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7화 〉12일차
막상 키스 하려니 부끄럽다. 내가 머뭇거리자 그녀도 머쓱하게 얼굴을 붉혔다.
"빨리 하고 끝낼까요?"
"그래."
용기를 내서 말하자 줄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인드 컨트롤이 꼭 필요할 듯 하다. 차라리 취기 페널티를 받고 싶다.
"후우."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은 예쁜 누나다. 그냥 여자다. 계속해서 되뇌였다.
솔직히 예전 얼굴 생각도 희미해졌다. 그나마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살짝 보니 엘리스와 제니퍼는 거의 얼어있었다. 빨리 끝내고 저기나 봐야겠다.
나와 줄리는 서로 슬금슬금 가까이 왔다. 내가 줄리보다 약간 더 커서 살짝 끌어당겼다.
그녀의 남보라색 긴 머리를 쓸어넘겨준 뒤에 양 볼에 손을 살짝 댔다. 의외로 그녀 또한 내 얼굴에 양 손을 댔다.
내가 살짝 고개를 꺾자 줄리도 반대로 꺾어주며 호응했다.
이 와중에 우리의 가슴이 맞닿아서 살짝 눌렸다. 생각보다 창피했다.
키스를 해야 하니까 입을 갖다 대자 그녀 또한 입을 살짝 벌렸다.
민트향이 확 느껴졌다. 여기서 제정신에 키스를 할 줄이야. 앞으로 더 심한 일도 많이 하겠지? 다 참을 수 있어야 했다.
입을 먼저 대긴 했지만 살짝 망설이자 그녀가 내게 혀를 넣었다.
저번에 제니퍼를 생각하다가 큰 코 다칠 뻔했다. 줄리는 역시 나이가 많은 만큼 능숙했다.
살짝 당황할 뻔 했다.
그녀가 먼저 나를 리드하려 하기에 따라 줬다. 딱히 연장자를 위한 배려는 아니었다.
줄리도 키스가 오랜만이라 그럴까? 얼굴이 엄청 상기되었다. 내 모든 것을 빨아들이려는 듯 굉장히 적극적이었다.
설마 나 몰래 취한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열심히 했다.
너무 열심히 하는게 아닌가 싶으면서도 호응은 해줬다. 분위기가 사람을 이끈다고 이상하게 계속 끌려갔다.
원래 나는 연상 취향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남자로 돌아가면 다시 봐야 할 듯 하다.
내 입 안을 줄리의 혀가 휘젓는다. 그녀의 침냄새와 민트향이 섞여 코로 올라온다. 이게 은근 기분을 야시꾸리하게 만들었다.
엄청 몰입했는지 그녀는 내 목을 확 끌어 안으며 혀를 더 깊게 섞었다.
서로의 가슴이 더 말캉하게 찌부러졌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조건은 만족한 듯 한데 왜 계속 할까.
여기서 그녀를 밀쳐내면 많이 속상하려나? 너무 매정해 보일까? 머리속이 복잡해졌다.
그녀의 콧바람이 더 세지고 우리 입 사이에서 음탕한 소리가 들렸다.
"하응. 흥."
줄리가 아직도 키스에 굉장히 몰입한 모양이다. 내가 망설이는 사이에 시간은 계속 흘러갔다.
나는 그녀의 어깨에 살짝 손을 얹어서 그만하자는 티를 내봤지만 소용 없었다. 이걸 대놓고 밀어낼 수도 없고 진짜 미치겠다.
"쪼옥. 쩝."
줄리는 내 침을 빨아 가져가고 자신의 침을 넘겼다.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확실히 기분이 미묘했다.
진짜 나를 이성으로 생각하는 건가?
그녀의 정신이 남자로 남아있다는 의미라고 생각하면 좋은 이야기다. 하지만 그만큼 내가 확실히 여자로 보인다는 뜻이라 나쁜 이야기기도 했다.
줄리가 엄청난 스킬을 보유한 것은 아니지만 뭔가 빠져드는 느낌이 있었다.
엄청 불쾌할 줄 알았는데 그렇게 기분 나쁘지도 않았다.
그래서 이 상황에 대해 더 느낌이 애매하다.
스스로 마인드 컨트롤을 너무 잘 한 탓일까? 줄리가 진짜 여자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정신 차려!
거의 2분을 넘게 키스한 그녀가 조심스럽게 입을 땠다. 이제야 정신을 차린걸까 아니면 만족 한 걸까?
