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6화 〉8일차 (36/94)



〈 36화 〉8일차

[패배한 팀이 받게되는 페널티는 바로 '취기'입니다! 그럼 다시 팀을 짜기위해 모이겠습니다!]



다시 처음 모여있던 그 곳에서 눈을 떴다. 내가 제일 먼저 누워있던 몸을 일으켜 주위를 둘러봤다.

줄리와 마리, 엘리스까지 얼굴이 발그레 달아올라 있었다. 취한 사람들을 보고있으면 이런 기분이구나.

줄리는 자신의 의상을 가리지도 않은 채 대(大)자로 누워있었다.  따라 일어난 제니퍼가 눈을 가렸다.

마리는 비틀대며 일어났다. 그러더니 대놓고 그런 줄리를 넋을 놓은  쳐다보는 중이었다. 이거 느낌이 꽤 불안하다.


[5분간 상의  팀짜기에 들어가겠습니다!]

엘리스 또한 비틀대며 일어났다.


"야! 세리아!"

설마 술에 취하면 개가 되는 타입일까? 설마 아니겠지.


"왜."


그녀의 기분이 상하지 않게 대답했다. 그러나 기분이 상한 모양인지 인상을 찌푸리며 내 앞에 왔다.

불안함이 점점 커졌다.


주먹질이라도 할까 싶어서 긴장이 됐다. 그러나 그녀는 갑자기 내 얼굴을 붙들었다.

어이가 없어서 엘리스를 그냥 바라보고 있자 냅다 나에게 입술박치기를 시도했다.

말캉한 입술이 닿자 나는 깜짝 놀랐다.  얼굴을 잡은 손을 떼어내고 반사적으로 엘리스가 혀를 넣기 전에 밀어냈다.


"앗! 세리아!"

제니퍼는 줄리 때문에 뒤돌아 있다가 뒤늦게 내 옆으로 다가왔다.

엘리스는 내가 밀친 것 때문에 엉덩방아를 찧으며 넘어졌다.

"씨ㅂ...아니지. 욕은 하면 안되지. 참. 진짜 꼴리게 생겨서 참기가 힘드네."

술취한 사람이 푸념을 읊듯이 엘리스는 중얼거렸다. 나도 모르게 주먹을 쥐었다. 이게 진짜 미쳤나.

저 상태에서 욕은 어떻게 참았나 모른다. 차라리 욕이나 하고 벌점이나 쳐먹지. 엘리스에게 취기는 최악의 페널티였다.


남자일 때 술에 많이 취하면 키스부터 박는 놈이었나보다. 잘생기긴 했었지만 술먹으면 개 되는 놈들은 상종하기 싫었다.

물론 지금은 긴 생머리에 예쁜 얼굴이지만 생리적인 거부감이 순간  끼쳤다.


"미쳤어?"

내가 묻자 엘리스는 낄낄 웃으며 말했다.


"이거 취기 짱이네. 갑자기 자제력이 사라지는 기분이야."

그러자 옆에서 마리가 비틀대며 걸어왔다. 그리고는 내 어깨를 잡았다. 제니퍼가 어쩔 줄 몰라했다.


"넌 또 왜 그래?"

내가 잔뜩 짜증난 목소리로 묻자 마리는 실실 웃으며 말했다.

"세리아아. 저도오 키스해줘요오."


"안돼. 뭐 하자는 거야?"

이것들이 쌍으로 미쳤나. 나는 단호하게 말한  날 잡은 손을 풀고 그녀를 앉혔다. 그러자 마리는 내게 떼를 썼다.

"방금 엘리스라앙 하능거 봐써요오. 저는 왜에 안 해줘요오?"

"그게 지금...!"

나는 술에 취한 사람들에겐 논리가 통하지 않는다는게 기억났다. 벌써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별거 하지도 않았는데 5분이 다 지나갔다.

