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5화 〉복수의 시간(10)
“당신은 마신이에요. 정확히 말하자면 미래에서 모든 걸 포기하고 과거로 회귀한 마신이죠. 심지어 기억조차도... 당신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거예요.”
한채린은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어리둥절한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이 세상에는 인과율이라는 게 있어요. 세상에 미치는 영향이 큰 존재일수록 세상에 영향을 미칠 때마다 더 큰 대가를 치루게 되죠.”
인과율이 없었다면 진작에 이 세상은 개판이 되었을 것이다. 한 세계를 아무렇게나 파괴할 수 있는 자들이 단순히 유흥을 위해서 한참 전에 부서버렸을 테니까.
인과율은 이러한 무분별한 파괴 행위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세계가 스스로 만들어낸 방어기제같은 시스템이었다.
“저 같은 평범한 드래곤조차 아빠를 만나기 위해 과거로 회귀할 때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했어요. 뭔지 자세히 말씀드리기에는 사적인 영역이라 곤란하지만... 아무래도 당신은 과거로 회귀하기 위해 모든 기억을 대가로 바쳐야 했을 거예요.”
무력, 재물, 그런 것이 아니라 기억? 한채린은 내 예상에 의문 어린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회귀는 세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행위, 세계는 이에 대한 대가로 저희가 지닌 가장 소중한 것을 뺏어가요. 당신한테는 그게 기억이었던 것이 분명해요.”
확실히... 한채린이 기억을 잃고 회귀한 마신이라면 지금의 상황을 설명할 수 있었다.
내 말을 골똘히 검토해보던 한채린이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내 말을 납득했다.
“그런데? 내가 마신이면 뭐가 어때서?”
하아, 한채린은 아직도 지금 이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었다.
“그도 그럴게... 마신은 아빠의 주적이라고요?”
내 말에 한채린이 아차하는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연신 주억거렸다.
“그럼 회귀한 나는 미래의 내 힘을 온전히 가진 채 회귀한 거니까 현재의 나를 이길 수 있지 않을까?”
꽤나 그럴 듯한 생각이었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고개를절레절레 흔들 수밖에 없었다.
“회귀에는 한 가지 절대적인 법칙이 있어요. 흔히 알려진 도플갱어의 역설 때문에 원래는 회귀 자체를 세계에서 막았었는데... 어째선지 지금은 회귀 자체는 가능하지만 과거의 자신에게는 어떠한 직접적인 영향도 미칠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한채린이 내 말을 듣더니 이를 바드득 갈았다. 아무래도 자신이 아빠한테 도움이 될 수 없다는 사실에 분개하고 있는 듯했다.
“그런데 그것보다 중요한 건... 당신이 왜 회귀했는지, 그리고 어째서 아빠 옆에 붙어있는지, 그걸 모르는 이상 저는 당신을 절대로 신뢰할 수 없어요.”
내 말에 한채린의 표정이 일그러졌지만 그래도 나는 소신껏 말을 이어나갔다.
“지금 아빠는 마신을 대적하기 위해 온갖 여자들을 육변기로 만들며 힘을 기르고 있어요. 당신이 여기에 머무는 건 적의 수장이 본진에 쳐들어온 꼴이라고요.”
내 말을 어느 정도 이해한 한채린이 여전히 언짢다는 듯 이맛살을 살짝 찌푸리며 계속해서 내 말을 들어주었다.
“당신이 어떤 이유로 과거로 회귀했든 간에 당신이 우리한테 무해하다는 사실을 증명하지 못하면 저는 당신을 적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고요.”
내 말에 한채린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는 현수한테 내 보지도 마음껏 따먹게 해주는데... 그 정도면 무해한 거 아니야? 오히려 나는 섹스할 때마다 현수의 거대한 자지한테 공격받는 입장이라고. 섹스할 때마다 내가 현수한테 지는데도 내가 그렇게 큰 위협인가?”
그 말을 들은 나는 순간 말도 안되는 좆논리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나도... 나도 아빠의 자지한테 쑤컹쑤컹 공격당하면서 패배 임신 섹스가 하고싶어져버렷!’
쓸데없는 망상을 고개를 가볍게 털어버림으로써 날려버린 나는 애써 헛기침을 하며 다시금 본론으로 돌아갔다.
“그... 섹스에서 졌다고 무력을 이용한 싸움에서 지는 건 아니잖아요? 당신의 규격 외의 무력은 우리한테는 통제되지 않는 변수나 다름 없다고요!”
이 정도면 알아들었겠지. 나는 애써 힐끔거리며 한채린의 반응을 살폈다.
‘말은 이렇게 해도... 사실 한채린씨가 여기서 나를 죽여버리려고 한다면 나는 반항조차 못하고 손쉽게 당해버리겠지...’
그 명백한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나로서는 그저 침을 꿀꺽 삼키며 한채린이 부디 나의 적이 아니기를 하늘에 기도하는 수밖에 없었다.
“왜 내 무력이 통제되지 않는 변수지? 나는 의외로 밤에도 고분고분한 편이라 나현수가 뭘 요구하면 금방금방 들어준다고. 나현수가 내 무력으로 대한민국을 지도 상에서 깔끔하게 지워달라고 요구한다면 나는 그 요구를 흔쾌히 허락할 거야.”
한채린은 어딘가 심하게 망가져 있었다. 그녀의 잔혹한 본성이 드러나자 나는 다시금 그녀가 마신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검붉은 아우라가 한채린의 전신을 감싸며 불길한 기운을 내뿜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내 무력은... 나현수의 명령에만 움직이는 통제가 아주 잘 되는 변수라고.”
