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2화 〉아스트리아(2) (62/120)



〈 62화 〉아스트리아(2)

“등산... 너무 싫어...”

땀을 뻘뻘 흘리며 산을 힘겹게 오르는 나와 달리  육변기들은 너무나도 평온해 보였다. 나를 업어달라고 떼라도 써볼까 하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스쳐갔지만 그러기에는 남자로서의 자존심이...


“클로에, 나 좀 업어줘. 나 쓰러질 것 같아.”


자존심이  먹여주는 것도 아니고... 남자로서의 자존심은 침대에서 챙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순수한 클로에라면 기꺼이 날 업어주겠지.

아니나 다를까 다른 육변기들이 한심하다는 듯 나를 쳐다봤지만 나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당당하게 어깨를 폈다.


“어. 업혀!”

내게 기쁘다는 듯 등을 내주는 클로에의 모습에 나는 약간 자괴감이 들기는 했지만 어쨌든 나는 그녀의 등에 내 몸을 맡겼다.


“현수, 지금은...  돼...”

클로에의 등에 찰싹 달라붙어버린  자지가 결국은 발기해 버렸다. 클로에의 등을 쿡쿡 찌르는 내 자지 때문에 클로에의 볼이 옅게 홍조를 띄었다.


다른 육변기들은 그제야 클로에를 부럽다는 듯이 바라봤다.

‘엣헴. 내 자지의 감촉을 느끼고 싶었다면 아까 날 업겠다고 나섰어야지. 쌤통이다.’

그렇게 산을 올라가고 있는 와중에 나는 의아함을 느꼈다.

‘레이첼은 SS급, 이시연도 SS급, 클로에는 S급. 그런데 아이리스는 NTL 최적화가 아직도 해제 중일 테니까 나보다 조금 뛰어난 정도 아닌가? 왜 저렇게 평온해 보이지?’


나는 결국 육변기 관리창을 열어 그녀의 스탯을 확인했다.


『‘마도의 진리를 엿본 자’ 이사벨 아이리스 (SS)』


□ 레벨 115

□ 능력 [서클 마법]

 힘 [140] 체력 [100] 민첩 [190] 지능 [465] 정신력 [560] 마나 [500]


□ !NTL 최적화 해제 완료

'벌써 해제가 완료됐어? 헤이, 시리. NTL 최적화가 해제되는 기준이 뭐야?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풀리는 거 아니었어?‘


솔직히 나는 시간이 지나면 유설아의 NTL 최적화가 풀려 유설아가 스스로 탈출할 경우도 염두에 두고 있었기에 현재 상황에 살짝 패닉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유설아가 있는 세상이 시간차가 지구랑 심하면 유설아가 혼자 탈출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는데...’

시리엘의 대답은  기대를 산산조각 내버렸다.

[NTL 최적화 해제는 욱변기 마스터의 정액을 몸으로 얼마나 받아냈느냐에 따라  진척도가 달라집니다.]

유설아가 자력으로 탈출할 가능성은 제로였다. 내 표정이 흉신악살처럼 일그러졌다.

‘최대한 빨리 유설아를 구해야 돼.’


안 그래도 꽤나 조급했던 나는 이 사실을 깨닫고는 더욱 조급해졌다. 초조한 내 심장의 두근거림이 귓가에까지 생생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클로에, 엘레노어의 레어까지는 얼마나 남았어?”


클로에가 손가락으로  앞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저기야.”

*

“엘레노어!”


혹시라도 엘레노어가 깜짝 놀라 도망가지 않도록 클로에를 앞세운 우리는 드래곤의 레어를 천천히 살폈다.


“이 방은 뭐야? 문이 되게 화려한데?”


클로에는 내 질문에 우물쭈물 거렸다.

“그 방에는 엘레노어가 가장 아끼는 것들이... 그거 건드리면 엘레노어 진심으로 화낼 걸? 그냥 지나가면 안 될까?”


나는 클로에의 말에 오히려 더욱 궁금해져 버렸다. 호기심을 못 참고 나는 그냥 문을 덜컥 열어버렸다.

“와우. 이건 상상도 못했는데?”


그 방 안에는 온갖 진귀한 영약들이 가득했다.


“이거, 가져가지는 못해도 다 먹어버리면 되잖아?”

전에 에서 먹었던 [무지개장어의 꼬리]를 떠올리며 나는 입맛을 다셨다.

“하...”


체념의 한숨을 내쉬는 클로에를 뒤로   나와 육변기들은 각자의 특성에 맞춰 영약들을 열심히 섭취했다.

*


“꺼억- 배부르다. 그나저나 이 드래곤 년은 왜 이렇게 안 와?”

부풀어 오른 배를 매만지며 클로에한테 물어보자 폴리모프를 풀고 휴식을 취하고 있던 클로에의 기다란 귀가 갑자기 쫑긋거렸다.

“왔다!”

후다닥 뛰어 나간 클로에가 엘레노어를 격하게 반겨주었다.

“엘레노어, 기다렸어!”


