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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3화 〉14일차 (73/94)



〈 73화 〉14일차

지금 만큼은 여자다. 여자다. 하고 열심히 되뇌였다. 어차피 연기를 해야 하는데  해놓고 5등하면 억울할 것이다.

그래도 막상 하고 나니까 면역이 살짝 생긴 기분이다.


이제 고비 하나 넘긴건데 심장이 울렁거린다. 뒷부분에 문제가 되는 부분도 많은데.


"오빠. 사랑해."

이 대사는 용케  넘겼다. 마리는 감정을  담길 바라는 모양이지만 무리였다. 실전 때만   힘 내봐야 겠다.

"조심 또 조심 해. 몸도 조심하고, 다른 여자도 조심하고. 나한테는 오빠 뿐이니까. 알징?"


이것도 장난이 아니다. 저 뒤에 알징? 이게 진짜 짜증난다. 내가 하면서도 내 뺨을 후려치고 싶었다.

알징은 무슨 알징.

마지막에 배를 문지르며 아이 얘기 하는건 그냥 스킵했다.


마리가 살짝 아쉬워 했지만 도저히 날 용납할  없다.


이것도 그 때만 몰입해서 해야겠다.

별 것 하지도 않았는데 30분이 지났다. 내가 엄청 망설이긴 한 모양이다.


돌아보니 셋은 그냥 각자 연습하고 있었다. 아직 시간도 많은데 다들 겪어보는게 좋지 않나?


슬쩍 제니퍼에게 가봤다.

"잘 돼?"

내가 묻자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딱 보니까 제니퍼도 나처럼 연기에 재능이 없었다. 그녀는 게임만 잘하고 다른 것들은  힘들어 하는 타입이었다.

"한 번 상대 해볼래?"

"네? 아. 좋아요."

마리와 30분동안 연습 했으니 나머지  명과도 30분씩 연습해보면 딱 맞는다.


내가 시험 볼  누가 상대로 나올지 모르니까 다 겪어볼 생각이었다.


아마  둘 짝지으면 모자라니까 남자역할 여자역할 상대가 다를게 분명했다.

"그럼 해볼께요."

제니퍼는 굳게 마음을 먹고는 시작했다.


그리고 결과는 처참했다. 그녀 또한 나처럼 전혀 집중하지 못하고 있었다.

"큰일이네."

"큰일이예요."

우리 둘 다 좌절했다. 몰랐는데 나도 아까 마리의 리드가 있어서 그정도 했던 것이다. 둘 다 수줍어 하니까 답이 없었다.

"일단 더 연습하자."


"네. 세리아도요."

심각한 상황이지만 피식 웃었다. 그녀도 따라 웃었다.

다음엔 줄리한테 갔다.


"줄리. 상대 해 볼까요?"

"어? 그래!"


그녀는 흔쾌히 승낙했다. 그리고 나는 정말 깜짝 놀랐다.

"와. 줄리 그렇게 안보였는데 연기 되게 잘하네요?"


"크으. 인정해 주는거야?"

줄리가 연기할 때 순간  상황이 느껴졌다. 의외로 연기에 재능이 있었다.

저번에 못 봐서 몰랐는데 반전이었다. 단지 음정 때문에 일주일을 고생한 걸까?

다들 잘하니까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너도 의외로 생각보다 부끄럼 타는거 아냐?"

그녀의 말에 아무 말 못했다. 나는 남자로써 자존심이라 생각했는데 남들 눈에는 그저 부끄럼으로 보이나보다.


"노력 할께요."

"그래. 힘내."


줄리는 내 어깨를 토닥 쳐 줬다. 고개를 끄덕여 준 뒤 엘리스에게 갔다.

"이번엔 나야?"


"왜? 싫어?"

"아니. 하자."

엘리스는 씩 웃으며  반겼다.


옆에서 하는 것을 본 모양이다. 나도 그녀가 마리와 맞춰서 연기 해보는 것을 슬쩍 봤다.

엘리스도 엄청 잘했다. 이것도 경험에서 온 연기인가?

"시작 해?"


"응."

그녀가  앞에서 연기를 했다. 진짜 잘 한다.


진심으로 사귀던 사람이 헤어지는 줄 알았다. 살짝 얼떨떨하게 호응했다.