마음 같아서는 여러모로 반박을 해주고 싶었지만 더 이상 한채린의 말에 딴지를 걸었다가는 죽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원초적인 공포가 나를 뒤덮어버렸다.
나는 창백한 얼굴로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식은땀을 뻘뻘 흘리고는 이내 딸꾹질을 하기 시작했다.
“아, 이런. 내가 흥분했나 보네. 마신의 힘인지 뭔지... 아직 확실하게는 모르겠지만 얘가 내 의지를 아주 잘 따른단 말이야. 아까 무심코 너가 짜증난다고 살짝 생각해버렸더니 얘가 마음대로 날뛰네...”
한채린이 애써 손을 뻗어 자신의 검붉은 힘을 회수하며 나를 향해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나도 모르겠다.’
한채린의 처우를 전적으로 아빠한테 맡기기로 한 나는 곧장 자리에서 벗어났다.
나는 몰랐다, 한채린이 그런 내 뒷모습을 어떤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는지를...
*
철퍽- 철퍽-
시간이 꽤나 흘렀다. 아니 꽤나 흐른 수준이 아니었다.
‘정확히는 3일이 흘렀지.’
중간에 유설아가 들러 지하실의 상태를 확인하고는 혀를 내두를 정도로 이 방안의 모든 사람들의 꼬라지는 가관이었다.
‘뭐, 그래도 설아가 물이랑 음식 조금을 가져다 줘서 아직 살아는 있지만 말이야...’
조건우를 제외하고는 아직 이 방에서 죽은 사람은 없었다. 물론아직까지는...
‘다른 새끼들은 다 죽일건데...장난감 3호의 남편이 조금 고민되네. 사내 새끼를 살려주는 취향은 없지만 확실히 남편이 보고 있으니까 장난감 3호가 훨씬더 섹스에 집중하게 되는 효과가 있어.’
나는 장난감 3호의 남편에 대한 처우를 고민하며 연신 장난감 1호의 보지 속에 자지를 쑤셔박았다.
‘3일 동안 단1초도 쉬지 않고 계속해서 내 자지를 쑤셔박았지.’
장난감 1호가 물을 마실때도, 밥을 먹을때도, 잠을 잘때도, 나는 계속해서 그녀의 보지를 따먹었다.
‘이제 슬슬 육변기로 등록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한유현 그 새끼도 조지러 가야 돼서 시간이 넉넉하지는 않단 말이지.’
만약 오늘이 끝나기 전까지 장난감 1호가 내 섹스 스킬을 견딘다면 나는 가차없이 그녀를포기할 생각이었다.
‘물론 내가 포기한다는 뜻은... 죽여버린다는 뜻이지만.’
어차피 내가 쓰지 못할 훌륭한 보지는 이 세상에 존재할 필요가 없었다. 가질 수 없는 보지는 부서버리라는 명언(?)도 있지 않던가.
‘여태 장난감 1호가 민감하게 반응을 보인 사항들... 자기 남편에 관한 내용이나 자신의 생존에 직결된 내용들이었지.’
나는 장난감 1호를 조금 더 효율적으로 공략하기 위해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애초에 한 이틀 정도 계속 박아주면 알아서 앙앙거릴 줄 알았던 년이 제법 버티고 지랄이네.’
짜증이 난 나는 순간 손을 살며시 움직여 장난감 1호의 목을 조르는 시늉을 해보았다.
“...!!”
여태 내 자지한테 미친 듯이 박히면서도 일절 반응을 보이지 않던 장난감 1호가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는 자신의 팔을 움직여 내 손을 쳐내버렸다.
‘오호라...?’
장난감 1호의 생존욕구는 아무래도 보통이 아닌 것 같았다. 그냥 화풀이로 장난감 1호의목이나 살짝 졸라 보지나 조여보려던 나는 뜻밖의 수확에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이봐, 네가 이렇게 비협조적으로 나오면 나는 그냥 너를-”
내가 말을 중간에 멈춰버리자 장난감 1호가 의아함이 가득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스윽-
나는 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는 목을 긋는 시늉을 해 장난감 1호한테 겁을 주었다.
꽤나 효과적이었는지 장난감 1호의 보지가 두려움에 벌벌 떨면서 애액을 질질 싸기 시작했다.
“죽여버린다니까 보지를 조이는 천박한 년이 다있네.”
내 말에 장난감 1호가 수치스러운 듯 두 뺨을 붉혔지만 그래도 아직 죽기는 싫은지 내게 대들 생각은 없어 보였다.
“뭘까? 널 버티게 하는 원동력이?”
장난감 1호의 두 눈이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내 질문이 꽤나 그녀의 마음을 흔들어놓았다는 매우 중요한 증거였다.
“기다리면 이 상황이 나아질 수가 있나? 네가 뭘 바라는지는 몰라도 이대로라면 그냥 네가 내 아기를 임신하는 편이 빠를 것 같은데?”
내 비아냥거림에 장난감 1호가 내 시선을 급히 회피했다. 나는 그녀가 뭔가를 숨기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음을 확신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유일한 타개책은 외부의 도움. 그런데 여기서는 외부와 단절된 공간이니 도움을 청하거나 그랬을 수는 없고...”
나는 재빠르게 머리를 굴려 장난감 1호의 의도를 간파하고자 끊임없이 사고하기 시작했다.
“아하, 설마 했더니... 그런 거였구나?”
내 비릿한 미소에 장난감 1호의 표정이 하얗게 질려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