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6화 〉15일차 (76/94)



〈 76화 〉15일차


15일차

오늘도 어김없이 일어나서 이를 닦는다. 15일이라니. 이제 딱  달의 반이 지나갔다.

여태 까지도 엄청 길게 느껴졌는데 겨우 반? 답이 없다.

지금 나는 뭘 하고 있는걸까. 가슴을 출렁대며 이를 닦고 있을 때인가?

점점 무기력증이 나를 잠식한다. 유두에 붙은 스티커나, 보지를 간신히 가린 팬티를 봐도 화가 안난다.

오히려 헛 웃음이 나온다.

1등을 하고 싶긴 한데 노력하기가 싫다. 마치 공부는 안했지만 성적은 잘 받고싶은 심리다.

"에휴."

한숨을 내쉰 뒤 내 뺨을 찹찹 쳤다. 이렇게 처져서 있으면  것도 안된다.

로또 하나 사서 대박을 노리는 심리랑 뭐가 다른가. 열심히 준비해서 1등을 해야지.

여기에 납치되어 개조당하는 것 만으로도 로또보다 더한 확률이긴 하지만.

스트레칭을 하려고 바닥에 털썩 앉았는데 제니퍼가 왔다.

그녀는 가슴을 털렁대며 내 앞에서 스트레칭을 했다. 검은 하트모양 니플 밴드가 눈에 띄었다.

그녀도 내 가슴을 봤지만 별 말 없었다. 어제 더한 짓을 해서 그런가.

스트레칭을 하는 그녀를 보고있으니 살짝 부럽다. 이유는 매번 똑같다. 가슴 크기.

밖에 있으면 그녀도 나름 큰 가슴인데 비교하니까 작아보인다.

아니지. 이런 비교 하면 괜히 나만 스트레스다. 머리를 흔들어 잊어버렸다.

"후우."

그녀도 나도 한 마디 없이 각자 운동을 하니까 뭔가 웃겼다.

복장이 같으니까 동질감이라도 드는걸까? 멀리서 보면 그냥 변태 여자 둘인데.

나름 의미없는 대화를 안해서 편하기도 했다. 이런 침묵이 편할 때도 많다.

각자 스트레칭을 마친 뒤 침대로 돌아갔다.

의외로 아침엔 무작위 절정이 없었다.


[오늘의 게임은 '장애물 달리기 게임' 입니다! 이름만 들어도 아시겠죠?]

이번엔 눈을 떴을  깜짝 놀랐다.  옆에 있는 사람들도 놀란게 느껴졌다.

운동장만한 크기의 하얀 방이었다. 이렇게 넓은 방도 가능하다고?

너무 크니까 사실 방 느낌도 안났다. 이런 크기는 처음이다.

저번에 농구코트 크기도 깜짝 놀랐었는데 오늘과 비교도 안 된다.

살펴보니 예전에 TV에서  드림팀 세트장처럼 무언가 앞에 존재했다.

자세히 보진 못하게 해놨다. 문으로 들어가서 확인하라는 거겠지.

저런거 살면서 한 번쯤 해보고 싶단 생각은 했었는데. 이런 모습으로는 아니었다.

바닥도 매트처럼 푹신푹신하다. 다칠까봐 걱정한 모양이다.

[3단계의 장애물과 미션을 뚫고 도착하는 순서대로 등수가 매겨집니다! 매우 간단한 방식입니다!]

듣기만 해서는 엄청 쉬워보인다. 그냥 미친듯이 뛰라는 거구만.

물론 정상적인 장애물은 기대도 안 한다.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MC는 사전 설명도 딱히 없이 바로 시작했다. 이렇게 바로 할 줄은 몰랐다.

서로 눈치를 보다가 가장 먼저 뛰쳐 나갔다.

속도가 생명이다. 체력적으로 엘리스를 이기긴 힘드니까 재빠르게 해야됐다.

뒤에서 다들 따라오는게 느껴진다.

