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0화 〉비틀린 시간 속의 무협 소설(20)
“음... 하음... 하암~ 어라? 현수 공자님, 제갈현은 어떻게 됐습니까?”
성예설이 기지개를 피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제갈현을 더 이상 현이라는 애칭으로 부르지 않았다는 점과 그의 안부를 물어보면서도 표정에는 한 치의 걱정이나 염려도 남아있지 않았다는 점에서 나는 그런 그녀의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완치는 됐는데... 아주 사소한 부작용이 있더라고.”
나는 애써 씰룩거리는 입꼬리를 진정시키며 성예설한테 제갈현이 여자로 변했으며 기억을 잃었다는 사실을 전해주었다.
“그리고 기억은 잃었어도 네 이름을 들으니까 반응을 하더라고. 그래서 너랑 그녀는 제일 친한 친구 사이였다고 대충 둘러대 놨지.”
“저와 제갈현은 어릴 때부터 같이 자라온 소꿉친구니 저를 만나도 위화감을 느끼거나 그러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적절한 변명이었습니다.”
성예설의 칭찬에 나는 그녀의 가슴을 조물딱 거리며 하려던 말을 이어나갔다.
“어차피 너희 둘 다 이제 내 육변기들이니까 대충 제갈영의 기억에 맞춰서 친한 친구로 대해줘, 여자가 됐고 기억을 잃었다고 해도 기본적인 기호나 성격은 아마 원래와 크게 다르지 않을 테니까 제일 잘 알고 있는 네가 잘 좀 챙겨주고.”
성예설의 끄덕거림과 함께 문득 불편한 진실이 내 뇌리에 떠올랐다.
”아, 그러고 보니까 너는 아직 정식 육변기는 아니었구나? 네가 육변기가 됐다는 알림창이 뜬 적도 없고, 육변기 관리창에도 없고, 대체 왜 그렇지?”
성예설은 내가 하고 있는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는지 그저 자리에 멀뚱히 서있는 상태로 고개만 갸웃거릴 뿐이었다.
“현수 공자님, 잘은 모르겠지만 제가 뭔가를 잘못한 겁니까?”
성예설의 질문에 나는 꺼구로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한테 물어보았다.
“예설아, 너는 나를 위해서라면 어떤 짓까지 할 수 있을 것 같아? 죽으라면 죽을 수 있을 것 같아?”
내 질문에 성예설이 당연하다는 듯 정색하며 대답했다.
“아니요. 제가 왜 현수 공자님을 위해 목숨을 바칩니까? 애초에 저는 제 안위를 제일로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나는 살짝 인상을 쓰며 그녀의 답변에 반박해 주었다.
“내가 죽으면 내 자지에 더 이상 박히지도 못하는데? 평생을 즐거운 성교도 못 즐기고 욕구불만으로 살아가야 할 텐데?”
성예설이 나를 한심하다는 듯 쳐다봤다.
“현수 공자님의 자지가 아무리 천하제일이어도 제가 죽어버리면 어차피 맛볼 수 없는 것 아닙니까?”
나는 일부러 볼을 뾰루퉁하게 부풀리고는 삐진 말투로 성예설을 향해 입을 열었다.
“난 네가 날 정말로 사랑하는 줄 알았는데... 넌 그냥 내 자지를 사랑할 뿐이었던 거야.”
성예설은 애써 내 말을 부인하며 내게 사랑을 고백해 왔다.
“아니요. 저는 현수 공자님의 자지도 사랑하지만 이는 오직 일부일 뿐. 저는 현수 공자님이라는 인간 그 자체를 사랑합니다.”
살짝 쑥스러워진 나는 억울한 말투로 말을 꺼냈다.
“사랑하는 이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숭고한 희생이 얼마나 멋진데. 그런 게 진실된 사랑 아니야?”
내 말을 들은 성예설이 눈썹을 치켜 올리며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다면 저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현수 공자님께서는 저를 위해서라면 목숨조차도 내던지실 수 있으십니까?”
