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8화 〉17일차
눈을 뜨자 다들 모여있었다.
패배한 팀이라고 해 봐야 나 혼자인데. 놀리는 느낌이다.
정조대라면 벗지 못하는 팬티라고 보면 되나? 내 하복부를 내려다 봤는데 가슴 때문에 잘 안 보인다.
어떤 모양인지 엄청 궁금한데.
옆으로 내려다 보니 투명한 실리콘으로 되어있다.
그냥 손으로 만져보자 말캉말캉한 재질로 된 정조대였다.
그리고 계속 음부에 이물감이 느껴지는게 딜도라도 달려있는 모양이다.
아니. 살짝 움직여보니 요도랑 항문까지 무언가 박혀있다.
몸을 움직이자 척추를 타고 쾌감이 흐르면서 애액을 조금 흘렸다.
"힛!"
내가 일어나려다 말고 주저 앉자 다들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친히 설명해 줬다.
"중요 부위에 요도랑 항문까지 다 들어있어서 그래."
"아."
엘리스가 수긍했다. 나머지도 고개를 끄덕였다.
페널티를 받는 것 뿐인데 뭔가 창피했다.
쭈구려 앉은 상태로 정조대 틈새를 매만져봤다. 약간의 틈으로 손가락이 들어간다.
살짝 말캉거리는게 딜도도 실리콘 재질인가 보다. 쓸데없는 정보가 늘었다.
그럼 다 투명하다는 거니까 아래서 보면 구멍들이 다 벌어져 보이려나?
"후우."
진짜 꼼짝을 못하겠다. 그대로 무릎꿇고 앉아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누울 수도 없었다. 그러면 내 구멍들이 다 보여질 테니까.
이것도 노출이라고 몸이 오싹거렸다. 애써 무시했다.
[5분간 상의 후 팀짜기에 들어가겠습니다!]
분명 혼자 방에 있을 때는 필사적으로 게임하겠다고 다짐했었는데. 정조대 하나 만으로 모든게 망가졌다.
다시 한 번 힘을 내서 몸을 일으키자 질 내부와 항문, 심지어 요도까지 찌릿거린다.
이상한 감각에 쾌감을 받자 기분이 엄청 나쁘다. 하지만 내 몸은 속도 모르고 애액을 흘린다.
엉거주춤 일어나자 쾌감 때문에 엉덩이가 뒤로 빠진다.
엉덩이를 쭉 빼고 상체를 굽히자 가슴이 더 덜렁거린다. 무슨 스모 선수가 준비자세 하는 기분이다.
생각보다 더 창피한 모습 때문에 다시 앉았다.
"히잇!"
무심코 그냥 앉았더니 민감한 부분들에 충격이 간다. 찌릿거리며 온 몸이 달아올랐다.
클리와 유두가 빨딱거리며 발기했다. 누가 보고 있는 것도 아닌데 너무 창피해서 얼굴이 뜨거워졌다.
손으로 정조대를 다시 만져보자 팬티모양 고무 느낌이지만 허리부분은 딱딱했다.
실리콘이나 고무나 투명한 재질이라 엿같은 건 똑같다.
허리 옆쪽에는 잠금장치도 있다.
여길 열고 입은 뒤에 이런 식으로 잠그는 정조대구나. 물론 잠긴 것을 풀 순 없었다.
고개를 끄덕이다가 이상함을 느꼈다.
이게 무슨 정조대일까. 정조를 더 잃는 기분인데. 다른 사람 자지가 안 들어가게 하면 다 정조대라 그러나?
이미 입은 상태라 고민하지 않기로 했다.
조금만 몸을 틀어도 세 구멍이 다 오물거린다. 진짜 미칠 것 같다.
특히 요도에 무언가 들어있는 느낌은 최악이었다.
밖에서 잘못 따라했다가는 방광염 걸리기 딱 좋겠다.
