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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화 〉SSS급 용사는 낮이밤져(17) (18/120)



〈 18화 〉SSS급 용사는 낮이밤져(17)

왕궁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은 왕궁 내에 있었던 모든 일에 대해서 함구하겠다는 비밀유지서약서를 작성한다. 이를 어길 시에는 마법이 저절로 발동해 즉시 목숨을 앗아가므로 함부로 입을 떠벌리는 간 큰 이들은 왕궁에서 찾아볼  없었다.

하지만 클라인 공작가는 방법을 찾아냈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그들은 가문 비전 마법으로 인간과 동일한 형태의 호문쿨루스를 만들어 왕궁에 정원사로 잠입시켰다.

현재 아서스는 클라인 공작가에서 그 첩보원을 통해 나현수에 대한 정보를 듣고 있었다.

‘여왕한테 계속 추근대는 것처럼 보인다라... 얼마나 뻔뻔해야 자신이 죽인 용사의 연인한테 그럴 수가 있는 건지... 설마...?’

애초에 나현수의 살해 동기가 성검이나 다른 아티팩트들이 아니었다면? 사실은 아이리스를 빼앗기 위해 일부러 접근한 거였다면?

등골이 오싹해진 아서스는 순간 온몸을 파르르 떨었지만 이내 말도 안 되는 가정이라고 결론짓고는 헛웃음을 흘렸다.

“어떻게 용사의 연인을 빼앗겠다고 마왕도 못 죽인 용사를 죽여 버릴 생각을 했겠어. 분명 나현수의 배후에는 커다란 배후 세력이 있는 거야.”

머릿속에서 잡생각들을 훌훌 털어버린 아서스는 나현수를 수신인으로 하는 편지를 유유히 써내려갔다.


*

“현수님 앞으로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클라인 공작이 보낸 것 같은데 한번 확인해보심이 좋을 것 같아 직접 가져왔습니다.”

아이리스가 내게 편지 하나를 내밀며 말했다. 내가 받으려는 찰나 옆에서 가만히 누워있던 레이첼이 갑자기 일어나 편지를 획하고 뺏어갔다.

“야, 레이첼. 남의 편지 함부로 읽는 거 아니야. 내놔.”

내가 레이첼을 향해 손을 까딱거리며 편지를 내놓을 것을 요구했음에도 레이첼은 냅다 편지를 뜯어 그 내용물을 확인했다.

“애널오나홀 주제에 주인님 말을 안 들어? 네가 벌을 받아야 정신을 차리겠구나?”

내가 짐짓 위협하며 레이첼에게 천천히 다가갔지만 그녀는 그저 눈동자를 이리저리 재빠르게 움직이며 편지를 훑고 있었다.

아무래도 기강을 한번 제대로 잡아야겠다고 생각한 나는 그녀의 엉덩이를 때리기 위해 손을 번쩍 들었다.

레이첼이 이런 내 모습을 힐끔 보더니 침대에 엎드리며 엉덩이를 내 쪽을 향해 살랑살랑 흔들었다.

레이첼이 스스로 원한 이상 스팽킹은 적절한 처벌이 될 수 없었다. 나는 그저 옅은 한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레이첼의 처우를 결정하기 전에 일단 내 앞으로 온 편지부터 읽어야겠다고 생각한 나는 레이첼의 옆에 달라붙어 함께 편지를 읽었다.

“개수작이네.”

“어,개수작이네...가 아니라 왜 나한테 반말이냐? 호칭도 똑바로 안 불러?”

나는 짐짓 화난 척을 하며 레이첼을 향해 눈을 치켜세웠다. 가소롭다는 듯이 나를 향해 코웃음  레이첼이  뺨을 손가락으로 툭툭 두들기며 놀리는 말투로 대답했다.

“나현수, 내가 너보다 2살이 많아. 라떼는 말이야... 크흠, 이게 아니지. 밤에는 내가 져도 낮에는 내가 이긴다고? 아이리스 언니는 네 능력 때문에 NTL 최적화인가 뭔가 되가지고 엄청 약해졌지만 나는 아니거든? 내가 평소에도 주인님하고 아양 떠는 모습을 보고 싶으면 정정당당하게 싸워서 이겨보라고.”

그랬다. 육변기 관리창으로 확인한 그녀의 레벨은 102. 세계관 최강 암살자의 품격에 걸맞게 그녀의 스탯 총합은 지구에서 S급 헌터라고 불리는 이들과 비슷했다.

온갖 비열한 방법을 동원하면 레이첼을 완전히 굴복시키고 정신을 망가뜨려 순종적인 암캐로 만들 자신은 있었지만 나는 레이첼 본연의 모습이 제일 좋았다.

그리고 레이첼은 지구에서 나와 아이리스의 쩔을 맡아줄 소중한 자원이기도 했다. 이 정도 앙탈은 버스비라고 생각하면 그만이었다.

