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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6화 〉비틀린 시간 속의 무협 소설(16) (86/120)



〈 86화 〉비틀린 시간 속의 무협 소설(16)

‘눈을 감고 있었으면 자극이 덜 했을텐데... 어째서 나는 그들의 성교를 지켜본 거지?’

곰곰이 생각해 보아도 나는 답을 찾을  없었다. 그저 다음번에 이런 일이 생기면  눈을 감아야지하고 스스로에게 다짐했을 뿐이었다.

문득 나현수가 내 몸에 질질 흘린 정액으로 시선이 갔다,

‘그러고 보니 아까 플레어라는 여자가 맛있다는 듯이 나현수의 정액을 삼켰지.’

마치 천상의 미식을 음미하듯 감미로운 표정을 짓던 그녀의 모습이 떠올라 나는 무의식적으로 묶여있는  몸을 이리저리 비틀어 정액에 입을 갖다 대는데 성공했다.

‘비리고 맛이 없어. 근데 뭔가 보지가 두근거리는 것만 같은 이상한 기분이...’

정액에서는 수컷의 맛이 났다. 나도 어째서 그렇게 생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정액을 맛보자마자 마치 어릴 때 강호의 협객들이 펼치는 호쾌한 영웅담을 들었을 때 느꼈던 감정이 느껴졌다.

‘강한 수컷의 씨를 맛보니까 내 보지가 안달이 난 건가?’

성에 관한 지식이 너무나도 부족했던 나는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다시금 정액을 핥아먹고 있을 때 욕실에서 나온 나현수와 플레어가 나를 경멸의 눈으로 쳐다봤다.

“으... 차라리 내 자지를 빨게 해달라고 부탁해 보던가, 더럽게 말라서 눌러 붙은 정액을 핥고 있어.”

“저 여자도 어지간히 변태인가 보네요.  뜨겁고 싱싱한 정액을 삼키는 것도 버거운데 저런 찌꺼기조차 거리낌 없이 핥다니...‘

나는 억울했다. 분명 플레어는 나현수의 정액을 먹을 때 세상을 다 가진 듯한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도 그래서 맛이궁금해 핥아 본 것뿐인데...

아혈이 점해져 있다는 사실이 이토록 원통했던 적은 내 생에 단  번도 없었다. 몸부림을 치며 억울함을 호소해 봤지만 그들은 나를 미친년 보듯 보고는 혀를 차며 침실을 나가버렸다.

‘나는 변태가 아니라고! 인생...’

해탈한 표정을 지으며 나는 푹신한 침대에 몸을 뉘였다. 뭐 애초에 묶여 있어서 누워 있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도 없었지만...

수차례 나현수와 플레어의 성교를 지켜보며 절정 직전까지 반복해서 끊임없이 도달한  몸은 그제야 긴장이 풀렸다.

그러자 온몸을 뒤덮는 엄청난 피로가 몰려왔다. 몰려오는 수마에 몸을 맡긴 나는 금방 코를 골며 꿀잠을 잤다.

*

“하아아아앙! 하아아앙! 하아아...”

잠에서 일어나자마자 내 눈에 들어온 것은 하오문주 성예설이 쾌락에 절여져 신음 소리를 내뱉으며 어마어마한 양의 조수를-

“푸하-! 푸후-! 푸헥-!”

내 얼굴에 내뿜는 장면이었다. 그녀의 조수를 정면으로 받은 나는 숨을 헐떡이며 애써 얼굴을 흔들어 조수를 털어냈다.

“역시 아침 기상에는뿌리는  직빵이라니까.”

나현수가 얄미운 미소를 지으며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난데없는 물벼락, 아니 조수벼락을 받은 나는 아득바득 소리를 지르기 위해 입을 열었다.

“너 이 새-”

성예설이 재빨리 손을 움직여  아혈을 점했다. 소리 없는 아우성을 질러대며 나는 분을 삭이지 못한 채 계속해서 아랑곳하지 않고 성예설의 보지에 자신의 자지를 박아대는 나현수를 노려보았다.

“역시, 꽤나 좋은 눈을 하고 있잖아? 자존심 센 년들이 굴복시키는 맛이 있다니까.”

입맛을 싹 다신 그는 침을 꿀꺽 삼키며 나를 먹잇감 바라보듯 음습한 욕망이 가득 찬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성예설, 이제  정도면 마음의 준비는 끝났지?”

