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7화 〉비틀린 시간 속의 무협 소설(27)
“감히 내 여자를 다치게 해놓고 육변기를 훔쳐가?”
모종의 약을 먹은 듯 완전히 의식을 잃어버린 성예설을 등에 업은 채로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성지훈의 모습을 보며 나는 이를 갈았다.
“넌 내 손으로 직접 죽인다.”
나는 분노 어린 눈길로 성지훈을 노려보며 허리춤에 차고 있던 검을 뽑았다.
챙- 챙-
S급 헌터인 내 무력은 화경의 경지의 무인인 성지훈의 무력과 엇비슷했다.
수차례 의미 없는공방이 이어지자 나는 점점 초조해져갔다. 무리해 가면서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나와 달리 성지훈은 꽤나 여유로워 보였다.
‘어쩔 수 없이... 레이첼의 클라인 검술을 이용한다.’
레이첼이 엘레노어를 상대할 당시 내보였던 엄청난 위력의 일격, 나는 이를 머릿속에 떠올리며 천천히 검을 들어올렸다.
‘클라인 검술 제2식, 스타버스트 블레이드(Starburst Blade).'
육변기 마스터의 능력으로 레이첼의 검술을 완벽하게 이해한 나는 아직 내가 도달하지 못한 지고한 경지의 일검을 강제로 내질렀다.
콰콰콰쾅-
방어에 실패한 성지훈의 몸 곳곳에 상처가 생겼다. 그와중에도 성지훈은 자신의 혈육을 보호하겠다는 듯 성예설을 감싸 그녀를 보호했다.
“이 씨발 새끼가! 감히 내 허락도 없이 예설이를 만져?”
기분이 좆같았다. 성지훈은 성예설을 보호하는 척하면서 은근슬쩍 그녀의 엉덩이를 만졌다. 물론 실수였겠지만 실수든 고의든 그딴 건 내게 중요치 않았다.
‘중요한 건 성지훈 저 새끼가 감히 예설이한테 손을 댔다는 거지.’
분노로 가득 찬 내가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키자 성지훈이 무심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아까 남궁세가에서 의도치 않게 신세진 것도 있고 하니 이번만큼은 살려주도록 하지. 다음부터는 내 눈앞에 띄지 마.”
성지훈의 저 기고만장한 모습을 나는 짓뭉개버리고 싶었다. 나는 오기로 바닥에 널부러져 있던 내 검을 집어 들고는 간신히 검끝을 성지훈을 향해 가리켰다.
“지랄... 예설이를 내놓을 때까지 넌 아무데도 못 가.”
성지훈이 그런 내 모습을 무시하며 나를 지나쳐가려던 찰나,
푸슉-
“...? 어... 어째서?”
내 검을 뺏어들은 성예설이 어느새 성지훈의 목에 검을 찔러 넣고 있었다.
“쯧, 당신 같은 버러지가 제 몸에 손을 대면 현수 공자님께서 싫어하십니다. 피가 이어져 있다고는 하나... 딱히 그딴 걸 중요하게 생각해 본 적은 없어서. 그리고 혈육한테 수상한 약을 먹여서 납치하는 당신이 혐오스럽습니다.”
성예설이 더러운 걸 만졌다는 듯 손을 툭툭 털어내며 내게 다시 검을 건네주었다.
얼떨떨한 표정으로 얼떨결에 검을 건네받은 나는 갑자기 정수리를 들이미는 성예설의 행동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저 남자의 더러운 손길이 닿은 곳들을 직접 깨끗하게 해주시면... 아까 저 남자의 손이 제 머리를 스쳐 버려서...”
우물쭈물 거리는 성예설의 두 뺨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몸을 배배 꼬며 내게 몸을 밀착해오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웬지 모를 위기감에 나도 모르게 손을 뻗어 자동적으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헤헤...”
이윽고 하나둘씩 내 육변기들에 현장에 도착했다. 그녀들은 짜게 식은 눈으로 성지훈의 시체를 바라보고는 이내 관심을 거두어 버렸다.
“왜... 왜들 그래?”
육변기들은 하나같이 부러움 가득한 눈으로 성예설을 쳐다보고 있었다. 수많은 부담스러운 눈빛들이 쏟아지는 와중에도 성예설은 그저 내 부드러운 손길을 즐기며 갸르릉거릴 뿐이었다.
