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9화 〉귀환자의 성인용품점(1)
“신시아, 근데 나 진지한 고민이 생겼어. 네 이름은 영어 이름이니 아님 한글 이름이니? 이게 발음이 되게 애매해서 솔직히 분간이 안 가.”
내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꺼내자 진지한 표정으로 경청하던 신시아는 이내 내 황당한 질문에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나.
“아빠가 지은 이름을 왜 나한테 물어봐요? 애초에 미래에서 가지고 있던 주민 등록증에는 한자 이름이 있긴 했지만 엄마는 나를 부를 때 Cynthia의 th 발음을 냈었는데... 잘 고민해 보니까 저도 혼란스럽네요. 아빠가 지금 정해주는 건 어때요?”
나는 일전에 빌렸던 솔로몬 왕의 지혜를 다시 한 번 빌려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었다.
“신음 소리를 내봐. 내가 신음 소리만 들어도 국산인지 일본인지 서양인지 알 수가 있으니까 그거에 맞춰서 네 이름을-”
어라? 뭔가 내 눈 앞에 휙하고 지나가더니 내 의식이 점점 멀어져 갔다. 얼른 신시아가 영어인지 한글인지 알아내야 하는데...
“딸한테 신음 소리를 내라는 게 정상인가요?”
“현수님, 선은 지켜주시길 바랍니다.”
“어우, 너 상상을 초월하는 저질이었구나?”
옆에서 세 여인의 매도가 들려왔다. 그러는 흐려져 가는 내 시야 속으로 장난기 가득한 신시아의 모습이 보였다.
“하읏! 하읏! 하읏!”
세 여인이 급히 신시아를 말렸기에 더 이상의 신음 소리는 들려오지 않았지만 나는 이미 그 짧은 신음 동안 파악을 완료했다.
‘이것은 서양... Cynthia...’
그렇게 신시아는 영어 이름인 것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
평화로운 포썸(정령 포함하면 파이브썸이라고 해야 하나?) 가득한 나날들이 지나고 대충 이시연이 우리 집에 산지도 한 달이 되어갈 무렵 기다리고 기다리던 시간이 다가왔다.
“준비됐어, 나?”
“물론이지, 신.”
신시아를 쳐다보며 장난을 마친 나는 바로 세계 구현 스킬을 사용했다.
“오늘 저녁 6시에 올라온 <귀환자의 성인용품점> 221화로 들어가시면 되요. 잘 갔다 와요?”
요망하게도 내 볼에 뽀뽀를 하는 신시아를 살짝 노려봐 주고는 이내 그녀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세계 구현. 대상은 <귀환자의 성인용품점> 221화로 한다. 배역은 신입 카페 알바 고우성으로. 신시아, 우리 갔다 올 동안 사고 치지 말고 얌전히 지내고 있어.”
[구현 완료. 지금 바로 진입하시겠습니까? Y/N]
"당연히 Yes."
나와 여인들 주변을 환한 빛무리가 감쌌다. 내 눈앞이 캄캄해지더니 이내 순식간에 밝아졌다.
*
<귀환자의 성인용품점>은 판타지 세계를 구원하고 지구로 돌아와 평온한 삶을 원하는 전형적인 힘숨찐 전직 세계 구원자 출신 귀환자가 자신의 평온한 삶을 방해하는 것들을 무자비하게 박살내며 자신이 좋아하는 이와 알콩달콩 썸을 즐기는 사이다 판타지물이다.
유설아는 22세 평범한 대학생 생활을 하던 중 판타지 세계에 구원자로 선택되어 소환된 이후 그곳에서 500년을 살면서 드래곤 친구 한 명과 하이엘프 친구 한 명을 제외하고는 그누구와도 교류를 하지 않게 된다.
인간이나 수인들, 또는 평범한 엘프들은 선천적으로 짧은 수명을 가지고 태어나 엘릭서를 마셔 거의 영생이나다른 없는 수명을 얻은 자신보다 먼저 죽어버릴 것이 뻔했기 때문에 마음이 약한 그녀로서는 도저히 이 사실을 알고도 친하게 지낼 수가없었던 것이었다.
특히나 남자! 아무리 인간이 잘생기거나 마음에 들면 뭐하나, 먼저 죽어버리면 모든 슬픔은 유설아가 평생 지니고 살아야 했다. 유설아는 그래서 절대로 남자를 만나지 않았다.
하지만 유설아가 판타지 세계에 넘어온 것은 그녀가 대학생일 때! 언제나 마음만은 22살인 그녀는 항상 성에 호기심이 많았다.
그저 드래곤의 이야기를 들으며 막연히 섹스에 대해 상상만 하던 유설아는 이내 자신이 키우던 클리너 슬라임을 보면서 뜻밖의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된다.
