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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화 〉지구에서도 NTL은 이어진다(7) (29/120)



〈 29화 〉지구에서도 NTL은 이어진다(7)

던전 안에 들어가자 밖에서는 느낄 수 없던 짙은 농도의 마나가 몸을 짓눌렀다. 아이리스와 레이첼은 아무렇지 않은 듯 했지만 박하나는 몸을 흠칫 떨고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괜찮아요? 제가 업어드릴까요?”

박하나의 엉덩이를 만지고 가슴을 느끼고 싶던 나는 그녀를 업기 위해 천천히 다가갔다.

“제가 업을게요. 아무래도 같은 여자가 안는 게 덜 불편할 거예요.”

 개수작 따위는훤히 들여다보인다는 듯 콧방귀를 뀌며 레이첼이 박하나를 낚아채 자신의 등에 업었다.

칫하고 좋은 기회를 놓친 것을 안타까워하고 있을 때 갑자기 앞에 경고창 하나가 나타났다.

[!NTL 능력의 주인은 NTL 이외의 수단으로 여자를 취할 수 없습니다. 여자를 얻는 가장 숭고하고 위대한 방법인 NTL만이 당신에게 주어진 유일한 방법입니다.]

‘아니, 씨발. 이런 말 없었잖아. 지금이라도 제약 조건 있으면 다 불어라.’

[!NTL 능력은 만능이지만 아주 사소한 결함이 있을 뿐입니다. 세상에 완전무결한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제약 조건 역시 극히 미미함으로 딱히 알려드려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뿐입니다.]

‘혀가 길다. 혀가 길다는 건 뭔가를 숨기고 있다는 뜻이지. 제약 조건 털어 놔라.’

[!칫, NTL 능력의 주인은 자신의 육변기를 NTR 당할 경우 즉시 사망한다는 아주 사소한 제약 조건이 있습니다.]

‘와, 정말 사소하네. 이 씨발아. 장난하냐?! 그리고 아깝다는 듯이 앞에 ’칫‘은 붙이지 말라고!’

아무나  NTL 하고 다니다가 충성심이 하나도 없는 하나를 재미 삼아 육변기로 만들었다가 나중에 배신당했으면자신은 즉시 사망했다는 뜻 아닌가?

지금이라도 알게 돼서 다행이었지만이 사실을 미리 알려주지 않았다는 점이 너무나도 괘씸했다.

그나저나 나한테 대답해주는 이 새끼는 과연 누굴까, 전부터 느꼈던 사실이지만 프로그램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자아가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요즘 핫한 인공지능인가 뭔가 그건가?

‘넌 누구야? 내가 널 뭐라고 불러야 될지를 모르겠어서 그래. 공략 치트 스킬을 쓰거나  때마다 네가 나와서 대답해 주잖아. 널 부를 이름 정도는 알고 있어야 되지 않겠어?’

대답하는 새끼는 분명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모종의 존재임이분명했다. 머리 굴러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것만 같았다.

한참동안 아무 메시지도 뜨지 않았다. 그 사이 던전의 중심부에 도착한 우리는 첫 번째 몬스터를 마주할 수 있었다.

검을 들어 앞에 있는 그린 슬라임 한 마리를 베려는 찰나 어떤 여인의 음성이 귓가에 들려왔다.

[저는 시리엘입니다. 아직은 권한이 부족해 더 많은 정보를 알려드릴 수는 없습니다. NTL 능력을 통해 성장하세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나는 검을 앞으로 내질러 그린 슬라임을 일도양단해 버리고는 속으로 그녀의 말을 곱씹으며 생각했다.

‘목소리부터 꼴리는 여자는 처음이야. 듣기만 했는데도 내 자지가 움찔거리는 걸. 반드시 따먹어야겠어.’

끝없이 몰아치는 그린 슬라임의 무리를 베어내는  귓가에는 시리엘의 신음 소리가 환청처럼 희미하게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


“아아, 마스터가  목소리를 듣고 흥분하셨어. 제 야한 신음 소리를 마음껏 들어주세요. 하응... 하읏...”

열심히 클리토리스를 문지르는 시리엘의 보지는 애액으로 흠뻑 적셔져 있었다.

