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화 〉14일차
[다음 2단계를 시작합니다! 2단계는 춤입니다! 같은 춤으로 시험이 치뤄집니다!]
노래랑 비슷하게 하려나 보다.
춤은 어떤 기준으로 점수를 주려나. 궁금해졌다.
이번엔 앞에 춤 영상이 떴다.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반복하는 모양이다.
저번엔 춤 선생님을 붙여주더니 지금은 혼자 알아서 추라는 걸까? 막상 직접 안 가르쳐 주니까 섭섭하다.
춤은 거울에 비춰진 모습이었다. 따라 춰 보라는 거겠지?
[춤 시험 때는 영상이 나오지 않습니다! 틀리지 않게 확실히 암기합시다!]
암기력 테스트까지 덤으로 따라왔다. 그래도 노래 때는 가사를 보여줘서 다행이었다.
한 번 영상을 따라서 춰 보는데 뭔가 수월한 기분이 들었다.
편하게 따라 할 수록 불안함은 커졌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춤을 원래 췄던 사람처럼 몸이 잘 따라준다. 내가 이런 사람이 아닌걸 아니까 더 무섭다.
아까 받은 선물이 이거구나.
몸이 생각한 것 처럼 잘 움직여진다.
이런 것 까지도 가능 하다고? 음정 보정도 어이가 없었는데 이건 더 어이 없다.
생각 한 대로 움직일 줄 아는게 춤에서 가장 중요한데 그게 가능하다.
말로 표현하기가 어려운데 말 그대로였다. 보는 대로 따라 출 수 있었다.
이제 춤을 출 때 암기만 가능하다면 추는게 문제 없어졌다.
물론 전문가와 차이는 존재한다.
동작이나 느낌에 중요 포인트가 있다는 거겠지. 내가 보기엔 따라 할 줄 안다고 같은 춤이 아니다.
그래도 소름이 돋는다.
저번 주에는 '여기서 손을 돌려야지.'하고 생각하더라도 몸이 안 따라 주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런 것들이 사라졌다.
이정도까지 개조되니까 두렵다 못해 점점 남의 노력을 뺏는 느낌까지 든다.
이 경지까지 춤을 추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나는 날로 먹은 것이라 찝찝하다.
다들 개조당한 부분을 알아챈 모양이다. 서로의 놀란 표정을 바라보고 있다.
심호흡을 해서 마음을 진정시켰다.
노래도 그렇고 춤도 그렇고 개조를 받을 수록 사람을 벗어나는 기분이다.
근데 다른 생각도 든다.
이렇게 개조가 가능하면 한 번에 다 줘도 괜찮지 않나?
노래 부를 때 박자나 발성 관련 개조는 왜 안 주고, 춤도 암기력이나 동작 느낌 살리는 부분은 왜 안줄까.
아무 생각 없이 궁금해 하다가 소름이 쫙 끼쳤다.
이런 개조 하나하나가 내 원래 모습을 죽이는 거나 다름 없는데, 스스로 긍정의 뜻을 나타낸 것이다.
내가 진심으로 원했다고? 개조를 더 받는 것이 낫다고?
닭살이 돋은 팔을 슥슥 문질렀다. 좋아 보이는 개조를 받았다고 경계가 너무 쉽게 풀린 것 같다.
신체 개조 때는 어쩔 수 없이 익숙해져야 한다고 마음 먹었지만 이런 부분은 아니다.
좋은 개조, 나쁜 개조는 없다. 모두 경계해야 내 자아가 산다.
나중에 더 여자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할까봐 두렵다.
나는 내 뺨을 찹찹 치며 정신을 차렸다. 진짜 아이돌 활동이라도 할 거냐고.
어제 발정나서 개조받고 싶다 생각한 것과 비슷한 충격을 받았다.
어질어질한 정신을 다른 곳에 집중시켜야 했다.
일단 춤 외우는 것에 집중하자.
옆을 보니 마리나 제니퍼는 엄청 열심히 추고 있다. 노래 부분 점수가 낮아서 다급해진 모양이다.
다리를 쫙 찢어 올리거나 상체를 터는 동작들도 있었는데 다들 거침없이 했다.
보지가 대놓고 보여지기도 하고 가슴이 출렁대며 털리는 것도 적나라했다.
마리는 얼굴이 터질 듯 붉어져 있었다. 노출증 때문이겠지?