예상치 못한 손님의 등장에 엘레노어는 꽤나 당황해 보였지만 이내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슬쩍 클로에를 껴안으려고 했다.

“쓰읍.  돼, 엘레노어. 설아랑 내 몸은 허락 없이 가지고 놀지 않기로 설아랑 약속했잖아.”

시무룩 해진 엘레노어는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뒤로 조금 물러났다.


“클로에, 그래서 여기는 어쩐 일이야?”


거짓말을 못하는 클로에의 특성 상, 아무래도 여기서부터는 내가 나서는  나아 보였다.

‘음? 근데 아스트리아에 처음 넘어왔을  분명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그러고 보니 내가 만든 세계에 들어갈 때도 저절로 언어들이 이해가 됐었는데 어째서 아스트리아는...’

궁금증을 뒤로 한 채 클로에의 옆까지 천천히 걸어간 나는 엘레노어를 똑바로 쳐다보며 그녀의 질문에 대답해 주었다.

“우리가 여기 온 이유는...”


그제야 나를 인식한 엘레노어의 두 눈동자에 분노와 공포가 들어섰다.


“너를 따먹기 위해서다.”

아, 이게 아니라 유설아를 구하기 위해서 온 거라고 말했어야 하는데... 나도 모르게 본심이 먼저 튀어나와 버렸다.


엘레노어는 기가 차다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


“너는 저번에 그...! 설마  엄청  여자도 같이 온 것이냐?”

공포가 몸에 각인되어 있는지 엘레노어는 몸을 흠칫거리며 한채린을 찾아 주위를 열심히 두리번거렸다. 그녀는 이내 머쓱해 졌는지 크흠하고 헛기침을 하고는 대화를 이어나갔다.

“따먹히는 것은 사양하지. 미안하지만 나는 수컷을 싫어한다. 거기다 너는 이미 여자들이 많지 않느냐? 번식 행위가 하고 싶으면 그녀들이랑 즐기거라.”

오, 레즈 드래곤이라니, 이건 귀하군요...  아니라 레즈비언이든 말든 내게는 별로 상관이 없었다. 내게 중요한 건...


“혹시 사랑하는 사람이 있나?”


내 말에 엘레노어의 두 뺨이 붉게 물들었다. 몸을 배배 꼬며 블루 드래곤은 상상만으로도 흥분된다는  떨리는 목소리로 내게 대답했다.


“너 따위 수컷과는 차원이 다른 사람이지. 고귀하신 아스트리아 제국의 황녀, 플레어 베스티아. 그녀의 고결한 마음가짐은  심장을 떨리게 만들지.”

나는 플레어라는 여인한테 조금 흥미가 동했다. 원래 황녀 속성 여캐들은 무조건 따먹는  국룰이지. 그 고귀한 자태를 타락시켜 가는 맛이 또 일품인데...

“플레어 그 여자, 예뻐?”


당황한 엘레노어가 어째선지 말을 얼버무렸다.


“예... 예쁜 것이 뭣이 중요하단 말이냐! 그녀의 마음만큼은 이 세상 그 누구보다 아름다우시다.”

플뭐시기에 대한 내 흥미는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나는 실망한 표정을 지으며 팩트폭행을 시전했다.


“쯧, 말이 길어지는 걸 보니까 못생겼다는 소리네. 뭐 하여튼 네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점은 다행이네, NTL 능력의 제약 조건 때문에 살짝 걱정했는데.”


“아니다! 못생기시지는 않았다! 그저 평균보다 아주 쪼오끔 떨어지는... 외모가 뭣이 중요하단 말이냐!”


“그럼 너 설아랑 클로에 몸은 대체 왜 가지고 노는 건데? 아까 네 침실 구경해 보니까 온갖 예쁜 여자들 화보집이 많이 있던데?”


“그건... 원래 아름다운 여인들을 좋아하는 것은 본능적인 것일 뿐이다. 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여인은 플레어 황녀님이시다!”

나는 새끼손가락으로 귀를 후벼 파며 그녀의 말을 대충 흘려들었다.

“뭐 일단 널 따먹을 수 있다는 사실은 확인한 걸로 만족할게. 다름이 아니라 우리가 널 찾아온 이유는 설아가 납치를 당했기 때문이야.”


엘레노어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눈을 살포시 감은 그녀는 뭔가에 집중하는 듯 보였다, 아무래도 유설아한테 텔레파시를 보내는 것인 듯 했다.


“으... 내가 일부러 설아 텔레파시를 잠시 수신거부 해놓은 사이에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이야...”


얼굴을 찌푸린 엘레노어를 보며 조급한 마음에 나는 황급히 하고 싶은 말들을 쏟아냈다.


“설아는 괜찮대? 어디래? 네가 먼저 설아한테 가서 구해줄 수 있어? 아니면 내가 금방 구하러 간다고 전해줄 수 있어?”

“아  진정해 보거라. 정신이 사납지 않느냐.”

엘레노어의 짜증에 나는 입을 다물었다.