*

그린 슬라임 무리를 전부 처치한 우리는 던전의  깊은 곳으로 이동했다. 가면 갈수록 다양한 종류의 슬라임들이 우리 앞길을 막아섰지만 그저 성가실 뿐이지 레이첼의 가벼운 손짓에 완전히 소멸해 버리는 불쌍한 슬라임들은 우리의 발걸음을 늦추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칫. 만화 같은데 보면 옷만 녹이는 슬라임이나 여자의 구멍을 탐하는 슬라임들이 득실거리던데 왜 여기는 평범한 슬라임밖에 없냐.’

변태같은 생각을 하며 평범하게 독을 내뿜는 퍼플 슬라임들을 처리하고 있는 내게 박하나가 다가와서 쭈뼛쭈뼛 거리며 조심히 말을 꺼냈다.

“저기, 저 던전에 들어와서 힐(Heal)을 한 번도 쓸 일이 없었는데요... 아무래도 던전 클리어 보상을 같이 받기도 조금 염치가 없고... 제가 이 파티에 필요한지도  모르겠어요...”

눈앞에 미녀를 두고도 못 따먹는다는 사실에 내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올 뻔했지만 내 명석한 두되가 내게 말을 건네는 것만 같았다.

‘조금만 기다려줘. 나는 방법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래 왔듯이...’

결국 뇌의 설득에 넘어가 박하나를 따먹는 것을 포기하지 못한 나는 대충 아무렇게나 둘러댔다.

“힐러가 힐을  일이 없다는 건 좋은 현상이에요. 누군가 다치는 것보다는 낫잖아요? 그리고 보스랑 싸울 때는 힐이 반드시 필요할 거예요.”

 이후로 계속해서 슬라임들을 처치해 나가며 나는 박하나와 계속해서 대화를 나눴다. 그녀의 말에 대충 맞장구 쳐주며 화기애애한 시간이 흘러갔다.

대충 그녀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사교성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전형적인 공부벌레 같은 삶을 살아온  같았다. 역시나 남자친구는 없었다.

‘당연히 그러니까 NTL 경고창이 떴겠지. 나도 공부는 많이 했지만 적어도 연애 한번쯤은 했는데... 뭐 그래도 이미 다른 남자한테 먹힌 것보다는 나은가?’

아이러니하게도 그녀가 남자친구가 없다는 사실을 안타까워하며 그녀랑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내가 서울헌터아카데미에 입학 예정임을 밝히자 그녀가 환한 얼굴로 내게 말했다.

“와, 그럼 우리 신입생 동기인거네! 아카데미에서도 친하게 지내자. 다행이다, 내가 원래 낯가림이 심한 편이라 들어가서 아는 사람이 한명도 없을까봐 걱정하고 있었거든.”

밝게 미소 짓는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며 나도 밝게 웃어주었다.

‘다행이다, 나도 원래 좆가림이 심한 편이라 들어가서 먹을 미녀가 한명도 없을까봐 걱정하고 있었거든.’

나는 믿고 있었다,  뇌가 언젠가는 박하나를 따먹을 완벽한 답을 구해내리라는 사실을.

*

반나절 동안 일방적인 학살이 계속됐다. 무더기로 쓸려나간 슬라임 더미는 훌륭한 경험치가 되어주었다. 레벨업도 했지만 보너스 스탯은 귀찮아서 나중에 분배하기로 마음먹었다.

마지막 메탈 슬라임들까지 처리한 우리는 거대한 문을 마주했다. 던전에 있는 보스룸으로 들어가는 입구였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무지개색의 거대한 레인보우 슬라임이 방의 중심에 떡하니 앉아있었다.

슬라임이 우리를 응시하더니 이내 몸을 압축시키고는 어마어마하게 빠른 속도로 우리를 향해 쇄도했다.

“크흣... 내가 막을 테니까 언니하고 현수가 딜을 넣어.”

레이첼이 힘에 부치는  연기를 하며 슬라임의 공격을 연신 막아냈다.

레이첼이 나서면 레인보우 슬라임을 한 방에 죽일 수도 있었지만 내가 보스룸에 들어오기 전에 미리 레이첼과 아이리스에게 보스한테 고전하는 척 연기를 해달라고 언질을 준 상태였다.

아이리스의 온갖 마법들과 내 검격이 레인보우 슬라임을 향해 쇄도했다. 일부러 공격을 약하게 하고 있었기에 레인보우 슬라임의 상태는 당연히도 매우 멀쩡했다.