미친듯이 1단계 장애물을 향해 달려가던 순간 갑자기 목이 찌릿 했다.

"잉힛!"

나는 그대로 고꾸라지며 굴렀다. 다리에 힘이 풀려서 뛰던 속도 그대로 데굴데굴 엎어졌다.

"하아앗!"

그리고 아픔을 느낄 새도 없이 허리를 들며 절정했다.

후드득 주륵

강렬한 애액 발사에 C 팬티가 벗겨질 뻔 했다. 물론 기분탓 이었겠지만 그런 느낌이었다.

 앞이 번쩍하며 소름이 쫙 돋았다.

바로 일어나지도 못하고 남은 쾌락을 벌벌 떨며 식혔다.

왜 하필 지금?

다들 날 보며 걱정하는 눈빛이었지만 뛰던 것은 계속 뛰었다. 그리 매정하게 보이진 않았다.

어디까지나 페널티로 생긴 참사니까.

내가 숨을 거칠게 내쉬는 사이 모두가 첫 번째 장애물 세트장으로 들어갔다.

힘 빠진 몸을 억지로 이끌고 일어나서 엉거주춤하게 뛰어갔다.

억울함이 점점 차오른다. 마치 '억울하면 어제 시험에서 1등 하지 그랬어?' 라고 말하는 것 같다.

이럴려고 바닥을 다 매트처럼 만들어 놨구만.

이 급한 와중에도 출렁거리는 가슴이 아파서 받쳐야 했다.

하얀 문을 통과하자 글귀가 앞에 씌여 있다.

[1단계. 줄 건너기.]

줄 건너기? 줄 타기도 아니고? 이해가 안돼서 1단계 장애물이 뭔지 황급히 확인했다.

수영장 같은 풀에 밧줄이 여러개가 팽팽하게 당겨져 있었다. 위에서 보면 레일 나눠놓은 것 처럼 보이려나.

인원수보다 줄이 더 많은걸 보니 함정이 있을 것이다.

마음이 급해진다. 나보다 먼저온 사람들은 다들 밧줄을 붙잡고 매달려서 건너는 중이었다.

그나마 다행인건 다들 얼마나 갔는지 보였다.

조급해 하지말고 천천히 가자.

그런데 수영장 같은 곳에서 하는 이유가 뭘까. 줄 앞으로 가서 아래를 내려다 봤다.

아래는 살짝 탁해 보이는 하얀 액체로 가득 차 있었다.

에이. 이렇게 노골적으로 한다고?

진심으로 기분 나쁘다.

하지만 망설일 시간은 없었다. 바로 사람이 없는 줄 하나를 골라서 매달렸다.

줄이 생각보다 미끄럽다. 잡는 것은 안 될것 같고 팔을 감듯이 걸어서 매달려야 겠다.

유격  외줄타기 하는 느낌이다. 대놓고 쓸리는 부분들이 티가 났다. 가슴 사이와 보지.

나무늘보처럼 느리지만 조금씩 나아갔다. 길이가 10m쯤 되려나? 더 짧을 수도 있다.

하지만 체감상으로는 엄청 길게 느껴졌다.

줄에 묻어있던 정체모를 액체가 몸을 적신다. 찝찝했지만 꿋꿋하게 전진했다.

오히려 C 팬티라 다행이다. 치마바람에 노팬티인 사람들은 살짝 떨며 멈추기도 한다.

그녀들의 클리나 보짓살을 정확히 짓누르고 있었다. 이딴게 이런 식으로 도움이  줄이야.

"하앙!"

멀리서 제니퍼가 신음을 지르더니 액체 속으로 퐁당 빠졌다. 순간 놀라서 쳐다봤다.  정도로 쾌감을 느낀걸까?

"푸헙!"

정체를 알  없는 백탁액 액체를 잔뜩 뒤집어  제니퍼가 허우적대며 나갔다.

