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화 〉SSS급 용사는 낮이밤져(2)
집에 돌아온 나는 바로 세계 구현 스킬을 사용했다.
“세계 구현. 대상은 용사는 낮이밤져> 189화로 한다. 배역은 잭 플린트로.”
[구현 완료. 지금 바로 진입하시겠습니까? Y/N]
"당연히 Yes."
내 눈앞이 캄캄해지더니 이내 순식간에 밝아졌다.
*
“그래, 오늘이 새로운 왕실 시종들을 뽑는 날이라고 했지. 네가 어련히 알아서 잘 뽑겠지만 안 그래도 무료한데 내가 참관해도 되겠느냐?”
“폐하, 아직 남은 업무가 많습니다. 어찌 무료하다고 하시는지 소인은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만.”
“하, 정말 고지식하기 짝이 없군. 시종장은 그래서 어느 세월에 시집을 가나. 내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닐세.”
여왕의찻잔에 홍차를 따르며 시종장이 나긋나긋하게 대답했다.
“평생 폐하 곁을 보필하면서 살면 됩니다. 제게는 결혼보다 폐하가 우선입니다.”
“쯧, 자네는 아직 운명적인 사랑을 만나지 못한 것뿐이야. 나도 한진님을 만나기 전까지는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해본 적 없네. 평생 마법에 미쳐 살줄 알았지. 전설로만 내려오는 10서클의 경지를 이뤄내기 위해 미친 듯이 노력할 뿐이었어. 평민이라고 무시받던 나한테는 어려서부터 스승님 빼고는 아무도 다가오려 하지도 않았지. 그런데 갑자기 한진님이 내 앞에 떡하니 나타나서 내가 필요하다고 한 거야.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어. 난 아직도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단다.”
“풋, 여왕님은 어째 용사님 얘기만 나오시면 흥분하시는 것 같습니다. 부모가 이리도 훌륭하시니 분명 두 분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는 훌륭하게 자라 멋진 성군이 되실 것 같습니다.”
여왕의 두 볼은 부끄러움으로 빨갛게 물들었다. 그녀는 자신의 머리를 식히기 위해 한손으로 열심히 부채질을 하기 시작했다.
“아이... 아이라니... 헤헤, 결혼하고 나면 용사님하고 이런 짓, 저런 짓 다 하겠지? 꺄아! 난 몰라~”
카리스마로 대신들을 휘어잡고 자신의 반대 세력을 차가운 표정으로 숙청해 철혈여왕으로 불리는 그녀의 지금 모습을 봤다면 아마 대신들은 뒷목을 잡고 쓰러졌을 것이다.
“시종장, 아무래도 정력에 좋은 재료들을 미리 구해놓는 게 좋겠지? 한진님의 절륜함을 밤에 내가 감당하려면 지금부터 열심히 준비해야겠어. 이틀 후면 한진님이 왕궁에 도착하실 테니 그 전에 빨리 처리해 둬.”
“제가 전국을 뒤져서라도 폐하를 위해 최고의 보양식을 대령하겠습니다.”
그들은 몰랐다. 그들이 그토록 칭송하던 용사는 사실 낮이밤져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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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조루라는 사실을 제외하면 모든 방면으로 완벽한 용사인 최한진이 대마법사 아이리스와 함께 마왕을 토벌하고 나라를 세우는 내용의 소설이다. 소설은총 200화로 최한진이 지구에서 이세계로 소환되는 것으로 시작해 영약을 통해 조루를극복한 최한진이 아이리스와 아이를 낳는 것으로 끝난다.
잭 플린트는 이 소설 190화에서 왕궁의 신입 시종으로 등장하는2명 중 한명으로 몰락한 남작 가문 출신의 셋째 아들이며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 왕궁의 시종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이틀 만에 살해당한다, 왕실 시종 동기인 레이첼에 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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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189화니까 시기 상 190화보다 이틀 빠르네. 결혼식을 치루기전이니까 아이리스는 무조건 처녀라 이거지! 소설에서는 결혼식 날 밤 처녀혈로 침대보를 적셨다고 묘사 되어 있었으니. 그보다 아직 왕실 시종 면접도 안 봤다니 조금 난감한데? 내가 혹시라도 면접에 떨어지면 어떡하지? 젠장, 나는 이 세계관의 설정들을 다 아는 것도 아니-. 그렇지! 난 공략 치트 스킬로이 세계의 모든 정보를 열람할 수 있지! 면접은 무조건 통과지!’