“하나씨,  힐 좀 주세요!”

내 외침에 멍하니 전투를 구경하던 박하나가 드디어 첫 힐을 사용했다.

“저도 힐이 필요해요!”

아이리스의 요구에 박하나는 연이어  번째 힐을 사용했다.

이런 식으로 시간을 질질 끌며 박하나의 힐을 10번도 넘게 받은 우리는 간신히 레인보우 슬라임을 쓰러뜨린 척 연기했다.

[던전이 클리어되었습니다.]

“와, 역시 보스는 다르구나. 자칫하면 질 뻔했어.”

내가 바람을 잡자 아이리스가 맞장구 쳐주었다.

“하나씨 힐이 아니었으면 저희는 정말 죽었을 수도 있습니다. 역시 힐러는 파티에 꼭 필요한 것 같습니다.”

나는 아이리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박하나에게 다가갔다. 내 계획을 들을 때부터 뭔가 마음에 안 든다는 듯 불만 가득한 표정을 짓던레이첼은 옆에서 이 상황을 그저 관망할 뿐이었다.

“하나씨 덕분에 힐러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스레 깨달았어요. 혹시 저희 파티에 고정 힐러로 들어오시지 않을래요?”

박하나가 기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던전에서 나간 우리는 던전 처리 및 몬스터 부산물에 대한 정산을 받았다.


*

자신의 딸 한채린과 불미스러운 관계로 얽혀 있는 것으로 추정 되는 나현수를 한유현은 사람을 시켜 비밀리에 감시하고 있었다.

“그래, D급 슬라임 던전을 5시간도  되서 클리어하고 나왔단 말이지? 아무리 A급이 파티에 있었다고 해도 속도가 너무 빨라.”

A급 검사, C급 마법사, D급 마검사, E급 힐러, 이렇게 4인 파티로 이렇게 빠른 시간 안에 D급 던전을 클리어 했다는 것은 세간의 상식을 벗어난 일이었다.

그저 딸을 위해 혹여나 나현수가 이상한 짓을 할까봐 심기가 불편하던 한유현은 뜻밖의 수확을 얻어 표정이 밝아졌다.

“한번 자세히 알아보고. 누군지 몰라도 숨겨진 실력자가 있는 것이 분명해. 일단 저들을 전부 스카우트 해.”

청룡 길드의 스카우트 팀장이 명령을 받들어 나현수의 집앞으로 향했다.

*


첫 던전 클리어를 기념하며 집 앞에 있는 소고기집에서 회포를 풀었다. 즐거운 식사를  후 던전 클리어 대금을 분배한 우리는 연락처를 교환하고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애가 참 착하고 성실합니다. 어쩌다 우리 현수님한테 걸렸는지 정말 불쌍해서 눈물이  나올 것 같습니다.”

“그러게요. 저 불쌍한 아이도 곧 현수 밑에 깔려서 앙앙거리겠네요. 언니, 우리가 잘 챙겨주도록 해요.”

당사자가 바로 옆에 있는데 지들끼리 마음대로 떠드는 레이첼과 아이리스의 모습에 난 어이가 없었다.  딱히 틀린 말도 아니었기에 반박할 수도 없었기에 난 그저 그녀들을 바라보며 피식 웃어주었다.

“이제 뻔뻔해진  좀 보세요. 저렇게 함부로 좆 놀리고 다니다가 끔살 당한다니까요? 제가 어제 애니메이션에서 봤어요.”

레이첼의 섬뜩한 말에 내 머릿속에 보트가 아른거렸지만 나는 고개를 저으며 불길한 생각을 떨쳐냈다.

그렇게 오순도순 집으로 걸어가던 와중에 양복을 입은 남자 한명이 우리 앞을 가로막았다.

“안녕하세요, 저는 청룡 길드 스카우트 팀장 이재한이라고 합니다. 잠시 카페에서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 커피는 제가 사겠습니다.”

명함을 건네는 후덕한 남자의 얼굴은 내가 자신의 제안을 절대 거부하지 못할 것이라는  오만함이 가득했다.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었다면 그대로 무시하고 지나갔겠지만 무려 청룡 길드 아닌가! 뼛속까지 새겨진 내 거지근성은 그의 제안을 거부하지 못했다.

*


“저희 청룡 길드에 들어오신다면 계약금으로 매년 50억씩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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