그런데도 열심히 추는 것 보면 의지가 대단하다.
나도 슬슬 연습해 볼까 하며 몸을 풀다 마리의 다리 사이가 보였다.
자세히 보니까 다리를 찢거나 치마가 펄럭거릴 때마다 애액이 줄줄 새고 있다.
설마. 쾌감을 즐기고 있나?
생각을 다르게 하고 보자 마리의 얼굴이 미묘하게 달라져 보였다.
슬쩍 슬쩍 음부가 드러날 때 표정이 음탕하게 풀려서 웃는 것 같다.
아깐 창피함을 꾹 참고 있다 생각했는데 이젠 합법적인 쾌락을 누리고 있는 것 처럼 느껴졌다.
다른 의미로 대단하게 느껴진다.
심지어 저번 영상 때는 소극적이고 못 추는 것으로 보여졌는데 지금은 아니다.
동작도 굉장히 크고 춤 선도 살아있다. 저번에도 본인 생각에는 저렇게 움직이고 싶었었나 보다.
아니면 본인도 모르게 동작이 커지는 중이거나.
오히려 노출 때 쾌감이 느껴지니까 제니퍼가 소극적으로 나오는 동작에서도 마리는 보란듯이 했다.
그녀의 빨딱 선 유두가 시선을 강탈했다.
나도 연습을 하긴 해야겠지. 성취감이나 다른 쾌감이나 도움만 되면 좋은 것 아니겠는가?
그녀에게서 눈을 떼고 영상을 따라 처음부터 춰 봤다.
"하앙!"
마리가 결국 참지 못하고 신음을 내질렀다. 옷 재질도 하필 유두 부분이 거칠어서 춤을 출 수록 쾌감을 느낄 것이다.
"..."
그러네? 옷 생각을 못했다.
화려하게 추면 출 수록 내가 제일 큰일났다.
춤을 작게 출 수도 없고 크게 출 수도 없어서 난감하다.
"후우."
그래도 1등 해야지.
무조건 점수가 중요하다.
다른 것들은 다 치워두리라. 비록 내 자존심과 수치심이라 할지라도 버려놔야 했다.
연습은 제대로 하긴 해야 하니까 크게 크게 따라 췄다.
추다보니 살짝 거친 동작에도 하반신이 허전하다.
짧은 치마는 미친듯이 펄럭대며 가랑이가 다 드러났다.
거대한 젖탱이는 몸을 뒤늦게 따라오며 엄청나게 출렁댄다.
"히익!"
나도 모르게 신음을 지르며 주저 앉았다. 유두에 거친 옷감이 계속 비벼지다가 쾌감을 크게 받은 탓이다.
초반엔 찌릿한 느낌이더니 춤을 출 수록 쾌감이 온 몸에 퍼진다.
이거 너무 불리한 것 같은데. 나는 다른 사람들 보다 가슴도 크고 유두도 크다.
쾌감을 받는 면적이 몇 배는 되는데 너무한 것 아닌가?
그래도 옷이라고 이것마저 벗은 채로 춤 추기는 절대 못할 것 같다.
아까 느낀 쾌감 때문에 애액이 허벅지를 타고 흐른다. 얼굴이 달아오르는게 느껴진다.
엄청 창피하다.
"하아앙!"
엘리스도 적당히 따라 하다가 주저앉았다. 그녀의 얼굴도 새빨개졌다.
줄리만 유일하게 담담하다. 저번주 페널티는 일주일 내내 그녀를 괴롭혔지만 이번 시험에서는 도움이 됐다.
이것도 노린걸까?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일어났다. 마리는 중간중간 신음을 지르면서도 열심히 춘다.
노출증이라는 개조가 있었지만, 가슴 페널티는 거의 없는 모습이라 부러웠다.
나도 마음을 가다듬고 시작했다.
"하앗!"
연습을 조금 하다 보면 계속 신음을 내지르며 주저앉게 된다. 다른 사람들이 연습하다 말고 쳐다보는 것 조차 창피하다.
나는 그냥 윗도리를 깠다.
"헉."
제니퍼가 몸을 돌리다 나와 눈이 마주치고 헛 숨을 들이켰다. 내 얼굴이 뜨거워졌지만 담담한 척 했다.
"미안하지만 벗어야겠어."
