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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화 〉9일차 (40/94)



〈 40화 〉9일차

9일차

어제 벌어진 일 이후로 멘탈이 전 같지 않다. 다들 이성적으로 끝까지 버틸 거란 믿음이 금가버려서 그런 모양이다.

한 번 1등도 뺏기니까 전처럼 욕구가 잘 안생긴다. 나한테 투자한 사람들에겐 미안하지만. 누가 투자 하랬나?

혹시 몰라서 양치도 스트레칭도 빼먹지는 않지만 전처럼 의욕이 안생긴다.


뭘 위해서 이렇게 버티는 중인지 고민이 된다. 내가 물러진걸까.


애초에  강한 사람이 아니었다. 진짜 평범하게 살던 남자A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내가 버티고 1등을 해서 탈출하게 된다고 해도 멀쩡히 지낼  있을까.


처음엔  자신에 대한 믿음에 대해 확고했는데 지금은 엄청 흔들린다. 아직 10일도 지나지 않았는데 걱정이다.


무엇을 위해 그렇게 다투고 승리를 쟁취했는지 모르겠다.


예전부터 경계하던 것들이  가지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찾아왔다.

매너리즘에 빠져간다.


매너리즘은 대충 현상유지를 고수하려는 경향이나 자세를 비판하는 의미로 쓰인다.


나는 진심으로 1등을 하기 위해 버티고 있던 것인데 불과 며칠 만에 그 자세가 고깝게 보인다. 이렇게 빨리 의욕을 잃을 거라고 누가 예상했을까.


나만큼은 나를 믿고 견뎌야 하는데 그게 힘들다.


그만큼 어제 사건이 내게 컸다. 말로는 용서하고 괜찮다며 넘어갔지만 괜찮지 않았던 모양이다. 하긴. 그게 말처럼 쉬우면 사람일까.


 배를 탄 동료들에게 뒤통수 맞은 기분이다.


무기력하게 침대에 누웠다.


이 감각을 빨리 털어내고 싶은 생각과 '이대로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싸웠다.






이번에는  방에서 눈을 떴다.


[오늘도 반갑습니다! 이번에 하게  게임은 '높은 숫자 게임'입니다! 간만에 전략적  게임으로 돌아왔습니다! 규칙설명 들어갑니다!]

뭐 언제는 운 아니었나? 운 요소 없던 게임이 손에 꼽을 정도다.

[참가자에게는 1부터 10까지 총 10개의 숫자가 주어집니다. 여기서 한 숫자를 골라서 내면 됩니다. 참 쉽죠?]

벌써 머리가 지끈거린다. 나는 그냥 벌러덩 누워버렸다.


[한 번 낸 숫자는 또  수 없으며, 큰 숫자를 낸 사람부터 5점, 4점, 3점, 2점, 1점 순서로 받아갑니다! 게임은 총 5라운드이며 가장 높은 점수를 얻으면 승리합니다!]

그러면 10부터 6까지 내면 되는 것 아닌가.

[참고로 같은 숫자를 낸 사람이 있으면 둘 다 점수를 받지 못합니다! 셋이면  모두 점수를 받지 못합니다! 피해가는 것도 중요하겠죠?]


높은 숫자들을 어느 타이밍에 낼지가 중요하다. 겹치는게  걱정되면 낮은 숫자도 쓰라는 말이겠지.

[여기에 같은 숫자를 낸 사람들은 페널티도 부과됩니다!  라운드당 30분씩 주어지니 충분한 전략을 세우시고 내주셔야겠죠?]


이럴 줄 알았다. 우리들에게 페널티 먹이는데 맛들린게 분명했다.


[무슨 숫자가 나왔는지는 비밀이며 겹쳐진 사람들을 제외하고 순서를 매깁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벽에 1부터 10까지의 카드모양이 생겼다.

다들 무슨 생각을 할까. 처음에 점수를 먹고 안전하게 가려 할까? 아니면 아무도 안 할만한 숫자로 겹치는 것을 피해서 점수를 노리는게 나을까.


솔직히 중간만 가도 된다. 1등을 노리기엔 너무 변수가 많았다.

