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6화 〉복수의 시간(11)
장난감 1호는 애초에 단기전을 벌일 생각이 없었던 것이었다.
현재 한영그룹 오너 일가가 단번에 모두 실종된 상태, 이런 상황이 며칠간 지속된다면 사람들은 관심을 가질 것이고 몇 주 혹은 몇 달 이내에 사람들이 자신을 찾아낼 거라는 희망 하나로 장난감 1호는 버티고 있었던 것이었다.
‘뭐 아니면 회사 사람들이나, 경호원이나,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나... 누군가가 자신을 찾아줄 거라는 막연한 믿음 하나로 버틴 거네.’
그래도 이 일을 계기로 이런 막연한 기다림을 이어나가며 계속해서 태연한 표정으로 내 자지를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의 멘탈을 지닌 장난감 1호를 나는 높게 평가했다.
‘육변기 중에서도 플레어를 제외하면 지능캐가 딱히 많지는 않단 말이야. 지능 전문캐도 조금은 필요하니까.’
꽤나 합리적인 계획이었지만 이를 실제로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이세상에 얼마나 되겠는가?
펠라치오조차 제대로 할 줄 몰라 어쩔 줄 몰라하던 미숙한 그녀로부터 의외의 면모를 발견한 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그녀의 기대를 산산조각 내주었다.
“아까 이시연이 가져다준 신문이야. 거기 1페이지에 대문짝하게 걸린 기사 보이지?”
이래뵈도 이시연은 세계 랭킹 1위에 달하는 헌터, 그녀한테는 언론을 충분히 마음대로 주무를 정도의 힘이 있었다.
내가 건네준 신문을 받은 장난감 1호가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믿을 수 없다는 듯 눈물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런... 어쩌나. 이미 한영그룹 일가가 의문의 괴한한테 전부 사망한 걸로 되어 있는데... 공식적으로는 한채린의 결혼식 현장에서 모두 죽은 걸로 처리해놨지.”
눈물을 펑펑 쏟아내던 장난감 1호가 이내 두려움으로 파르르 떨리는 두 눈을 힘겹게 들어올려 나를 바라보았다.
“걱정하지 마. 너를 죽일 생각은 없으니까.”
내 말에 장난감 1호가 안도의 한숨을 남몰래 내쉬며 차분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물론... 아직은이지만 말이야.”
내 말이 끝나자마자 팽팽한 긴장감이 우리 사이를 맴돌기 시작했다. 기나긴 정적을 깬 것은 장난감 1호였다.
“어... 어떻게 하면 될까요? 저는살고 싶어요. 어떻게든 살아남을 거예요.”
결연한 의지를 다진 장난감 1호는 꽤나 좋은 눈빛을 하고 있었다.
‘체념할 줄 알았는데... 정말 생존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여자네.’
이건 꽤나 골치 아픈 문제였다. 내 육변기가 되어서도 그런 글러먹은 마인드를 가지고 있을 수는 없으니 내가 직접 자지로 그녀의 몸에 새겨놓아야 했다.
‘나를, 아니 내 자지를 위해서라면 목숨도 바칠 수 있을 정도로 내게 모든 것을 건 그런 육변기로 만들어줘야지.’
장난감 1호는 생각보다 쉽지 않은 여자였다. 그녀의 선택지가 내 육변기가 되는 것 외에는 이제 정말 아무런 방법도 남아 있지 않았음에도 내 눈앞에 그녀가 육변기로 등록되었다는 메시지가 뜨지 않는다는 것이 그 증거였다.
‘아직도... 완전히 내 육변기로 살아갈 것을 다짐한 상태가 아니란 뜻이지.’
예로부터 반항이나 반란같은 것들을 진압하는 데에는 제일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이 있었으니,
찰싹-
이는 바로 폭력, 아니 ‘맴매’였다.