움직여서 괜히 더 자극받지 않게 조심했다. 내가 이렇게 고생하는 동안 넷은 소근소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약간 게임 속 깍두기가 된 기분이 들었다. 마음껏 돌아다니고 싶은데 그러면 신음을 지르고 다니게 생겼다.
만약 수치심을 참고 돌아다녀서 이기면 다행이지만 또 지면?
이런 생각이 나를 망설이게 만든다.
그 때 마리가 내 옆으로 왔다. 하던 얘기가 다 끝난 걸까?
"세리아."
"응?"
나도 모르게 간절한 눈빛으로 그녀를 봤나 보다. 굉장히 미안해 하는 표정을 지었다.
"일어날 수 있겠어요?"
"왜?"
그녀는 살짝 우물쭈물 하더니 말했다.
"아마 저랑 둘 만 앉아서 팀이 될 것 같아요."
"그렇게 하기로 한거야?"
그녀의 표정이 내게 답을 해 줬다.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넷 중에서 한 명만 희생양으로 자처한다면 5등 4등이 나올 수 있다.
결과적으로는 가장 행복한 방법이다. 그런데 5등을 그냥 넋 놓고 하기에는 용납할 수 없다.
앉는 척 하다가 확 일어나 버릴까?
그러다 마리만 오게 된 이유가 궁금해졌다.
"너는 왜 여기로 왔어?"
가위 바위 보 하는 소리는 안들렸는데. 마리는 어깨를 으쓱하며 살짝 웃었다.
"제가 원해서요."
뚫어져라 쳐다보니까 싱긋 웃는다.
표정을 보니 진짜 희생양으로 온 것 같지 않다. 진짜로 날 선택해서 와준 걸까?
내가 어쩌다 이런 신세가 되었을까. 뭔가 동정 받는 기분이다.
"...고마워."
"헤헷. 뭘요."
그런데 그녀의 동정이 나쁘게 느껴지진 않았다. 오히려 힘이 된다.
지금의 나는 내가 봐도 여태 게임중에서 가장 무기력한 모습이다. 단지 정조대 때문은 아닐 수도 있다.
마음가짐이 약해져서 힘을 못내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런 나를 선택해 주다니.
이게 고맙지 않으면 뭐가 고마울까.
그녀는 내 옆에 그냥 털썩 앉았다. 오늘의 첫 번째 게임 주제가 자위여서 그런가? 겨우 둘인데도 든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머지 셋이 무슨 얘기를 또 나누고 있다. 아무리 게임은 게임으로 보자고 했지만 살짝 섭섭하다.
제니퍼나 줄리는 시켜서 하긴 해도 서로 보지를 빨아주는 사이 아닌가.
"풋."
혼자서 생각하고도 어이 없어서 피식 웃었다. 보지를 빨아주는 사이라니.
이게 사람의 심리라 어쩔 수 없다.
어차피 누군가는 계속 아쉽고 섭섭하겠지. 쓸데없이 게임 하나에 연연하지 말자.
그냥 이 게임이 나랑 가장 안 맞는 모양이다.
5분이 다 되어가자 모두 일렬로 섰다.
나는 마리가 도와줘서 끙끙대고 일어났다. 자세가 계속 어정쩡해져서 추해진다.
쭈구려 앉으니까 요도에 꼽힌 것이 미묘하게 날 자극했다.
"흣."
작은 신음이 새어나왔다. 창피해서 얼굴이 뜨거워진다.
잠시 후 MC가 카운트를 했다.
[하나 둘 셋 하면 일어나거나 앉아주시면 됩니다. 자! 하나! 둘! 셋!]
나는 일어나려다 그냥 앉아있었다.
그 결과 예상대로 마리만 앉아있고 셋은 서 있었다. 오늘 게임은 포기해야 겠다.
셋 다 내게 미안한 표정을 하고 있었지만 게임은 냉정하게 해야 하는 법.
그저 운 없는 나를 탓하는게 더 맞다.
[그럼 각 방으로 이동하겠습니다!]
마리와 둘이서 2라운드를 하게 되었다.
눈을 뜨자 마리가 옆에 있다.