무슨 마음의 준비가 끝났단 말인가. 뭐 본격적인 성교를 하기 위한 마음의 준비, 뭐 그런 것인가?

“이제  세 번 정도만 더 연습하고 가보자고.”

나현수의 말이 끝남과 함께  눈앞에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충격적이라기보다는 정신적으로 유해한 그런 종류의 성교였다.

‘저런 저질스러운 대화를 들어버린다면... 대체 무엇을 위해 저들은 저런 짓을 연습하는 거지?’

상상만으로도 끔찍했다. 나는 성예설한테 나 자신을 대입시키고는 내 앞에 내가 사랑하는 성지훈이 묶여 있다고 상상해 보았다.

그리고 상상 속에서 성예설이 지금 하는 말들을 따라해 보았다. 성지훈의 두 눈동자가 이글거리는 분노로 불탔다.

상상 속에서 점차 성지훈은 체념해 갔으며 결국 그는 자결을 택하고 만다.

‘아니야, 나는 어떻게든 지훈이한테 돌아갈 거야. 내가 저런 꼴이 될 리가 없어. 그러고 보니 하오문주한테는 약혼자가...’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나는 입을 떡하니 벌릴 수밖에 없었다. 나현수, 저 남자는 지금 저 짓거리를 제갈현 앞에서하려는 것인가?  그래도 병약한 환자 앞에서?

나현수는 내 상상 이상으로미친놈이었다. 사로잡은 천마를 순순히풀어준 것부터 온갖 여인들을 갖가지 방법들로 능욕하는 것까지 어디 하나 정상적인 부분이 없었다.

저 남자한테 붙잡혀 있는 나... 아무리 좋게 생각해 보려고 해도 내 머릿속에는 암울한 미래가 그려질 뿐이었다.

‘지훈아... 나는 어떡해야 될까?’

나는 머릿속으로 내가 사랑하는 남동생의 얼굴을 떠올리며 참담한 표정을 지었다.

‘처녀는 너한테 주려고 했는데 이미 빼앗겨 버렸고... 널 사랑하는 마음만이라도 지켜내야지...’

그렇다. 검마 주서현은 근친 속성의 극성 브라콤이었다.


*

안달나 있는 표정의 주서현을 뒤로  채 나는 연이은 오르가즘으로 기진맥진해 있는 성예설을 바라보았다.

‘이 정도면 완벽해. 이제 제갈현 앞에서 이대로 하면...’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자지가 발딱 일어섰다. 등골이 오싹해지는 그 아찔한 기분을 즐기며 나는 성예설을 이끌고 제갈현이 머물고 있는 병실로 향했다.

“자, 들어가. 제갈현의 완치를 위해서는 아이리스와 엘레노어도 데리고 와서 꽤나 오랜 시간 동안 치료를 해야 되니까 그 동안너는 잠시 쉬고 있어.”

고개를 끄덕이며 병실 안에 있는 의자에 몸을 살며시 뉘이는 성예설을 뒤로 하고 나는 아이리스와 엘레노어를 데리고 오기 위해 병실을 나섰다.

“흐읏... 저는 더 이상 못 참을 것 같습니다.”

“나도... 너무 힘들어.”

아, 맞다. 그녀들은 지금 내 목각 딜도를 자신들의 보지로 즐기고 있었다. 즐긴다기 보다는 절정에 도달하지 못한다는 좌절감이    같기는 해보였지만...

‘3일 동안 빼지 말라고 시켰었지? 어떡할까... 이러다가 마법에 실수라도 생기면...’

제갈현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마법식이 어떻게 변형 되느냐에 따라 즉사할 위험까지 있었다.

아주 짧은 고민 끝에 나는 비릿한 미소를 짓고는 당당히 그녀들의 침실로 들어가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간단히 요약하면 제갈현을 치료해야 되니까 마법을 써달라는 내용이었다.

“으... 적어도 치료할 때만큼은 이 딜도를 빼주시는  어떻습니까? 마법은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난해한 학문입니다.”

“맞아, 아무리 내가 드래곤이라고 해도 이런 자극을 받으면서 마법식을 정확히 전개하는 건 무리야. 제갈현이라는  아이가 죽거나 폐인이 될 수도 있다고.”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그녀들의 요구를 거절해 주었다.

