국인 유학생….
다른 점이 있다면, 맨날 교회를 핑계로 수업을 땡땡이 치고 안나오는 문제아라는 점이다.
"왜요?"
"오늘 이거 뭐 하는거야?"
매일같이 수업을 나오질 않으니…수업 내용이나 숙제가 뭐였는지도 알지를 못한다.
가끔씩 숙제가 있다는 소문을 들으면 이렇게 수업에 나오고는 하는데, 그것도 듣다 말고 나가버린다.
그 후 과 건물 안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다른 '날라리 한국 유학생' 들과 잡담을 하고….
"…이거 그러니까, 전에 선생님이 조별로 준 숙제에요."
"숙제야?"
울상을 지으며 말 해봤자, 넌 벌써 어느 조에도 속해있지 않아서 망했네요. 방법 없으십니다.
"그리고 이게 발표가 전에 했던 발표랑 이어져 오는거라가지고 조금 알아듣기 힘드실거에요."
"나 어떡해? 태수야 나랑 조 하면 안돼?"
"교수님이 조 벌써 다 나눠주셨어요…."
또 기생충 짓을 하려고 한다….
이미 1학년때 잔뜩 당했기에 여기에서 같은 조가 되면 어떻게 될지 잘 안다. 매일같이 수업에 안 나오고, 전화도 안받고 어느날 갑자기 밤 12시 반에 전화해서는 '우리 숙제 어떡해?' 콤보.
그래놓고 왜 안나오냐고, 뭐하느라 바쁘냐고 물어보면 교회간다, 하느님이 부르신다, 수련회 있다. 너도 와라 콤보….
딱히 기독교를 싫어하는건 아니고 오히려 올바르게 믿으면 신앙만큼 기대기 좋은것도 없다고 생각하는 쪽이지만, 이런 사람은 정말 싫다.
신을 믿는건지, 아니면 교회라는 이름의 사랑방을 다니는 건지….
"아…나 어떡해…?"
"있다가 수업 끝나고 교수님한테 여쭤보세요. 교수님 착해요."
제발 나한테 좀 기대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기대서 뭔가 대가가 있으면 몰라, 이 놈들은 맨날 이래놓고 도망가고, 일이 끝나면 고마워 한마디로 끝난다.
그것뿐이면 모를까. 내가 혼자 과제를 다 하고 있으면 나더러 과제가 이상하다고 트집까지 잡는다.
차라리 나 혼자 다 하고말지….
평소처럼 속으로 식히며 겉으로는 웃으며 말하고 있자 갑자기 여자로 변하는 것에 대한 일이 생각났다.
여자로 변해서 교회에 가가지고 잔뜩 패주면 어떨까…?
…실제로 저지른다 해도 내가 범인이라는 것을 들킬 것 같지가 않았다.
나 자신이 두 사람이 된다는건 상당한 자유도가 보장된다….
여자로 변한 내 근력 또한 조금 확인해봤는데 남자일 때와 큰 차이가 없었다.
내가 힘이 없는걸까, 아니면 여자가 된 내가 힘이 좋은걸까….
어찌되었든 힘 자체는 보통 여자보다 좋을것이라고 생각된다.
체격이 좀 있어서 그런가?
아니면 여자로 변한 내 몸이 정말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것 처럼 균형이 잡혀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남자일 때와는 달리 군살도 딱히 보이질 않는 몸매니까….
상당히 박음직스럽다고 해야하나. 내가 내 몸을 보는거지만 역시 여자의 몸이다 보니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게 되는데 보기만 해도 임신시켜버리고 싶어지는 몸매였다.
취향을 탈 수도 있지만, 엉덩이만 봐도 바로 주물러 버리고 싶은 볼륨감이….
확실히 한국인이라고 보기는 좀 힘들지도.
한국말을 할 수 있으니 머리색이나 눈 색 같은걸 잘 봐주면 한국인 같기도 한 외모지만. 서양적이기도 하면서 그렇다고 꼭 서양인 같지도 않은게….
머릿속에서 떠올려 보면 확실히 조금 특이한 매력이 있다고 느껴진다.
사실 좀 꼴린다.
…여자로 변해서 자위하는 영상을 찍은 뒤 남자일 때에 그걸 반찬으로 자위를 할정도는 된다.
나 자신을 보고 자위한다니….
역시 난 너무 아름다워….
…나르시즘이 심각하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수업이 끝났다.
내 뒤에 앉아있던 그 한국인 유학생은, 수업이 끝나기 전에 교실에서 나갔다.
그리고 내 핸드폰으로 '끝나면 가방좀 가져와 줘' 라는 문자를 날렸다.
…내가 네 부하냐? 하고 불만을 가지면서도 순순히 가져다 주는 내가 조금 싫다….
이걸 착하다고 해야하는걸까 호구라고 해야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