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1화 〉비틀린 시간 속의 무협 소설(21)
천마님께서는 가소롭다는 듯이 한심한 말투로 입을 여셨다.
“내가 누누이 말했지. 천마신교에서 나를 제외한 모든 신도들은 그저 그 쓰임새를 다하면 그만인 대체 가능한 대체품들일 뿐이라고.”
내 표정에는 절망이 피어올랐다. 나를 마교제일검이라고 직접 인정해 주신 천마님께서 정녕 나를 단순히 대체품이라는 말로 치부하고 있는 것인가?
‘아니야, 이 천하의 검마를 대체할 수 있는 이가 있을 리가 없잖아? 나만큼 검을 잘 쓰는 이는 중원 전체에서도 손에 꼽힌다고.’
내 표정을 읽은 천마님은 무심한 말투로 기어코 내 심장을 난도질하셨다.
“마교제일검. 그 뜻은 매우 간단하다, 천마신교 제일의 검, 즉 네가 죽으면 현재의 이검이 일검이 되는 것일 뿐. 천마신교의 즁요한 전력을 잃는 것은 뼈아픈 일이나 나현수와 적대해 남궁서희를 위시한 초고수들의 견제를 받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 않겠느냐.”
천마 천소하는 순수악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교육받아 왔고, 어렸을 때부터 이런 사고방식이 당연하던 환경에서 자라온 무지에서 비롯된 순수악.
“그러니 빨리 나현수가 어디 있는지나 말해 보거라. 내 그에게 긴히 부탁할 일이 있으니.”
나는 애써 원망을 감추며 천마님, 아니 천소하 그 년의 말을 무시해 버렸다.
“흠... 대답을 하기 싫은 게냐 아니면 정말 모르는 게냐?”
천소하가 천진난만한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나는 오히려 치가 떨렸다.
“뭐, 본좌가 직접 찾아보면 될 터. 나중에 내 귀중한 시간을 뺏은 것에 대한 죗값은 톡톡히 치르도록 해주마.”
당당한 걸음걸이로 내가 머물고 있던 침소를 나서던 천소하가 이내 문을 한 두어 발짝 남겨놓고 털썩 쓰러져 버렸다.
자세히 보니 그녀의 옆구리에서는 엄청난 양의 피가 철철 흘러내리고 있었다.
‘어차피 나를 대체품으로 생각하는 쓰레기 년이잖아? 내가 여태 천마신교를 위해 내다바친 지난 세월들을 떠올려봐.’
나는 애써 천소하의 모습을 눈에 담지 않으려고 노력해 보았지만 계속해서 돌연 쓰러진그녀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아아아아아아악! 나! 현! 수! 개! 새! 끼! 야!”
결국 나는 남궁세가가 떠나가랴 소리를 질렀고 이 비명을 들은 나현수와 그의 여인들 몇 명이 금방 침실에 당도했다.
‘그래, 측은지심이야.이제부터 천마년 따위 절대 안 섬길 거야.’
그렇게 일명 ‘나현수 강제 소환술, 그런데 이제 욕을 곁들인’을 사용한 츤데레 검마는 흉신악살 같은 일그러진 표정을 짓고 있는 나현수한테 자초지종을 상세히 설명하고 나서야 침대에 누워편히 쉴 수 있었다.
“아야!”
그래도 나현수의 핵꿀밤은 피할 수 없었지만...
*
금제를 풀어달라고 부탁하는 천소하를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내려다본 나는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싫어.”
천소하의 표정이 내 짧은 한마디에 좌절감으로 가득 차 버렸다.
“본좌가 무엇이든 주겠노라. 돈, 명예, 네가 그렇게나 좋아하는 여자까지도! 무엇이든!”
필사적인 천소하의항변이 너무나도 귀여워 피식 웃은 나는 그녀의 턱을 살며시 움켜잡은 뒤 내 얼굴을 그녀한테 가까이 가져다댔다.
“이미 천하제일보지가 내 건데, 다른 게 뭐가 의미가 있겠어?”
내 능글맞은 미소를 마주한 천소하는 볼을 화악 붉히며 내 말에 삿대질과 함께 거센 반박을 시도했다.
“그... 그게 무슨! 본좌는 너의 소유물이 아니다! 어찌 그런 망발을 지껄이는 것이냐!”