“내 알 바는 아니지. 오히려 그렇게 죽는 편이 제갈현한테는 훨씬 나을 수도 있지. 걔가 고통스럽게 죽을 만큼 잘못한 일도 없으니까 그 정도 아량은 베풀어 줄 수 있어.”

내 말도 안 되는 대답에 아이리스와 엘레노어가 나를 경멸의 눈빛으로 쳐다봤다.

“애초에 가만히 있는 제갈현의 여자를 뺏은 건 현수님인데 어째서 그자가 죽기를 바라시는 겁니까? 정말로 불합리합니다.”

“너 생각했던  이상으로 쓰레기구나? 이 새끼가 아량은 개뿔.”

아니, 이 여자들은 뭔가 오해를 하고 있었다. 나는 제갈현이 죽지 않기를 원했다, 정확히는 죽든 말든 상관이 없었다. 그저 죽음이 제갈현한테는 편한 길이라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애초에 너희들이 마법을 전개할 때 실수를 안 하면 되는 일이지. 진인사 대천명이라고 몰라? 너희들이 노력을 했는데도 실수를 해서 제갈현이 죽으면 그건 하늘의 뜻인 거지.”

원래 모든 일의 원인은 자신에게서 찾지 말고 밖에서 찾아야 한다. 그래야 스트레스를 덜 받으니까. 덤으로 양심의 가책도 훨훨 털어버릴  있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였다.

 좆논리에 감화된 엘레노어와 아이리스는 납득했다는 듯이 고개를 몇 번 주억거리-

“쯧. 답 없는 인간, 전 이미 포기했습니다.”

“최악이네. 나도 포기.”

고는 나를 쓰레기 보듯 혐오의 시선으로 바라봤다.

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체념한 표정으로 두 손 두 발을 다 들어버린 그녀들을 이끌고 제갈현의 병실로 향했다.


*

먼저 아이리스의 차례였다.

“그레이트 힐(Great Heal)."

초록색의 신성한 빛이 은은히 제갈현의 몸을 감싸자 나는 곧바로 마법을 사용했다.

“아이스 스톰(Ice Strom)."

병실의 온도가 급격히 낮아졌다. 마치 한겨울의 한파를 정통으로 맞고 있는 듯한 살을 쿡쿡 찌르는 한기가 병실 안을 지배했다.

“리인카네이션(Reincarnation)."

엘레노어의 주문과 함께우리 셋은 끊임없이 마법 술식을 전개하며 제갈현의 몸에 마나를 공급했다.

아이리스와 엘레노어의 몸이 이따금씩 흠칫거렸다.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리는 그녀들의 모습을 보며 나는 흐뭇한 웃음을 지었다.

치료가 거의 끝나갈 무렵 엘레노어가 갑자기 인상을 쓰며 몸을 배배 꼬기 시작했다.

“크흣...”

기어코 엘레노어의 입에서 흘러나오던 마법 주문이 끊겨버렸다. 그 짧은 찰나에 어마어마한 양의 마나가 폭주하며 제갈현의 몸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좆 됐네. 마나를 너무 많이 흡수해서 몸이 터져버리겠는 걸?”

내 말에 엘레노어와 아이리스가 음울한 눈으로 제갈현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엘레노어는 자신의 실수를 자책하는 듯 고개를 푹 숙여버렸다.

“아직 살아있습니다. 마나의 흐름을 살펴보니점점 몸 상태가 안정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아이리스의 말을 들은 엘레노어의 입에서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런데 저걸 안정되었다고 할 수가 있을 지... 마나가 유독  곳으로 쏠리고 있는...”

아이리스의 중얼거림과 동시에 마나의 빛무리가 서서히 갈무리되기 시작했다. 짙은 농도의 마나로 둘러싸여 뿌옇게 보이던 제갈현의 모습이 점점 뚜렷해졌다.

“얘 생긴  내 취향인데? 몸도 완전 내 스타일이고. 저 훌륭한 가슴 좀 봐!”

군침을 삼키며 음흉한 눈으로 제갈현을 바라보는 엘레노어를 뒤로 한 채 나는 졸린 눈을 비비고 있는 제갈현한테 뚜벅뚜벅 걸어갔다.

“내꺼야.”

나는 제갈현의 커다란 가슴을 우악스럽게 움켜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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