*
“지훈아... 지훈아... 음...?”
잠꼬대를 하던 주서현이 병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정신을 차렸다.
“일어났네?”
주서현이 어색한 눈길로 성예설을 바라보며 필사적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성지훈, 아니 지훈이 오빠는...”
성예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내 그렁그렁 눈물을 머금은 눈으로 그녀가 울먹이며 입을 열었다.
“죽었어.”
주서현이 멍한 표정으로 성예설을 응시했다. 그런 주서현의 모습에 성예설은 눈물을 흘리며 다시금 말을 꺼냈다.
“지훈이 오빠의 유언은... 너를 용서한다는 거였어... 그리고 너한테 미안하고 전해달라고... 너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성예설이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주서현은 성예설의 멱살을 잡고 흔들기 시작했다. 믿을 수 없다는 듯 주서현의 두 동공이 미친 듯이 흔들렸다.
“지랄하지 마! 지훈이가 왜 죽는데! 대체 왜!”
성예설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주서현의 두 눈동자에서는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대체 왜... 왜...”
주서현이 성예설의 품에 안겨 눈물을 쏟아냈다. 그런 그녀를 성예설은 꼭 껴안아주며 등을 토닥여주었다.
“설마... 나현수 그 새끼가 한 짓이야?”
주서현의 이글거리는 두 눈동자가 성예설을 응시했다. 그 매서운 눈빛에 침을 꿀꺽 삼킨 성예설은...
“아니야.”
고개를 저었다. 주서현은 그 말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듯 성예설의 두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지훈이 오빠를 죽인 건... 자신을 마신 카리스의 수하 중 한명이라고 소개한 괴물이었어. 사실 그 새끼는 나를 납치하러 왔던 건데 아무것도 모르는 지훈이 오빠가 나를 지키겠답시고...”
말을 마친 성예설은 마치 그때의 기억만 떠올리면 치가 떨린다는 듯 두려움에 온몸을 파르르떨며 주서현의 가슴팍에 자신의 얼굴을 묻어버렸다.
주서현은 그런 성예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아련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정말... 정말 지훈이가 나를 용서한다고 전해달라고 했어?”
주서현의 가슴 속에 얼굴을 묻은 채로 음흉한 미소를 남몰래 지은 성예설이 슬픈 어조로 대답했다.
“어... 지훈 오빠가 분명히 그렇게 말했어... 눈물을 흘리면서...”
성예설의 연기에 속아 넘어간 주서현이 손을 부르르 떨면서 애써 담담한 말투로 말을 꺼냈다.
“지훈이... 보러 가자.”
성예설이 고개를 끄덕이며 침대에서 비틀거리는 주서현을 부축해주었다.
*
“미안. 성지훈 쟤는 아무런 잘못도 없는데 괜히 나 때문에...”
성지훈을 죽인 것에 대해 약간의 진심을 담아 주서현한테 심심찮은 사과를 해보았지만 당연하게도 그녀는 내 말의 진의를 파악하지 못한 채 그저 고개를 천천히 주억거릴 뿐이었다.
“지훈 오빠! 흐어엉...”
성예설이 성지훈의 시체 앞에 엎드려 울음을 터뜨렸다.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주서현 역시 찔끔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성지훈... 나는 진심으로 너를 사랑했어. 솔직히 네가 없는 지금 나는 앞으로 행복하게 살아갈 자신이 없어.”
주서현이 두 눈을 찔끔 감았다. 자살이라도 하려는 것일까? 나는 화들짝 놀라 무의식적으로 그녀를 향해 달려갔다.
“나현수.”
내가 주서현한테 몸을 날리기 직전에 두 눈을 부릅뜬 그녀가 나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내가 성지훈을 죽인 것을 알아차리기라도 한 건가?’
나는 주서현의 싸늘한 눈빛에 침을 꿀꺽 삼키고는 그녀를 경계하기시작했다.
“마신이라는 새끼. 지금 어디 있지?”
주서현은 당장이라도 자신의 목숨을 바쳐 마신한테 복수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는 안 되지. 지금의 힘으로는 의미 없는 죽음일뿐더러 죽어버리면 내가 가지고 놀지도 못하잖아.’