노래도 그렇고 연기도 그렇고 몰입하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 저게 신기했다.

 역할을  번씩 마치고  뒤 그녀는 내게 말했다.


"더 열심히 안하면 너 5등한다?"


"...알고 있어."

알고는 있지만 몸이 안 따라 준다.  마지막 남은 방어기제가 이런 식으로 방해할 줄이야.

"그래. 잘 해봐."

그녀는 날 보며  웃었다. 나도 고개를 끄덕여 줬다.


결국 마지막 연습까지 배 만지며 하는 대사를 하지 못했다.

한숨이 나온다.


[자! 이제 시험을 시작하겠습니다! 순서대로 연기를 해주시면 되겠습니다! 먼저 마리! 남자 상대는 제니퍼!]


저런 식으로 차례를 넘기려나보다.

둘은 연기를 시작했다.


마리는 역시 잘 했다. 대사 처리도 매끄럽고 시선도 부드러웠다. 하지만 제니퍼는 비교적 뻣뻣했다.

남자 역할 연기도 점수에 포함되겠지? 벌써 긴장이 되니까 땀이 난다.


뽀뽀와 키스도 거침이 없었다. 눈빛에 애정이 진짜로 담겨있었다.


그렇게 키스하는 도중이었다.


"흐아읍!"

집중해서 보다가 순간 당황했다. 그리고 그녀가 개조를 받았다는게 생각났다.

노출증에 키스 개조까지 합쳐지며 느낀 모양이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모두가 얼었다. 그래도 1분동안 계속 키스를 했다.

"하응! 흣!"


그 때 마리는 부르르 떨며 애액을 찍찍 흘렸다. 결국 절정하고 말았다.


그런데 마리는 최대한 애써서 다음 대사를 이어갔다. 오히려 제니퍼가 어쩔 줄 몰라하는 상황이 됐다.

저 와중에도 열심히 연기하다니. 혀가 살짝 풀리긴 했지만 진짜 대단하다.

그녀가 자신의 배를 문지르며 대사를 하고 끝이 났다. 저런 부분도 다 연기 점수에 들어가려나?

3단계에서 도움이 됐던 행동 개조가 그녀에게 독이 되었다.

[다음 제니퍼! 남자 상대는 엘리스!]

그냥 순서대로 넘기는 구나. 내가 엘리스 남자 상대를 해주고 줄리가 내 연기를 받아주는 식이겠지?

마리 점수도  나오는걸 보니  하고 한 번에 발표할 생각인가 보다.

앞에 나간 제니퍼는 얼굴이 벌써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마리와의 연기도 붉어지는데  몫 한  같다.

그녀는 시작부터 불안불안 했다. 나도 모르게 같이 긴장하며 지켜봤다.

그러다 오빠나 애교 부리는 부분에서 결국 더듬고 말았다. 저 눈물은 망한 자신의 연기에 대한 슬픔이 아닐까 싶다.


엘리스는 능숙하게 잘 받아줬다. 뽀뽀나 키스까지도 막힘이 없었다.

여러모로 확실히 가장 잘 한다.


제니퍼가 정말 작게 마지막 대사를 하고 자리로 돌아와 풀썩 앉았다.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다음 엘리스! 남자 상대는 세리아!]

나는 나가서 엘리스를 보고 섰다. 그녀가  보고 씨익 웃었다.

그래도 남자 역할은 잘 해낼 자신 있었다. 엘리스는 연기를 시작했다.


"오빠. 진짜 출장 가야해?"


아까 연습할 때도 느꼈지만 몰입이  됐다.


대사를 받아 치면서 그녀의 반응을 살폈다. 헤어짐이 진짜 아쉬워서 눈물 흘리는 느낌이었다.

나도 모르게 어버버 할까봐 긴장이 됐다.


그리고 뽀뽀 두 번에 키스까지 했다.


쪼옥 쩝

그녀는 내게 꽤나 진득한 키스를 했다. 기분이 이상해졌지만 애정을 담은 느낌으로 호응해줬다.

연기 점수를 받으려면 어쩔 수 없지.

입술을 떼자 우리 사이에 침이 늘어지며 떨어졌다.

마지막 뽀뽀도 쪽 하고 퇴장까지 했다.

엘리스는 자신의 배를 만지며 마지막 대사까지 완벽했다. 소름이 돋을 정도로 잘했다.