‘딜도, 우머나이저, 바이브레이터!’
불쌍한 이세계의 마물은 그녀의 성욕을 충족시켜주는 장난감이 되어버렸다. 어차피 사람을 해치는 마물이기에 유설아는 마물들을 소재로 성인용품을 개발하는데 아무런 거리낌도 없었다.
결국 마왕의 뿔로 특제 딜도를 만들어 낸 그날 그녀는 우연히 마왕 뿔 특제 딜도를 본 한 신의 절규와 함께 강제로 지구로 추방된다.
‘저런 성욕도 조절하지 못하는 변태 구원자는 이 세상에 필요 없어!’
지구로 돌아왔음에도 유설아의 성인용품에 대한 집착은 계속 되었고 그녀는 ‘평범하게 살겠어.’라는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바람과 함께 참으로 평범한(?) 성인용품점을 운영 중이었다.
문제는 간판도 안 단 채로 강남의 한 건물 지하에서 장사하는 이 가게가 파는 물건들이 평범함이라는 개념과 동떨어진 비상식적인 물건들이라는 점이었지만...
*
아무튼 내가 들어온 배역 고우성은 이 성인용품점 1층에 위치한 카페 <카페비네>의 신입 아르바이트였다.
‘카페 사장 이준호가 남주인공이라는 점이 신경 쓰이긴 하지만... 나는 그냥 유설아만 재빨리 따먹어 버리면 그만이라고? 소설에서도 자위를 엄청 해대는 변태라고 했으니까 일단 자지만 박으면 어떻게든 되지 않겠어? 성인용품점 바로 위에서 일하니까 몰래 찾아가서 바로 박아야지.’
나의 이런 안일함을 반성하기까지는 단 두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
<귀환자의 성인용품점> 세계로 들어간 나와 레이첼, 아이리스, 그리고 이시연은 현재 좁은 방에 있었다.
“이야, 여기 내가 전에 살던 자취방 느낌이 나네.”
내가 들어온 배역 고우성의 자취방으로 추정되는 곳이었다. 나는 일단 방부터 살펴봤다.
“평범하네. 딱히 특별한 건 없어. 지금 시간이 새벽 3시인 걸로 봐서는 곧 카페로 일하러 가야겠지?”
내가 뭘 하든 상관없다는 듯이 레이첼, 아이리스, 그리고 이시연은 침대에서 열심히 뒹굴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카페가 어딘지도 찾아보고 성인용품점도 자세히 살펴볼 겸 나가 볼게. 가서 둘러보다가 카페에서 알바 끝내고 올 거니까 아마 오후는 되어야 올 거야.”
명백한 무시가 돌아왔다. 이게 아내한테, 아니 아내들한테 무시당하는 가장의 심정인가? 나는 어깨가 살짝 쳐졌다.
“풋, 역시 현수 놀리는 건 재밌네.”
“늘 새롭고 짜릿하죠.”
“현수님이 삐진 모습이 정말 귀엽습니다.”
레이첼, 아이리스, 그리고 이시연은 나를 보며 재미있다는 듯이 웃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 내 속이 부들부들 거렸다.
이따가 밤에 자지로 혼내주기로 결심한 나는 손을 휙휙 흔들고는 자취방을 나섰다.
*
“소설 속 묘사랑 똑같네. 저기가 카페비네고,저 검은 간판이 성인용품점이겠지. 애초에 장사를 하려고 연 곳은 아니니까 이해를 한다만 저렇게 딱 봐도 수상한 곳인 것처럼 해놓으면 누가 찾아가겠냐.”
나는 혼잣말을 내뱉으며 카페부터 가볼지 성인용품점부터 가볼지 깊게 고민했다. 현재 시각은 새벽 3시 30분, 카페랑 성인용품점 둘 다 열지 않은 시간이었다.
“뭐, 상관없지. 아이리스의 서클 마법에는 잠금 해제 마법도 있으니까.”
깊은 고민 끝에 나는 카페부터 들렸다. 성인용품점은 가게 되면 재밌는 물건들로 가득해 시간을 오래 뺏길 것 같아서 일단 재미없는 곳부터 들리자는 생각이었다.
“영화에서 이마에 번개 모양 있는 마법사가 외우는 주문이랑 너무 비슷해서 깜짝 놀랐었지.”
나는 카페의 잠금장치를 향해 내 검지 손가락을 내밀며 마나를 운용했다. 내 마나가 내 손 끝에 파랗게 응축되었다.
“알로하 몰라!”
내 손끝에서 쏘아져 나간 마나가 잠금 장치를 감싸더니 이내 끼익하는 소리와 함께 잠금이해제되었다.
카페 안에 들어간 나는 구석구석 카페를 조사했다.