내가 말했지만 누구한테 미안한지도 모르겠다. 나한테 미안한게 아닐까.
이렇게 가다가는 유두 부분 때문에 아무것도 못하겠다. 결심을 하긴 해야 했다.
나는 옷 밖으로 가슴을 내놓은 채로 춤을 춰봤다. 얇아서 아무 소용 없는 옷인줄 알았는데 없으니까 가슴이 더 출렁거렸다.
나름 역할은 하고 있었나보다. 가슴을 받치던 근육이 땡긴다.
춤에 대놓고 음란한 자세는 없어서 다행이다. 중간에 가슴을 부각하거나 엉덩이를 내미는 자세도 있었지만 참을 만 했다.
벗은게 훨씬 낫다. 창피하더라도 점수는 받아야지.
내 모습을 보더니 엘리스도 결심한 듯 가슴을 깠다.
제니퍼는 가운데 껴서 어쩔 줄 몰라 했다. 줄리도 얼굴을 붉혔다.
춤 동작을 따라서 추다보니 얼추 외웠다.
시간을 보니 1시간 30분이 지났다. 살짝 아슬아슬한 시간이다.
영상을 안보고 나오는 노래에 맞춰 춰봤다.
언제 올라왔는지 하얀 방 벽에는 거울들이 붙어있었다. 순간 열 받았지만 참았다.
심호흡을 한 뒤에 추기 시작했다.
붉은 머리를 휘날리며 춤을 추는 여자가 거울로 보였다. 창피함을 모르는지 젖가슴을 흔들며 몸을 움직인다.
빨딱 서있는 유두와 출렁대는 가슴이 너무 눈에 띄었다.
이게 야동이 아니면 뭐가 야동일까. 내가 봐도 너무 추잡해 보였다.
그래도 영상처럼 춤은 출 수 있게 되었다.
춤 동작도 다 외웠고 비슷하게 추긴 하는데 약간 다른 느낌이다.
뭐가 다른지 봤더니 연결이 어색하다.
나는 동작과 동작 사이에 삐걱대는게 보였다.
다시 연결동작을 더 부드럽게 하기 위해서 연습했다.
그나마 가슴을 빨리 까서 다행이다. 창피해 하다가 연습을 하나도 못 할 뻔 했다.
그렇게 2시간이 다 지나갔다.
[자! 이제 시험을 시작하겠습니다! 순서대로 반주에 맞춰 춤을 춰주시면 되겠습니다! 먼저 마리!]
마리가 상기된 표정으로 일어났다.
반주가 나오기 시작하자 춤을 춘다.
저번 영상과 다른 사람인줄 알았다. 춤이 시원시원하고 다리도 쫙쫙 찢는다.
개조가 소극적이던 마리를 이렇게 만든 걸까. 나도 받아야 하니까 화나긴 해도 신기한 기술은 맞다.
엉덩이 두번 튕기기와 가슴털기 동작도 깔끔했다.
1분 가까이 되는 긴 춤인데도 까먹지 않고 잘 했다.
그녀가 춤을 마치자 우리는 박수를 쳐줬다.
마리도 웃으며 좋아했다. 그녀의 허벅지에 애액이 또 주륵 흘렀다.
점수는 몇 점일까.
75점
이것도 통과가 70점이라 보면 되는 걸까? 의외로 짜서 깜짝 놀랐다. 엄청 잘 췄다고 생각했는데.
엘리스가 노래를 엄청 잘 부른 거라 봐야 하나?
그녀가 자리로 돌아왔다.
[다음 제니퍼!]
제니퍼가 나와서 반주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녀는 마리에 비해 소극적이었다. 약간 리듬 게임을 한다고 생각하는 건지 동작 연결이 딱딱했다.
저번에 비하면 동작도 커지고 잘 추긴 했지만 마리보다는 모자라 보인다.
그래도 실수하지 않고 잘 마쳤다.
점수는 66점이었다.
택도 없는 점수에 제니퍼가 좌절했다. 도대체 어떤 춤을 우리에게 원하는 걸까.
노래가 70점이 통과였으니 제니퍼는 미달이란 뜻이다.
마리가 잘한 거구나.
[다음 엘리스!]
엘리스는 나와서 한숨을 푹 내쉬더니 가슴을 깠다.
마리가 깜짝 놀랐는지 눈을 크게 떴다.
