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9화 〉비틀린 시간 속의 무협 소설(9)
“이건 어떤 물건입니까? 나무 막대기입니까?”
딱풀보다 조금 작은 크기의 무언가를 쳐다보며 성예설이 천진난만한 얼굴로 내게 물었다. 나는 속으로 조소를 머금으며 그녀의 질문에 대답해 주었다.
“네 약혼자가 아직 몸 상태가 안 좋아서 너랑 성교하기는 힘들 거 아니야. 그래서 특별히 제갈현의 자지 모양과 완전히 일치하는 물건을 만든 거지. 그 오나홀은 보지 모양을 본뜬 거잖아? 그거랑 비슷한 거야, 이름은 딜도라고 해.”
성예설은 착잡한 표정으로 내가 준 나무 딜도를 쳐다보고 있었다. 딜도는 실제 제갈현의 자지 크기보다 아주 조금 작기는 했지만 거의 원본과 동일한 사이즈라 봐도 무방했다.
‘맨날 내 우람한 자지를 보다가 저런 실좆을 보면 당연히 심란하겠지.’
나는 그런 성예설의 표정을 모른 척해주며 계속해서 내가 하려던 말을 이어나갔다.
“내가 너한테 줬던 물건은 원격 조종 오나홀(SSS)이라는 물건인데 그걸 여자의 보지에 연결하면 원격으로 보지 속과 동일한 감촉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거지.”
신기하다는 듯 오나홀을 쳐다보는 성예설을 바라보며 나는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네 약혼자가 깨어나기 전에 걔 자지로 익숙해지라고 빌려주는 거야. 처녀를 지키고도 그 오나홀을 사용하면 미리 적응할 수 있거든.”
나는 성예설을 스스로 깨닫게 만들 예정이었다, 실좆이 얼마나 한심한지를.
*
‘그래, 궁금하니까 눈 딱 감고 한 번만 넣었다 빼보는 거에요.’
나현수한테 받은 선물을 들고 그의 침실을 나선 나는 아무도 없는 구석진 곳에 들어가 침을 꿀꺽 삼키며 손에 들린 딜도와 오나홀을 바라보았다.
‘일단 손가락부터 한 번...’
아, 이 느낌이었다. 보지 안이 가득 차는 이 기분 좋은 감각.
‘그래도 저번에 직접 성교를 했을 때보다는 덜...’
나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나현수와의 성교가 기분이 좋기는 했지만 나는 약혼자가 있는 몸, 그런 실수는 한 번으로 족했다.
‘이게 현이의 자지...’
나는 딜도를 그윽한 눈길로 바라보려 애썼으나 그 왜소한 크기에 흥이 절로 식어버렸다.
‘아니에요, 제가 박혀본 자지라고는 현수 공자님의 자지 하나뿐이잖아요? 의외로 작은 좆도 기분이 좋을 수 있는 거예요.’
나는 애써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딜도를 입에 넣고 빨며 침으로 적셨다.
‘현수 공자님 자지는 제 입 안을 한가득 뜨겁게 채워줘서 뭔가 몸이 달아올랐었는데 이건...’
아니다, 실망하기는 아직 이르다. 막상 보지에 넣어보면 나현수의 자지보다 기분이 좋을 수도 있는 거다.
침을 꿀꺽 삼키며 나는 딜도를 오나홀에 가져다 댔다. 내 온몸이 파르르 떨렸다.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 오나홀이 작동을 안 하는 걸까요?”
분명 딜도는 오나홀 안에 전부 들어가 있었는데 어째선지 오나홀이 작동을 하지 않는 듯 내 보지에는 아무런 감각도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오나홀의 작동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딜도를 빼낸 후 내 검지와 중지를 오나홀 속으로 단숨에 찔러 넣었다.
“앗흥...? 오나홀은 제대로 작동 중인 것 같은데요?”
나는 다시금 내 손가락을 빼내고 딜도를 오나홀 속으로 집어넣었다. 역시나 아무런 감각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한 번 세게 찔러 봐야겠어요.”
거세게 딜도를 오나홀을 향해 밀어 넣자 보지에서 뭔가 쿡쿡 찌르는 느낌이 나기는 했다. 단지 그것이 나현수의 자지나 손가락이 주는 쾌감 같은 것이 아니라 불쾌한 고통일 뿐이었다는 점이 문제였다.