현재 왕궁의 면접 대기실에 앉아 긴장에 다리를 떨던 나는 이내 편안한 마음으로 주위를 둘러봤다. 온통 황금으로 도배된 벽에는 무수한 보석들이 박혀 다채로운 빛을 내고 있었다. 문득 시야의 한구석에 있는 느낌표 표시가 눈에 들어왔다.
‘음, 저건 뭐지? 타깃창? 한번 띄워봐라’
허공에 타깃창이 생성되었다.
『타깃: 이사벨 아이리스
!(이사벨 아이리스)가 NTL에 최적화됩니다.
!(이사벨 아이리스)가 사랑하는 대상 (최한진)이 NTR에 최적화됩니다.
보상: 막대한 경험치, 상급 스킬 뽑기권(S~SSS급), 상급 아이템 5회 뽑기권(S~SSS급)
Tip: (최한진)을 향한 믿음을 박살내 보세요!』
‘역시 타깃은 아이리스로 설정되는구나. NTL에 최적화 된다는 건 아직 어떤 방식인지 잘 모르겠네... 그러고 보니 이 소설은 애초에 여주인공이 한명 뿐인 순애 소설이니까 바로 아이리스로 타깃이 고정된다고 해도 하렘물 같이 여주인공이 여러 명 있는 세계로 들어가면 타깃은 어떻게 되는 걸까? 여러 명 다 따먹을 수 있는 건가?’
입맛을 슥 다신 나는 잠시 흥분을 가라앉혔다.
‘그보다 레이첼 이 년은 어디 있지? 그 년을 처리해야 내가 안심하고 아이리스를 따먹던지 말든지 할 텐데.’
헛기침을 내뱉으며 나는 소설에서 묘사된 대로 핑크색 머리에 폭력적인 가슴을지닌 여자를 찾기 위해 두리번거렸다.
‘찾았다. 한 번 저 년에 대한 모든 정보를 열람해 볼까?’
그녀의 정보가 허공을 장식했다. 그 중에서도 정체와 약점이 나의 눈을 사로잡았다.
‘뭐야, 소설에서는 그냥 암살자라고 나왔는데 공작가의 사생아였어? 그보다 12살 때 공작이 자신을 성폭행 하려고 하자 공작을 단도로 찔러 죽이고 가문에서 도망쳤다고? 증거를 모으고협박해서 확 육변기로 만들어 버릴까? 레이첼은 꽤나 유능한 암살자로 나오니까 잘만 이용하면 아이리스를 따먹는 것도 쉬워질 거야. 그래, 그게 좋겠군.’
순식간에 레이첼의 운명이 정해졌다. 레이첼은 갑자기 느껴지는 오한에 몸을 흠칫 떨었다.
*
“잭 플린트 지원자 들어오세요.”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어차피 공략 치트 스킬이 있으니 면접은 무조건 합격이라고? 나는 당당하게면접실로 들어갔다.
“안녕하십니까. 플린트 남작가의 셋째 아들 잭 플린트입니다. 아이리스 왕가에 무궁한 영광을.”
미리 스킬을 통해 조사해 둔 예법을 떠올리며 최대한 정중한 자세로 허리를 숙였다.
“그래요, 여기 앉아요. 시간이 촉박한 관계로 바로 질문할게요. 첫 번째 질문은 공통질문입니다. 왜 왕실의 시종으로 지원하셨죠?”
‘저 면접관이 원하는 대답을 보여줘.’
나는 바로 공략 치트 스킬을 이용해 면접관이 원하는 모법 답안을 찾아냈다.
“왕실은 나라의 근간입니다. 왕실이 바로 서야 국가가 바로 섭니다. 저는 귀족으로써 의무를 다해 국가를 위해 헌신하시는 왕실 분들을 위해 제 한 몸을 바쳐 봉사하고 싶어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훌륭한 마음가짐이네요. 그럼 이제 개인질문을 시작하겠습니다. 옷차림은 대체 왜 그런 건가요? 면접을 보러 오는 사람 치고는 저잣거리의 광대들이나 입을 법한 괴상한 옷들을 입고 오셨는데 특별한 의미가 있는 건가요?”