게다가 개인전인데 30분씩이나 주는 이유가 보여서 하기 싫었다.

다른 게임처럼 모여서 작당하는 것도 아닌데 시간을 많이 주는건 페널티로 악독한 것을 주겠다는 뜻일게 뻔했다.

몸을 다시 일으켜 나는 6을 골랐다. 벽에 있는 6카드를 터치하자 불이 들어왔다.


처음엔 간을 보면서 완전 낮지는 않은 숫자를 택했다. 7을 하고 싶었는데 다른 사람이 골랐을까봐 안했다.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서 다른 고민에 빠졌다.


맥빠지는 이 무기력함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여자로 살기는 싫은데 1등을 하기위한 노력이 귀찮다. 이 얼마나 모순되는 생각인가.


마치 공부는 안하지만 낙제는 받기 싫은 기분. 그 결과는 항상 낙제였다.

그러면 내 의지가 문제인가? 그것도 아니다.

내가 열정과 열의를 가지고 노력하면 결과가 보여야 하는데 여기는 그게 없다.

분명 매번 열심히 하는데  몸은 이미 이상태다.

다른 사람들도 투자 가치가 보여야 하니 완전한 실력 게임도 불가능하다.


결국 게임은 운을 섞은 게임이고, 격차도 크게 벌어지지 않는다.

여기서 내가 대놓고 꼴등만 하려 노력해볼까? 욕을 막 지껄이고 폭력을 행사할까?

그건 너무 심한 손해다. 15번 개조만 봐도 애액량이 늘어나는 개조다. 혼자 벌점을 독식하면 어떤 개조까지 뒤집어 쓸지 몰랐다.


다시 바닥에 벌러덩 누웠다.


이것이야 말로 막연한 불안감이다. 내가 변해가는게 느껴지지만 고칠  있는 힘이 없다.


유일한 방법이 게임 1등인데 그것도 힘들고 어렵다.

다른 사람들도 열심히 게임하려나? 문득 궁금해졌다.


성격상 마리나 엘리스는 초반에 치고 나올 듯 했다. 제니퍼도 가끔 그런 경향을 보였고.


줄리는 모르겠다. 은근히 생각을 많이 하는 타입이라 예측 불가다.

지금이라도 숫자를 바꿀까? 잠시 고민했지만 일어나기 귀찮아서 내버려 뒀다.


이쯤 되면 내 운도 한 번은 따라주지 않을까.


막상 시간이 다 되어가니 기대가 됐다. 앞에서 와장창 걸려주면 기분 좋을 것 같은데.

다들 이래서 로또를 사나보다. 기대 안하는 척 구매해도 막상 때가 되면 기대하며 보게되는 심리다.

[30분이 지나갔습니다! 1라운드 결과를 발표합니다! 1등 제니퍼! 2등 세리아! 3등 마리!]


엘리스와 줄리가 같은 숫자를  모양이다. 운도 없었다.


내가 2등이니 마리는 5 아래 숫자를 내고 제니퍼는 7 이상 숫자를 냈다. 살짝 체크하면서 게임해야겠다.

1라운드 선택때는 그렇게 무기력하더니 막상 결과 발표가 시작되자 또 달아오른다.

어제는 엘리스가 망쳤지만 역시 내겐 이 게임만이 활력소다.

[첫 번째 페널티는 5분 절정입니다! 그럼 2라운드 시작하겠습니다!]


그리고 옆에 다른 방 모습이 보였다.

이제야 보여주는건 무슨 심보일까 생각해보니 페널티 받는 모습 구경시켜 주려는  하다.

저번 2분 절정처럼 5분마다 절정을 시키려는 모양이다. 30분이니까 적어도 한 라운드에 6번은 절정하게 생겼다.

엘리스는 굉장히 짜증나 있었고 줄리는 몸을 웅크리고 앉아있었다.


그러더니 잠시 후  다 신음을 흘리며 절정했다.


"흣!"

"하응!"


엘리스는 신음을 참으려 했지만 줄리는 그냥 질렀다.

