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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0화 〉17일차 (90/94)



〈 90화 〉17일차

1라운드 처럼 혼자가 되었다.

그러나 의외로 허탈한 마음은 금방 가라앉았다.

그냥 오늘 게임을 내가 제일 못한  뿐이다. 초반에 운으로 하려 한 탓이 크다.

그 때 확실한 편을 만들어서 운영했어야 하는데 안일했다.

다음엔 모든 순간 최선을 다해서 할 것이다.

모두 내 탓으로 돌리는게 마음 편하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해야 앞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마리가 했던 말은 내 머리속에 계속 떠다녔다.

그녀가 나와 있고 싶어서 1등을 하겠다는 말이 꽤나 신빙성 있었다.

확실히 여자로 바뀐게 더 좋다면 열심히 할만한 이유가 없다. 하지만 내 1등을 막기 위해서라면 이해가 된다.

근데 딱히 접점도 없었는데  나를? 살짝 열받는다.

"하아."

한숨이 나온다. 나중에 물어보던가 해야지.

그래도 계속 아닌  방해하는 것 보다는 말해주는게 나았다.

이유를 알아도 답답하긴 하다. 앞으로도 날 방해하며 1등을 노리겠다는 거니까.

다른 사람들은 고맙다 하고 받아들이겠지. 마리가  공격하는 플레이를 하면 나머지 셋이 이득보는 경우가 많아질 테니까.

한 명이 너 죽고 나 죽자는 플레이를 하면 무조건 망하는데. 어떻게 피할  있을까.

그런데 마리는 그렇게까진 하지 않았다. 그냥 1등을 하고싶어 하는 걸까?

날 방해할 수 있으면 최대한 하겠지만 그게 메인이 되지는 않을 것 같다.

내 생각만 이런거면 큰일이니까 이것도 직접 물어봐야겠다.

그  MC의 말이 나왔다.

[마지막 순발력 게임은 '빨리 옮기기'입니다! 앞에 보이는 통로를 기어서 공을 옮기면 됩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테니스 공들이 여기저기에 퍼져 있다. 생각이 많아져서 눈치채지 못했다.

그리고 앞에있는 벽에 동그란 구멍이 있었다.

어두컴컴한 통로 반대편에 빛이 조그맣게 보였다. 길이 생각보다는 길어보인다.

개구멍같은 통로를 기어서 반대편에 공을 옮기면 되는 간단한 규칙이었다. 개구멍이라기엔 너무 길긴 하다. 오히려 대형 파이프에 가깝다.

[공은 바닥에 떨어뜨리면 점수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그럼 일정 시간동안 많이 옮겨주시면 됩니다!]

이거 할만한데?

통로가 한 명 기어갈 수 있는 크기여서 빠르게 왔다갔다 하면 괜찮을지도 모른다.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흣!"

벌떡 일어나자 보지랑 항문, 요도까지 찌릿거린다.

애써 정조대의 쾌감을 무시하며  손에 공을 들고 하나는 물었다.

혼자다 보니 마음이 다급해진다.

구멍 앞에 가서 몸을 숙이니까 딱 들어간다. 여유가 그리 많지 않은 통로였다.

구겨서 OTL 자세를 취하니까 안 그래도 큰 가슴을 더 모은 모양이 되었다.

꿈틀대며 팔꿈치랑 무릎 아픈건 신경도 안 쓰고 필사적으로 기었다.

"흐앗!"

움츠린 자세 때문에 기어갈 수록 쾌감이 점점 커진다. 정조대가 미묘한 곳까지 찌르기 시작했다.

순간 커다란 쾌감에 힘이 풀리며 입에있던 공이 굴러갔다.

그럴 수 있지. 침착하게 두 개라도 옮기자. 다른 사람들도 양 손에만 들었을 거야.

꾸역꾸역 마저 기어서 반대편을 갔다. 엄청 길어 보였는데 할 만 했다.

기어 가면서 신음을 몇  흘리긴 했지만 잘 왔다. 정조대를  이상 모두 다 쾌감에 몸부림 칠 수 밖에 없다.

심지어 다른 사람들은 차례로 기어가면 서로의 벌어진 구멍들을 다 볼 것이다. 오히려 혼자가 낫다.

반대편에 나와 주변을 둘러보니  봐도 넣으라고 바구니가 있었다.

공이 땅에 안 닿도록 조심하며 몸을 일으켰다.

"힛!"

일어서며 또 음부가 자극됐다. 얕게 절정하며 애액을 질질 흘렸다.

엉거주춤하게 서서 애액을 싸고 있으니 너무 수치스러웠다. 하지만 꾹 참고 공을 바구니에 담았다.

2점

점수가 올라가는게 보이니까 욕심이 난다. 다시 재빠르게 파이프 처럼 생긴 통로를 들어갔다.

