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6화 〉비틀린 시간 속의 무협 소설(26)
“네게 어렸을 때의 기억이 천마신교에서의 기억밖에 없는 것은 바로 주설현이 너와 네 아비를 강제로 납치해 갔는데 어릴 때 네가 엄마를 찾으면서 울자 결국 주설현이 갓난아기일 때의 네 기억을 강제로 지웠기 때문이다.”
성지훈의 표정은 처참했다. 그의 정신이 붕괴되어가는 모습을 보며 나는 알 수 없는 희열을 느꼈다.
“그 기억의 공백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육체의 나이는 네가 더 많음에도 불구하고 주서현이 네 누나가 된 거야. 정신적인 나이는 온전한 기억을 지니고 있는 주서현이 더 많았으니.”
성지훈이 자신의 머리를 움켜쥐었다. 아마 필사적으로 제거된 기억을 떠올려 보려고 노력하고 있는 듯했다.
“그리고 네 아비가 주설현한테 겁탈당해서 생긴 자식이 주서현이고, 성소현은 결국 주설현의 임신 소식을 듣고는 깔끔하게-”
나는 내 손을 들어 목을 긋는 시늉을 하면서 꼴까닥하는 소리를 내었다.
“자살한 거지.”
자신의 아버지가 주설현 때문에 자살했다는 진실을 듣게 된 성지훈의 두 눈동자가 이글거리는 분노로 불타올랐다. 안타깝게도 그 분노의 방향은 전혀 엉뚱한 곳을 향해 버렸다.
“지... 지훈아?”
순식간에 성지훈의 원망어린 시선을 받게 된 주서현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그를 마주했다.
“증... 증거도 없잖아! 설마 나현수 저 새끼 말을 믿어? 나를 믿어야지! 우린 평생을 함께 했잖아!”
나름 주서현의 발악에 설득이 됐는지 성지훈은 다시금 나를 의심어린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현수 공자님의 말이 맞을 거예요. 제 유모가 말씀해 주셨어요, 어렸을 때 어떤 나쁜 년이 내 아빠를 납치해 갔다고. 그것 때문에 내 엄마는... 엄마는... 으허엉...”
성예설의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기어코 눈물을 쏟아냈다. 그녀의 말에 신빙성을 얻은 주설현 개새끼설을 믿게 된 성지훈은 주서현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너무 그러지는 마. 쟤 애미가 잘못한 거지, 쟤한테 잘못이 있는 건 아니잖아.”
성지훈도 이 사실을 알고 있을 터였다. 그저 화풀이할 곳이 필요한 거겠지... 나는 느긋한 마음으로 세 명의 감정변화를 유심히 구경했다.
“맞아!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니잖아! 나는 지... 지훈이 널...”
주서현의 애절한 고백에도 불구하고 성지훈은 그저 자신의 친여동생으로 밝혀진 성예설만을 애틋한 눈길로 바라보고 있었다.
“나현수! 개새끼야! 네가 헛소리를 해대서-”
주서현의 갈 곳 잃은 분노가 나를 향하자 나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졌다.
“닥쳐. 애미를 잘못 둔 네 탓이라고. 괜히 나한테 지랄이야.”
아까까지만 해도 주서현을 나름 옹호해주던 나는 순식간에 말을 바꿨다. 쓰레기 같은 패드립이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꽤나 효과적이었다. 나는 주서현을 꾸짖으면서 그녀의 가슴을 거세게 움켜쥐었다.
‘원래 정치질은 이렇게 하는 거지. 이게 수 년간 미드 띠모를 하면서 정지를 먹지 않은 비결이라고.’
주서현이 성지훈의 도움을 바랬는지 가슴에서 느껴지는 고통을 애써 참아가며 애처로운 눈길로 그를 쳐다보았지만 성지훈은 주서현에게 짧은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신파극 작작 찍고, 일단 다들 그 자리에서 멈춰. 움직이면 걍 싹 다 죽여 버린다.”
내가 이런 과격한 말을 내뱉어 급격하게 분위기를 얼어 붙인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성지훈 개새끼가 방금 성예설을 쓰다듬으려고 했어... 감히 내 육변기한테 손을 대려고 해?’