나는 장난감 1호를내 무릎 위에 눕히고는 그녀의 엉덩이를 때려가며 육변기가 되기 위한 주입식 교육을 시작했다.
“자, 따라해봐. ‘저는 나현수님을 위해서라면 목숨도 바칠 수 있습니다.‘”
장난감1호가 마치 이게 무슨 장난이냐는 듯 나를 반항적인 눈매로 쳐다보았고-
찰싹-
나는 그런 장난감 1호의 엉덩이를 때려 그녀를 교육하기 시작했다.
찰싹-
장난감 1호가 내가 원하는 대답을 내뱉을 때까지 나는 그녀의 엉덩이가 시뻘게졌음에도 계속해서 그녀의 엉덩이를 강하게 내리쳤다.
“으허헝... 으어엉... 잘못... 잘못했-”
내가 원하는 대답이 아니었다.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장난감 1호의 시뻘건 엉덩이를 내리쳤다.
찰싹-
“저는 나현수님을 위해서라면 목숨도-”
찰싹-
내가 장난감 1호의 엉덩이를 내리치자 그녀는 이 상황이 이해가 안된다는 듯 억울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아, 계속해. 그냥 엉덩이가 손맛이 꽤 좋아서 한 번 더 때리고 싶었어.”
내 말에 장난감 1호가 죽일 듯이 나를 노려보았다.
’아직 교육이 끝나려면 멀었군... 이렇게까지 시간을 들일만한 가치가 있는 년인가?‘
만약... 만약 장난감 1호의 가치보다 내가 들이는 시간과 노력이 더 많이 들어가는 임계점을 넘어간다면...
’그때는 그냥 가차없이 죽여버려야겠어.‘
어차피 세상은 넓고 보지는 많았다. 그 수많은 보지들 중 장난감 1호 수준의 보지는 아마 널리고 널렸을 것이다.
’섹스를 배우는 게 조금 빠르다고 오냐오냐해줄 정도까지는 아니지.‘
냉철하게 장난감 1호의 가치를 결정지은 나는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오한을 느끼며 식은땀을 뻘뻘 흘리던 장난감 1호는 어째선지 그 순간 이후로 내게 순종적인 태도를 보이며 내 말에 고분고분 따라주었다.
’진짜 생존본능 하나는 대단하다... 내가 죽여버릴 생각을 조금만 해도 아주 그냥 순한 양이 되버리네...‘
장난감 1호의 뛰어난 육감이 그녀를 순순히 내 교육에 따르도록 만들어서 그런지 그녀는 매우 빠른 속도로 내 육변기 기본 소양 교육의 내용을 스펀지처럼 쑥쑥 빨아들였다.
’얘는 아무래도... 지능캐에다가 겁이 많은 년이니까 그냥 하녀장? 메이드장? 뭐 그런 관리직이나 대충 하나 맡겨서 잡일을 떠맡겨야겠네.‘
그런 결심을 한지도 오래 가지 않아 나는 슬슬 빡치려고 하고 있었다.
’이 정도 했으면 이제 육변기 등록창이 떠야 되는거 아니냐? 설마 지금 엉덩이 맞으면서 저렇게 부르르 떠는 게 다 연기일리도 없고...‘
이제 슬슬 장난감 1호만 육변기로 만들고 나면 다음 계획으로 넘어갈 수 있을텐데... 어째선지 장난감 1호가 육변기로 등록되었다는 메시지는 계속해서 내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야, 장난감 1호.”
이름을 물을까 고민도 했지만 어차피 외우는 것도 귀찮았고... 하여튼 그래서 나는 그녀를 장난감 1호라는 명칭으로 당분간은 계속 부르기로 했다.
“네...?”
장난감 1호가 내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사실 나는 말야... 헌터야. 내 능력은 내 사람들의 충성도를 확인할 수 있는 그런 편리한 능력이지.”
세상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법이었기에 나는 일부러 장난감 1호한테 내 진정한 능력을 숨긴 채로 설명을 이어나갔다.