버스 기사를 흐뭇하게 바라보자 레이첼이 오랜만에 경멸하는 표정을 지으며 몸을 흠칫 떨었다.

“야, 쓰레기. 뭔가  시선이 지금 매우 불순해 보이거든? 무슨 생각 하는지 모르겠는데 나 지금 너무 힘드니까 건드릴 생각은 하지도 마.”

“아, 건드릴 생각은 없었는데... 그런 식으로 말해버린다면 내 좆이 꼴려버리잖아.”

내 발기한 자지를  손에 쥔 채로 천천히 그녀를 안으려던 나를 레이첼이 황급히 멈춰 세웠다.

“아... 아니! 그... 섹스가 싫다는 게 아니라 그 편지! 일단 아서스 클라인이 어떻게 네가 용사를 죽였다는 사실을 아는지는 몰라도 가서 만나봐야 할 거 아니야? 걔가 통보한 시간이 지금 1시간 밖에 안 남았다고!”

어차피 공략 치트 스킬을 쓰면 아서스가 어떻게 알아냈는지부터 어떤 개수작을 부리려고 나를 불러냈는지까지 모든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필사적으로 내 주의를 다른 데로 바꿔보려는 레이첼의 노력에 넘어가 주기로 했다.

안도의 한숨과 함께 옆에서 구경하던 아이리스의 품 안에 들어가 가슴에 얼굴을 비비며 응석을 부리는 레이첼의 모습에 기껏 가라앉았던 자지가 다시 일어서려고 했기에 나는 옷을 후다닥 입고는 침실을 나섰다.


*


아침이었다. 밤새도록 레이첼은 자신의 숙소로 돌아오지 않았다.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걸까? 요즘 성도에서 납치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한다던데 납치라도 당한 거면 어떡하지?

온갖 걱정들을 쏟아내며 초조한 표정으로 레이첼의 방문 앞에서 하염없이 레이첼을 기다리던 내 귀에 이상한 소문이 들려왔다.

“요즘 여왕님하고 같이 다니는 그 남자하고 여자는 대체 누굴까?”

“아니, 그 여자애는 얼굴을 잘 안 비춰서 그렇지 원래 용사님의 담당 시종으로 저번에 들어온 애인데 이번에 용사님이 모험을 떠나서 여왕님의 시종으로 배정된 거야. 이름이 레이첼인가 그랬던 거 같은데?”

“시종이었어? 저번에 여왕님하고 다니던 그 남자가 가슴을 마구 주무르기에 연인 사이인 줄 알았는데?”

“정말? 시종이라고 막 겁박해서 성희롱하는 양아치 귀족들이 그런다는 소문은 많이 들어봤는데, 그런 거 아니야?”

내 두 손이 주먹을 꽉  채로 부들부들 떨렸다. 소문이 사실이라면 감히 내 연인을 희롱한 그 남자는 절대 곱게 죽이지 않을 예정이었다.

“어, 저기 저 남자다!생긴 건 꽤 잘생겼는데 정말 파렴치한이 맞을까? 시종 쪽이 먼저 들이대거나 그런  아니야? 걔 가슴도 젖소처럼 큰  덜렁덜렁 흔들고 다니면서 남자들 홀렸잖아. 걔한테 홀린 하인들이 한둘이 아니라니까?”

“맞아, 주방에서 일하는 시종들은 아예 팬클럽을 만든다고 난리던데. 출세해서 팔자 피려고 남자 하나 꼬셔 보려는 거 아니야?”

레이첼은 아주 순수한 여자였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입을 함부로 지껄이는 저 무식한 여자들을 혼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나는 일단 소문의 남자를 미행했다.


*


‘여, 공략 치트 스킬. 아서스  새끼가 나 만나자는 진짜 이유 좀. 용사의 복수를 명분으로 댈 거면 그냥 신고라도 하면 되는데 아무한테도 안 알리고 둘이서만 만나자고 할 이유는 없잖아?’

[아서스 클라인이 나현수를 만나고자 하는 이유는 나현수를 몰래 죽이고 최한진이 지니고 있던 아티팩트들을 강탈하기 위해서입니다.]

‘아하, 쓰레기였군. 오히려 클라인 쪽에서는 내가 받아갈 영약이 있었지, 무지개장어의 꼬리. 그나저나 아서스 그 새끼가 그럼 어떤 함정을 파놨겠네? 아서스가 나 잡으려고 부린 개수작들 전부 말해봐.’

[아서스 클라인은 병사 12명을 몰래 대기시켜놓고 있습니다. 나현수가 마나를 사용할 수 있을 때를 대비하여 차에 라플라시아 독초를 넣었습니다. 아서스 클라인은 당신이 혼자 오지 않았을 때를 대비해 당신에게 비밀 감시원을 붙여놨습니다.]

아무것도 모른 채 약속 장소로 걸어가던 나는 생각보다 성대한 스케일의 함정들에 발걸음을 돌렸다.

“아, 집에 가스를 안 끄고 나왔네. 데헷! 와.빨.리.집.에.가.서.끄.고.와.야.겠.다.”

