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화 〉귀환자의 성인용품점(5)
“자취방... 이 없어졌어? 이게 무슨 일이야.”
자취방이 증발했다. 나는이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내 육변기들조차 보이지 않았다.
“응, 웬 메모?”
말 그대로 휘갈겨 쓴 메모 한 장이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아무런 언질도 없이 한채린을 떠맡기고 간 현수님이 괘씸하기는 하지만 여자들의 문제니 저희가 알아서 해결하겠습니다. 그래도 저희가 돌아오면 현수님도 혼날 각오 정도는 하셔야겠습니다.]
‘알아서 해결한다니 잘됐지 뭐. 그리고 혼나기 전에 내 자지를 쑤컹쑤컹 박아 넣어버리면 그만이지.’
졸지에 집이 없어진 나는 그냥 핸드폰이나하면서 밤을 새기로 했다.
*
소설 <귀환자의 성인용품점> 속에서 엘프는 자연을 사랑하고 거짓이 없는 순수한 미의 일족으로 묘사된다. 결이 다른 듯한 순수한 아름다움, 나는 그 뜻이 무엇인지 지금 깨달을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설아한테 들었어요. 오늘부터 일하신다고요? 전 설아 친구이자 여기 부점장 클로에라고 해요.”
사실 엘프가 아니라 천사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범접하기 힘든 기품을 흘리는 클로에의 모습은 내자지를 불끈거리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내가 멍하니 클로에를 쳐다보며 자지를 발기시키자 그녀가 내 부풀어 오른 앞섬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주머니에 뭐가 들어 있으신 건가요? 툭 튀어 나와 있는데...”
아아, 역시나 순수 댕청미를 자랑하는 엘프. 당장 자지를 꺼내 사탕이나 그런 거라고 구라 치고 입에 물려주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그랬다가는 도저히 사태를 수습할 자신이 없었다.
“음... 사실 이건 설아씨를 위해 준비해 온 선물인데 나중에 클로에씨한테도 드릴게요.”
“와! 정말 기대되네요! 뭔지는 안 알려주시니... 한 번 만져보는 정도도 안 될까요? 저 이런 거 잘 맞춰요!”
요망할 엘프 년, 사실 다 알고 일부러 날 유혹하는 게 아닐까? 나는내 자지를 앞으로 슬쩍 내밀며 만져도 된다는 눈짓을 보냈다.
“음... 뜨거운 막대기 같네요. 살아있는 것 같이 조금씩 떨리기도 하고... 에잇, 포기! 정말 뭔지 궁금하네요!”
엘프의 손길은 너무나도 자극적이었다. 당장이라도 저 흰 손으로 내 자지를 세게 꽉 쥐고 열심히 딸을 치게 만들고 싶었지만 나는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해 충동을 견뎌낼 수 있었다.
“어, 우성씨 오셨어요?”
유설아가 예의 그 사춘기 소녀 모습을 하고는 수줍게 인사했다.
“아, 그러고 보니까 이름을 안 들었었네요. 이름이 우성씨였구나.”
‘그래, 넌 이름도 모르는 남자의 자지를 만졌지.’
상황이 뭔가 꼴릿했지만 향후 계획을 위해서라도 유설아 앞에서 더는 추태를 부릴 수 없었다.
“네, 제 이름은 고우성이에요. 설아씨도 클로에씨도 둘 다저보다 나이가 많아 보이시는데 그냥 편하게 반말하셔도 되요.”
클로에나 유설아나 몇 백 년을 산여자들일 테니 나한테 자연스레 하대하거나 반말하는 게 편할 거라 생각해서 그렇게 말했건만 유설아와 클로에의 표정이 내 말을 듣고는 미묘하게 일그러졌다.
“지금 우성씨 제가 나이 들어 보인다고 하신거예요?”
“반말은 할게. 근데 내가 그렇게 늙어 보여? 나 주름도 없는데...”
유설아의 표정에는 약간의 분노, 클로에의 표정에는 약간의 절망이 엿보였다. 나이 문제를 건드린 명백한 나의 실수였다.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제가 20살인데 이 성인용품점은 생긴 지 몇 년 된 것처럼 보이더라고요. 성인용품 장사를 청소년 때부터 하셨을 수는 없을 테니 저보다는 나이가 많겠다고 추측한 거예요. 두 분 다 동안이시라 저랑 밖에 나가면 제 여동생이라고 해도 믿을 걸요?”
다행히도 실책 만회에 성공했는지 유설아와 클로에의 표정이 환해졌다.
“자, 그럼 일을 하죠. 오늘은 우성씨도 처음 왔으니 클로에가 업무 안내 같은 거 잘 좀 해주고.”
“그렇게 말해봤자 우리 성인용품점에 마지막으로 손님이 온 게 2주일 전인데... 할 일이 뭐가 있어...”
이번 아르바이트는 역대급 꿀보직인 것 같았다.
*
“청소만 하면 끝이라고요?”
나는 내 귀를 진정으로 의심했다. 꿀보직일 거라 생각은 했다만 이건 거의 월급 루팡 수준이 아닌가?