"개조 더 받아도 진짜 괜찮겠어?"
나는 마리에게 대놓고 물어봤다. 솔직히 미안한 마음이 안 생긴다면 거짓이겠지.
그녀가 강제로 오게 된 것이라도 그 점이 중요하진 않다. 적어도 날 위해 거짓말을 해줬다는 뜻이니까 배려 해준거다.
진심으로 나에게 온 것이면 더 미안해진다.
그러자 마리는 싱긋 웃었다.
"이기는건 왜 생각 안하세요?"
대꾸를 하려다가 하지 못했다. 그녀의 표정이 진짜로 이기고 싶은 표정이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내가 진짜 나약해지긴 한 모양이다. 잡혀온 초반에 필요 이상으로 저항하며 정신력을 다 사용한 걸까.
날 움직이게 하던 스트레스가 사라지니까 원동력을 잃었나 보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
나는 다시 무슨 말을 하려다가 말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솔직히 아까 일어나려다 말았던 이유는 마리의 표정 때문이었다.
무언가 확신에 차 있는 그녀의 표정이 나를 붙잡았다. 그래서 계속 앉아있었다.
아까는 내 선택에 의문이 들었었는데 이제야 알겠다.
진짜 이길 수도 있다. 왜 계속 패배를 깔고 생각한거지? 그녀 덕분에 용기가 생긴다.
의외로 마리는 평소엔 철 없어 보이다가도 이럴 때 성숙해 보인다.
"맞네. 우리 이길 수 있어."
내 눈에 힘이 들어가자 마리는 박수를 치며 엄청 좋아했다.
"맞아요. 이겨봐요. 우리."
그녀는 우리라는 말을 강조했다. 지금은 팀워크가 중요하긴 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하이파이브를 했다.
짝
힘을 내도 될까 말까한 게임을 넋 놓고 질 뻔 했다. 그럴 순 없지.
우리는 승리를 위해 무슨 짓이라도 할 기세였다.
[두 번째 순발력 게임은 '액체 채우기'입니다! 처음과 마찬가지로 순발력 게임이니 만큼 속도가 중요하겠죠?
컵에 침, 눈물, 애액, 소변 등등 자연스럽게 나오는 액체로 채워주시면 됩니다. 간단하죠?]
이딴 게임이 무슨 순발력 게임인가. 딴지를 걸려다 말았다.
고개를 돌려 주변을 보자 앞에있는 벽 위쪽에 컵 하나가 있었다. 살짝 큰 플라스틱 컵 처럼 보인다.
[시작 하겠습니다!]
마리는 잽싸게 일어나서 컵을 만졌다. 그러나 낑낑대기만 하고 컵을 끄내질 못했다.
"여기 고정된 컵인가 봐요!"
그녀의 턱 부분에 위치한 컵을 보니 바로 침 뱉기는 편해보인다.
고정시켜놓은 이유가 입으로 뱉으라는 뜻이겠지?
그 때 방법이 머리를 스쳐갔다. 망설임 없이 말했다.
"마리! 여기 누워봐!"
"네? 네!"
마리는 컵을 만지다 말고 내 앞으로 와서 엎드렸다. 말은 참 잘 들어서 좋다.
"아니. 뒤집어서 얼굴을 위로 보게."
"넵."
그녀가 다시 돌아 누웠다. 그런 그녀 위로 나는 올라탔다.
"에? 뭐 하게요?"
마리의 당황스러운 목소리를 뒤로 하고 치마를 들춘 뒤 얼굴을 박았다.
"미안! 헤읍."
"하읏! 세리아! 뭐 하려고... 아!"
그녀는 내 의도를 바로 알아챘다. 바로 흔히들 말하는 69자세를 한 뒤 보지를 빨았다.
"흣. 하읏."
역시 반응이 빠른 마리 답게 벌써 촉촉해졌다.
그녀의 보지는 1자로 다물린 모양이었다. 이런 보지는 진짜 처음 본다.
선홍빛 소음순이 내 혀로 헤집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