감시원이 들으라고 일부러 크게 말한 나는 발연기를 이어나가며 다시 아이리스의 침실을 향해 어색한 발걸음을 옮겼다.

“아, 참. 그러고 보니 이 세상에는 가스가 없지? 에라, 모르겠다. 될 대로 대라지.”

*

침실로 들어간 나는 레이첼의 클리토리스를 할짝거리는 아이리스의 모습을 발견했다.

“어, 나는 좀 있다 다시 올...이 아니라! 지금 뭐하는 거야?”

머쓱해진 나는 그대로 발걸음을 돌려 침실을 나가려고 했지만 이내  상황이 얼마나 비정상적인지를 깨닫고는 추궁하듯 물었다.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던 레이첼의 손가락이 조금 벌어졌다.  틈으로 나를 목격한 레이첼은 얼굴이 새빨개지더니 나를 향해 옆에 있는 베게를 집어던졌다.

“나가! 이 쓰레기! 최악이야!”

내가 무슨 잘못을 했냐고 항변하고 싶었지만 내 억울함을 호소한다고 이해해  것 같지는 않았기에 나는 그냥 뻔뻔하게 본론을 얘기했다.

“레이첼, 아서스가 병사들을 깔아놔서 나 혼자 가면 죽을 것 같은데. 나랑 같이 가줘.”

바삐 움직이던 아이리스의 혀가 멈췄다.

“안 그래도 업무가 많이 밀려 있었는데 저는 이만 처리하러 가보겠습니다. 레이첼, 너는 갔다 와서 다시 언니랑 즐거운 시간 보내자~”

레이첼의 입술에 버드키스를 날린 아이리스는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고는 내게 다가와 진한 키스를 퍼부었다. 이내 만족한 그녀는 눈웃음을 지어주고는 침실에서 나갔다.

아이리스가 나가자 레이첼은 팔짱을 끼며 거만한 표정으로 내게 쏘아붙였다.

“흥, 네가 평소에 나한테 뭘 잘했다고 내가 네 부탁을 들어줄 거라고 생각한 거야? 너 같은 쓰레기가 죽든 말든 난 딱히 상관없다고? 무릎 꿇고 빈다면 생각은 해볼게.”

이게 맞나? 레이첼은 밤에 찍소리도 못하고  명령에 군말없이 바닥을 기어 다니던 그 하찮은 암캐가 아니었다. 그녀는 무자비한 폭유... 아니 폭군이었다.

레이첼은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내뱉은 것이 분명했지만 이를 알고 있음에도 살짝 가슴이 아려왔다. 그래도 아쉬운 쪽은 나였기에 뻔뻔해 지기로 했다.

“레이첼, 내가 사랑하는 거 알지? 우리 사이에 너무 매정하게 굴지는 말자고.”

비장의 무기! 사랑한다고 말하자 레이첼의 볼이 부끄러움으로 물드는 것을 확인한 나는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흐... 흥! 사랑한다고 말하면 다 될 줄 알았어? 나 그렇게 쉬운 여자 아니야.”

금방 침착함을 되찾은 그녀가 다시 한  내게 일침을 놓았다. 안타깝게도 나는 이미 그 공격을 예상하고 있었다.

“너를 쉽게 본  아니라  너를 사랑하니까 사랑한다고 한 건데,  나를 사랑하지 않는 거야? 나한테도 사랑한다고 해주면 안 돼?”

상처받은 강아지마냥 힝 소리와 함께 고개를 움푹 숙였다. 이렇게 불쌍한 척을 하면 여자는 미안해지게 되어 있지!

“지랄하고 자빠졌네. 우웩, 어디서 귀여운 척을 하고 지랄이야? 무릎 꿇고 비는 선에서 끝내주려고 했는데 안 되겠다. 대가리 땅에 박고 한 5분 동안 있어봐.”

효과는 굉장했다! 역효과라는 것이 문제였지만... 나름 자신 있게 아양을 떨었는데 혐오스럽다는 시선이 돌아오자 아무리 강철 멘탈인 나로서도 내 멘탈을 지킬 수 없었다. 한계에 도달한 내 멘탈이 와장창하고 무너지면서 나는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야! 미... 미안. 말이 좀 심하긴 했지? 이리 가까이 와봐.”

레이첼이 당황한 표정으로 내게 사과하며 나를 향해 팔을 벌렸다. 나는 축 쳐진 채로 그녀의 품속으로 들어갔다. 그녀의 가슴이 나를 부드럽게 치유해 주었다. 나는 그녀의 가슴에 얼굴을 열심히 비볐다.

얼굴을 붉히며 레이첼이 무심한 말투로 중얼거렸다.

“하여튼, 처신 잘하라고.”


*


나현수를 미행하던 로빈은 나현수와 레이첼이 함께 방에서 나오는 것을 목격했다. 로빈은 이를 바득 갈며 나현수를 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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