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7화 〉13일차 (67/94)



〈 67화 〉13일차

"으읏."

몸이 찌뿌둥해서 기지개를 켰다. 상체만 일으켜 보니 다들 시체처럼 누워있다.


내가 제일 먼저 일어난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살짝 더듬어보니 몸에 남아있던 열락은 많이 가라앉았다.


"휴우."

그대로 남아있었다면  문제였을텐데 다행이다.


일어났을 때 충동적으로 자위할까봐 얼마나 걱정했는지 모른다. 그정도로 타락하진 않은 모양이다.


침대 위에서 몸을 살짝 풀어준 뒤 누군가 일어나기 전에 컴퓨터를 보러 갔다.

"끄응."

몸의 피로는 풀렸을지 몰라도 정신이 피로해서 힘들다.


팔짱을 껴서 출렁이는 가슴을 붙들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엘리스가 아이디를 저장해 놓은 덕분에 로그인   있었다.

진심으로 보기 싫지만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봐야 할 듯 하다.


"하아."


사이트에 들어가자 전처럼 우리 모습 비교 사진이 있었다.


내 얼굴을 잊어버릴 것 같아서 열심히 쳐다봤다.

그냥 다른 사람 두 명 세워놓은 모습이다.


계속 보기에는 살짝 거북해져서 넘어갔다.

다른 사람들도 저렇게 생겼었지. 참. 며칠이나 지났다고 낯설게 느껴진다.

대충 넘겼다. 내 모습 비교한 사진 보다 더 보기 꺼려진다.


오히려 전 모습을 빨리 잊어야 앞으로가 편할게 분명하다.

여자로 생각해야 모두에게 이득이다.

댓글 1등들은 그대로였다. 원하는 대로 이뤄져서 좋겠다 이 개같은 놈아.

슥슥 넘겨보니 별게 다 생겼다.

캐리커쳐도 있고 심지어 캐릭터화 된 그림까지 나와있다. 너무 빠른 거 아니냐?


옆에는 서로의 몸을 바꿔놓은 사진도 있다. 합성을 굉장히  해놨다.

가슴 큰 마리는 살짝 이질적이었다. 그래도 나름 어울렸다.

가슴 작은 나도 있었다. 내 눈에는 훨씬 좋아 보였다.


지금이라도 바꿔주는게 좋지 않냐고 댓글을 남길까?


놀랍게도 있었는데 악플 범벅이었다.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털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합성한 사진도 있다.


"으으."


보지털, 겨드랑이털, 똥꼬털 다 있다. 남의 몸으로 뭐 하는 짓거리인지 모르겠다.

조금 더 넘겼더니 특이한게 있다. 조금 자세히 봤다.


우리 다섯명이 기마자세를 하고 손을 머리위로 올린 사진이 있었다.

그냥 사진 같지 않은데?


확인해보니 사진의 가슴을 클릭하면 출렁이는 게임이다. 당연히 내 가슴 클릭수가 가장 많았다.

기분이 확 잡쳤다.

심지어 건드리면 신음도 흘린다. 다른 곳으로 빨리 넘겼다.

어떤 숫자들이 막 적혀있는 페이지였다. 이건 무슨 표일까.


읽어보니 가슴이나 젖꼭지, 클리나 소음순 크기도 상세히 적혀있다. 발기 때와 평상시 차이까지  씌여있다.


여태 애액을 얼마나 흘렸는지, 땀을 얼마나 흘렸는지 나온 표도 있었다.


미친 놈들.


조금 더 넘겨보니 우리가 갈아입은 옷도 다 팔고 있었다. 피나 애액으로 흥건할수록 비쌌다.


진짜 심연을 들여다보는 기분이다.

옷 뿐만 아니라 애액, 소변, 침까지  팔고 있다.

가격이 엄청 높은게 있길래 저게 뭔가 하고 봤다.

상품명이 '세리아가 직접 담은 오줌물통' 이었다. 종류별로 다른 사람들 것도 모두 있었다.


도대체 누가 이딴걸 사는걸까. 눈쌀이 절로 찌푸려진다.


상품이 된 기분이었다. 이래서 보기 싫었는데.