“... 사실 이미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잖아요?”
기루에서 일하는 언니들의 성교에 대한 불평과 나현수 밑에 깔려서 앙앙거리는 여자들의 모습, 그 간극의 핵심에는 나현수의 거대한 자지가 있다는 것을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저 인정하기 싫었을 뿐...’
나는 제갈현의 실좆 딜도를 오나홀에서 꺼내 부서뜨려버렸다.
“어쩔 수 없네요. 지금은 아무 생각도 하기가 싫어요.”
나는 무언가에 홀린 듯 방금 나온 나현수의 침실로 다시금 걸어갔다, 보지에서 애액을 질질 흘리면서.
*
‘원래 밀당이라는 건 상대가 애타 있을 때 더 효과적이란 말이지.’
나는 애초에 딜도를 받아간 성예설이 곧 다시 돌아오리라는 사실을 이미 확신하고 있었다.
‘헤이, 시리. 공략 치트 스킬로 성예설이 지금 뭐하고 있는지 알려줘.’
[성예설은 현재 마스터의 침소로 걸어오는 중입니다. 2분 이내에 도착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 말을 들은 나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침실을 나섰다.
*
‘어디를 간 걸까요? 저는 지금 당장 박히고 싶은데요...’
침실 문을 덜컥 열고 들어간 나는 비어있는 방을 발견하고는 시무룩해졌다.
‘제가 찾으러 가면 그만이죠.’
나는 질척이는 보지를 힘겹게 이끌고 침실을 나서 남궁세가의 장원 곳곳을 누비기 시작했다.
“하아아아앙! 현수님, 거기를 좀만 더 깊게-”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나현수가 자신의 몸을 달아오르게 해놓고 다른 여자랑 성교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매우 불쾌하게 했다. 엄밀히 따지면 나현수가 잘못한 건 없었지만...
‘흥, 어차피 다른 여자들도 함께 즐기던데 저도 들어가서 성교에 참가하면 되니까요.’
나는 아이리스의 침실 문을 열고 그 안으로들어갔다.
“예설아, 이게 무슨... 남의 성교를 지켜보는 건 원래 예의가 아니야.”
나현수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아니 생각해보면 저게 맞기는 한데...
“여태 매일 밤 현수 공자님의 성교를 지켜보게 하신 건 기억이 안 나십니까?”
나현수는 정색하며 내 말에 반박해 주었다.
“그건 합의 하에 오나홀을 네가 조작하기로 한 거니까 그런 거였고, 지금은 나와 아이리스 둘만의 사적인 시간이잖아. 너는 지금 우리를 방해하고 있는 거야.”
방해, 나는 방해를 하고 있었다. 누가 봐도 그리 생각할 만한 상황이었음이 분명했다.
“아니면 뭐 급한 일이라도 있어? 꼭 나를 찾아야만 하는?”
내 보지는 여전히 애액을 질질 흘려대고 있었다. 나는 성교의 쾌락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저... 저도 같이 박아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나는 용기 내어 부탁을 해보았지만 돌아온 건 아이리스와 나현수의 경멸의 눈빛 뿐이었다.
“예설아, 너 앞으로 밤에도 오지 마. 그냥 제갈현은 내가 알아서 치료해 줄 테니까 앞으로 밤에 우리 도와주던 것도 필요 없어.”
나는 멍하니 서서 그의 얘기를 들었다. 내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나가. 지금 우리는 하던 일을 마저 해야 되니까.”
나현수의 손가락은 문 밖을 가리키고 있었다. 나는 창백해진 얼굴로 아이리스의 침실을 나섰다.
*
“어때, 아이리스? 쟤 귀엽지 않아?”
나는 아이리스의 보지에 내 자지를 쑤시며 그녀의 귓가에속삭였다.
“제가 저 아이였으면 수치스러워서 자살이라도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조금 너무하신 감이 없잖아-”
나는 그대로 아이리스를 들어 올리고는 갑자기 허리를 위로 튕겼다.