원형 통로가 너무 길게 느껴진다. 반대편에 있는 빛만 보고 꿋꿋히 기어갔다.

가슴이나 머리카락이 다 불편했다. 아마 이 미션도 마리에게 유리할 것이다. 몸도 작고 가슴도 작으니까.

기어가다가 계속 포기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반대로 힘을 더 내서 속도를 붙였다.

토끼와 거북이처럼 저 쪽이 방심하면 이길 수 있다. 나는 그 확률에 걸어보기로 했다.

그러려면 최소 10점은 넘겨야 한다. 넷이 옮기면 8개에다 마리는 물어서 3개를 옮길 수도 있으니까.

처음 장소로 나와서 공을 챙겼다. 격렬하게 움직였더니 또 절정하고 말았다.

"하아앗!"

정조대 때문에 미칠 것 같다. 일정 시간 계속 차고 있었더니 감각이 이상해진다.

벗어도 구멍들이 계속 벌어져 있을까봐 걱정도 된다. 하지만 이길 수만 있다면 다 할 수 있다.

혹시 모르니까 또 공 세 개를 챙겨서 구멍에 갔다. 몸을 쑥 집어넣고 좌절 자세를 한다.

이런 자세를 보기 위해서 이딴 게임을 한 거겠지?

알고 있지만 당할 수 밖에 없다. 애써 무시하며 다시 통로를 기어갔다.

"히잇!"

반쯤 통과하니까 또 얕게 절정하며 물고있던 공을 놓쳤다. 쾌감 받을 때 턱에 힘만 안 빠졌어도 훨씬 좋았을 텐데.

팔을 모아서 공을 잡아보려 해도 가슴골을 따라 앞으로 쭉 굴러간다. 큰 가슴은 하나도 도움이 되질 않는다.

좁은 곳에서 열정적으로 움직이니까 땀이 찬다. 미끈미끈 해지니까 통로에서 벗어나기도 힘들어진다.

"끄읏."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기어서 반대편으로 나왔다. 공을 넣으니까 점수가 오른다.

4점

숨이 점점 거칠어지고 보지나 항문이 다 얼얼하다. 요도는 이미 맛이  게 아닐까.

의식도 안했는데 소변이 조금씩 샌다.

나는  뺨을 찹찹 치며 정신을 차렸다. 몇 번  해보고도 제한시간이 안 끝나면   멈추자.

쾌락과 고통을 꾹 참고  번 더 왕복했다.

6점

팔꿈치나 무릎은 이미 다 까져서 뜨겁다. 등, 겨드랑이, 가슴골 모두  범벅이고 얼굴에서도 뚝뚝 떨어진다.

가랑이에도 애액과 소변이 뚝뚝 떨어지는 중이었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기어갈  마다 상처난 곳들이 따갑다. 아마 달팽이처럼 지나온 길이 다 액체 범벅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게 어떤 종류의 액체인진 모르겠지만.

약해진 몸은 통로 왕복을  번 한 것으로 벌벌 떨린다.

적어도 두 번만 왕복을 더 해보자. 저 쪽이 내가 포기한 줄 알고 한 번 씩만 옮기고 멈췄다면 이길 수 있다.

"하읏. 하."

팔다리가 부들부들 떨리고 정신이 혼미해진다. 오로지 공을  손에만 힘을 꽉 주고 필사적으로 기었다.

8점

저쪽 팀이 왕복 한 번만 했다면 동점이다. 아니지. 분명 마리는 공 세 개를 들고 갔을 것이다.

그녀는 정조대를 입지 않았으니까 가능하다.

그래도 이번에 내가 공을 두 개 더 들고오면 이길  있다.

너무 힘이 드니까 고개를 땅에 쳐 박고 기었다. 그저 빨리 반대편에 도착하기를 바라는 마음만 가득했다.

통로가 미끈한 재질이라 가능했지 거친 재질이었으면 절대 불가능 했다.

"흣. 하앗!"

거친 숨소리 중간에 신음도 지르며 반대편까지 기었다. 머리카락이 온 몸에 달라붙고 허리는 저절로 툭 툭 튕긴다.

좀비마냥 비틀대며 공 두개를  쥐어들고 돌아섰다.

그리고 구멍에 몸을  구겨 넣었다.

바닥에 액체가 많아지니까 팔을 바닥에 대고 그냥 밀듯이 전진했다. 진짜 쓰러지기 일보직전이었다.

어차피 만신창이가 되어도 치료해주겠지. 쓸리는 팔이 너무 뜨거워지면 그 때만 잠깐 떼고 계속 나아갔다.

어느덧 반대편 빛이 보인다. 결국 여기까지 오는데 성공했구나.

거칠게 몸을 일으키자 가슴이 출렁거린다. 내 눈은 이미 반 쯤 풀렸다. 진심으로 엄청 힘들다.

공을 넣자 10점이라는 표시가 떴다.