“일단 나도 설아가 있는 셰계로 차원 이동을 해보려고 했는데 미지의 기운이 나를 가로막고 있다.”


살짝 뜸을 들이며 원통한 표정을 지은 그녀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그녀가 있는 차원의 좌표는 알고 있으니 그곳으로 가는 게이트를 강제로 열 것이다. 다행히도 설아 말로는 그녀가 알 수 없는 세계로 납치된 지 아직 20여 분밖에 지나지 않았다더구나.”


“휴, 다행이네. 게이트는 만드는 데 얼마나 걸리는데?”

“3일 정도 걸릴 것 같다. 너와 네 여자들 전부 넘어갈 생각이지?”

나는 엘레노어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엘레노어는 살짝 불안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설아의 친구들이니  기꺼이 도와주겠다만 부디 3일 동안 얌전히 지내다오.”


얌전히 지낼 생각이었다, 적어도 나는. 물론 엘레노어를 마음껏 따먹으면서.

등산으로 지친 우리, 아니 정확히 나는 바로 엘레노어가 내어준 손님 방으로 가 숙면을 취했다.



*



다음 날 아침, 내 육변기들이 아침 식사로 먹을 만한 것들을 구해 오겠다고 나간 사이에 나는 엘레노어한테 간단한 아침 안부 인사를 물었다.

“엘레노어,  섹스는 해봤냐?”


원래 가벼운 안부 인사는 개인마다 차이가 있는 법이니... 의외로 엘레노어는 침착함을 유지하며 오만한 태도로 대답했다.

“이 몸은 지고하신 드래곤이다. 내 본인이 직접 하찮은 인간들과 몸을 섞기는 싫으나 지식의 충족을 위해 아바타로는 섹스를 경험해  적이 있노라.”


“그래? 섹스하는 느낌이 어땠어?”

“흥, 그 정도 쾌락은  거 아니었다. 혼자 자위를 하는 편이 차라리 기분이  낫다고 생각하게 되었지.”

“그럼 자위는 많이 해봤어?”


“자위도 아바타로 몇 번 해봤다. 섹스보다 조금 나은 정도뿐이더구나.”

“그렇단 말이지... 처녀 빗치 드래곤으로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네... 그럼 넌 아직 제대로 된 섹스를 안 해본 거네?”

“처녀 빗치? 그게 뭐지? 하여튼 인간들의 번식 행위에는 별로 관심도 없다. 한심한 인간들이나 아앙 아앙 거리면서 그깟 하찮은 쾌락에 빠지는 것이니 내가 섹스를 할 이유도 딱히 없지 않느냐.”


“그럼 나랑 내기 하나 할래? 위대하신 드래곤이라면 나 같은 하찮은 인간과의 내기에서 질 리가 없겠지?  하기 싫으면 다른 방법도 있기는 한데...”

내 말에 내 육변기들이 슬쩍 전투태세를 취했다.


“그야 당연하지 않느냐. 내 특별히 너랑 내기를 해주지. 저번에 그 무시무시한 여자들이 두려워서가 절대 아니다. 그저 여흥이다.”


땀을 삐질삐질 흘리는 엘레노어의 모습에 그녀의 말은 설득력이 없어보였지만 어쨌든 내기는 성사되었다.

“자, 네가 하찮다고 말했던 그 쾌락. 아주 위대하신 드래곤님은 그딴 쾌락쯤은 가볍게 참을 거 아니야? 그러니까 네가 1시간 동안 신음 소리를  번이라도 내면 네 패배, 아니면 내 패배. 어때?”


협박에 살짝 움츠러 들어있던 엘레노어는 어깨를 당당히 피며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내기를 수락했다.

“좋다, 아바타를 만들-”

“잠깐. 네 몸으로 직접 느껴야지, 네가 아바타에 무슨 개수작을 부려놨을  알고 아바타로 하겠어?”

내 논리에 엘레노어는 뭔가 다른 대안을 골똘히 생각해 보는  했다, 아무래도 아직 직접 보지를 건드리는 것은 무리겠지...


“걱정 마라, 네 보지는 직접 건드리지 않겠다. 아니, 아예 네 몸에는 직접 손대지 않겠다는 맹세를 하지.”


엘레노어의 표정에 의아함이 가득했다. 하지만 나는 그녀에게 내 계획을 설명해  의무가 없었다.

“자 내기를 시작하지. 1시간 카운트다운 해줘, 클로에.”

말을 마침과 동시에 나는 원격 조종 오나홀(SSS)을 꺼내 들었다.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헤이, 시리. 오나홀의 목표 대상을 엘레노어로 설정해줘.’

[원격 조종 오나홀(SSS)의 목표 대상이 ‘엘레노어’로 설정되었습니다.]


손가락 하나를 꺼내들어 내 행동을 유심히 지켜보던 엘레노어의 얼굴 앞에 몇 번 까딱거려준 후 나는 곧바로 오나홀 속으로 내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급 용사는 낮이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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