1라운드의 엘리스와 제니퍼에 비하면 엄청 길게했다.
우리 사이에 침이 살짝 늘어졌다.
"스읍."
그녀가 자신의 입을 손등으로 닦으며 날 바라봤다. 미묘하게 애정이 가득 담긴 눈빛이었다.
내가 뭘 했다고 나를 저렇게 바라볼까.
솔직히 혼이 나간 기분이다. 너무 좋아서도 아니고 기분이 나빠서도 아니었다.
이 상황에 살짝 흥분한 나에게 자괴감도 들고, 줄리가 왜 이렇게까지 내게 키스했나 싶기도 했다.
줄리의 마이크로 비키니도 빨딱 선 유두를 막지 못했다.
"...너무 길지 않았나요?"
결국 궁금해서 물어봤다. 그제야 줄리는 얼굴이 엄청 빨개지며 다른 곳을 쳐다봤다.
이미 상기되어 있었는데 더 빨개질 줄은 몰랐다.
"그. 미안. 나도 모르게."
내가 멀뚱멀뚱 쳐다보자 오히려 줄리는 더 부끄러워 했다. 머쓱한지 긴 남보라색 머리를 쓸어넘긴다.
다 큰 어른이니까 무슨 생각이 있었겠지. 이렇게 넘어가려 해도 이해가 안간다.
누가봐도 길게 한 키스에 무슨 이유가 붙는단 말인가.
전에 엘리스가 했던 말이 또 생각났다. 이 안에서 짝을 찾겠다던 그 말.
설마 줄리가?
"..."
제가 좋아요? 저랑 사귀고 싶어요? 진심으로?
이렇게 대놓고 물어보고 싶은데 진짜로 긍정하면 뭐라 답할지 모르겠어서 말았다.
진짜 미쳐가는게 아닐까. 줄리도 엘리스와 대화를 나누더니 물든게 분명하다.
이게 무슨 난리란 말인가.
그녀를 애써 모르는 척 하며 다른 방의 상황을 살폈다.
마리는 우리의 키스를 인상깊게 본 모양이다. 푸른 탱크탑 위로 올라온 그녀의 유두도 꼿꼿했다.
쟨 또 왜 저래.
제니퍼와 엘리스 방을 보니 아직도 시작을 못했다.
나는 줄리에게 해줄 말이 없어서 그냥 다른 방만 바라봤다. 줄리는 은근슬쩍 내 옆으로 붙었다.
그녀의 심장 뛰는 소리가 생각보다 크게 들렸다. 진짜 진심인가?
간신히 무시하고 제니퍼와 엘리스를 봤다.
애무를 동시에 하려나 아니면 한 명씩 따로 하려나 궁금하다.
아직도 망설이는거 보니 확실히 쉽지 않아보인다.
2라운드가 시작한지 10분이 되어서야 엘리스가 말했다.
"내가 먼저 할게. 일단 앉아볼래?"
"...네."
조심스럽게 앉은 제니퍼에게 엘리스가 다가갔다.
"통과 되면 바로 그만할 테니까 내가 한 것을 잘 기억해. 그리고 그대로 똑같이 나한테 하면 돼."
"후우. 알겠어요."
살짝 긴장된 모습의 제니퍼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코앞에서 보는 느낌이라 기분이 이상했다.
아까 키스도 몰래 훔쳐보는 기분이었는데 이건 더 했다. 금단의 비디오를 보는 느낌이다.
엘리스는 제니퍼의 옆으로 가서 무릎을 꿇었다.
앉아있는 그녀의 등을 한 번 쓸어 준 뒤에 바로 음부에 손을 댔다.
스포츠브라가 벗기기 애매해서 그냥 가슴쪽은 패스한 모양이다.
둘 다 여성기 외부는 쾌감 개조가 되어서 짧은 시간에도 충분할 것이다.
엘리스가 조심스럽게 그녀의 보지를 어루만지자 제니퍼는 몸을 흠칫 흠칫 떨었다.
"아프진 않지?"
"...네."
엘리스가 묻자 얼굴이 새빨개진 제니퍼가 작게 대답했다. 가볍게 팬티 위로 슥슥 문지르는데 확실히 익숙해 보였다.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자극하는데도 제니퍼는 어쩔 줄 몰라했다.
그녀는 몸에 힘이 빠지는지 양 손으로 바닥을 짚어서 몸을 지탱했다.
