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6화 〉복수의 시간(1)
격렬한 섹스 끝에 주서현은 결국 내 육변기가 되었다. 꽤나 오랜 시간 공을 들여 그녀를 따먹은 결과 그녀는 결국몸도 마음도 전부 내게 바쳐버렸다.
중간에 천소하가 깨어나서 그녀도 상대해 줘야 했다는 점이 고역이었지만... 어쨌든 천하제일성교대회는 그 뒷풀이(?)까지 깔끔하게 마무리되었다.
“깔끔하게 다 해결이 됐네.”
나는 찌뿌둥한 몸을 기지개를 통해 풀어주며 상쾌한 바람을 즐겼다.
“이제 슬슬 지구로 돌아가야지.”
이미 며칠 전부터 엘레노어한테 다시 지구로 돌아갈마법진을 준비해 놓으라고 시켰었기에 나와 내 육변기들은 곧바로 지구로 돌아갈 수 있었다.
“아빠!”
지구로 돌아가자마자 신시아가 도도도 달려와 내 품에 쏙 안겼다. 마치 오랜만에 집에 들어온 기러기 아빠가 된 것만 같은 기묘한 기분에 나는 신시아의 조그만 몸을 살포시 껴안아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내 손길이 꽤나 기분이 좋았는지 신시아는 고로롱거리며 자신의 머리를 내 손에 비벼댔다. 그리고는 살며시 손을 내려 내 자지를...
“야! 난 근친 같은 건 안 한다니까!”
하마터면 이 요망한 드래곤 꼬맹이한테 당할 뻔했다. 나는 신시아한테 꽤나 강하게 꿀밤을 한 대 쥐여 먹여주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집 안으로 들어갔다.
“왔어?”
들어가자마자 내 눈에 보인 것은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한채린의 모습이었다. 어딘가 약간 섬뜩한 미소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나는 애써 내 본능이 주는 경고를 무시한 채 화사한 미소로 화답해주었다.
“이시연은?”
나는 한채린과 이시연을 지구에 두고 아스트리아로 넘어갔었다. 그렇다면 이시연도 집안에 한채린과 함께 있어야 할 터였는데 그녀의 모습은 어째선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아, 조건우 그 새끼를 번갈아 가면서 감시하고있었어. 일단 그 새끼랑 그 새끼 가족들을 붙잡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았는데 그래도 꼴에 헌터라고 계속 무력으로 탈출하려고 별 지랄을 다 하더라고.”
한채린의 무덤덤한 말투에 나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무감정한 그녀의 서늘한 표정에 내 심장이 얼어붙는 것만 같았다.
‘왜 이렇게 무서운 거지? 뭐 어쨌든 나한테 저런 태도로대하는 건 아니니까. 다행이라고 생각해야겠지.’
나느 침을 꿀꺽 삼키며 한채린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지금 바로 보러 갈까?”
내 말에 한채린이 내 뒤에 졸졸 따라오고 있는 육변기들을 턱짓으로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나는 저쪽에 있는 애들이랑 얘기하고 있을 테니까 너 혼자 알아서 다녀와, 일단조건우랑 그 새끼가족들은 청룡 길드 지하에 다 묶어놓은 상태긴 한데 네가 원한다면 다른 곳으로 옮겨서 처리할 수도 있기는 해. 그리고 네가 거기 도착하면 시연이는 이쪽으로 보내줘, 여자들끼리 한 번 대면식을 치러야 하거든.”
지금 그런 표정으로는... 대면식은커녕 송장 하나 치울 기센데...
S급 나부랭이밖에 안 되는 연약한 나는 슬프게도 입을 꾹 닫은 채로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근데 청룡 길드...? 왜 하필 거기다가 묶어놓은 거야?”
한채린이 씨익 웃으면서 대답해 주었다.
“조건우의 가족들을 한 군데로 불러모으기가 쉽지는 않잖아? 가문의 경사나 아니면 누구 제삿날이 아닌 이상에야 그 바쁜 인간들이 제대로 모일 리가 없으니... 네가 아스트리아에 가 있는 동안 결혼식을 핑계로 한 자리에 모두 불러모았어. 청룡 길드 맨 위층에 아주 화려한 파티장이 있어서 그곳에서 진행하기로 했지.”
한채린의 대답에 나는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결혼식? 그런데 그렇게 했으면 다른 하객들도 많이 있거나 그랬을 거 아니야. 설마 전부 다 무력으로 제압한 거야?”
만약 그런 것이라면... 뭔가 점점 일이 더 꼬여가는 느낌을 받은 나는 살짝 이맛살을 찌푸렸다.
“아니. 가족들만 모여서 간소하게 결혼식을 치루는 것이 내 소원이었다고 하니까 쉽게 수긍해 주러다고. 무슨 미니멀리즘인가 뭔가 하면서 요즘 핫하잖아.”
미니멀리즘이니 뭐니 하는 소리는 하나도 이해하지 못했지만 어쨌든 한채린이 깔끔하게 일을 처리한 것 같아 보였기에 나는 그제야 완전히 안심할 수 있었다.
“그... 너희 아빠는...? 너한테는 유일하게 남은 가족이잖아.”
나는 슬쩍 한채린을 떠보았다. 그녀가 자신의 아버지인 한유현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알아야 할 필요성이 있었기에 나는 조심스레 눈을 힐끔거리며 애써 태연한 척 그녀한테 물어보았다.
“대충 조건우가 쓰레기여서 족치려고 잡았다고설명했지. 내 과격한 모습을 처음 봐서 그런지 약간 충격을 먹은 것 같아 보이기는 했지만 별로 감흥은 없었어. 그야 내 아빠가 네 부모님한테 어떤 몹쓸 짓을 한 인간인지 전부 알고 있는 걸.”