마리가 다른 방 화면을 열심히 보는 것도 다 보였다. 참 욕망에 솔직한 친구였다.

다음엔 무슨 숫자를 골라야 잘 안걸리고 높은 점수를 받을까.

그냥 확 질러보자는 심보로 10을 골랐다.


그러다 엘리스나 줄리도 점수를 만회하기 위해 무리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10을 9로 바꿨다.


아닌가? 나처럼 10은 아끼기 위해 9나 8로 바꿨을까? 다시 9를 10으로 바꿨다.


"에휴."


의미없는 고민이었다. 옆에선 둘의 신음이 또 들렸다.


차라리 무리하지 말고 1이나 2같은 수를 쓸까?

줄리와 엘리스를 보면 페널티가 더 받기 싫었다. 저게 무슨 꼴이란 말인가.


앞으로 2시간 정도 게임시간이 남았는데 5분마다 절정할  없었다.


내적 갈등이 엄청났다. 점수를 먹을까 사람을 피할까. 고민을 끝내고 난 10으로 내버려 뒀다.


이게 걸리면 그냥 운이다. 운이 없었을 뿐.


[30분이 지나갔습니다! 2라운드 결과를 발표합니다! 1등 세리아! 2등 줄리! 3등 마리!]


"예스!"

주먹을 쥐고 소심하게 좋아했다.


이번엔 엘리스와 제니퍼가 걸렸다.


엘리스는 굉장히 낙담했다. 그녀는 벌써  번째 페널티까지 받게 되었다.


[제니퍼의 페널티는 5분 절정입니다! 그리고 엘리스는 두 번째 페널티인 취기입니다! 그럼 2라운드 시작하겠습니다!]

엘리스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취기로 인해 숨이 거칠어진게 보였다. 저런 시너지로 페널티를 받아버리니까 거의 고삐가 풀려가고 있었다.


 상태로 1시간 반을 더 있어야 했다. 개인전이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붙어있었으면 또  덮쳤을  같다.


5분이 지나자  곳에서 신음소리가 들렸다.

"이극!"


제니퍼가 신음을 참으려 했지만 새어나왔다. 그녀도 지금 처음으로 절정 페널티를 받은 것이다.

이제 저 페널티를 안 겪은 사람은 나 뿐이었다. 차라리 모르는 채로 넘어가고 싶다.

5분마다 신음을 질러대니 시간을 모를 수가 없었다.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내 뺨을 찹찹 때려서 정신을 차렸다.


내가 충분히 앞서가고 있다. 이제 무리할 이유가 없었다. 차라리 애매한 숫자들로 겹치지만 않는다면 충분히 1등을 할 수 있을것이다.

벌써  번째 신음이 들렸다. 15분이 지난 것이다.


무난하게 7을 쓰기로 했다. 이번엔 겹치지 않을 것 같다는 직감이 들었다.

남는 시간동안 다른 사람들을 관찰했다.


엘리스는 거의 바닥을 기고 있었다. 제니퍼나 줄리는  정신에 절정을 하고 있기 때문에 엄청 창피해했다.

줄리는 여기서도 유두가 선게 보였다. 우리처럼 브래지어가 아니라 마이크로 비키니라서 더 티가 났다.

그녀가 한 번 절정할 때 마다 가슴이 출렁이며 요동쳤다.

마리가 그 장면을 열심히 보고 있었다. 그녀는 가슴에 진심인 편이었다.

어느덧 또 30분이 지나갔다. 내가 페널티를 받는 상황이 아니다 보니까 살짝 지루하게 느껴졌다.


이미 줄리와 엘리스는 만신창이였다. 벌써 12번째 절정이니 말 다했다.


[30분이 지나갔습니다! 3라운드 결과를 발표합니다! 1등 줄리! 2등 엘리스! 3등 제니퍼!]


나와 마리가 걸렸다. 한 번 쯤은 모두가 안 걸리고 점수를 받을만도 한데  겹치는지 모르겠다. 언제부터 그렇게  통했다고.

[둘  첫 번째 페널티인 5분 절정을 받게 됩니다! 그럼 4라운드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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