제대로 준비를 하지도 못했는데 MC의 목소리가 나왔다.

[하나  셋 하면 일어나거나 앉아주시면 됩니다. 자! 하나! 둘! 셋!]


잔뜩 취한 저들이 일어날  같지는 않다. 나는 구령에 맞춰 일어났다. 기분이 너무 잡쳐서 냉정하게 가기로 했다.


옆을 보니 제니퍼는 당연히 일어날 줄 알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줄리가 비틀대며 일어나 있었다.


[그럼  방으로 이동하겠습니다!]


눈을 다시 떴을 땐 누워있는 줄리와 제니퍼가 보였다. 줄리는 몸을 상체만 간신히 일으키더니 날 보며 헤헤 웃었다. 아깐 내가 일어날 자세를 하자 따라 일어난 모양이다.


"어떻게 일어났어요?"

제니퍼가 묻자 줄리는 늘어지게 말했다.


"취해도오. 정신 차리고오. 사는게에. 직장인이야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회식하는 직장인의 짬이 나왔다. 솔직하게 말해서 대단한 정신력이다.

 취기를 겪어보면 진짜 몸이 마음대로 안따라준다. 이건 인정해줄 수 밖에 없었다.

[두 번째 순발력 게임은 '카드뒤집기'입니다! 처음과 마찬가지로 순발력 게임이니 만큼 속도가 중요하겠죠?


  벽에 나타난 카드를 터치하면 뒤집어지며 색이 바뀝니다! 자신의 팀에 맞는 색으로 전부 뒤집으면 이길  있겠죠? 참고로 다른 방과 같은 상황을 공유중입니다!]


첫 번째 라운드에서 걱정했던 체력 포함 순발력 게임이었다. 이게 먼저 나왔다면 무조건 취기는 제니퍼와 나였을 것이다.


 이곳 저곳에 파랑 빨강 카드가 생겨났다. 양 팀다 똑같이 50:50으로 나눠져 있었다.


우리팀은 파란색이었다.


나와 제니퍼는 서서 대기중이었지만 줄리는 아직도 누워있었다. 줄리의 모습을 보니 저쪽 방도 예상이 된다.

비키니가 풀어졌는지 줄리의  쪽 유두가 보였다. 나는 누워있는 그녀의 상체를 들어 다시 제대로 입혀줬다.


"고마워어."

줄리는 다시 눈을 감고 퓨퓨 하며 숨을 내쉬었다.

그 때 MC의 목소리가 나왔다.

[시작 하겠습니다!]

제니퍼가 위쪽부터 차례로 카드를 누르기 시작했다. 나와 생각이 통해서 다행이었다. 천장에 있는 카드는 거의 우리 것이라 봐도 무방했다.

최선을 다해 점프하면 천장이 닿았다. 맨 정신에도 힘든 일인데 술 취해서도 하면 진짜 초인일 것이다.

그런데 보다보니 생각보다 카드가 많이 뒤집히고 있다. 마리와 엘리스가 열심히 하는 모양이다. 취기 상태에서도 대단했다.


제니퍼가 말했다.

"줄리! 조금 도와주셔야  듯 한데요?"


"그으래애?"


줄리는 거의 기듯이 바닥에 있는 카드들을 눌렀다. 반대 색으로 뒤집는건 아닌가 봤더니 그건 아니었다.


그나마 도움이 되어서 다행이었다.

게임시간을 얼마나 주는지 알 수 없어서 최선을 다해야만 했다. 저쪽 팀도 은근히 많이 따라오고 있었다.


하지만 천장의 색을 바꾸지 않는 이상 우리가 이길 것이 뻔했다.


결국 점점 저쪽 팀에서 누르는 속도가 낮아졌다.


그러다 지치고 힘들었는지 어느 순간 바뀌는 카드가 없었다.


당연하게도 우리의 승리였다.

