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화 〉지구에서도 NTL은 이어진다(12)
겨우겨우 진땀을 빼가며 블루 드래곤을 진정시킨 나는 그제야 자초지종을 들을 수 있었다. 드래곤의 이름은 신시아였고 결론적으로는 자신의 딸이 맞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신시아 넌 미래에서 왔다고? 장하다 미래의 나, 결국에는 드래곤까지 임신시키는 구나.”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하며 흐뭇한 미소를 짓자 레이첼이 어디선가 가위를 꺼내 싹둑싹둑 자르는 시늉을 하며 한 마디 했다.
“미래를 바꿔 볼까요? 항상 궁금했어요 과거를바꾸면 미래가 어떻게 바뀌는지.”
나는 재빨리 신시아를 방패 삼아 항변했다.
“미래가 바뀌면 여기 신시아를 네가 죽이는 거야. 이 피도 눈물도 없는 레이첼... 어떻게 그런 잔인할 수가 있어?”
내가 신시아를 살며시 안아주며 우는 시늉을 하는데 신시아가 초를 쳤다.
“내 엄마도 맨날 아빠 자지 자를 거라고 벼르고 있었어! 자르면 우리 엄마도 좋아하지 않을까? 내가 어렸을 때부터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뺏기는 건 슬프긴 하지만...”
그녀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핵폭탄급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앞 부분도 충격적이었지만 뒷 부분이 내게는 더욱 충격적이었다.
“내 자지가... 네 장난감... 이라고?”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내가 신시아에게 질문하자 신시아는 천진난만한 밝은 미소를 지으며 화답했다.
“응! 어려서부터 엄마랑 아빠랑 그걸로 재밌는 놀이 하는 거 보면서 나도 배웠어! 아빠가 시키는 대로 열심히 빨면 아빠가 상도 줬었는데...”
추억을 회상하며 그립다는 듯 아련한 표정을 짓는 신시아를 아이리스와 레이첼이 꼭 껴안고는 나를 경멸의 시선으로 노려봤다.
“어떻게 아이한테 그런 짓을...! 상상을 초월한 쓰레기였군요!”
“현수님, 그냥 지금이라도 깔끔하게 거세합시다. 이런 분란이 안 생기려면 그게 최선의 방법입니다.”
“아무리 그렇게 말해봤자 적어도 현재의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앞으로 그럴 생각도 없고... 내가 혹시 미래에서 세뇌라도 당한 거 아닐까?”
울상을 짓고 심각하게 고민하던 나는 신시아의 한 마디 덕분에 기분이 풀렸다.
“히히, 농담이에요 아빠. 제가 엄마랑 아빠랑 하는 걸 몰래 훔쳐본 적은 있지만 아빠는 저를 철벽같이 쳐내시는 걸요? 이런 철벽남! 반가워서 장난 좀 챠봤어요.”
허탈했다. 신시아를 정말로 때려야 속이 풀릴 것 같았다. 아동 학대를 매우 혐오하는 나였지만 지금은 내 화를 주체할 수가 없었다.
억울했던 기분이 나름대로 풀린 나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아까 레이첼이 내 자지를 자르겠다며 가져온 가위를 집어 들었다.
“날개 딱 대. 오늘부터 네 발로 기어 다니게 만들어 주마. 이리 와! 네 장난 때문에 내 자지가 잘릴 뻔했다고, 이 요망한 꼬맹아!”
아이리스와 레이첼이 나를 붙잡았기에 실제로 자르지는 못했다. 신시아는 메롱을 내밀며 집안을 빙글빙글 돌면서 나를 놀렸다.
“헤헤, 지금도 저를 요오오망한 꼬맹이라고 부르시네요. 아무래도 우린 운명인 것 같아요 아빠.”
내가 나중에 저런 딸을 낳는다는 생각을 해니 내 미래가 참으로 암울했다.
*
소란이 진정이 되고 신시아는 자신이 미래에서 과거로 무리하게 넘어온 이유를 설명했다.
“저는 나름대로 제가 알고 있는 정보들을 다 알려 드리고 싶지만 세계의 제약 때문에 조금밖에 말씀을 못 드려요.”
세계의 제약, 보통 웹소설들을 보면 작가가 귀찮을 때 써먹는 수법 아닌가! 지금 내 삶을 소설 속이라고 가정한다면 이 소설의 작가가 매우 게을러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들게 할법한 허접한 변명이었지만 일단은신시아의 말을 들어보기로 했다.
“아빠가 앞으로 구현하는 세계의 순서를 바꿔야 되요. 세계 구현 스킬은 제약이 없어 보이지만 세계를 구현할 때마다 □□□의 힘을 빌려 구현해요. 한정된 자원 속에서 최대한의 효율을 뽑아내야 한다는 의미죠.”
나도 어렴풋이 짐작은 하고 있었다. 제약이 없으면 아무 세계나 막 구현해서 다 따먹으면 금방 신보다도 강한 세계관 최강자가 되어 버리지 않을까 싶었으니까.