액체의 깊이는 그녀의 목 정도까지 올라왔다. 생각보다 깊긴 했는데 헤엄칠 정도는 아니었다.

얼마나 깊은지 가늠이  되니까 불안했었는데 다행이다.

가장 궁금한건 그녀가 무슨 이유로 떨어졌는지다. 도저히 감이 안 잡힌다.

시작쪽으로 갈 수록 얕아져서 몸이 드러났다. 우습게도 저 상황에 안 떨어지는 니플 밴드가 신기했다.

다시 출발 지점으로 돌아간 그녀는 살짝 넋이 나갔다.

아까  처럼 무작위 절정을 받았을 수도 있고 이 곳의 함정에 빠진  수도 있다.

아니면 줄에 비벼져서? 그녀는 C 팬티라 그럴 가능성은 낮다.

그리고 바로 일어났으니까 무작위 절정은 아니지 않을까.

 절정감이라면  액체 속에서 저렇게 금방 나오지 못한다.

열심히 이유를 생각하다가 번뜩 지금 상황이 떠올랐다.

구경할 시간이 없었다. 나는 계속해서 조금씩 나아갔다.

"흐앗!"

 때 엘리스도 손을 놓치고 떨어질 뻔 했다. 간신히 거꾸로 매달려서 버틴 모양인데 저게  대단하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얼굴이 새빨개져 있었다.

그녀가 무작위 절정을 받았을 리는 없으니까 확실하게 함정이 존재하나보다. 아니면 줄에 비벼져서 힘이 빠졌나?

엘리스는 절반 쯤 가서 놀랐으니까 나도 저기까지 가서 긴장하면 될 것 같다.

원숭이처럼 매달려 있던 그녀는 힘을 내서 몸을 끌었다.

예상대로 엘리스가 가장 먼저 도착할 것 같다.

"히익!"

중반 지점에 간 마리도 손을 놓치고 떨어졌다.

퐁당

"에프픕."

역시나 백탁액 범벅이되어 나왔다. 누가 봐도 정액처럼 보이지만 그녀의 반응은 생각보다 평범했다. 그래서 더 헷깔린다.

그녀의 푸른 빛 머리가 액체로 떡졌다.

뒤에선 제니퍼가 다른 줄을 잡고 다시 오는 중이다. 무슨 느낌인지 물어볼까?

"제니퍼!"

"네!"

거리가 살짝 벌어져서 목소리를 크게 냈다. 그녀도 크게 대답했다.

"액체 무슨 느낌이야!"

"잘 모르겠어요! 살짝 미끈하고 냄새는  나는데 맛이 살짝 달아요!"

맛을 봤다고? 그러자 마리가 처음으로 돌아가다 말고 올려다보며 내게 말했다.

"단 수준이 아니고 맛있는데요?"

"엥? 진짜?"

매달려 가던 줄리가 정말 놀랐다는 듯이 되물었다. 마리는 확인시켜 줄 생각인지 손으로 퍼서 마셨다.

"으으."

보기에 너무 그랬다. 나는 반사적으로 인상을 찡그렸다.

이게 무슨 짓인가. 정신이 혼미해진다.

우리가 계속 떨어지는 액체니 먹을  없는 건 아닐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저렇게 대놓고 맛있다니까 기분이 이상하다. 누가봐도 정액이랑 비슷해 보이는 액체가 맛있다니.

무조건 여기서 노린게 분명하다.

"게다가 먹으니까 힘이 나요!"

갈 수록 가관이다. 힘이  봤자 한 번에 통과하는 것 만 할까.

아직도 먹던 마리가  말을 한  가는  보며 생각이 많아졌다. 식탐도 없는 애니까 확실한 말이긴 하다.

"흠."

떨어지면 체력적으로 소모가 커서 불리할거라 생각했는데 아니라는게 좀 의외긴 하다.

"그래...?"

처음엔 열이 받았는데 먹을수록 힘이 난다니까 생각이 달라졌다.