한채린의 목소리에는 진심이 담겨져 있었다. 그녀의 미안함을 느낀 나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래. 이제 가봐.”
할 말을 모두 마친 한채린이 자연스레 내 육변기들과 합류하는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던 나는 이내 청룡 길드의 건물로 향했다.
*
“조건우, 저번에 감히 내 앞에서 한채린의 입술을 더럽혔단 말이지? 넌 뒤졌다고 복창해라.”
청룡 길드의 본사에 거의 다 도착한 나는 지금 묘한 흥분을 느끼고 있었다. 증오하던 녀석한테 직접 한채린을 잠시나마 빼앗긴 것에 대한 복수를 할 수 있다는 쾌감, 그리고...
‘한유현, 그 양반한테도 복수를 해야 되고 말이지.’
한채린한테 직접적으로 말한 적은 없었지만 나는 내 부모님을 버리고 도망친 한유현 그 새끼를 절대 용서할 생각이 없었다.
‘얼굴조차기억나지는 않지만... 그래도 날 낳아준 사람들인데 복수는 해주는 게 도리겠지.’
분명 나같은 완벽한 자식을 낳을 정도면 내 부모님은 아무래도 엄청 성격이 좋고 외모도 아름다우신 훌륭한 분들이었을 것이었다.
‘아직은... 그래도 아직은 아니야. S급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더 위에 있는 힘이 필요해. 압도적인 힘.’
원수는 육변기들의 도움없이 내 스스로 갚을 생각이었다. 나는 애써 치솟아오르는 분노를 잠재우며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
[청룡 길드]
아주 큰 현판이 걸려있는 서울 한복판의 빌딩. 그 빌딩 주위로는 두 마리의 용이 빙 둘러가며 빌딩을 감싸고 있었다.
‘일단 한 번 시험 정도만 해볼까?’
과연 대한민국 최고의 길드인 청룡 길드의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나는 씨익 미소를 지으며 곧바로 아이리스가 알려준 마법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인비저빌리티(Invisibility).’
내 몸이 투명하게 변해버렸다. 순식간에 투명 인간이 된 나는 곧장 청룡 길드의문을 당당히 열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갑자기 아무도 없는데 문이 열리자 마치 경계심 많은 고양이처럼 경계하며 문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경비요원들은 이내 나를 발견하지 못한 채 고개를 갸웃거리며 자신의 원래 위치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길드의 경비란 것들이 4서클 마법 하나 못 알아채는 건 조금 덜 떨어져 보이네.’
애초에 지구는 마나가 희박해 마법이 거의 발전하지 않은 세상, 이 세상에서 인비저빌리티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인간은 오직 나뿐이었으니 경비원들이 모르는 것도 당연했지만 나는 그저 이를 청룡 길드의 무능함으로 생각하기로 한 나는 혀를 쯧쯧 차며순식간에 엘리베이터까지 이동했다.
“...? 엘리베이터 버튼이 원래 눌러져 있었나?”
눈썰미가 좋은 경비원 한 명이 내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른 것을 얼추 눈치챈 것 같았다. 내가 그 광경을 보며 당황해 하고 있는 사이 1층에 도착한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다.
경비원이 눈살을 찌푸리며 엘리베이터로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고 나는 곧장 엘리베이터의 문틈 사이로 내 몸을 던졌다.
쿵-
내 몸이 엘리베이터 안에 떨어지는 소리가 나자 경비원이 빠른 걸음으로 엘리베이터 앞에 다가와 그 내부를 면밀히 살피기 시작했다.
아슬아슬하게 경비원의 손길을 모두 피한 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잘못 들었나? 뭔가 이상하긴 한데...”
경비원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계속해서 혼잣말을 쏟아냈다.
‘더 이상은 들어주기 귀찮은데...’
퍽-
나는 경비원을 기절시키고 곧장 엘리베이터 버튼을 조작해 한채린이 알려준 지하 2층으로 향했다.
*
“어, 나현수. 왔어?”
꽤나 졸린 눈으로 하품을 하며 손을 들어 눈가를 비비고 있는 이시연이 해맑게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반겨주었다.
“응. 여기 조건우랑 그 새끼 가족들이 있다고 해서 바로 달려왔지.”
내 대답에 이시연이 자리에서 일어나 삼엄한 경비 시스템을 하나하나 해제해 주었다.
철통같은 경비를 뚫고 들어간 감옥 같은 방 안에는 사람들 스물 여 명 정도가 열심히 화를 내고 있었다.
“좋아. 이래야 참교육해줄 맛이 나지.”
반항을 포기한 채 이미 체념해 있는 상태면 어쩌나 했는데... 아무래도 복수가 꽤나 재미있어 질 것만 같았다.
씨익 웃은 나는 일전에 한채린을 만나기 위해 찾아간 헬스장에서 봤었던 그 가증스러운 얼굴의 남자를 향해 터벅터벅 걸어갔다.
“너... 너이 새끼! 너 때문에 한채린이 저렇게 빡 돌아서-”
퍼억-
나는그대로 조건우의 뺨을 후려쳤다. 조건우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자신의 얼얼해진 뺨을 어루만지며 두 눈을 부릅 뜨고는 나를 노려보았다.
“이... 이런 미친 새끼가! 너, 내가 누군지-”
아, 이 레퍼토리는 이제 하도 많이 들어서 지겨웠기에 나는 곧장 다시 그의 뺨을 후려쳐 주었다.
“씨발! 태어나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맞은 적이 없-”
조건우가 문장을 완성하기 전에 항상 나는 그의 뺨을 후려쳤고 그래도 덜떨어진 병신은 아니었는지 그냥 조건우는 내 눈치를 살피며 입을 꾹 다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