클로에가 오히려 일을 더 못 시켜 미안하다는듯 안쓰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설아씨는 어디 가신 거예요? 아까 클로에씨한테 절 떠넘기고 어딘가 급히 가시는 것 같던데...”
“아, 설아는 원래 오후 3시 정도까지 이 옆에 있는 고아원에서 애들을 돌봐. 아무래도 원래 설아가 고아였다 보니까 동정심을 느끼나 봐. 마음 같아서는 나도 같이 가고 싶지만 그러면 성인용품점을 지키고 있을 사람이 없어서... 그러고 보니 이제는 우성이 너가 왔으니 나도 설아 따라 갈 수 있겠네!”
이 년이 내 자지를 꼿꼿하게 발기시켜 놓고 도망가겠다는 얘긴가? 그렇게는 둘 수 없었다. 유설아가 없는 시간, 클로에를 따먹기 좋은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일단 청소부터 해볼게요. 제가 청소할 테니 바로잡아야 할 점이 있으면 지적해 주세요.”
나는 뜬금없이 옷을 벗어 던졌다. 알몸이 된 내 모습에 클로에는 얼굴을 붉히거나 하기는커녕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내게 물었다.
“청소를 하는데 옷은 왜 벗어?”
“아 원래 청소를 하면 먼지 같은 게 휘날리잖아요. 옷에 먼지 묻거나 하면 곤란하니까 청소는 알몸으로 하는 편이에요.”
역시나 순진한 엘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클로에의 모습에 나는 살짝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그럼나도 벗어야겠네. 네가 청소하다 보면 먼지가 내게도 튈 수 있으니까.”
옷을 벗어던진 클로에의 몸은 하나의 조각 같았다. 창백함과는 약간 다른 혈색이 도는 뽀얀 피부, 머리부터 발끝까지 어디 하나 엇나간 데 없는 완전한 작품이었다.
‘저 모습을 보고도 어떻게 참아.’
결국 내 자지는 하늘을 향해 벌떡 일어섰다. 나는 클로에에게 그 모습을 들키지 않기 위해 그녀를 등져버렸다.
‘청소가 아니라 청소 펠라를 하면 좋을 것 같은데...’
엉뚱한 생각을 하며 나는 천천히 청소를 시작했다.
*
“휴, 이 정도면 된 것 같네요. 깨끗해 졌어요.”
중간에 클로에가발기한 내 자지를 보고 호기심에 발동이 걸려 살짝 난감했지만 의외로 청소는 무난하게 끝마칠 수 있었다.
‘아르바이트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지.’
“수고했어 우성아. 시간이 조금 이르긴 한데 점심이나 먹으러 갈까?”
나는고개를 끄덕였다. 옷을 입은 우리는 성인용품점을 잠그고 밖으로 나갔다.
“설아나 나나 요리에는 재능이 없어서 웬만하면 사 먹는데 배달시키기에는 장소가 좀 그렇잖아? 그래서 결국은 맨날 외식을 하게 되더라고.”
성인용품점으로 배달시키는 건 그럴 수도 있겠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클로에의 뒤를 얌전히 뒤따랐다.
“여기가 맛집이야. 국밥 괜찮지?”
엘프에 국밥이라니! 이 무슨 부조화란 말인가. 그리고 국밥에는 고기가 들어가지 않나?
“고기 들어가는데 괜찮으세요?”
순간 클로에의 눈이 살짝 차가워졌다. 나는 잠시 동안 느껴진 오한에 등골이 오싹해졌다.
“내가 고기를 못 먹을 이유라도 있나?”
클로에는 분명 나를 떠보고 있었다. 내가 그녀가 엘프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지 떠보는 것이 분명했다.
“하하, 그게 아니고 클로에씨가 너무 말라서 채소만 먹을 것 같이 보였어요. 원래 클로에씨처럼 몸매 관리하는 분들은 식단에 신경 많이 쓰잖아요.”
불쌍한 호구 엘프는 이번에도 내 허술한 거짓말에 쉽게 넘어가 주었다.
“난 아무거나 잘 먹어. 원래 내 가족들은 네 말대로 채소밖에 안먹는데 나는 고기를 한 번 먹고 난 이후부터 그 맛을 잊을 수가 없더라고!”
클로에는 변종 육식 엘프였던 것이다. 나와 그녀는 국밥집으로 들어가 돼지국밥 두 그릇을 시켰다.
“아, 클로에씨. 제가 카페비네에서 아르바이트 할 때 친하게 지냈던 녀석 중에 장유신이라고 있는데 혹시 아는 사이에요?”
클로에는 감정을 숨기는 데에는 영 재주가 없어 보였다. 그녀는 몸까지 배배 꼬아가며 손가락을 열심히 꼼지락거렸다.
“그... 유신이는... 헤헤...”
장유신 얘기만나와도 정신줄을 놓아버릴 정도로 좋아하는 건가? 어차피 곧 내 육변기가 될 엘프 년이 다른 남자 얘기에 저런 반응을 보이니 나는 살짝 그녀가 괘씸하게 느껴졌다.