부끄러움을 상쇄하기 위해 짐짓 화난 척하는 천소하의 모습은 최고였다. 당장이라도 그녀의 보지에 내 자지를 박고 싶을 정도였다.
“내 마음을 움직여 보라고. 적어도 네가 지금 어떤 상황인지는 제대로 말해줘야 내가 금제를 풀어주던지 말던지 하지. 피 흘리면서 쓰러진 꼬라지를 보니까 뭔가 문제가 생긴 것 같은데...”
천소하가 아랫입술을 강하게 깨물었다. 선홍색의 피가 뚝뚝 바닥을 떨어질... 터였지만 그녀의 거대한 가슴이 그녀의 피를 전부 받아내 버렸다.
‘저 정도 가슴이면 접시 하나는 가뿐히 올려 놓겠는 걸? 나중에 저 위에다가 접시를 두고 식사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나는 우물쭈물 거리는 천소하를 바라보았다.
“천마신교에서 반역이 일어났다... 내 동생인 천소희가 내 천마신검을 강탈했어... 신물이 없으면 내 직위를 인정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내 동생한테 포섭당한 인물들이 나를 제거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했지. 어제는 그저 방심해서 우연히 기습을 당해 칼에 맞았을 뿐이었다.”
다른 내용은 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천소하의 동생, 천소희의 존재가 내 가슴을 뜨겁게 달구었다. 가슴보다는 자지가 더욱 뜨겁게 달구어졌다는 사실이 문제였지만...
“네 동생 꼴리게 생겼냐?”
이런, 하도 급한 마음에 헛소리가 나가버렸다. 천하제일보지의 동생이면 당연히 그만큼 맛있을 텐데, 나답지 않은 망언을 지껄여버렸다.
“무... 무슨말이냐... 도통 이해가 가지를 않는구나.”
내 시선을 피하는 모습을 봐서는 천소하가 내 말을 이해한 듯 보였다. 나는 오히려 당당하게 나가기로 마음먹고는 뚜벅뚜벅 그녀의 앞으로 걸어갔다.
“그러니까...”
나는 양 손을 천천히 움직여 천소희의 가슴을 부드럽게 어루만져주었다.
“네 동생도 너처럼 꼴리는 몸을 가지고 있냐는 말이지. 네 탱탱한 젖가슴이나 쫄깃한 보지처럼.”
나는 오른손으로 천소하의 오른쪽 가슴을 강하게 움켜쥐며 한 손으로는 정조대가 채워져 있는 그녀의 보지 위에 손을 얹었다.
침을 꿀꺽 삼킨 천소하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그런 그녀의 귀여운 모습에 나는 풋하고 웃음을 터뜨리며 바지를 내려버렸다.
“난 분명히 널 놓아줬어. 그런데도 내게 다시 돌아온 걸 보면-”
나는 자지를 천소하가 차고 있는 정조대 위에 갖다 댔다. 그러자 마법처럼, 아니 실제로 마법이기는 하지만, 그녀의 정조대의 잠금 장치가 덜컥하고 해제되었다.
“이런 걸 원했던 거라도 봐도 되겠지?”
나는 허리를 앞뒤로 천천히 흔들며 내 우람한 자지를 천소하의 보지 위에 열심히 비벼댔다.
“그... 그런 게 아니야! 본좌는 그저 힘을 돌려받기 위해-”
안타깝게도 천소하는 말을 계속 이어나갈 수 없었다. 목각 딜도마저 뽑아버린 내가 자지를 바로 그녀의 보지 속 깊숙이 쑤셔 박았기 때문이었다.
“하앙! 금... 금제! 하아앙!”
쾌락에 절여져 정신을 차리지 못한 천소하는 순식간에 한 마리의 훌륭한 암캐가 되어있었다.
“천마신교따위는 다 잊는 게 어때? 여기서 평생 내 육변기로 자지나 박히면서 사는 편이 더 행복하지 않겠어?”
애써 제정신을 붙잡고 있는 천소하가 쾌락에 눈물을 찔끔거리면서 필사적으로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어 거부의사를 표현해 왔다.
“그렇게 싫어? 천마 씨받이는 꽤나 희귀하니까 내가 평생 동안 아껴서 써줄게. 천하제일보지의 재능을 썩히고 있는 네 모습이 너무나도 안쓰러워서 그래.”
