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화 〉11일차
"에?"
내가 5등이라고? 줄리나 마리보다 늦었다는게 믿기질 않는다. 여유 부린 것도 아닌데 말도 안돼!
1등하겠다던 다짐이 무색하게 벌써 5등이라니.
그 때 처럼 가운데 무슨 페널티인지 올라왔다. '나체'였다.
나는 짜증나는 마음을 애써 누르며 브라와 팬티를 벗었다. 출렁 하며 J컵 가슴이 위용을 자랑했다.
옆에 있는 거울을 봤다. 붉은 머리에 J컵인 누드모델이 서있는 느낌이다.
아무리 봐도 거울 같지 않다. 내 모습이라고 믿기 힘들다.
벌써 페널티를 받았다는게 진심으로 엿같다.
방심한 나에게도 화가 나지만 이러고 8단계를 더 버텨야 한다는게 제일 화난다.
[3단계 미션은 팔 벌려 뛰기 200회! 마찬가지로 자세를 잘 지키며 해주시길 바랍니다! 시작!]
여기서 이 미션이 나오네.
망설일 시간이 없다. 나는 벌거벗은 채로 팔 벌려 뛰기를 시작했다.
"헉. 헉."
가슴이 거칠게 위아래로 요동쳤다. 수치심에 머리가 하얘지는걸 느꼈다.
너무 창피하니까 힘든게 느껴지질 않았다.
출렁출렁
몸이 뛸 때 마다 가슴이 땡겼다. 이러다 쳐지는건 아니겠지? 예쁜 몸인데도 정신적으로 이렇게 힘이 드는데, 쳐지기까지 하면 진짜 자괴감이 들 것 같다.
나체라 뛰면 뛸 수록 점점 더 괴롭다.
하지만 다음 페널티를 또 받으면 이번 게임은 답이 없었다.
혹시나 자세가 틀릴까봐 일부러 힘을 팍팍 주며 했다.
거울 속 나는 굉장히 추잡해 보였다. 이걸 노린게 분명하다.
나는 거울에서 등을 돌렸다.
겨우 100회를 넘기며 200개중 반 했는데 땀이 줄줄 흘렀다.
점점 가슴이 흔들리는게 창피하지 않고 짜증났다. 지금 당장 잡아 뜯어버리고 싶었다.
뛸 때 마다 찰랑대는 머리도 다 밀어버리고 싶었다.
"흡. 후."
150회를 넘어가자 다리가 후들거린다.
몇 개 안 남아 보이는데 너무 힘들다. 200회가 이렇게 힘든 거였나?
나체로 운동중이라 더 힘든 기분이다.
이놈들은 나의 추잡한 모습을 보고싶었던 걸까. 머리가 어질어질 하다.
199. 200 끝!
200회를 마치고 나니까 온 몸이 후끈거렸다. 무릎이 저절로 접히며 바닥에 털썩 앉았다.
"허억. 헉."
분명 끝나고 풀어줘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몸이 안따라준다. 방 안에 내 숨소리만 가득하다.
이번엔 진짜 제대로 된 자세로 빠르게 했으니 5등은 아닐 것이다.
설마.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긴장이 됐다.
[3단계 미션에서 가장 늦게 미션을 달성한 마리는 페널티가 적립됩니다! 그럼 10분간 쉬고 4단계 미션을 시작 하겠습니다!]
이렇게 조마조마할 일인가 싶다. 너무 떨려서 심장이 쿵쾅대고 난리다. 팔 벌려 뛰기 때문인가?
이제 줄리와 마리까지 나체가 되었다. 생각해보니 이러면 또 엘리스 1등 아닐까.
일단 열심히 하긴 하는데 벌써 억울했다.
나 스스로 생각하기엔 실력게임 나오면 잘 할줄 알았는데 아니었다는게 제일 억울하다.
10분이 지났는지 MC의 말이 나왔다.
[4단계 미션은 런닝머신 5km 달리기 입니다! 시작해주세요!]
아직도 다리에 힘이 다 안 들어왔는데 달리기가 훅 들어왔다.
그래도 멈출 순 없다.
이번에도 망설이지 않고 바로 기구에 올라가서 달리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빠르게 달리기 시작하니까 숨이 금방 가빠왔다.
"흑. 훅."
벌거벗고 뛸 일이 살면서 있긴 할까? 아까부터 가슴이 출렁대는 운동만 시키는 것 같다.
나도 모르게 그냥 뛰다가 아파서 한 손으로 가슴을 붙잡고 뛰었다.
난 1등만 하면 된다. 다른 것은 신경쓰지 말자.
최대한 가능한 만큼 뛴 다음 속도를 다시 내렸다.
그리고 괜찮아지면 다시 속도를 올린다.
이걸 반복하다 보니 3km를 뛰었다.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빠른 걸음으로 걷는데 이젠 발바닥도 아프다.