성지훈의 손이 아슬아슬하게 성예설의 머리에 닿을 뻔했다. 아직 그의 손이 성예설의 머리카락에 닿지 않은 것을 확인한 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성예설만 여기 남고 일단 다들 나가있어 봐. 따로 할 말이 있어서 그래.”
사실 할 말은 없었지만 일단 성예설을 성지훈과 떨어뜨려놔야겠다고 생각한 나는 아무 말이나 내뱉었다.
주서현은 여전히 성지훈을 아련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지만 성지훈은 코웃음을 치며 간단히 무시해버리고는 침실을 나가버렸다. 주서현도 그 뒤를 따라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 저한테 따로 하실 말씀이라는 건... 저희 엄마와 관련된 일입니까?”
성예설의 순진한 질문에 안타깝게도 나는 고개를 저었다.
“미안. 사실 우는 네 모습이 너무 꼴려서-”
나는 손가락으로 내 발딱 선 자지를 가리켰다.
“더 이상은 못 참겠더라고.”
방금까지만 해도 눈물을 훌쩍이던 성예설이 내 말에 피식하고 웃더니 앙증맞은 입으로 내 자지에 진한 키스를 퍼부었다.
“그나저나 친오빠를 만난 기분은 어때?”
내 질문에 귀두를 쪽쪽 빨아대던 성예설이 무언가를 골똘히 고민하기 시작했다.
“음... 사실 저는 아무런 감흥도 없습니다. 생판 남이라는 느낌 밖에는...”
하긴 그럴 만도 했다. 아무리 혈육이라지만 평생 서로 만난 기억도 없을 텐데 친하게 느껴지거나 하는 편이 오히려 더 이상했다.
‘뭐 이 정도면 성지훈이 뒤져도 예설이는 별로 신경 안 쓰겠네.’
나는 성예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아까 그 새끼가 네 머리를 쓰다듬으려고 했어. 그래서... 나도 모르게 화가 나더라고.”
성예설은 그런 내가 귀엽다는 듯 웃음을 참으며 환한 미소로 나를 바라봐 주었다.
“제 몸은 언제 어디서나 현수 공자님 것입니다. 제 몸을 함부로 만지고 다룰 수 있는 것은 현수 공자님 뿐입니다.”
모범적인 대답. 나는 존나 꼴려서 자지를 열심히 껄떡거리기 시작했다. 성예설도 그런 내 상태를 간파했는지 나를 올려다보며 고혹적인 말투로 입을 열었다.
“그럼 이번에는 현수 공자님이 울 차례입니다. 그 자지로 정액을 질질 짜면서 우는 모습, 꽤나 보고 싶습니다만...”
음란한 말을 내뱉은 성예설이 한 입에 내 자지를 집어삼켰다. 수차례 실전을 겪으며 한 층 발전된 그녀의 펠라치오 스킬을 마음껏 즐기며 나는 연신 신음 소리를 흘려댔다.
푸슛- 푸슛=
결국 성예설의 입 안 한가득 정액을 싸지른 나는 허리를 앞뒤로 흔들어 그 여운을 즐기며 그녀의 귓가에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이번엔 다시 네 차례네? 네 보지를 아주 엉엉 울게 만들어 줄게.”
성예설의 입엣 자지를 뽑아낸 나는 즉시 그녀의 보지에 자지를 쑤셔 박고는 허리를 격렬하게 흔들기 시작했다.
“흐아아아아앙! 흐아아아앙! 흐아아아...”
그 이후로 내 침실에서는 밤새도록 성예설이 엉엉 우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
“제발! 지훈아!”
매정하게도 성지훈은 계속해서 나를 피했다. 어째서... 대체 어째서...
“왜 나는 얼굴도 모르는 엄마 때문에 이런 수모를 겪어야 하는 건데!”
나를 낳다가 돌아가신 엄마한테 할 말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나는 지금 이성을 잃을 정도로 화나있었다.
“지훈아! 너도 알잖아! 나는 엄마에 대해서 기억하는 게 하나도 없어. 대체 왜 나한테... 우리 좋았잖아...”
나는 눈물을 펑펑 쏟아내며 구차하게도 성지훈의 다리에 매달렸다.
“제발 좀 꺼져. 마음 같아서는 누나, 아니 네 년도 지금 죽여 버리고 싶은 걸 간신히 참고 있는 중이니까.”
사실 마음먹는다고 성지훈이 내 무력을 이길 리가 만무했지만...