‘젠장, 옷을 생각 못했다. 어떻게든 변명을-’
한채린을 찾아갔다가 돌아오자마자 스킬을 사용한 나는 안타깝게도 면접과는 어울리지 않는 청바지에 셔츠 차림을 하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질문에 초조해진 나는 쉽사리 대답을 꺼낼 수 없었다. 면접관의 얼굴은 내가 고민할수록 점점 찌푸려졌다.
‘공략 치트 스킬! 빨리 저 면접관이 원하는 대답!’
[면접관은 현재 당신이 꺼져주기만을 바라고있습니다.]
“수고하셨어요. 복식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지원자하고는 얘기를 나눌 시간이 없을 것 같네요.”
결국 나는 면접에 떨어졌다.
*
왕궁을 벗어난 나는 내가 현재 아무것도 없는 빈털터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공략 치트 스킬을 사용해 가장 가까운 은행 위치를 알아낸 나는 스킬을 또다시 이용해 내 계좌 번호와 비밀번호를 찾아냈다. 잔고는 꽤나 적었지만 여관에서 며칠 머무는 데에는 지장이 없어 보이는 액수였다. 나는 근처 옷가게에서 옷을 몇 벌 사서 왕궁 앞에 있는 여관에 방을 잡았다.
“나 왕궁 어떻게 들어가? 이거 좆된 건가? 왕궁에 못 들어가면 아이리스는 물론이고 레이첼 그 년도 못 따먹잖아! 방법을 생각해 보자, 방법을... ”
목욕탕에 몸을 담그며 방법을 곰곰이 생각해 보던 나는 이내 유레카를 외치며 욕실 밖으로 뛰쳐나왔다.
“최한진은 지구에 대한 미련을 끝까지 버리지 못했다는 설정이 있으니까 지구에서 온 나를 보면 분명히 관심을 가질 거야! 그렇게 최한진 옆에 붙어 있다가 왕궁으로 들어가서 아이리스를 내 육변기로 만들면? 캬, 완벽하다!”
나는 옷을 재빠르게 챙겨 입고 공략 치트 스킬을 사용해 최한진의 위치를 파악했다. 최한진은 클라인 공작가에 있었다.
*
“자네 아버지를 죽인 그 사생아는 아직도 못 찾았나?”
“안타깝게도 벌써 10년이 다 되가는데 그 조그만 소녀가 어떻게 그리도 철저하게 흔적을 지운건지 암살자 길드 쪽에서도 아직 갈피조차 못 잡고 있다네.”
“10년이 다 되도록 조사에 그리도 큰돈을 들이다니. 자네의 효심에 하늘에 계신 아버님도 분명 감동하셨을 거야.”
최한진은 자신의 친구 아서스 클라인의 어깨를 토닥여 주면서 어색한 미소를 머금었다. 아서스가 자신의아버지를 죽인 흉수를 찾는 것이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효심이 아닌 그저 가문의 위신과 자신의 이미지를 지키기 위한 것임을 알고 있기에 그는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위선자.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족속들이긴 하지만 내가 클라인 공작가와 대립한다면 아이리스가 곤란해 하겠지.’
최한진은 자신이 사랑하는 연인의 모습을 떠올리고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자네 또 여왕님 생각하고 있지! 정말이지 내 운명의 짝은 언제 나를 찾아오려나.너무 염장질은 하지 말아 주게나, 자네와 여왕님의 사랑은 이미 온 백성이 알고 있으니 말일세.”
허허 웃고 있는 아서스의 말마따나 마왕을 토벌하기 위해 함께 떠난 아이리스와 최한진의 사랑 이야기는 온 대륙에 널리널리 퍼져 있었다. 그들의 로맨스는 동화책으로 만들어져 아이들에게 읽혔으며 노래로 만들어져 음유시인들에게 불러졌다.
“아 참, 다음 주에 있을 자네 결혼식을 위해 내가 아주 큰돈을 들여 깜짝 놀랄만한 선물을 준비했으니 기대해 주시게나.”
“어허, 그런 거 따로 준비하지 말라니까. 그래도 나를 생각해서 친우가준비한 선물이라고 생각하니 꽤나 감동스럽다네.”
*
“아 맞다! 소설에서 최한진 결혼식 선물로 아서스가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영약을 줬었지! 그게 정력에 그렇게 좋다던데, 군침이 싹 도네!”
나현수는 선물을 어떻게 가로챌까 즐거운 고민을 하며 클라인 공작가를 향해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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