“여기가 락커룸인가? 여기 말고 다른 곳들은 딱히 아무것도 없네.”
실망감으로 가득하던 나는 한 락커 속에서 내 흥미를 자극하는 물건을 발견했다.
‘미친. 이 존나 꼴리는 여자는 누구야? 소설 속에 이런 여자가 있었나?’
내 손에 들린 사진 속에는 긴 금발 머리에 맑은 녹색 눈을 지닌 거유의 미녀가 있었다.
‘음,,.? 금발 머리에 녹안이면 그 엘프...? 마법으로 귀를 가린 건가?’
뜻밖의 미녀를 발견해 기분이 좋아진 나는 다른 락커들도 뒤져 보았다.
“오, 이건 또 뭐야. 딱 봐도 여주처럼 생겼네. 존나 맛있겠다.”
이번 사진 속에는 백발의 미녀가 웃고 있었다. 특이한 점은 그녀의 한쪽 눈은 찬란한 황금색이었고 다른 쪽 눈은 피처럼 붉은색이었다는 점이었다.
“좀만 기다려라. 전부 따먹어 줄 테니.”
락커룸을 뒤로 하고 카페를 떠난 나는 성인용품점으로 향했다.
“알로하 몰...? 이미 열려 있네?”
활짝 열려 있는 문틈 사이로 내 귀에는 미약한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그 근원지를 향해 발소리를 죽인 채로 천천히 다가갔다.
*
<귀환자의 성인용품점>의 여주인공 유설아는 현재 신성한 의식을 치루는 중이었다.
그녀는 눈을 감은 채로 자신의 가게 한가운데 서서 빙글빙글 돌며 손가락을 움직이고 있었다.
“오늘은 너로 정했다!”
그녀의 손끝이 가리킨 곳에는 [크라켄의 7번째 다리]가 있었다. 그녀는 망설임 없이 빨판이 꿈틀거리는 촉수를 집어 들었다.
“잘 부탁한다고!”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유설아는 [크라켄의 7번째 다리]를 자신의 보지 속 깊숙이 쑤셔 넣었다. 빨판이 질벽에 달라붙을 때마다 그녀는 신음 소리를 내뱉었다.
찔꺽- 찔꺽-
유설아가 촉수를 앞뒤로 움직일 때마다 야한 소리와 함께 그녀의 보지에서 애액이 질질 흘러나왔다.
“역시 외로움을 달래는 데는 이게 최고라니까? 그래도 곧 있으면 준호씨와...”
유설아의 새하얀 백발이 그녀의 헐떡거림에 맞춰 공중에 휘날렸다. 그녀의 입에서는 침이 질질 흘러나왔고 보지는 열심히 벌렁거리며 촉수를 집어삼키고 있었다.
“하읏... 흐읏... 이제 곧 간다... 흐으... 지금!”
손놀림이 더욱 빨라진 그녀가 최후의 한 방을 위해 촉수를 거의 끝까지 자신의 보지에서 뽑아내며 지금이라고 외친 그때 한 남자가 순식간에 다가와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어우, 씨발. 더 이상은 꼴려서 못 참겠네. 그딴 문어 다리 대신 내 자지를 박아주마.”
창고 문을 열고 들어와 유설아의 앞에 우뚝 선 나현수는 발기된 자지를 그녀의 얼굴 앞에서 열심히 껄떡거리며 그녀의 머리채를 붙잡았다.
“두 유 노우 자박꼼?”
나현수가 장난스럽게 말하며 유설아의 입 속에 자지를 쑤셔 넣었다. 화들짝 놀란 듯 양쪽 눈이 휘둥그레진 그녀는 양 손에 힘을 줘 나현수로부터 벗어나려고 했으나 어째서인지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어... 어째서...? 약? 독? 아니냐 난 이미 만독불침에 이른 지 오래인데...’
이미 매일같이 자위를 즐기며 쾌감에 충분히 익숙했던 유설아는 다른 여인들과 달리 입이 거칠게 범해지면서도 이성적인 사고를 이어나갈 여유가 있었다.
‘일단 지금 이 상황부터 해결하고 보자. 준호씨 자지도 아닌데 내가 이딴 더러운 걸 빨 이유가 없지. 이 남자를 붙잡아서 모든 걸 토해내도록 만들면 그만이야.’
유설아는 이내 정신을 집중해 자신의 영혼을 일깨웠다. 그리고는 가느다란 실로 연결된 또 다른 영혼을 향해 텔레파시를 보냈다.
‘엘레노어, 계약에 따라 내 부름에 응답하라. 너의 현현을 내가 허하노라.’
대기가 일렁이더니 유설아 바로 옆에 파란 머리의 여자가 나체로 나타났다.
"크아아아아"
드래곤중에서도 최강의 블루드래곤이 울부짓었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