5km를 다 뛸 수 있을까? 뛰다 보니까 너무 힘들다.
그렇다고 걸으면 무조건 5등일텐데 그건 싫었다.
다시 힘을 내서 뛰었다.
예전엔 우리를 왜 볼까 싶었는데 요즘엔 이해가 된다.
이런 모델같은 여자가 나체로 런닝머신 뛰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면 돈 낼만 하다. 물론 난 안 했겠지만.
내가 그 대상인게 유감일 뿐이다. 왜 하필 나냐고.
이런 관심을 좋아하는 사람이 분명 있을텐데 왜 나일까.
스스로 괴로워 하지 않고, 상황을 즐기는 사람은 보기 싫다 이건가.
극도로 사디스틱한 놈들이다.
잡생각을 하며 꾸역꾸역 5km를 뛰고 내려왔다.
다리에 힘이 완전 풀렸다. 종아리가 땡기다 못해 쥐가 난 느낌이다.
앉아서 다리를 흔들며 풀어줬다. 옆을 보니 물 한 통을 가져다 줬다.
망설이지 않고 벌컥벌컥 마셨다.
설마 또 무슨 이상한 짓을 시키겠어? 아니다 이 놈들이면 충분히 가능성 있다.
"에휴."
고민이 의미가 없다. 걱정은 그만 하고 몸을 풀어줘야 겠다.
그렇게 멍하니 쉬다보니 4단계도 끝났다.
[4단계 미션에서 가장 늦게 미션을 달성한 줄리는 페널티가 적립됩니다! 그럼 10분간 쉬고 5단계 미션을 시작 하겠습니다!]
다들 정말 잘 버틴다.
줄리가 벌써 두 번째 페널티를 받았다. 취기나 발정일까? 아니면 또다른 페널티일까.
저번과 미션이 다르다 보니 10분 뒤에 무슨 소리를 할지도 걱정이었다.
[5단계 미션은 소변누기 입니다! 가운데 있는 빈 통에 일을 보시면 됩니다! 시작해주세요!]
"하!"
기가 찼다. 예상대로였다.
벌써 이렇게 나오시겠다. 6단계 부터는 무슨 짓을 시키려고 저럴까.
일단 망설임 없이 하기로 했으니 잽싸게 가운데 올라온 통을 들었다.
이번엔 1.5리터 짜리 통으로 준비해줬다. 참도 고맙다.
어정쩡하게 다리를 벌려 자세를 잡고 요도에 통 입구를 댔다. 담담하게 하려고 해도 수치심에 온 몸이 뜨거워졌다.
어차피 싸야 한다면 최대한 빨리 해야했다.
아까 물을 마셔놓기를 잘했다. 힘을 살짝 준 것 만으로 졸졸 나왔다.
쪼르륵
통 안에 오줌이 차니까 슬슬 제정신이 돌아왔다.
온 몸의 피가 싹 식는 느낌과 함께 아찔했다.
내가 진짜 미친걸까? 이걸 어떻게 망설임도 없이 방 한 가운데서 할 생각을 했지?
싸던 것을 멈출수도 없고 자괴감이 엄청나게 몰려왔다.
1등하는 것을 최선으로 하자고 다짐한 건 맞다. 결과적으론 이렇게 하는 것이 맞긴 했지만 이건 좀 아니었다.
어제의 다짐이 내 자존심과 얼마 안남은 긍지를 버리자는 뜻은 아니었는데.
볼일을 마친 통을 내려놓고 보니 너무 허탈했다. 무슨 짓을 해도 여기의 의도에 놀아나는 기분이다.
1등을 안하고 버티면 개조로 몸이 망가지고, 1등을 하려고 노력하면 정신이 망가지는 방식이다.
벽에 등을 기대고 털썩 앉았다. 이렇게 앉았다고 가슴이 출렁대는 것까지 다 화가났다.
다시 뺨을 찹찹 치고 머리를 흔들어서 정리했다.
또 흔들리고 말았다. 애초에 경계한 것이 이것 아닌가? 수치심이나 부끄러움은 접어둬야 했다.
여기서 무슨 짓을 시켜도 포기하지 않고 1등을 하는게 맞다.
어차피 놀아나야 한다면 꼭 1등을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광대가 되어줄 수 밖에 없다.
너무 수치스럽다보니 다짐이 또 흔들렸다. 정신을 차려야 한다.
"후우."
심호흡을 했다. 머리가 어질어질 하다.
잠시 후 MC의 말이 나왔다.
[5단계 미션에서 가장 늦게 미션을 달성한 엘리스는 페널티가 적립됩니다! 그럼 10분간 쉬고 6단계 미션을 시작 하겠습니다!]
의외로 엘리스가 가장 늦었다. 수치심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소변이 나오지 않아서였을까.