[2라운드 승리는 파란색 카드로 더 많이 뒤집은 제니퍼와 세리아, 그리고 줄리가 가져갑니다! 축하합니다!]


줄리는 누워서 손만 들고 승리를 좋아했다. 정신을 차리고 일어난 덕분에 그녀는 꼴등을 면할  있었다.

[패배한 팀이 받게되는 페널티는 바로 '2분 절정'입니다! 그럼 다시 팀을 짜기위해 모이겠습니다!]


또다시 같은 곳으로 모였다.


처음 듣는 페널티였다. 진짜 말 그대로 2분동안 절정하는 것일까? 아니면 2분마다 절정하는 것일까. 뭐던 간에 기분은 정말 더러울 듯 했다.

[5분간 상의  팀짜기에 들어가겠습니다!]

MC의 말이 끝나자마자 엘리스는 제일 먼저 벌떡 일어났다. 호기롭게 일어난 것 치곤 비틀거렸다.

"이건 너무 불공평해! 저쪽은 3명이고 우린 2명이었잖아!"


1라운드 기억은 금방 까먹었는지 분에 못이기고 씩씩대는 중이었다. 허공에 삿대질 중인 엘리스의 분노가 나머지 사람들에게 튈까봐 걱정이 됐다.

그 와중에 마리는 엉거주춤 일어나더니 다시 넋을 놓고 줄리를 향해 기어 갔다.

또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아서 불안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때 였다.

"흐깃!"


엘리스가 갑자기 주저앉으며 부르르 떨었다. 누가 들어도 여자가 느낄  내는 신음소리가 들려서 깜짝 놀랐다.


옆에서도 소리가 났다.

"흐아앙! 힉!"

나와 제니퍼는 소리를 따라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줄리 앞에 무릎꿇고 있던 마리는 바닥에 머리를 쳐박고 신음을 흘려댔다.


그녀가 무릎꿇은 상태로 엉덩이를 들고 있어서 가랑이 사이가 적나라하게 보였다. 검은 팬티였지만 가운데가 동그랗게 젖어있었다.

저게 페널티구나. 2분동안 절정하는  같지는 않으니 정말 2분마다 절정을 하는 페널티였다.


맨정신인 것 보다 나으려나. 어차피 기억은 다 날텐데 참 안됐다.

엘리스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난감했다. 취기만 없으면 참 괜찮은 친구인데 계속 저런 식이면 나도 모르게 거리를 두게 된다.


그러자 제니퍼의 취기 반응도 예상이 안됐다.

"제니퍼."


"네?"

이 난장판에 제니퍼는 눈을 가만히 두지 못하고 마구 흔들렸다. 그녀에게 혹시나 하고 물어봤다.


"너는 취했을  주사 있어?"


제니퍼는 이제야 날 바라보며 대답했다.

"저도 자는건데 여기는 잠을 못잔다면서요. 그러면 저도 몰라요."


제니퍼도 자신의 주사를 몰라서 두려운 표정이었다. 나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꾹꾹 눌렀다.


1분 정도 지나자 다들 조용해졌다.

엘리스는 아까 주저앉은 그대로 넋을 놨고 마리는 박고있던 고개를 들더니 다리를 벌리며 털썩 앉았다.


뭘 하려는 걸까. 인상을 찌푸리며 마리를 보자 자신의 오른손을 팬티에  넣었다.


"야... 야!"

마리는 내가 말리는 소리를 신경도 안쓰고 자신의 음부를 만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어색한 손놀림으로 팬티 속을 지분거리며 흠칫흠칫 몸을 떨었다.


절정을 한 번 맛보더니 참기가 힘든 모양이다. 진짜 정신을 놓은게 아닐까? 마리는 인상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보지이. 조아..."

저거 취기에서 깨어나면 어떻게 하려고 저러는거야! 나는 화들짝 놀라 그녀에게로 가기 위해 일어났다. 그러자 엘리스가  고개를 돌려 나를 봤다.