맛도 있고 힘도 난다는 그녀의 말에 살짝 망설여진다. 나도 먹어볼까?

내가 진짜 먹는 행위에 미친건가. 저걸 보고도 맛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는게 충격적이다.

일단 절반까지 가 보자.

낑낑대며 가슴과 보지를 쓸듯 나아갔다. 줄이 가슴 사이에 자리하고 있어서 미묘한 안정감을 준다.

그렇다고 이득이라기엔 너무 무겁다.

"핫!"

줄리가 놀란 소리를 냈다. 그러나 떨어지진 않았다. 어떤 느낌이 오길래 저런 반응을 할까?

작은 쾌감이라도 전달하나?

궁금함을 참고 꾸역꾸역 절반 지점까지 갔다.

"흐잇!"

그  줄에 매달려 있던 전신이 따끔하며 손에 힘이 풀렸다. 작은 전기 충격이라도 받은 걸까?

자세가 안정적이었어서 재빨리 밧줄을 다시 잡아 버텼다.

이래서 떨어졌구나. 괜히 야한 쪽으로 생각했나 보다. 마리와 제니퍼는 손에 힘을 너무 줘서 풀린 순간 떨어졌던 것이다.

의문이 해결되자 개운하게 다시 나아갔다. 뒤에서 둘이 오는게 살짝 보인다. 하지만 너무 차이가 벌어졌다.

 사이 엘리스는 목표 지점에  도착해간다. 그녀와 나도 상당히 거리가 벌려졌다.

1단계는  이변 없이 끝날 것 같다.

그 때 앞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다.

트특

"이런 씨!"

순식간에 엘리스가 매달려있던 줄이 끊어졌다. 그녀가 앞으로 황급히 손을 내밀었지만 소용 없었다.

하얀 액체 속으로 그녀는 떨어졌다.

풍덩

이런 함정까지 준비되어 있었구나. 심지어 악랄하게 도착 전에서 끊어진다. 저기까지 가 봐야 알 수 있다는 뜻인데.

의도가 너무 잔인하다.

마치  줄에 매달린 내 모습이 지금 나의 현실 같았다. 1등이라는 희망을 품고 조금씩 나아가지만 눈 앞에서 끊어질지 안 끊어질지도 모른다.

"후."

일단 심호흡을 했다. 다른 생각은 하지 말자.

지금은 오히려 좋다. 1등인 엘리스는 처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많이 간 만큼 돌아가는 시간까지 한참 걸릴 것이다.

"푸합!"

엘리스가 액체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가장 깊은 곳도 제니퍼 목 깊이와 비슷했다. 그래서 엘리스에겐 살짝 얕아 보였다.

그녀도 그렇게 생각한 모양인지 애써서 위로 손을 뻗었지만 닿지는 않는다. 점프도 소용 없었다.

꼼수는 역시 불가능했다.

"에이씨."

엘리스가 한 마디 하고 헤엄쳐서 돌아간다. 그녀는 수영도 할 줄 알았다. 역시 만능 체육인.

그 사이 줄리가 목표지점에 도착해간다. 그녀는 과연 알맞은 줄을 골랐을까?

아까 엘리스가 끊긴 부분을 넘어간다.

줄리도 이를 꽉 물고 긴장하며 움직였다. 그러나 이상 없었다.

"와!"

알맞는 선택을 했다. 그녀의 줄은 튼튼했다.

기뻐하던 그녀는 갑자기 벌벌 떨더니 눈을 까뒤집으며 떨어졌다.

"응힉! 하아앗!"

풍덩

 순간 절정하는게 말이 되나? 처음에 내가 받은 것 보다도 억지다.

무작위 절정이라더니 누가봐도 작위적이다.

그래도 내 입장에선 좋으니까 앞으로 나아갔다. 아까 엘리스가 떨어진 구간이다.

"후우."

살짝 긴장이 된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조금 전진했다.

투툭

"에라이."

줄이 끊어지며 나는 액체 속으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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