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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2화 〉귀환자의 성인용품점(4) (42/120)



〈 42화 〉귀환자의 성인용품점(4)

‘제길  남자가  여깄어. 설마 준호씨를 인질로...?’

그럴싸한 추리에 나는 힘을 끌어올려 남자를 제압하려고 했다. 역시나, 내 힘은 전혀 내 뜻에 응해주지 않고 있었다. 나는 어떻게든 이 위기를 벗어나야만 했다.

“우리 구면이죠?”

나는 태연함을 가장해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눈 앞의 남자를 쳐다봤다.

“아니요, 완전 처음 보는데요? 아, 완전 처음 본다라? 그러면 되겠네요. 정말 좋은 생각이 났어요. 설아씨 덕분에요.”

남자는 알 수 없는 말을 지껄였다. 어쨌든 그가 지금 당장 나를 어떻게 해볼 생각은 아닌 것처럼 보였다.

“이거 지금 먹어요. 제가 보는 앞에서.”

그 남자가 내게 수상한 사탕을 내밀었다. 아마 독이거나 미약 종류 아닐까?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허, 이거 몸에 좋은 거예요. 먹고 나면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이 한바탕 꿈처럼 느껴질 거예요. 꿈으로도 기억이  나려나?”

뭔지는 몰라도 저 사탕은 내 정신에 무슨 짓을 하는 사탕인  같았다. 나는 그 자리에서 도망치려고 슬그머니 뒤로 물러났다.

그가 일전에 자신의 자지를 내 입에 쑤셔넣었을 때처럼 한 손으로 내 뒤통수를 붙잡더니 바로 사탕을 내 입 속에 집어넣었다. 나는 삼키지 않기 위해 혀를 이용해 사탕이 굴러들어오는 것을 막았다.

“어허, 그러면 안되죠. 제가 도와드릴게요.”

남자의 얼굴이 천천히  앞으로 다가왔다. 그는  뒷통수를 끌어당기며 진한 키스를 퍼부었다. 그의 혀놀림에 움찔해버린  혀 사이로 그의 타액이가득 묻은 사탕은  목구멍을 타고 뱃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 남자는 누구야?누군데 나한테 키스를?’

처음 보는 남자가 내게 진한 키스를 퍼붓고 있었다.

*

‘전에 보상으로 받은 관계 리셋 사탕(SS). 쓸모가 없을  알았는데 이런 상황에서 쓰면 사기템이었잖아?’

역시나 SS급 아이템답게 유설아는 나에 대한 기억을 모두 잃어버렸다. 키스를 하다가 기억이 제거된 그녀는 정신을 차리자마자 내게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치고 있었다.

‘혼란스럽겠지. 힘이 갑자기 봉인된 것처럼 느껴질 테니까.’

나는 유설아를 살포시 놔주었다. 그녀의 흔들리는 두 동공이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이럴  쓰는 사기템이 하나 더 있지. 키스를 부르는 립밤(S).’

나는 그녀를 놓아주기 전에  손으로 슬쩍 립밤을 손가락에다가 발라두었었다. 나는 지금 코를 스윽 긁는 척하며 립밤을 입술에 묻혔다.

그러자 유설아는 물끄러미 입술을 쓰다듬으며 내 입술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그녀는 이내 머리를 도리도리 흔들며 얼굴을 붉혔다.

“왜요? 입에 뭐 묻기라도 했어요?”

능청스레 입술을 매만지며 묻는 내 질문에 그녀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새빨개졌다.

“그... 그게 아니라... 이상하게 들리실 수도 있는데 저기 혹시... 아 뭐라고 해야 되지...”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말을 더듬는 소녀와같은 유설아의 모습에 나는 그녀를 놀리고 싶어졌다.

“저 이제 퇴근해야 돼요. 주문 안 하실거면 저는 이만 가볼-”

“뜨거운 아메리카노 한 잔이요! 아니, 두 잔이요! 한 잔은 사드리는 거예요... 사드릴테니까 대신 저랑 마셔 주시면  될까요?”

수줍은 듯 볼을 붉히는 그녀는 마치 사춘기 즈음의 소녀나 보일 법한 반응을 보이며 내게 데이트 신청 비스무리 한 걸 하고 있었다.

‘원래 한 번은 튕겨 줘야지.’

“아, 제가 오늘은 조금 바빠서 힘들  같은데...”

“그럼... 어쩔 수 없죠... 대신 다음번에라도...”

시무룩해진 유설아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힘없는 목소리로 내게 대답했다. 그녀는 확실히 놀리는 맛이 있는 여자였다.

나는 회심의 멘트를 던졌다.