천하제일이라는 말에 유독격한 반응을 보이던 천소하의 모습이 떠올라 나는 그녀의 약점을 살짝 건드려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양 옆으로 절레절레 흔들리던 천소하의 고개가 서서히 멈춰갔다.
“네 천하제일보지는 내 천하제일자지에 박힐 때야 비로소 그 효용을 다하는 거라고. 모든 사람한테는 알맞은 쓰임이 있기 마련이야.”
모든 사람한테는 알맞은 쓰임이 있기 마련이다, 그것은 천소하가 평소 지론으로 삼고 있던 말이었다. 천소하의 두 눈동자가 혼란을 겪으며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봐봐, 천마는 대체품이야. 네가 죽으면 네 뒤를 이어 누군가가 천마가 되면 그만이지. 너보다 훨씬 천마의 자리에 어울리는 누군가가 천마가 되는 편이 훨씬 이로울 수도 있고. 그런데 천하제일보지는 전혀 그렇기 않아.”
천소하가 의아한 표정을 나를 쳐다보았다. 천하제일보지가 죽으면 제이보지가 제일보지가 되는 게 아니냐고 물어보는 것 같았다.
“천하제일보지는 대체품이 없어. 그 재능도 실력도 실로 압도적이라 네 보지를 대체할 수 있는 보지는 아무도 없어. 네 바로 밑에 실력이 비슷한 제이보지, 그딴 건 세상에 없어.”
개소리를 지껄이면서 나는 허리를 앞뒤로 격렬하게 흔들었다. 천소하의 신음소리가 점차 거세져갔다.
“압도적인 성교의 천재 보지, 천하제일보지. 그건 오직 너만이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이야. 너는 천마의 자리에 어울리는 압도적인 능력이 없어서 지금 이런 꼴을 겪고 있는 거잖아? 적어도 네가 천하제일보지가 되면 이런 치욕을 겪을 일은 없지.”
천소하는 여전히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지금부터는 약간의 가스라이팅에 들어갈 시간이었다.
“네게 지배자로서 모두의 위에 군림하는 엄청난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무력이 천하제일인 것도 아니고, 따로 돈이 엄청 많아서 금력으로 중원을 제패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사실 너는 완전 천마로서 실격이잖아?”
천소하한테는 아직 천마로서의 긍지가 남아 있었는지 그녀는 이글거리는 눈으로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만약 네가 천마의 자리에 어울리는 압도적인 지배자였다면 애초에 네 동생이나 다른 사람들이 단순히 네 무력이 없어졌다고 깝치면서 반역을 일으킬 일은 없었겠지.”
천소하의 표정이 조금 누그러졌다. 내 말에 미약한 수긍을하고 있다는 반증이었다.
“만약 네가 천마의 자리에 어울리는 압도적인 무력이 있었다면 애초에 내게금제를 걸려 힘을 잃는 일도 없었겠지.”
NTL 능력이라는 신적인 EX급 스킬의 개입이 있었지만 그 사실을 천소하가 알 리가 없었기에 나는 뻔뻔하게 나가기로 했다. 천소하의 표정이 살짝 어두어졌다.
“만약 네가 천마의 자리에 어울리는 압도적인 금력이 있었다면 네 일신의 무력이 일천해졌어도 애초에 뇌물이나 여러 더러운 심부름꾼들을 고용해서 상황의 반전을 꾀해 볼 수도 있었겠지.”
천소하의 표정이 멍해졌다. 아마 내 말에 커다란 충격을 받고 있는 듯했다.
“그러니까 이 세상에 너보다 천마의 자리에 어울리는 이들은 많아. 강자존이니 뭐니 해도 결국엔 너도 전대 천마의 딸이니까 쉽게 천마가 된 거야. 애초에 금제를 걸리기 전에 네 무력으로는 천마신교 전체가 들고 일어났다면 막을 수도 없었잖아? 그러니까 네가 천마가 된 이유는 강자존에 있는 게 아닌 거지.”
천소하의 두 눈동자에 눈물이 글썽이기 시작했다. 나는 미안함... 을 느끼기는 개뿔 내가 의도한 대로 천소하가 상처 받는 모습을 보며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