난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내 대답에 성예설은 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듯한 멍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너를 위해서라면 거리낌 없이 목숨을 내다버릴 거야. 너뿐만 아니라 내 육변기들을 위해서라면 나는 몇 번이고 죽을 수 있어.”
진심이었다. 어차피 내게는 무한회귀 스킬이 있었으니 죽어도 다시 살아나면 그만이었다.
반면 성예설은 그런 내 꼼수도 알아차리지 못한 채 내 말에 진심으로 감동받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던 그녀는 이내 결연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현수 공자님, 저는 당신이 어떤 인물인지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한없이 변태 같다가도, 한없이 자상해지고, 한없이 경망스럽다가도, 한없이 믿음직스러워지고. 당신인 정말 종잡을 수 없는 인간입니다.”
성예설이 천천히 내게 걸어왔다.
“저는 방금 깨달았습니다. 당신의 변태 같은 모습도, 바보 같은 모습도, 우직한 모습도, 그리고 절륜한 모습도.”
성예설은 시선을 아래로 내리깔아 내 자지를 쳐다보고는 손으로 가볍게 훑기 시작했다.
“저는 당신의 모든 모습을 사랑하고 있음을. 당신이 없는 삶은 이제 제게 의미가 없음을.”
성예설의 예쁜 두 눈동자가 확고한 의지로 들어찬 채 나를 똑바로 직시하고 있었다.
“저도 이제는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현수 공자님을 위해서 목숨까지 내다바치는 멍청이가 되겠습니다. 당신을 위해서라면 제 모든 걸 바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성예설이 내게 진한 키스를 퍼부으며 내 자지를 살살 위아래로 흔들었다.
[새로운 육변기가 등록되었습니다. 확인하시겠습니까? Y/N]
내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 창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섬세한 손길로 성예설의 옷가지들을 벗겨나가던 나는 피식하고 조그만 웃음을 터뜨렸다.
‘푸흡, 존나 오글거리고 병신 같지만 멋있네... 지금 전신거울이라도 보여주면 쳐 맞겠지?’
성예설이 자고 있는 사이 심심함을 참지 못하고 그녀의 몸 곳곳에 정액을 뿌려놓았던 나는 온몸에 정액을 묻힌 채로 내게 진지한 고백을 해오는 그녀의 모습에 더 이상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성예설이 웃는 내 모습을 보고는 마주 웃어주었다. 아무래도 내가 웃는 것이 행복해서 웃는 것처럼 보였던 것 같다.
“사랑하는 우리 예설이, 일단 같이 씻으러 들어갈까?”
성예설한테 내 만행을 들키기 전에 빨리 증거를 인멸해야 했다. 성예설의 머리카락에 엄청난 양의 정액이 진득이 말라붙어있는 모습을 보며 나는 급히 성예설을 데리고 욕실로 들어갔다.
*
나는 마음껏 성예설의 엉덩이를 주무르면서 그녀의 보지에다가 내 자지를 쑤컹쑤컹 쑤셔 박고 있었다.
“그나저나 제갈현, 아니 제갈영이랑은 언제 한 번 삼자대면이라도 하는 편이 좋지 않겠어? 네가 말실수를 해도 내가 있어야 수습을 대신 해줄 거 아니야.”
내 말은 들은 성예설이 흥미로운 듯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꼭 껴안았다.
“저도 제 소꿉친구가 어떤 모습이 되어있을지 정말로 궁금합니다. 왜소한 체구의 병약한 남저였던 애가 음란한 암캐가 되어 버려서 자지를 박히며 헐떡거리는 모습, 상상만 해도 애액이 질질 흘러나올 것만 같습니다.”
역시 천하제일기녀 신유란의 딸답게 그녀는 본능적으로 남자를 꼴리게 하는 방법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녀의 음란한 속삭임에 내 자지가 열심히 껄떡거렸다.
“그래? 그럼 몇 번 더 싸고 나서 같이 만나러 가보자. 안 그래도 기억을 잃어서 오매불망 나만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물론 그 몇 번이 몇 번인지는 오로지 내 마음에 달려있었지만.
“흐아아아아앙! 흐아아아아...”