일단 1차 목표를 달성했다. 정말 괴로웠지만 뿌듯했다. 목에선 헥헥대는 소리만 들린다.

겨우 기는 행위가 이렇게 힘든 일이었나 싶다.

아직 제한시간이 다 되려면 멀었나? 다시 불안해지자 나는 구멍에 또 몸을 넣었다.

이젠 이 파이프 통로와 한 몸이   같다. 무릎 뼈가 아프다 못해 시릴 정도였다.

한 중간쯤 가자 너무 포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망설인 순간 때문에 진다는 생각이 스치자 힘이 또 났다.

근성으로 해결해보자. 다시 팔을 내미는데 더 이상 힘이  들어갔다.

"하..."

나는 통로 가운데에서 철푸덕 하고 널브러졌다. 머리는 하고 싶어 하는데 신체는 끝난 모양이다.

얼굴을 위로 들게 돌아누웠다. 거친 숨 때문에 가슴이 위아래로 움직였다.

이게 순발력 게임이 맞나? 이제야 게임에 대한 회의적인 생각이 들었다.

힘을 한계까지 끌어다 썼다.

그러자 MC의 말이 나왔다.

[마지막 라운드 결과 10 대 11로 마리, 제니퍼, 엘리스, 줄리가 승리합니다! 세리아는 정말 아쉽겠네요!]

결국 졌다.

한 번만 더 힘내서 할 걸.

저렇게 지니까 아쉽다 못해 눈물이 났다.

"아."

뭔가 울면 추해보일  같아서 참고 싶었는데 속절없이 흘렀다.

이제서야 온  구석구석이 아파오고 피가 식는 기분이 들었다.

눈을 감고 고통을 달래며 가만히 있었다. 진짜 아무것도  할 정도로 힘을 뺐다.

이 게임은  번 다 마지막이 가장 씁쓸했다.

우리는 다시 모였다.

눈을 뜨자 넷이 나를 보고 있다. 모두 놀란 표정이었다. 내가 다섯 번이나 왕복할 줄 몰랐던 거겠지.

그나마 한 방 먹인 기분이라 나쁘지 않았다.

슬쩍 보자 마리는  밝게 웃었다. 웃음이 나쁘게 다가오진 않았지만 신경은 엄청 거슬렸다.

무릎이랑 팔꿈치도 장난 아니게 쓸렸지만 급하게 기느라 다른 살들도 많이 쓸렸다.

아직도 얼얼한 걸 보면 보기에는 더 심각해 보이겠지. 그래서 다들 놀란 걸지도 모른다.

옮겨질  치료해 주는 줄 알았는데 아직  되어 있다. 이젠 게임이 끝나야 치료해주는 모양이다.

원래 그랬었나? 상처나게 열심히 한 적이 언제였더라.

그나마 정조대는 벗겨줘서 다행이다.

가만히 누워있자 하나  내 근처로 왔다. 표정들이 모두 제각각이었다.

이 와중에도 게임이 끝나서 벗겨진 정조대가 오히려 어색했다. 아직도 구멍들이 다 벌름거린다.

"아니. 왜..."

엘리스가 기가 막히다는 듯이  봤다. 걱정스럽게 보는 것 같기도 하다.

나의 1등을 향한 열정을 모두 알아 줬으려나? 제니퍼의 표정도 심각해졌다.

줄리는 미안한지 내 얼굴을 잘  쳐다봤다. 마지막에 내가 일어나자고 한 것을 거절한게 미안한 건가? 전혀 그럴 필요 없는데.

모두 저런 표정을 짓는데 내가 못난 심보를 가졌나 보다. 다들  걱정해주는게 가식적으로 보였다.

 혼자 팀 하게 만든건 너희들이면서 왜 걱정해. 게임은 게임으로만 봐야지.

어이없게도 웃음이 나왔다. 그래도 같이 지내는 사람이 다쳤다면 걱정해주는게 당연한건데.

오히려 내가 승부욕에 미쳐서 이상해진 모양이다. 얼굴에 울었던 것도  티 났을텐데.

그래도 오늘은 부끄럽지 않았다. 나는 앞으로도 이렇게까지 게임 할 것이다.

어쩌면 대놓고 선전포고 한 느낌이다.

'날 막아 서려면 나처럼 이만큼은 노력해야  걸?' 하고 보여준 것이나 다름 없다.

[게임 결과 1등 마리! 벌점 0점! 공동 2등 제니퍼, 엘리스, 줄리! 벌점 1점! 5등 세리아 벌점 4점! 입니다!]

결과적으로는 종합 벌점도 낮고 괜찮은 게임이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게임에 미쳐 있다는 것을 모두에게 알렸다는 점이다. 나를 포함해서.

계속해서 몸이 망가져도 난 최선을 다해 게임 할건데. 다들 따라올 수 있으려나.

[그럼 개조방으로 가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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