커뮤니티처럼 보이는 곳에는 온갖 변태적인 말부터 더러운 상상까지 잔뜩 씌여져 있었다. 제재를 안하는 모양이다.


잘 보면 외국인 글 들이 번역 된 것이다. 이런 기술 여기에 쓰지 말라고.


내가 신경을 끄기로 했다.


그런데 아무리 뒤져봐도 투표나 투자 관련 부분은 보이지 않았다. 사라지진 않았을테니 우리가 못 보게 막은 모양이다.


초반에 내가 봤던 것을 알아챈 걸까.

이번엔 녹화된 영상 쪽으로 가봤다.

먼저 게임 마지막에 어떻게  상황이었는지 봤다. 예상처럼 반발도 많으려나?


확인해보니 오히려 제작진이나 MC의 칭찬이 있었다. 열이 확 뻗친다.


누가 봐도 억지로 나를 1등 만드는 분위기였는데  좋아하지?


조작하지 말라는 글이 더 많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궁금해져서 1라운드 영상을 봤다.

예상보다 우리들의 모습은  가관이었다. 묶인 상태 그대로 지랄 발광을 하며 애액을 흩뿌렸다.


그나마 다른 사람이 들어온게 아니라 다행인 걸까.

내가 저런 모습이었구나.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겠다.


그 때는 아픈 줄도 몰랐는데 가슴을 미친듯이 출렁이고 있다. 저렇게 탄력 넘치는 모습일 줄이야.


지금 보니 묶여있던 팔다리가 모두 퍼렇게 멍들어 있었다.

무심코 내 팔을 봤는데 나아있었다. 신기하긴 하다.


"흠."

다시 생각해봐도 짜증이 난다.

이런걸 좋아하니까 여기서 이딴 게임을 추가하는게 아닌가.

내가 고통스러워 하는 것을 사람들이 진짜 좋아한다고? 소름이 쫙 돋는다.


영상을 넘기며 계속 지켜 봤다.


예상대로 10분마다 위기가 온 건 맞았다.

심지어 우리가 어떤 애무를 받는지 설명도  나온다.

느꼈던 그대로였다. 클리 자극, 유두 자극, 키스, 엉덩이 등등.


꽤 시간이 지나자 누군가가 항복을 했다. 그 둘이었다.

근데 보니까 줄리나 마리도 꽤 버텼다. 나와 20분 정도 차이밖에 없었다. 아깝겠네.

"응?"

계속 보다 보니 놀랍게도 나와 제니퍼가 비슷하게 포기했다.

내가 살짝 더 빨랐던 모양이다.

그런데 1라운드를 왜 그렇게 오랫동안 끌었을까.

엘리스는 혼자 남아있었다. 그녀는 우리보다 20분을 넘게 더 버텼다.

분명 한 명 남았을  끝난다고 했는데 계속 진행한 거였다니.

그녀는 쉐도우 복싱으로 쓸데없이  버틴 것이다. 원하지도 않았는데 자기들 마음대로 기록 측정을 했다.

"흐앗! 항보옥! 하아앙!

엘리스가 탈락하며 1라운드 영상이 끝난다.

엉덩이 다음 위기는 발, 목, 귀 3종 애무 세트였고, 엘리스가 포기한 위기는 딜도 크기 피스톤 운동이었다.

손가락도 엄청 소름 돋았는데 딜도 크기라니.


엘리스는 처녀인 상태로 딜도맛을 알게 된 것이다.

혼자 남았는데 영문도 모르고 참다가 저렇게 됐다.


"..."

그럼 나도?

2라운드를 보자 역시나였다. 나만 계속 남아있었다.

 웃긴 사실은 대부분이 5단계 이전에 포기를 했다.

"하아."

허탈했다.


2등인 줄리가 4단계 끝부분에 포기를 했을 줄은 몰랐다. 심지어 다른 소리를 해서 탈락한 것이었다.

"그만!"

 대사로도 탈락이 가능했다니.

항복 대사를 읊기 위해 난리를 친건  밖에 없었다.


 혼자 음탕한 말을 지껄이며 버틴거였다. 다른 사람  명 쯤은 나처럼 대사를 말했을 줄 알았는데.