엘리스는 대음순을 살짝 간지럽히다가 소음순 부분을 스치듯 긁었다.
"하으."
제니퍼는 바로 반응을 했다. 하지만 통과가 되지는 않았다.
조금 더 깊은 반응까지 유도해야 하는 모양이다.
엘리스는 제니퍼의 브라 위로 살살 가슴을 만지며 조금더 은밀해진 손놀림을 보여줬다.
그녀는 소름이 돋는 듯 부르르 떨며 움찔움찔 움직였다. 엘리스는 그래도 그녀의 팬티를 벗기지 않았다.
"핫. 이게엣. 느낌이잇!"
제니퍼가 한 손을 올려 반사적으로 엘리스를 밀어내려다 참았다. 다른 사람이 만진다는게 자위와는 확실히 다른 모양이다.
예전에 내가 동정을 떼던 날이 생각났다. 손으로 하던 자위와 확실히 느낌이 달랐지.
우리는 심지어 개조당한 여성의 몸이 되었으니까 간극이 엄청날 것이다.
"너무흣! 이상해요. 자! 잠시만! 흐긋!"
슬며시 나오는 애액으로 그녀의 팬티가 젖었다.
엘리스의 손놀림은 좀 더 집요해졌다. 이미 제니퍼의 보지는 팬티를 잔뜩 먹어서 대음순을 드러내고 있었다.
제니퍼의 몸을 지탱하던 팔에 힘이 빠진 모양이다. 거의 눕듯이 풀썩 꺾였다.
클리 주변을 손가락으로 빙글빙글 굴리기도 하고 소음순과 대음순을 안달나게 간지럽히기도 했다.
딱 선을 넘지 않는 애무였다.
제니퍼의 숨이 가빠지고 상기되었다. 그러자 조건 달성으로 통과가 되었다.
엘리스는 칼같이 멈췄다.
"하으...헉."
앉은게 아니라 눕기 직전까지 흐트러진 모습이 된 제니퍼였다. 나는 그녀의 얼굴에서 미묘한 아쉬움을 보고 말았다.
나였어도 아쉬웠을 것 같다. 저 정도면 절정 전에서 멈춘 수준 아닐까?
그녀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상기된 몸을 열심히 가라앉혔다.
"기억 했어?"
잠시 후 엘리스가 묻자 제니퍼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이번엔 제니퍼와 엘리스가 자세를 바꿨다.
벽에 기대서 앉은 엘리스도 얼굴이 붉어졌다. 담담한 척 하려 해도 안 될 수 밖에 없겠지.
아무리 경험이 많아도 여자 신체는 처음이니까 걱정도 될 것이다.
제니퍼는 엘리스가 했던 것 처럼 가볍게 손을 갖다 댔다.
슬쩍 손으로 쓸어올리 듯 소음순을 문지르자 엘리스도 부르르 떨었다.
팬티 위에서 하는게 보이는데도 나까지 간질거리는 기분이었다.
살짝 어설픈 제니퍼의 손놀림에도 엘리스는 움찔거렸다.
"와. 미치겠다."
엘리스가 작게 말했다. 생각보다 쾌감이 느껴지는 모양이다.
제니퍼는 옆에 있다가 아예 엘리스에게 올라타듯이 자세를 잡았다. 소극적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본격적으로 한다.
엘리스의 벌어진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고 애무를 다시 시작했다.
"흐읍. 흐."
엘리스는 신음을 내는게 창피한지 손으로 막았다. 벽에 기대어 앉으니까 저게 가능했다.
제니퍼는 살짝 원망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나한테도 말해줬으면 소리내지 않았을텐데!' 이런 생각일까?
슬쩍 슬쩍 문지르던 손이 살짝 거칠어졌다. 오히려 저렇게 거친 애무를 하면 아파서 별로일 것 같은데.
"흐으읍!"
그러나 엘리스의 반응은 좀 더 격해졌다. 오히려 쾌감으로 받아들이는 모양이다.
개조의 힘이 대단했다. 내 여자친구는 분명 저정도 격렬함에 아파했는데.
대음순과 소음순만 살살 많이 건드렸던 엘리스와 다르게 제니퍼는 강하게 했다.
엘리스의 클리를 굴리다가 살짝 잡기도 하고 팬티를 포함해서 구멍에 살짝 찌르는 행동도 했다.
의외로 엘리스는 그녀의 행동을 막지 않고 자신의 입만 계속 막았다.