“차라리 날 죽여! 나는 너 하나만을 바라보고 이 지옥 같은 곳에서 버텼는데... 네가 없는 삶은 이제 내게 의미가 없는데...”
내 간절한 호소에도 불구하고 성지훈은 싸늘한 눈빛으로 나를 내려다볼 뿐이었다.
“그렇게 원한다면야...”
성지훈이 자신의 품속에 있던 단도를 꺼냈다. 나는 애써 떨리는 마음을 감추고 당당하게 가슴을 내밀었다.
푸슉-
성지훈의 무자비한 손길이 내 몸을 난자했다. 그럼에도 나는 계속 미소를 지으며 성지훈을 사랑스러운 눈길로 쳐다보았다.
“이... 이걸로... 나를 용서해 줄 수만... 있다면... 이걸로... 네가... 좋다면... 나도... 좋아...”
그 말을 끝으로 나는 의식을 잃었다. 어째선지 마지막으로 본 성지훈의 얼굴에서는 눈물이 쏟아지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래. 이거면 된 거야.’
*
아침에 일어난 나는 성예설이 내 옆에서 사라졌음을 눈치 채고는 이상함을 느꼈다.
‘섹스 때문에 피곤해서 한동안은 더 자야 될 텐데...?’
애써 불안함을 떨쳐낸 나는 옷을 챙겨 입고 주서현을 만나기 위해 남궁서희의 침실로 향했다.
“뭐라고? 씨발. 그게 무슨...”
남궁서희가 말해준 바에 따르면 주서현은 지금 제갈영이 머물던 병실에 있었다. 그녀가 내게 자세한 사정을 설명해 주기도 전에 나는 급히 병실로 뛰어갔다.
‘내 육변기에 흠집이라도 나면!’
걱정의 포인트가 조금 엇나가긴 했지만 어쨌든 나는 진심으로 주서현을 걱정하며 병실에 도착했다.
병실에 들어가자 병상에서 회복 중인 주서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제야 안심한 나는 헐레벌떡 내 뒤를 쫓아온 남궁서희한테서 침착하게 사건의 전말을 들을 수 있었다.
“성지훈, 이 씨발 새끼가 이래 놨다는 거지?”
원래 계획은 성지훈을 몰래 죽이고 이를 마신의 졸개가 죽인 것으로 위장해 주서현을 내 편으로 끌어들이는 것이었지만 지금의 내게는 그런 걸 고려할 수 있는 이성 따위는 전혀 남아있지 않았다.
“성지훈 어디 있어. 모든 육변기들을 동원해서라도 당장 내 앞으로 데려와.”
잠깐, 이게 아니었다. 너무 흥분한 나머지 기초적인 사고 능력조차 상실해 버린 것 같은 내 자신의 모습에 나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속으로 시리엘을 불렀다.
‘헤이, 시리. 이제는 대답할 수 있지?’
[네, 마스터. 일전의 일에 관해서는-]
‘일단 핑계는 나중에 듣기로 하고 일단은 성지훈 위치부터 내놔.’
[성지훈은 현재 안휘성을 벗어나는 길목에 위치한 화평이라는 이름의 포목점에 있습니다. 현재 옷을 두 벌 구입중입니다.]
시리엘의 답변을 들은 나는 곧장 명령을 정정했다.
“화평이라는 이름의 포목점 근처에 있을 거다. 당장 데려와.”
내 명령에 육변기들이 재빨리 움직였다. 아이리스와 엘레노어는 날아서, 클로에는 바람의 정령을 이용해서, 남궁서희는 어검비행을 통해서 등등... 육변기들은 제각기 다른 방법으로 그곳을 향해 떠났다.
‘헤이, 시리. 아까부터 예설이가 안 보이는데? 화장실에라도 있나?’
[성예설은 현재 의식을 잃은 채 성지훈의 등에 업혀 있습니다.]
‘씨발, 성지훈, 너는 뒤졌다고 복창해라. 감히 내 육변기를 훔쳐가?’
분노를 참지 못한 나는 육변기들의 온갖 스킬들을 총동원해 전속력으로 성지훈을 향해 직접 날아갔다.
[꺄아아! 오빠, 달려!]
그 와중에 시리엘은 어째 점점 날이 가면 갈수록 미쳐 가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