그 고통이 전부 쉐도우 복싱이었다. 얼굴이 화끈해지다 못해 터질  같다.

얼마나 꼴사나워 보였을까. 시청자들은 깔깔 웃으며 봤겠지.


진짜 어질어질 하다.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린 기분이다.

핫 클립 영상에 내가 있었다.


"세리아앗! 보지히익! 에브읍. 가안닷! 흣. 절저엉 히익! 가게 해주세요옷!"

나는 허망하게 컴퓨터를 끄고 나왔다. 사이트는 이젠 꼴도 보기 싫었다.

때마침 엘리스가 일어났다. 이 소리를 들은건 아니겠지?

고개를 두리번 거리더니 의자에 멍하니 앉아있는  쳐다봤다.


"컴퓨터 본거야?"

그녀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뭘 봤는지 궁금해하는 눈치였지만 말할  없었다.

못 들은거 맞겠지? 다행이다.


혼자 보지 간다고 말한 얘기를 어떻게 하란 말인가.


"몸은 어때."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려고 물어봤다. 그러자 엘리스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글쎄. 매번 비슷한거 알잖아."


"하긴."

그녀는 몸을 일으켜서 게임기 앞으로 갔다.


"같이 할래?"

무슨 일로 내게 게임을 권할까.


"그래."

"무슨 일로 뭔지도 안 듣고 승낙이야?"

엘리스는 자기가 권유해놓고서 내가 바로 승낙하니까 놀랐다.

하자고 해놓고 왜 놀라?


"웬일이야."

그녀가 슥 웃길래 게임기를 받아들고 옆에 앉았다. 차라리 다른 곳에 정신을 팔아야   같다.


내용은 둘이서 협동하는 스토리 게임이었다.

"게임도  줄 아네."


"당연한걸 물어."


엘리스는 날 뭐로 본 걸까. 당연히 게임도 하고 피시방도 자주 가던 사람이다.

이건 살짝 다른 분야였지만 가끔 플스방도 가봤다.

잠시 후 줄리가 일어났다.


"게임하네?"


그녀는 피곤한지 조금 늘어지게 말을 했다.


"애들 다 깨면 피아노 쳐줄게요."


"아. 고마워. 생각도 못했네."

방금 일어난 그녀에게 할 말은 아니었지만 상기시켜줬다.

게임은 나름 재밌었다. 그래도 아까 사이트에서 본 것들이 잊혀지지는 않았다.


줄리는 멍하니 우리가 게임하는 것을 지켜봤다.

잠시 후 제니퍼도 일어났다.

"세리아 게임해요?"

"왜 다들 이걸로 놀라는거야."


내가 어떤 모습을 보였다고 이러는거야? 그러자 엘리스가 말했다.

"게임 안하고 피아노 치면서 노는줄 알았지."


"하. 참."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다.

"게임 자주 해. 겜부심은 많이 없지만."


"헤에."


제니퍼가 감탄사를 흘리며 살짝 웃었다. 게이머라서 게임 좋다는 말에 더 반응하는 모양이다.

"몸은?"

엘리스가 묻자 제니퍼도 어깨를 으쓱했다.


"말로는 전신이 성감대가   처럼 말했는데 별 차이 없어요."


"맞아."

그녀의 말에 줄리가 호응했다.

그리고   나와 엘리스가 게임하는 것을 구경했다. 중간부터 보면 스토리가 이어지질 않을텐데.

잠시 후 둘이 뒤에서 조곤조곤 대화를 나눈다.

제니퍼는 이미 이 게임 스토리를 아는지 줄리에게 설명해주고 있다. 착한 녀석이구만.


"아! 실수 하면 어떡해!"

"크흠. 흠. 너무 오랜만이라."

딴 생각 하다가 죽어버렸다. 나는 사과를 한 다음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마리가 깨어났다.


"으흣."

그녀를 보자 머리가 지끈거리는지 관자놀이를 문지르고 있다.


"아! 또 죽으면... 일어났구나?"


엘리스는 또 짜증을 내려다 마리를 봤다.


다들 집중해서 그녀를 보자 마리는 이불 밖으로 나오질 못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