"흐읏. 흡!"
분명 엘리스가 애액을 조금씩 흘리며 뒤에 조건이 달성되었다는 표시가 떴다. 그래도 제니퍼는 멈추지 않았다.
엘리스도 마찬가지로 신경 쓸 새가 없었는지 쾌감을 참기에 바빴다.
질척하게 젖은 그녀의 보지가 팬티를 다 먹어버렸다. 끈처럼 말린 팬티 탓에 대음순이 대놓고 보였다.
어디서 본 건 있는지 참 열심히도 했다.
제니퍼는 엘리스의 클리 주변과 보지 위만 쓱쓱 문지르다가 갑자기 클리를 살짝 잡아 당겼다.
"흐읍! 흐으으!"
결국 그녀는 허리를 들썩이며 애액을 지렸다.
지익 주르르
애액이 보지 구멍과 팬티 틈 사이로 살짝 쏘아져 나왔다.
남은 애액도 팬티를 더 적시고 가랑이 사이로 흘러나왔다. 그제서야 제니퍼도 정신이 들었는지 황급히 손을 뗐다.
"에. 엘리스! 죄송해요!"
뒤로 물러나서 고개를 푹 숙인 그녀는 진심으로 충격받은 얼굴이었다. 이제야 정신을 차린 건가.
어린 동정 남성이 분위기를 타서 과하게 하는 것은 종종 있는 일이다.
내가 의문인 것은 엘리스의 반응이다.
분명 쾌락에 져서 애무 당하는 것을 막지 못할 인물이 아니다. 심지어 초보의 애무에 그럴 리가 없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걸까. 정말 쾌감에 못 당해서 그런 건가?
"...괜찮아."
엘리스는 아직도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라 있었지만 덤덤하게 말했다.
"진짜 죄송해요. 멈췄어야 하는데 저도 모르게."
저 말을 듣자 나도 줄리를 바라봤다. 줄리도 열심히 '애무'방을 보다가 내 눈길을 느낀 모양이다.
날 바라보더니 다시 얼굴이 붉어지며 남보라빛 머리를 넘겼다. 붉은 입술을 오물거리며 우물쭈물 거렸다.
"미안."
딱히 사과를 받으려는 것은 아니었는데. 고개를 끄덕여주고 다시 엘리스를 봤다.
과하게 한 것은 제니퍼였는데 엘리스가 그녀의 등을 쓸어주고 있었다.
아하.
나처럼 중간에 거절했을 때 그녀의 반응이 걱정돼서 그랬구나.
역시 엘리스는 생각보다 더 어른스러웠다.
종종 애처럼 굴긴 했지만.
나와 달리 배려의 종류가 키스에서 애무로 변했을 뿐이다. 제니퍼도 이것으로 생각이 많아지겠지.
엘리스와 줄리는 연하의 상대를 대하는데 있어서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런데 딱히 줄리에게 원망스러운 감정은 없다. 제니퍼와 엘리스, 줄리까지 모두 이해가 됐다.
오히려 이해가 가니까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줄리가 나를 대할 때, 엘리스가 제니퍼를 대할 때.
심지어 제니퍼가 엘리스를 대할 때 까지도 여자를 보는 눈빛이었다. 나만 동 떨어진 기분이다.
확실히 다들 본성은 남자가 맞았다. 그 부분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다른 걱정거리가 생겼다. 나머지 사람들을 여자로 보기 시작한 것.
나처럼 잠시만 여자라고 되뇌이며 생각하는 수준이 아니었다.
앞에 있는 예쁜 여성이 헐벗고 있다? 남자라면 당연히 음심이 들 수 있다.
게다가 어쩔 수 없이 함께 야한 미션을 해야한다? 안 두근대면 무성욕자나 게이겠지. 아니 게이도 두근댈 수 있다.
하지만 난 다들 남자일 때의 이미지가 강했다.
내가 아직도 개조당하기 전 모습에 연연하고 있다는 뜻이겠지. 정말 갈 길이 멀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이해는 되는데 화가나는 이 상황. 적응하기 힘들다.
다 끝나고 나니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 애무하는 것을 보다 보니까 2분밖에 남질 않았다.
3명 이상이 만나면 바로 미션을 시작해야 한다는 뜻이겠지. 참 지독한 놈들이다.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게 몰아치는 기분이다.
[자! 그럼 3라운드를 진행하겠습니다!]
찝찝함을 남긴 채 개인 방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