‘그나저나 힘을 빌려오는 대상의 이름은 들리지가 않네. 마치 세계가 자체 검열을 하는 듯한 느낌이야.’
“저는 앞으로 아빠가 들어갈 작품들의 순서를 알려드릴 거예요. 그리고 세계를 이동하실 때에는 저를 놔두고 가셔야 해요. 과거로 이동한 제가 아빠를 따라 세계를 한 번 더 이동하면 두 번의 차원이동으로 세계의 섭리가 비틀려요.”
신시아가 장황하게 늘어놨지만 내게는 세계의 섭리라는 게 아무리 봐도 허접하다 못해 조잡한 변명처럼 들렸다. 찝찝하지만 그녀의 말을 납득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으로 아빠가 가야할 작품은 <귀환자의 성인용품점>이에요. 현재 연재 중인데 아빠가 가야 할 파트가 연재되려면 아직 시간이 조금 남았으니 당분간은 지구에 계세요.”
“그럼 네가 있던 미래에서 난 어떤 세계를 구현하는 선택을 했는데? 내가 선택을 바꾸면 네 엄마들 중 한명이 사라질 수도 있다고?”
“제가 있던 미래에서 아빠는 두 번째 작품으로 좋아하는 야동 배우를 먹겠다고 으로 들어가서 자원 낭비,시간 낭비, 정력 낭비, 아주 그냥 낭비란 낭비는 다 하고 미래에서 이것 때문에 욕이란 욕은 다 처먹었어요. 거기다 세계가 도플갱어를 금지해서 원래 세계에 동일한 인물이 있을 경우 구현한 세계에서 데려오지 못하게 막아놨어요. 그래서 그 야동 배우는 구현된 세계 속에서 아빠를 기다리며 평생을 홀로 살아야 하는 운명이 되어버렸죠. 그래서 엄마들이 아빠 욕할 때 항상 이 얘기만은 빠뜨리지를 않더라고요.”
“잘못된 선택이었다면 바로잡아야지. 내가 좋아하는 품번이기는 하지만...”
안타까움에 침을 꿀꺽 삼킨 나는 어차피 <귀환자의 성인용품점>은 다음에 꼭 구현하기로 마음먹었던 세계였기에 그녀의 말에 따르기로 했다. 무엇보다도 일단은 이시연부터 육변기로 만들어야 했고...
*
“마지막에 내게 쏘아진 레이첼의 검격. 단순한 찌르기 같았지만 그 속에는 수많은 변화를 품고 있었어. 감정이 실린 것만 같았지. 기뻐서 요동치다가, 슬퍼서 울다가, 무서워서 떨다가, 내가 기존에 알던 검들과는 궤를 달리했어.”
이시연은 레이첼과의 대련 이후로 항상 가만히 앉아 명상을 하며 전투를 복기했다. 뭔가 자신의 앞에 아주 높은 벽이 있는데 조금만 더 힘을 내면 부술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계속해서 들었다.
“환골탈태라... 경지에 맞게 몸이 바뀐다. 몸이 바뀌었기에 새로운 경지를 볼 수 있는 것인가? 아직 모르겠어.”
이시연은 계속해서 고뇌했다. 시간이 흘러가는 줄도 모르고 밤새 고민한 그녀의 눈은 퀭하게 꺼졌 있었다.
*
“흠, 그런 고민을 가지고 있었단 말이지?”
나는 열심히 이시연의 보지에 자지를 박으며 그녀의 고민에 공감해 주었다. 검의 변화니 뭐니 아무리 들어도 내 미천한 경지로는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변화, 변화라... 나는 문득 무협 야설에서 읽은 훌륭한 내용이 떠올랐다.
“잘 봐봐. 내가 지금 네 보지에 자지를 단순히 일직선으로 찔러 보지. 어때?”
“기분이 좋아요. 자지가 안을 가득 채우는 것 같아요.”
“그럼 이렇게 찌르면?”
내가 자지의 각도를 살짝 틀어 일직선으로 찔렀다.
“하읏... 뭔가 느낌이 달라요. 그래도 기분이 좋고 자지가 안을 가득 채우는 건 똑같아요.”
“그럼 이렇게 찌르면?”
나는 내 허리를 살짝 휘게 하여 곡선을 그리며 그녀의 보지를 찔렀다.
“흐앗! 쾌감이 배가된 것 같아요. 단순한 찌르기보다 훨씬 기분 좋아요.”
“그래? 그럼 이렇게 찌르면?”
나는 허리로 S자를 그리며 그녀의 보지를 유린했다.
“흐아아앙! 이건 미쳤어요. 엄청 기분 좋아요.”
“그런데 그거 알아? 내가 일직선으로 찌르든 곡선으로 찌르든 S자로 찌르든...”