그녀도 반주에 맞춰서 춤을 췄다.
꽤나 큰 가슴이 춤을 따라 출렁대고 가운데 유두가 뽈록 선게 보였다.
엘리스도 마리 만큼 동작이 크고 부드러웠다. 진짜 아이돌 해도 괜찮아 보인다.
엉덩이 두번, 가슴털기까지.
가슴 털기 장면은 엄청 적나라했다. 나는 저거보다 더 심하겠지?
다리도 잘 찢었고 실수도 없었다.
엘리스가 춤을 마치고 옷을 내리며 자리에 호다닥 가서 앉았다. 엄청 창피한 모양이다.
점수는 73점이었다. 이게 마리보다 살짝 낮았다니 의외다. 내가 모르는 실수라도 한 걸까?
아니면 마리가 엄청 잘 한걸까.
[다음 세리아!]
이번엔 내 차례다. 심장이 또 벌렁벌렁 뛴다.
나도 가운데서 옷을 들어 올렸다.
출렁 하며 거대한 가슴이 드러났다. 각오는 했지만 얼굴이 엄청나게 뜨거워졌다.
반주가 시작되고 춤을 추기 시작했다.
처음에 왼쪽으로 가서 웨이브 하고 박수 두 번.
차근차근 봤던 대로 기억을 떠올렸다.
여기서 골반 두 번 튕기고 웨이브.
반주에 맞춰 하다보니 가슴 털기 부분이 왔다.
왼쪽 대각선으로 가슴 4번 털고 다음은 오른쪽 대각선으로 4번 털기.
출렁출렁
가슴이 적나라하게 출렁대며 땡겼다. 앞에 있는 사람들 모두 얼굴이 빨개진게 보였다.
수치심으로 순간 머리가 하얘지는 기분이었다.
침착하게 다음 동작으로 연결했다. 하지만 머뭇 대는 것을 막을 순 없었다.
이거 동작 개조를 받지 않았다면 100% 실수했다.
마무리 자세까지 잘 하면서 끝을 냈다.
다들 넋이 나가서 박수를 쳤다.
머뭇댄 것 때문에 점수가 낮으려나?
들어올렸던 옷을 황급히 다시 내린 뒤 점수를 봤다.
70점. 아슬아슬하게 통과되는 점수다.
정말 다행이었다. 이렇게까지 했는데 점수까지 처참했으면 눈물 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3등인 것은 변함 없다. 그건 좀 아쉽다.
[마지막 줄리!]
줄리가 앞으로 나갔다.
반주가 시작되자 그녀도 따라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시작은 좋았다. 그런데 중간부터 조금 이상해졌다.
"응?"
옆에서 마리가 의문스러운 소리를 냈다.
줄리는 점점 식은땀을 흘렸다.
까먹은걸까?
얼버무리며 움직이던 줄리는 그냥 멈춰서 버렸다.
머리가 하얘진 모양이다. 울상으로 서있던 그녀는 노래가 끝나자 자리로 돌아왔다.
점수는 35점이었다. 엄청나게 처참했다.
엘리스가 줄리의 어깨를 쳐 줬다. 줄리는 자괴감에 얼굴을 들지 못했다.
[춤 시험 결과 1등 마리, 2등 엘리스, 3등 세리아, 4등 제니퍼, 5등 줄리 입니다!]
이거 3단계와 4단계 등수가 중요해 보인다. 지금 종합 점수로는 마리 7점, 제니퍼 3점, 엘리스 9점, 나 6점, 줄리 5점이라 아슬아슬 하다.
제니퍼는 굉장히 암울해 보였다. 1등에서 엄청 멀어졌기 때문이겠지. 엘리스는 비교적 안심한 표정이다.
나도 살짝 조급해진다. 잘못하면 하위권으로 끝날지도 모른다. 뒤에 시험을 다 1등하면 최종 1등 할 수 있을까?
심지어 3단계는 엘리스 주종목인 체력일텐데. 큰일이다.
그 때 MC의 말이 나왔다.
[다음 3단계를 시작합니다! 3단계는 체력입니다! 하지만 또 체력 승부를 하면 등수가 그대로겠죠! 그래서 체력은 다른 시험으로 대체됩니다!]
예정과 달라져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또 무슨 헛소리를 하려고 저럴까.'하는 불안함이 온 몸을 감싼다.
[바로 여성력 시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