마리가 키스 때문에 망했으니까 1등은 엘리스일 듯 하다.


[다음 세리아! 남자 상대는 줄리!]


엘리스는 자리로 돌아가 앉고 줄리가 일어났다.

아까 연습할 때 줄리도 연기를 잘해서 몰입할  있을  같다.

속으로 몇 번을 더 생각했다. 지금 나는 사랑에 빠진 여자다. 이별이 아쉬운 여자다.


하도 생각하니까 잠깐 진짜 여자처럼 느껴졌다. 그러자 인지부조화가 왔다.


난 남자인데? 신체는 여자니까 여자도 맞긴 한데. 자아는 남자인데?


머리가 엄청나게 아파왔다. 다시 뺨을 찹찹 때렸다. 다른 생각 말고 집중하자.

긴장이 너무 되니까 잠시 미친 모양이다.

다시 되뇌였다. 지금 만큼은 속까지 다 여자다. 잠시지만 확실한 여자가 되자고 다짐했다.

줄리의 손을 잡았다. 제발 한 번에  하자!

"오빠. 진짜 출장 가야해?"

첫 대사는 나름 완벽했다. 눈물까지 한 방울 딱 흘렸다.


"이잉. 제발 가지마 오빠. 응?"


줄리에게 고개를 저으며 매달렸다.  번 꾹 참고 하니까 나름  한 느낌이다.


줄리는  뺨을 한 번 쓸어주더니 뽀뽀를 했다. 가볍게 쪽 쪽.


"오빠. 사랑해."

그녀와 입술을 떼고 가까이서 쳐다보며 속삭였다. 아쉬워 하는 모습을 잘 살렸을까? 아직은 모르겠다.


"오빠. 나중에 꼭 만나러 갈께."


포옹한 상태로 서로를 바라보며 말한 뒤 깊게 키스를 시작했다.

쪼옥 쪽

"흐읍."


1분 정도의 키스를 마치고 입을 뗐다. 나는 그녀를 애뜻하게 쳐다봤다.


"조심 또 조심 해. 몸도 조심하고, 다른 여자도 조심하고. 나한테는 오빠 뿐이니까. 알징?"

나의 애교섞인 말에 줄리는 환하게 웃었다. 한 번에 잘 해서 다행이긴 한데 왜 이렇게 찝찝할까.

뽀뽀를 또 나눈 뒤 줄리는 손을 흔들며 갔다.

이제 그 대사구나. 나는 눈물을 흘리며 배웅한  잠시 후 배를 매만졌다.


"아이는 내가 잘 키우고 있을게."


어찌저찌 했지만 얼굴이 나도 모르게 경직되었다. 도저히 잘 할 수가 없었다.

창피해도 연습을  봤어야 했나 싶다. 지금와서 후회해봐야 늦었지만.


나는 한 숨을 내쉬고 자리로 가서 앉았다.

망했다.

[다음 줄리! 남자 상대는 마리!]


벌써 마지막이다.  다 능숙하게 연기를 했다.


그리고 키스 부분에서 마리는 또 애액을 질질 쌌다.


다음주 개조가 살짝 두려워졌다. 키스로 저렇게  수 있다니.

그녀는 이젠 헤벌레 얼굴이 풀려버렸다. 마무리는 잘 하려나?


그래도 줄리가 대사를 하면 잘 받아서 했다.


그녀의 마지막 대사까지 끝나자 MC는 점수를 발표했다.


나름 긴장이 된다. 그래도 열심히 하긴 했는데.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까?


[마지막 연기 시험 결과! 1등 엘리스 81점! 2등 줄리 77점! 3등 마리 75점! 4등 세리아 74점!, 5등 제니퍼 69점 입니다!]

역시 반전은 없었다. 두근두근 내심 기대한 내가 바보였다.

[최종 결과 1등 엘리스 16점! 2등 마리 15점! 3등 줄리 13점! 4등 세리아 9점! 5등 제니퍼 7점 입니다!]

처참하다. 애초에 안 했으면 모를까. 가슴깐 채 춤도 추고, 자위도 다 하고, 창피한 연기까지 했는데 4등이다.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1등인 엘리스는 페널티 면제! 이제 2등부터 7일간 받아야 될 페널티를 말씀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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