우습게도 이런 미션이 나오고서야 슬슬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게임 이름처럼 수치심을 느낀다면 포기해야 할 것이다.
10분동안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어떤 미션이 와도 빠르게 해치우겠다는 마음가짐이었다.
[6단계 미션은 자위하기 입니다! 가장 먼저 절정 1회를 만족하시면 됩니다! 시작해주세요!]
나는 기대서 앉아있던 자세 그대로 내 보지를 매만졌다.
처음이니까 일단 간을 봤다. 손가락으로 소음순도 슬쩍 문지르고 질 구멍도 살짝 문질렀다.
막상 질 내에 손가락 넣기는 두려웠다. 일단 겉으로만 해야겠다.
왼손으로 왼쪽 유두를 잡고 오른손으로 가랑이를 비비기 시작했다.
"하응!"
신음이 새어나왔다. 시간이 없으니 양 손을 써야해서 입을 막을 수는 없었다.
살짝 꼬집어보니 오히려 젖꼭지가 더 예민했다. 다 개조 때문인걸 알지만 얼굴이 뜨거워졌다.
자위가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할지 난감했다. 그렇다고 다같이 있을 때 해 볼 수도 없으니 다들 똑같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줄리가 무조건 1등일 것이다. 여성 자위는 유일한 경험자니까.
일단 급한대로 하고 있긴 한데 뭔가 이상하다. 겉만 문질러서 택도 없을까? 구멍에 손가락을 넣어야 하나?
마치 첫 자위 경험할 때와 비슷했다. 여자 몸은 첫 경험이 맞긴 하구나.
본능적으로 만진다. 아니지. 원래 여자가 아니니 본능적으로 움직이면 남자처럼 움직인다는 것 아닐까?
지금 신체는 여자가 맞으니 본능적으로 움직이면 여자처럼 움직이는 건가? 어렵다.
다른 생각을 하면 안되고 야한 생각을 해야 하는데. 뭘 해야할지 모르겠다.
그 때 거울이 보였다. 나르시즘 같아 보이지만 내 눈엔 그냥 야한 여성처럼 보였다.
유두와 보지로 자위하는 여자만이 앞에 보였다. 어이없지만 충분히 흥분됐다.
저건 내 모습이 아니라고 계속 되뇌이며 자위했다.
만지면서도 이게 맞나 싶긴 한데 열심히 매만지다 보니까 애액이 슬슬 새어나온다. 내가 다섯명 중에는 가장 물이 많아서 그런지 금방 흥건해졌다.
몸이 움찔움찔 하며 만지는 대로 반응한다. 여자친구한테 어떤 식으로 했더라. 나한테 적용하려니 순간 이해가 안됐다.
어쩔 줄 모르고 소음순도 만져보고 클리도 잡아보고 했다.
"히익!"
순간 소름이 돋으며 느낌이 왔다. 이건가?
조금 더 강하게 문질렀지만 이게 아닌 듯 하다. 왜 이렇게 바보가 된 기분일까.
뭔가 애매한 감각이라 결국 새끼 손가락을 질 내로 슬쩍 넣어봤다.
이질감이 굉장했다. 남자일 때는 원래 없던 감각이라 그런지 오히려 흥분도가 낮아졌다. 이건 아닌 것 같다.
다시 황급히 손을 빼고 클리를 문질렀다. 그나마 클리를 잡으면 반응이 바로 왔다.
정말 예민한 부분이다.
민감해서 그런지 오싹오싹 하다. 질척대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애액을 질질 흘렸다.
아까보다는 거울을 보면서 하니까 확실히 자극적이다. 내 가슴 아래로 잘 안보였는데 거울을 통해 이제야 보인다.
붉은 머리 여성이 자위로 잔뜩 흥분한 모습이다.
열심히 매만지던 그 때 점점 무언가 왔다. 이게 절정일까?
"하아응!"
신음을 참지 못하고 질렀다. 애액이 찍 찍 발사되듯 나왔다.
하지만 쾌감의 양도 엄청 적고 애액도 예상보다 훨씬 조금 나왔다.
이게 절정이 맞나 하고 앞을 봤다.
절정 횟수가 1 올라갔다. 맞긴 한가보다.
끝나고 나니 자괴감이 엄청나다. 다짐하긴 했지만 결국 자존심을 버린 기분이다.
심지어 만족할만한 쾌감을 얻지도 못하다니. 자위 방식에 문제가 있던 걸까?
그러면 절정으로 처리가 되지 않았어야 할텐데.
분명 통과 신호는 떴지만 뭔가 찝찝했다.
"아."
문제를 깨달았다.
개조당하면서 얻은 쾌감이 내 몸을 벌써 망쳐놨다.
여성의 몸으론 그 쾌감만 받아왔더니 자위 한 번으로 만족이 안되는 것이다. 생각보다 문제가 컸다.
앞으로 자위 한 번으로는 만족을 못한다는 뜻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