나는 말꼬리를 흐리며 내 허리를 격렬하게 움직였다.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어. 내가 어떻게 찌르든 네 보지가 내 자지에 열심히 박히면 네가 결국은 절정에 도달한다는 사실은 불변의 진리지! 그게 자지와 보지의 숙명인 거야. 나는 박고 너는 박히고!”
이시연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했다.
‘그래, 결국 검은 베는 것이 그 숙명. 그 안에 변화가 있든 없든 무슨 상관이랴. 그저 베기 위해 노력하면 변화는 의식하지 않아도 불변 속에서 생겨나는 거야.’
이시연은 자신이 방금 얻은 깨달음을 즉시 응용했다. 보지에 힘을 뺀 채로 가만히 있으니 아니나 다를까 자신의 보지는 내 자지 모양에 맞춰 완벽하게 변화했다.
‘보지는 박히기 위해 만들어진 것! 알아서 박히기 위해 내 보지가 나현수의 자지 모양에 맞춰가고 있어! 지금 내 보지가 자지에게 박히기 위해서 자연스럽게 맞춰 나가듯이 검의 극의에 도달할 때 이루어지는 환골탈태는 그저 베기 위해 자연스럽게 맞춰지는 거였어. 무위자연이 이런 뜻이었구나!’
노자가 들었으면 이런 이시연의 생각을 읽었다면 아마 그녀를 어떻게든 때려죽이려고 무덤에서 뛰쳐나오지 않았을까?
한 단계 진화한 이시연의 보지는 이전의 보지들과는 궤를 달리했다. 급이 다른 보지였다.
안 그래도 내 자지에 모양을 맞춰 내 자지를 꽉 물기에 인공지능 보지라고 불렀었는데 지금은 뭔가 인공지능 보지라기보다는 보지에 자아가 있는 것 같았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그녀의 보지가 내 자지에 맞춰 변화한 것이었다.
‘이것은 에고 보지야!’
나는 이시연의 에고 보지에 감탄하며 내 정액을 듬뿍 싸질렀다. 그녀의 에고 보지는 내 자지를 물고는 열심히 조여 대며 남은 정액을 모두 빨아냈다.
‘에고 보지 최고.’
섹스가 끝난 후 깨달음을 완벽하게 갈무리한 그녀의 몸이 바닥에 쓰러졌다. 나는 그녀가 지쳐 쓰러진 것이라고 생각해 그저 학장실 소파에 눕혀 주고는 학장실을 나갔다.
*
“연? 이시연은 어디 갔어?”
다음 날 아침 학장실에 도착한 나는 의아함을 느꼈다. 이시연은 어디 가고 연이 학장실 의자에 앉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말을 직접 할 수 없는 연이 뭐라고 말을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제가 이시연이에요. 어제 현수씨가 준 깨달음 덕분에 SS급이 되면서 환골탈태를 했어요. 환골탈태를 하니까 제 20살 때 모습으로 변하더라고요. 정말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었어요. 사실 마주한 벽이 너무 커서 점점 저도 지쳐서 포기하려고 하고 있었어요. 그때 SS급의 기운 느껴져서 이를 필사적으로 쫓아 결국 레이첼을 찾아낸 거였죠. 레이첼도 도움이 됐지만 현수씨가 가장 큰 도움이 됐어요. 어제 해주신 말씀들은 평생 잊지 못할 거예요.”
‘음, 내가 어제 무슨 말을 했더라? 자지는 박고 보지는 박히고 뭐 이딴 개소리들을 늘어놓은 것 같은데... 호칭이 현수씨라... 꽤나 친해진 느낌인데?’
양심의 가책을 느꼈지만 손익 계산을 마친 나는 이시연에게 빚을지워두는 것은 나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고는 뻔뻔하게 대꾸하기로 했다.
“별 말씀을, 내가 널 위해서 서적(무협 야설)을 열심히 찾다보니 우연히 그런 귀중한 심득(헛소리)을 찾은 거야. 이런 걸 기연(뽀록)이라고 하지? 너무 부담스러워 할 필요 없어. 정 아니면 나중에 내 부탁 하나만 들어주던지.”
“물론이죠! 아니다, 부탁 세 개 들어드릴게요!”
뜻밖의 횡재다. 이미 내 양심은 가출해서 서울역에서 노숙한지 오래다. 한 20년 됐나?
“첫 번재 부탁 그럼 지금 해도 되나? 사소한 부탁이어서 그래.”
“물론이죠!”
“연이한테 네 환골탈태하기 전 모습으로 변해달라고 해봐. 부탁은 그 다음에 할게.”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이시연은 내 요구를 흔쾌히 들어주었다.
연이 벽에서 튀어나오더니 성숙한 이시연의 모습으로 변했다.
“나는 성숙한 네 모습도 좋아서... 지금 이렇게 셋이 쓰리썸 하자. 자매덮밥 느낌 나게 연이가 시연이 언니인 것처럼 해서.”
이시연은 이딴 곳에 자신의 부탁을 쓰는 나현수의 모습을 보고는 허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