“다른장난감들은 이제 어느 정도 내게 진심으로 충성을 하고 있는데 너는 어째선지 충성도가 계속 애매하네?”
장난감 1호가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연신 고개를 저었다.
“그... 그럴 리가요! 저는 정말 나현수님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습니다!”
뭔가 수상했다. 인간은 폭력에 굴하는 법이었다. 진심으로는 굴하지 않고 굴하는 척만 하다가 나중에 복수? 그런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폭력은 인간의 원초적인 공포를 이끌어내니까.‘
그래서 폭력의 위협에도 맞서 싸운 이들을 우리는 위인이라 칭하며 존경을 표하는 것이다. 그만큼 쉽지 않은 일이었으니까.
’뭐든지라... 정말 뭐든지 할 수 있을까? 엉덩이 몇 대 얻어맞았다고? 그래, 전에 레이첼을 처음 NTL할 때도 그렇고 나보다 소중한 무언가가 있으면 능력이 성립되지 않았었지.‘
지금 내가 행사한 폭력이라고는 그저 궁디팡팡 몇 번, 중간에 장난감 1호가 엉덩이를 맞으며 칠칠맞게 애액을 질질 흘려대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궁디팡팡만으로는 그녀가 진심으로 내게 굴복하기에 부족한 것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흠... 그럼 뭘로 바꾸지? 클리토리스에 딱콩이나 놔볼까? 유두를 꼬집어 봐? 아니면... 아예목을 졸라 버릴까? 육변기가 되면 풀어주고 안되면...‘
온갖 재미있는 아이디어들이 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나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장난감 1호를 쳐다보았다.
’육체적인 피해보다는 한 번 정신적인 피해를 노려보자고.‘
나는 잠시 밖으로 나가 이시연한테 칼을 한 자루 건네달라고 부탁했다.
이윽고 칼 한 자루를 비스듬히 맨 채 방으로 다시 들어온 나는 툭하고 칼을 장난감 1호의 앞에 던져주었다.
채앵-
검날이 바닥과 맞다으며 챙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천장에 걸려 있는 빛을 반사해 눈을부시게 만들었다.
“저걸로 네 남편을 죽여봐. 네가 뭐든지 할 수 있다면서.”
장난감 1호가 내 말에 다리를 후들거리더니 이내 풀썩하고 바닥에 주저앉아버렸다.
장난감 1호의 눈에서는 눈물이 뚝뚝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왜? 못하겠어? 네가 한 말도 똑바로 못 지키다니, 정말 실망이야.”
나는 짐짓 실망한 척 얼굴을 찌푸리며 가볍게 발걸음을 옮겨 바닥에 떨어진 검을 주웠다.
푸슉-
장난감 1호가 반응할 틈도 없이 나는 곧장 그녀의 남편의 심장을 향해 검을 찔러넣었다.
“꺄아아아아악! 꺄아아아아아!”
장난감 1호가 마치 미친년처럼 절규를 울부짖으며 붉게 충혈된 두 눈으로 나를 째려보았다.
경악으로 가득찬 장난감 1호의 우스꽝스러운 표정이 그녀의 심정을 대변해주고 있었다.
“이게 뭐가 어렵다고. 그냥 푹하고 찍하면 끝인데. 아 참, 네 조루 남편도 자지를 보지에다가 푹 한번 박으면 찍 싸곤 했었다고 했나?”
나는 섹드립을통해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풀어보려고 시도해 보았으나 장난감 1호가 여전히 바닥에 주저앉아 울부짖는 모습을 보아하니 성공적이지는 않았던 것 같다.
“쩝... 나는 그냥 네가 못 죽이길래 대신 깔끔하게 보내준 것뿐인데...”
양심이 이미 없어진지 오래인 나는 입맛을 다시며 펑펑 울어대는 장난감 1호를 머쓱한 표정으로 내려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