허무하게 내 장난감을 잃을 수는 없었기에 나는 주서현을 살살 달래보았다.
“지금의 너로는 마신한테 가는 것조차 무리야. 네 지금의 무력으로는 마신 따까리 중 한명이었던 천소하도 이기기 힘들걸? 아, 물론 천소하가 내게 금제를 당하기 전의 수준을 말하는 거야.”
뭐, 천소하는 NTL 최적화로 인해 아직 약해진 상태였지만 천마로서 군림하던 시절의 그녀는 매우드높은 경지의 무인이었다.
‘마교제일검 주서현이 수십 번 비무를 청했음에도 단 한 번을 지지 않았다고 했지.’
공략 치트 스킬의 편리함을 이용한 나는 그렇게 주서현한테 냉혹한 현실을 가르쳐 주었다.
“거기다가 마신은 남궁서희도 함부로 덤비지 못하는 수준의 강자라고. 네게는 전혀 승산이 없어, 적어도 지금의 네게는 말이야.”
일부러 말꼬리를 흘리며 주서현한테 미미한 단서를 준 나는 눈을 힐끔거리며 그녀의 반응을 살폈다.
“지금은? 그럼 내가복수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라도 있어?”
아니나 다를까 주서현은 내 말에 눈을 빛내며 간절한 말투로 내게 물어보았다.
“있지. 확실한지는 몰라도 현재로서는 최선의 방법이. 애초에 나와내 육변기들의 최종 목표가 마신을 상대로 승리하는 거거든.”
나는 주서현한테 오른손을 내밀며 속으로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너도 우리와 함께하면 돼. 혼자서는 힘들지만 우리 모두가 함께한다면 승산이 조금이라도 올라가지 않겠어?”
마치 먹을 걸줄 테니 따라오라고 말하는 수상한 아저씨를 본 여자아이처럼 주서현은 흠칫 뒤로 물러나며 경계어린 시선으로 나를 주시했다.
“내가 너를 어떻게 믿고! 여자나 범하는 파렴치한 주제에!”
나는 씨익 마주 웃어주며 마치 천천히 주서현한테 다가갔다. 뒤로 슬금슬금 물러나던 주서현의 뒷걸음질이 어느새 벽에 의해 가로막혀버렸다.
“내 육변기들 중 대부분은 너보다 강한 여인들이야. 남궁서희, 천소하, 유설아, 이시연, 등등. 솔직히 나는 네가 필요 없어. 딱히 네가 마신한테 직접 복수를 하든 말든 상관도 없어.”
중요한 비밀을 말하듯 조용한 목소리로 주서현의 귓가에 읊조렸다.
“그런데 성예설이 너랑 이복자매가 된 도리로서 내게 간절히 부탁했기에 네게 이런권유를 건네는 것뿐이야.”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그녀한테서 한 발자국 물러났다. 주서현이 착잡한 표정으로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네가 아직 현실을 똑바로 보지 못하는 것 같으니까 내가 아주 재미있는 사실을 알려줄게.”
나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주서현의 가슴을 거세게 움켜쥐었다. 내 손짓에 쾌감을 느껴버린 주서현이 옅은 신음소리를 내뱉으며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
“솔직히 네 수준의 강자들은 널리고 널렸어. 네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장점은 그 수준의 강자들 중에서도...”
나는 천천히 손을 내려 주서현의 보지를 어루만졌다. 이윽고 그녀의 보지를 살짝 꼬집어주자 주서현은 순식간에 눈을 까뒤집더니 이내 조수를 내뿜으며 성대하게 가버렸다.
“꼴리는 몸을 가지고 있다는 것뿐이지.”
격렬하게 경련하고 있는 주서현의 보지를 툭툭 친 나는 그대로 발딱 선 내 자지를 꺼내 그녀의 보지 밑에 살살 비벼대기 시작했다.
“어떡할래? 어차피 이제 네게 남은 거라고는 네 꼴리는 몸뚱아리뿐이니까, 그 장점을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제일 효율적일지 잘 생각해서 결정하라고.”
결국 오랜 고민 끝에 결정을 내린 주서현이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