무시하고 마리를 말리러 가려는데 제니퍼가 나에게 외쳤다.

"세리아!"

내가 고개를 돌리자 짐승처럼 몸을 일으켜 다가온 엘리스는 내 허리를 휘어잡고 쭉 들이밀었다.

"크흑!"


나는 레슬링 기술을 당한 것 처럼 엉덩방아를 찧으며 넘어졌다.

엘리스가 그대로 쓰러진 내 복부 위로 올라탔다. 나는 몸부림쳤지만 그녀의 허벅지에 몸이 고정당했다. 취기 때문에  세진건지 확실히 힘은 엄청났다.

그녀는 내 상체를 밀쳐 눕히며 팔을 짓눌렀다. 팔에 피가 안통하는게 느껴질 정도로 꽉 눌러서 아팠다.

"너 진짜 미쳤어!"


내가 소리지르자 그녀는 비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고고하게 굴어서 뭐할건데. 어차피 자지맛 알면 너도 금방 앙앙 댈 거잖아. 안그래?"

"이 쓰레기 같은 놈아! 너도 여자야! 제발 정신좀 차려!"


내가 악을 쓰며 그녀를 쳐다봤다. 엘리스는 아무 말이 없었다.

이젠 나도 머리 끝까지 화가 치솟았다. 한 마디 쏘아 붙이려고 했는데 그녀의 분위기가 점점 다르게 흘러갔다.


잠깐의 정적 뒤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는 표정을 짓던 엘리스는 고개를 위로 처들었다.


다시 고개를 숙인 엘리스의 얼굴은 상당히 이상해져 있었다. 뭔가 참는 것 같기도 하고 울 것 같아 보이기도 했다.


그러더니 내 팔을 짓누르던 손에 힘이 풀리며 풀썩 엎어졌다.

"으긋!"

내 배 위에 올라타 있던 엘리스의 가랑이가 축축해졌다. 미세하게 벌벌 떨리는 것 까지 느껴졌다.

 사이 2분이 지나가서 절정한 것이다.


나는 절정하는 그녀를 뒤집어 눕히고 일어났다. 힘이 안들어 가는지 저항하지도 않았다.


바닥에 누워 주먹을 꽉 쥐고 절정감을 참는 엘리스를 보고있으니 화를 내는 것도 바보같아졌다.

그녀를 그대로 두고 마리를 말리러 갔다. 다행히도 제니퍼가 말리고 있었다. 날 먼저 도울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나보다.


미묘한 씁쓸함을 바로 털어버리고 나자 다른 생각이 났다.


분명 폭력은 막는다고 하지 않았나? 내가 위를 쳐다봐도 아무런 제재도 없다는게 말이 안된다.

진짜 애인도 이정도면 데이트 폭력이다. 이걸 폭력이 아닌 다른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건가?


엉덩방아를 찧은 것 때문에 안그래도 마른 엉덩이가 더 아팠다.


MC에게 한 마디 하려고 하는데 또 옆에서 날 밀치는게 느껴졌다. 또 엉덩방아를 찧으며 넘어졌다.

"악!"

두 번 찧으니까 나도 모르게 소리를 냈다. 역시나 앞을 보니 엘리스가 집요하게 날 붙들고 늘어졌다.

"그만좀! 해!"


더이상 화를 참을 수가 없었다.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막 밀쳐냈다.

엘리스는 눈이 거의 돌아가 있었다. 그  MC의 목소리가 나왔다.

[하나   하면 일어나거나 앉아주시면 됩니다. 자! 하나! 둘! 셋!]

나는 엘리스 때문에 일어나지 못했다.

간신히 엘리스를 떼어내고 일어났지만 일어난 사람은 줄리와 제니퍼만 처리되었다. 나는 허탈해졌다.

[그럼  방으로 이동하겠습니다!]


나는 마리와 엘리스랑 함께 3라운드를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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