이후로 성예설이 절정에 도달한 횟수를 일백 번이나 채우고 나서야 나는 슬그머니 내 자지를 그녀의 보지에서 빼냈다.
“흐트러져 있는 지금의 네 모습이 존나 꼴려. 이 상태 그대로 제갈영을 만나러 가자.”
내 말을 들은 성예설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나 보려고 했지만 이미 너무나도 많이 가버린 그녀는 자신의 몸조차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 있었다.
“굳이 일어설 필요 없어. 이런 상황을 한두 번 겪는 게 아니다 보니까 나도 나름의 요령이 생겼거든.”
나는 여왕님의 밧줄(S)을 꺼내 바닥에 엎드린 채로 헐떡이고 있는 성예설의 목을 느슨하게 묶어주었다.
“산책 가자. 우리 예설이 멍멍이.”
내가 밧줄을 살짝 조이며 강제로 그녀를 이끌자 성예설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항변했다.
“저는 개가 아니라 인간입니다! 최소한의 존엄성-”
나는 성예설이 말하는 와중에 그녀의 엉덩이를 강하게 찰싹하고 내리쳐 버렸다.
“흐아아아아앙! 흐아아앙! 흐아아...”
여왕님의 밧줄(S)는 모든 고통을 쾌락으로 바꿔주는 효과를 지닌 밧줄. 당연히 내가 엉덩이를 때리며 성예설한테 가한 고통은 모두 쾌락으로 치환되어 버렸고 그녀는 보지를 움찔거리면서 다시금 가버릴 수밖에 없었다.
“쓰읍, 너는 암캐야. 그리고 개는 원래 사람 말을 하는 게 아니지.”
내 훈계를 들으며 눈을 까뒤집은 채 침을 질질 흘리고 있던 성예설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수치스러운 듯 두 뺨을 붉히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머... 멍... 멍멍...”
나는 잘했다는 듯이 성예설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고 그녀는 이에 기쁘다는 듯이 열심히 자신의 머리를 내 손에 비벼왔다.
“자, 그럼 이제 그만 산책하러 가자.”
그렇게 나는 네 발로 기어가는 성예설을 이끌고 정신적 후유증을 핑계로 제갈영이 요양 중인 병실로 향했다.
*
[검마, 본좌의 말이 들리느냐?]
나는 천마님의 전음을 듣고는 기쁜 표정을 지었다.
‘천마님께서 나를 구하러 오신 것이 분명해! 드디어 이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어!’
여전히 내 보지를 집요하게 괴롭히고 있는 정체불명의 목각 딜도를 떠올린 나는 몸을 파르르 떨며 혐오스러운 눈빛을 지었다.
‘풀려나기만 해봐. 어떻게든 나현수 그 새끼를 잡아 족쳐야겠어. 자지를 잘라서 남궁세가 앞에 걸어 줘야겠어.’
이글거리는 분노를 겨우 진정시킨 나는 이내 전음이 날아온 근원지를 향해 슬그머니 눈을 돌렸다.
아니나 다를까 그곳에는 요사스러운 외형의 한 절세미녀가 도도한 자세로 다리를 꼬며 무심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천마님을 배알하나이다.”
천마님은 내 인사를 그저 단 한 번의 손사래로 단순히 받아넘기고는 이내 떨리는 목소리로 내게 물어보았다.
“나현수, 그 자는 어디 있더냐.”
천마님께서는 분명 복수를 위해 그 남자를 찾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내가 풀려나면 천마님께 도움이 될 수 있을 터였기에 기쁜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며 풀어줄 것을 부탁해 보았지만...
“하? 나는 너 따위를 구하러 온 것이 아니다. 내가 너를 풀어주면 나현수의 원망을 살 터, 너는 내가 그와 마찰을 빚어서라도 구해야 할 만큼 중요한 존재가 아니다.”
그렇다면 어째서 나를 찾아온 것이란 말인가? 나는 천마님을 믿고 있었는데... 이 절망적인 지옥 속에서 그녀만이 내 유일한 희망이었는데...
내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이 떨어졌다. 천마님은 감흥이 없다는 듯 그저 흥하고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돌려버리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