“하읏! 잔소리가 듣기 싫다고 그렇게 막-”
내 허리는 격렬히 움직였고 아이리스의 입에서는 신음 소리만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수 차례의 사정 끝에 아이리스는 눈을 까뒤집은 채로 의식을 잃었다. 그런 그녀를 침대에 눕혀준 나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조용히 읊조렸다.
“오케이, 계획대로 되고 있어.”
*
다음 날, 나는 아침이 되자마자 나현수의 침실로 향했다. 어제의 실수를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하아아앙! 하아앙! 하아아앙!”
나현수의 침실 안에서는 레이첼과 엘레노어의 신음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지금 들어가면 또 분위기가 안 좋아지겠지?’
어깨를 축 늘어뜨린 나는 그대로 나현수의 침실에서 물러났다.
그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항상 나현수를 만나러 갈때마다 그는 끊임없이 성교를 하고 있었다.
‘이... 이래서는 사과를 하기는커녕 현이가 먼저 치료될 지도 몰라요... 그러면 실수를 바로잡을 기회가 없어져요.’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이 모든 구실은 그저 핑계라는 걸. 나는 그저 나현수를 찾아가 어떻게든 그의 자지에 원없이 박히고 싶었다.
자위로 하루하루를 간신히 버티며 성욕을 억눌러 온지도 벌써 일주일, 나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
쾅-
‘인내심이 한계에 달했나 보네.’
나는 고의적으로 공략 치트 스킬을 사용해 가며 성예설이 내 주변에 올 때마다 육변기를 붙잡고 섹스를 했다. 그녀가 쉽사리 내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맛있게 익었으려나? 원래 수확의 달콤함은 이루 말할 수 없는 법이지.’
나는 문을 박차고 들어온 성예설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현... 현수 공자님! 제발 저도 박아주세요! 공자님의 자지에 박힐 수만 있다면 뭐든지 하겠습니다!”
나는 의도적으로 인상을 찌푸리며 그녀를 차갑게 내려다보았다.
“난 약혼자가 있는 사람을 취할 정도로 경우 없는 사람이 아니야, 저번에는 분위기에 휩쓸려서 내가 한 번 실수를 한 것뿐이고.”
나는 살짝 뜸을 들인 후 목을 가다듬고는 그녀를 향해 나지막이 말해주었다.
“내 여인들 앞에서 당당하게 너를 범해달라는 얘기를 하는 네 모습이 정상처럼 보이지도 않고 말이야. 창관에 있는 창녀들도 너처럼 박아달라고 문을 부수고 들어올 정도로 변태는 아닐 거다. 네 약혼자는 네 보지 관리를 어떻게 했기에 여자가 스스로 와서 성교를 해달라고 비는 거냐.”
나는 성예설의 반응을 보기 위해 일부러 혀를 차며 그녀에게 모욕감을 주었다. 그녀는 내 말에 이를 바드득 갈며 나를 노려보았다.
“제가 이래 뵈도 수많은 하오문도들을 이끄는 문주인데 어찌 그런 더러운 말을 하시는 겁니까! 제 약혼자 현이가, 아니 제갈현도 사내 구실을 제대로 못하는 남자인 것은 맞지만 당신한테 그런 모욕을 들을 정도로잘못한 것은 없습니다.”
나는 그런 그녀를 싸늘하게 노려보며 매정한 말투로 말해주었다.
“봐봐, 내가 박아주기만 하면 뭐든지 하겠다면서 내 말 몇 마디에 흥분해서 짖어대잖아. 너는 그냥 단순히 나를 잠시 이용해서 육체적인 쾌락만을 원하고 있을 뿐이라고.”
성예설의 표정이 급변했다. 그녀는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듯했다. 그녀의 두 눈에서는 눈물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저는 어쩌면... 어쩌면 좋단 말입니까? 저는 당신의 자지가 두렵습니다. 변하고 있는 제 자신이 너무나도 두렵습니다. 저는 대체 어찌해야-”
나는 그런 그녀를 향해 구원의 동아줄을 내밀어 주었다.
“내가 알려줄게. 내가 너를 진정한 너 자신으로 있게 해줄게. 한 번만 나를 믿어봐.”
세상에서 제일 믿음직하지 않은 쓰레기가 그녀한테 손을 내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