“아무리 바빠도 설아씨와 커피 마시는  더 중요하죠. 락커룸 가서 옷 좀 걸치고 나올게요.”

유설아는 몸을 배배 꼬며 고개를 끄덕였다.


*


갑자기 카페의  구석에서 즉석 소개팅이 시작됐다.

“제 이름은 고우성이고 여기 카페 아르바이트로 일한 지는 얼마  됐어요.”

“제 이름은 이미 알고 계신 것 같으니 따로 설명은 필요 없으실 것 같고... 직업은 으...”

그녀는 자신이 성인용품점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에 새삼 부끄러움을 느끼는  같았다. 소설 속에서는 이런 적이 없었는데, 키스를 부르는 립밤(S)의 효과가 꽤나 대단했나 보다.

“알아요. 여기 밑에서 성인용품 장사 하시는 거. 전 별로 부끄러워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살짝 어두웠던 유설아의 표정이 환히 밝아졌다. 락커룸에 들어가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립밤을 잔뜩 바르고 나왔는데 그 효과가 과도했는지 그녀의 시선은 계속해서  입술에 닿아 있었다.

“우성씨는 키스해 본 적 있어요?”

그녀는 결국 참지 못하고 노골적으로 내 입술을 노리기 시작했다. 꿀꺽하는 소리와 함께 유설아의 표정이 점점 붉게 상기되었다.

야릇한 분위기가 만들어졌고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순박한 청년인 척 우물쭈물 거리고 있었다. 그런  모습에 유설아는 적극적인 누나 포지션을 취하기로 결정했는지 은근슬쩍 나를 리드하려고 했다.

유설아가 천천히 가슴골을 기울이며 간격을 좁혀왔다.

“그... 저희는 사귀는 사이도 아니고... 오늘 처음 만났고 방금 통성명한 사이인데 아무래도 이런 것은  아니라-”

 입이 그녀의 입에 의해 가로막혔다. 나는 일부러 입술을 앙 다무는 척을 했다. 유설아의 혀가 집요하게 내 입술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기어코 내 입 안을 침범했다.

그녀의 혀가 내 입안 곳곳을유린하기 시작했다. 뜨거워진 열기에 유설아는 입술을 살짝 떼더니 걸치고 있던 외투를벗어 던졌다. 그런 그녀의 적극적인 모습에 나도 스위치가 켜져 버렸다.

나와 유설아의 혀가 부지런히 움직이며 서로의  안을 탐했다. 가끔씩 숨을 쉬기 위해 입을 떼면 타액의 실이 우리 사이에 축 늘어졌다. 유설아는 그마저도 아깝다는 듯이 입을 벌려 침과 함께 내 입술을 집어삼켰다.

그렇게 20분 가까이 서로의 입술을 탐한 우리는 완전 흐물흐물해져 있었다. 잘은 몰라도 이미 유설아가 앉아있는 자리는 그녀의 애액으로 홍수가 났을  같이 보였다. 내 바지도 쿠퍼액으로 흥건하게 적셔져 있었다.

키스를 얼추 마친 우리는 서로를 쳐다보며 눈웃음을 지었다. 뭔가 연애 초기의 풋풋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것 같아 재밌었다.

내 립밤의 효과가 다했는지 더 이상그녀는 키스를 시도하지는 않았다. 우리는 그저 서로를 쳐다보며 어색한 분위기를 이어나갔다.


*


‘내 첫키스... 대체 왜 이런 남자랑... 저런 남자보다는 준호씨가 훨씬 낫잖아?’

나는 키스를 하면서도 내 행동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키스를 계속하고 싶은 충동이 나를 너무나도 강력하게 사로잡았다.

‘생긴  나쁘지 않지만 뭔가 음흉한 구석이 있는데...’

안타깝게도 나현수의 혀가 내 입 안을 탐하자 나는 아무런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머리가 새하얘진 채 그저 본능적으로 혀를 움직이는 것이 고작이었다.

‘기분이 너무 좋아... 멍해져...’

나현수와의 뜨거운 키스는 한동안 계속되었다. 그와 키스를 하고 있으면 되게 아늑하고 편안한 기분이 들었다.

‘평생 키스하고 있을래. 다른 건 아무래도 상관없어...’

그저 숨이 막힐 때까지 열심히 서로를 물고 빨고, 숨을 잠시 들이쉬면서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고, 이런 사소한 행동이 내게는 너무나도 큰 충족감을 주었다.

‘행복해...’

아쉽게도 키스는 끝났지만 키스가, 정확히는 나현수가 내게 가져다준 이 행복은 내  속에 깊이 각인되었다. 이준호에 대한 마음은 여전했지만 이상하게도 키스하던 순간 느껴졌던  마약과도 같은 행복한 기분이 나를 계속해서 옭아맸다.