“근데 유신이 얘기는왜? 유신이가 혹시 나에 대해 뭐라고 했어? 응?”
“유신이가 지하에서 일하는 여자 한명이 자꾸 질척거려서 짜증난다고 하던데요, 설아씨는 아닐 것 같아서 혹시 클로에씨얘긴가 하고...”
괘씸죄에 나는 결국 꼴리는 대로 이간질을 해버렸다.
‘이렇게 된 이상 빠르게 따먹어서 상황을 수습해야겠네.’
내 머리가 맹렬히 돌아가며 계획을 구상해내고 있었다. 클로에는 내 말을 믿는 듯 사색이 된 채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흑흑... 나는 질척이려던 게 아닌데... 흐엉...”
그녀의 국밥은 이미 그녀의 눈물과 콧물 범벅이 되어버려 먹을 수 없는 상태가 되어있었다. 나는 그런 그녀를 내 품에 기대게 한 채 계산을 마치고 밖으로 나갔다.
“클로에씨, 일단 진정해요. 유신이 걔가 평소에도 여자 문제가 많더라고요. 걔가 쓰레기인 거니까 클로에씨는 아마 잘못이 없을 거예요.”
장유신은 클로에만 바라보는 순정 만화주인공 같은 소년이었지만 아무려면 어떤가. 그나저나 이렇게 남의 말을 쉽게 믿는데 어째서 아직 엘프가 멸종하지 않았는지 나는 의문이 들었다. 나는 클로에가진정할 때까지 기다려 주었다가 궁금했던 점을 물어봤다.
“클로에씨, 근데 제가 거짓말을 하는 걸 수도 있는데 어째서 제 말을 그렇게 맹목적으로 믿어주시는 거예요?”
“넌 설아 친구잖아. 그리고 넌 지금까지 나한테 거짓말을 한 번도 안했어, 내 능력은 거짓말 하면 자연스레 몸에서 발산되는 부정적인 마나를 감지하는 거거든.”
애초에 내게는 마나는 없고 정력이라는 이상한 스탯만 있으니까 거짓말을 해도 부정적인 마나가 발산될 수 없었다. 나는 생각보다 간단했던 이유에 허탈한 웃음을 살짝 지었다.
‘그러니까 내가 하는 말이 곧 클로에한테는 평소 상식과 크게 어긋나지 않는 한 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걸걸릴 일이 없다는 소리잖아? 내가 친구끼리는 자지와 보지를 서로 빨아주는 거라고 하면 진짜 그렇게 믿겠네?’
역시 엘프는 인간에게 따먹히라고 만든 종족임이 분명했다. 이 무슨 완벽한 육변기의 종족이 아닌가! 내 머리는 깊은 고민 끝에 클로에를 따먹을 완벽한 계획을 도출해 냈다.
점심을 먹고 성인용품점으로 돌아온 현재 시각은 12시 반. 나는 유설아가 돌아오기 전, 넉넉하게 잡아 2시간 안에 승부를 볼 생각이었다.
*
“클로에씨, 아니 클로에, 그런 남자는 잊어. 세상에 얼마나 좋은 남자들이 많은데 그런 쓰레기 때문에 마음고생을 해?”
내 심장이 두근거렸다. 어째서? 갑자기 내게 반말을 해오는 우성이의 모습에 난 뭔가 따끔하게 훈계를 해주려고 했는데?
“네가 보란 듯이 당당하게 잘 지내면 장유신 그 새끼도 막상 속이 탈 걸? 원래 자기한테 치근덕거리던 여자가 자기한테 관심 없는 모습을 보면 남자라는 생물은 허전함을 느끼게 되어있어. 자기 걸 뺏겼다는 느낌이랄까?”
나도 모르는 새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우성이의 말은 설득력이 있었다. 저 탐스러운 입술 사이로 말이 흘러나와서 그런 것일까?
“그리고 여기서 네가 다른 남자한테 치근덕거리는 모습을 보여주면 장유신은 아마 질투를 느낄걸?”
장유신이 질투를 느끼든 말든 나한테는 그런 게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내 머릿속은 오로지 우성이의 입술만을 떠올리고 있었다.
“내가 도와줄게. 나랑 사귀는 척만 하면 장유신도 너를 바라봐 줄 거야. 흔한 고전적인 수법이지만 질투만큼 사랑을 쟁취하는 빠른 길은 없어.”
‘그래, 우성이가 왠지 모르게 끌리지만 애초에 내가 좋아하던 사람은 유신이야. 정신을 차리자.‘
나는 우성이의 제안에고개를 끄덕이며 응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는 빠져나올 수 없는 깊숙한 늪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우성이가 나를 바라보며 웃어주었다. 호선을 그리는 그의 입을 물고 빨고 싶었다. 지금 내 상태는 도저히 정상이라고 보기 힘들었다. 애써 쿵쾅거리는 내 심장을 진정시키며 나는 간신히 입을 열었다.
“그... 저, 잠시 화장실 좀!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나는 결국 황급히 그 자리에서 도망치듯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