*


유설아와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화기애애하게 인사를  후 카페를 나서려는데 이준호가 나와 할 말이 있다면서 나를 따로 붙잡았다. 유설아는 먼저 카페를 떠났다.

“너 내일부터 나오지 마.”

이준호의 표정은 꽤나 화나 보였다. 대충 살인을 저질러도 이상해 보이지 않을 정도? 나는 딱히 대꾸해줄 필요성을 못 느꼈기에 그저 카페를 나섰다.

‘눈앞에서 좋아하던 여자랑 물고 빨고 했으니 빡친  이해하지만 감히 주인공 따위가 나를 잘라?’

아르바이트를 성실하게 해오며 어디서든 좋은 평가를 받던 내게 해고 통보는 신선한 경험이었다.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

유설아 빼앗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사적인 원한을 살짝 곁들인.

‘아, 그 전에 엘프 년부터 맛나게 따먹어야지. 엘프는 원래 명품 보지로 유명하잖아? 에피타이저 느낌으로다가 후딱 먹어야지.’

엘프는 어떤 종족인가. 거짓말 못하는 호구 종족에다가 존나 예쁘고 자존심도 오지게 높지만 일단 어떻게든 따먹고 난 후에는  남자랑만 평생 떡치는 그야말로 육변기로 완벽한 종족이 아닌가. 적어도 내가 읽은 야설들속 엘프는 그런 존재였다.

‘깐프부터 드래곤까지. 아주 야무지게 따먹어주마.’

일단 쪼잔한 나는 이준호 일부터 유설아에게 고자질하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다시 립밤을 바르고 지하에 있는 성인용품점으로 향했다.

*


“어라, 우성씨. 저희 방금 헤어지지 않았나요? 어째서 여기에...”

유설아는 아무래도 내게 성인용품점의 모습을 보여주기 부끄러웠나 보다.

“하하, 아무래도 카페에서 잘려 버려서 말이죠. 카페에서 일하면 앞으로도 계속 볼 수 있었을 텐데... 아무래도 힘들 것 같아서...”

“왜 잘렸어요?”

“그 아무래도 사장님이 제가 설아씨하고 카페에서 키스하는  보기 아니꼬웠던 것 같더라고요... 모태솔로시다 보니 질투라도 낫던  아닐까요?”

말을 얼버무리며 미안한 표정을 짓자 유설아의 두 눈동자가 분노로 이글이글 불타올랐다. 이준호에 대한 명백한 모함이었지만 내게  보이고 싶은 유설아는 내 말에 동조해 주었다.

“이준호  자식! 평소에착해 보여서 좋게 봤는데 그런 어이없는 이유로 사람을 해고한 거예요?”

그녀는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다가 내게 조심스레 제안했다.

“저희 성인용품점에서 일하는 건 어때요? 복지도좋고, 페이도 좋고, 그리고 직원이 되면 여기 있는 제품들 파는 것만 아니면 마음껏 써도 되요.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유설아가 자신의  밑을  손으로 받치며 귀여운 척을 했다.

“제 아름다운 얼굴을 하루 종일 감상할 수 있답니다?”

‘저 얼굴로 애교는 반칙이지. 남자라면 이걸 어케 참누.‘

나는 그렇게 귀환자의 성인용품점에 채용되었다.


*


나현수를 처음 만난 지 일주일째 되던 날이었다.

 너를 믿었던 만큼  친구도 믿었기에  아무런 부담 없이 널 내 친구에게 소개시켜줬고...

‘너와 내 친구는 지금 내 눈앞에서 섹스를 하고 있네.‘

슬펐다. 슬프기 보다는 허탈했다. 아니 너무 슬퍼서 허탈한 건가? 솔직히 난 차라리 지금 이 순간이 꿈이라고 믿고 싶었다.

“클로에, 거기가 좋아?”

“응, 우성. 거기 푹푹 찌르는  정말 기분 좋아. 좀 더 세게 찔러줘.”

“그러다가 저번처럼 기절하면 어떡하려고 그래? 일단은 천천히 박을 테니까 나중에 좀 얕게 찌르는 체위로 바꿀 때 세게 찔러줄게.”

아아, 애초에 우성씨는 나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돌이켜 보니 갑자기 첫 만남에 키스를 요구한 치녀 정도로 보였을 것 같네. 내가 멍청했어.하지만 그런 충동은 처음이라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는걸.

충격에 빠져 멍하니 있던 나는 다행히도 시간이 지나자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이건 미친 짓이야, 난 여기서 나가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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