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화 〉6일차
[1번방과 2번방에 각각 2명이 들어가게 되었으므로 마이너스 1점씩 받게 되었습니다. 그럼 조건을 실행해 주세요! 지키지 않으면 벌점입니다!]
내 옆에는 제니퍼가 있었다. 결국 나는 마지막까지 혼자 있지 못했다. 오히려 약간 체념하니까 그렇게 스트레스 받지는 않았다.
설마 아까 키스 어쩌구 한 이야기 때문에 여기로 온 건 아니겠지? 오해 없었으면 좋겠다.
그녀는 굉장히 부끄러워하며 말했다.
"그... 세리아. 잘 부탁해요."
"너. 키스 처음이야아?"
"아뇨! 고등학교 때 경험이 있긴 한데 사실상 뽀뽀라. 네. 사실 처음이예요."
내가 너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는지 약간 반발하던 그녀는 다시 목소리가 작아지며 고백했다. 22살이면 경험 있는 사람도 많은데 확실히 순수한 청년이었나 보다.
프로게이머 준비하느라 여자 만날 시간이 없었을 수도 있다. 오히려 고등학교 때 여자친구가 있었다는게 대단하다. 나는 없었는데.
어쨌든 키스를 하긴 해야 했다.
다른 방을 보자 여전히 마리는 4번 방에 있었고 줄리와 엘리스는 금방 뽀뽀를 끝냈다. 마리는 전략을 잘 짰다.
1번에 있는 둘 역시 처음이 힘들지 다음은 쉬운 모양이다. 미션을 다 마친 셋 모두 우리 둘을 보고 있을게 뻔했다.
방에서 계획한대로 제니퍼를 여자라고 열심히 생각했다. 나는 배우고 제니퍼는 상대 배우다.
그녀의 생각은 모르겠지만 나는 철저히 제니퍼를 여자라 보기로 마음먹었다. 술기운 덕분인지 몰입이 되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내가 연기에 재능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자신감이 차올랐다. 마치 배우가 된 기분이 들었다. 제니퍼의 얼굴을 보는데 나름 괜찮은 대상으로 여겨졌다.
긴 생머리에 고양이상 예쁜 얼굴. 날카로워 보이지만 부끄러워하는 순진한 여성. 열심히 내게 마인드컨트롤을 하자 이 상황에 몰입하는것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몰입이 된다! 이게 다 취기 때문인걸 알지만 받아들였다.
막상 얼굴을 가까이 대자 제니퍼는 눈을 감았다. 첫 키스면 겁이 날 만도 하다.
그러면 적당히 해줘야 하나? 키스가 처음이라니까 내 모든 기술을 걸고 열심히 해줘야 하나.
일단 그녀를 품 안에 끌어안은 뒤 가볍게 입을 쪽 하고 맞췄다.
"흣."
그녀가 긴장했는지 파르르 떨었다. 반응이 귀여워서 나는 슬며시 웃었다.
제니퍼의 뒤통수에 슬며시 손을 얹어 어루만지다 서로의 고개를 살짝 꺽으며 입을 다시 맞췄다. 그녀는 내가 움직이는 대로 따라왔다.
나는 순진한 그녀에게 제대로 키스를 알려주기로 했다. 물론 나도 고수는 아니지만 최선을 다할 마음이 생겼다.
눈이랑 입을 꼭 닫고는 숨도 참고 있길래 입을 살짝 붙였다. 역시나 꼼짝 안하는 입술을 혀로 톡 건드렸다.
그녀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입을 살짝 열었다. 그래서 그 틈을 파고 들어 혀를 이용해 입 근처 안쪽을 적당히 건드렸다. 그녀가 혀를 어쩔 줄 몰라했다.
조금씩 깊게 넣자 제니퍼도 익숙해지는게 느껴졌다. 혀의 긴장이 풀렸다. 적당히 간을 보다가 깊숙히 집어 넣었다.
제니퍼의 입에서는 민트 향이 났다. 아마 그녀도 내 입에서 민트 향을 맛 봤을 것이다.
처음 키스의 불쾌감은 입냄새에서 오는 편도 많으니 오히려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혀로 이곳 저곳을 건드리며 그녀의 반응을 살폈다. 점점 그녀도 풀린거에 멈추지 않고 호응하기 시작했다. 제니퍼 또한 혀를 움직이더니 이젠 아예 내밀어 내 입 안으로 넣으려 했다.
우리 둘의 혀가 서로 얽히며 침을 주고 받았다. 분위기에 점차 취하는게 느껴졌다. 나는 취기에 연기하고 있다지만 제니퍼는 뭘 생각하며 연기중일까?
적당히 한 1, 2분 하려 했는데 제니퍼는 아예 내 얼굴을 양 손으로 붙들고 적극적으로 키스했다. 나는 살짝 얼떨떨 했지만 3라운드 때 내가 포옹을 오래 한 것도 있고 해서 계속 받아줬다.
진짜로 키스를 나누다 보니 귀여운 여자애로 보이기 시작했다. 정신이 이상해지는 느낌이다. 이래서 배우들이 너무 몰입하면 깨어나는데 오래 걸리고 그러나보다.
거의 5분은 키스 한 것 같다. 내가 능숙하게 그녀의 혀놀림을 받으며 계속 자극하는게 마음에 들은 모양이다. 혀 뿌리까지 넣을 기세로 날 몰아붙이려던 제니퍼는 오히려 자신이 숨 쉴 타이밍을 잊고 입을 먼저 뗐다.
"하아..."
"흠."
그녀와 내 입 사이에 타액이 슬쩍 늘어지다가 떨어졌다. 제니퍼의 얼굴은 아까보다 더 빨개져 있었다. 나는 '너 연기 잘한다!'고 말해주려 했는데 제니퍼는 다시 나에게 키스를 시도했다.
"헙."
확실히 연애경험이 적은게 티가 났다. 성급하게 오려다 코를 살짝 부딫쳤다. 내가 적절히 돌려서 다행이지 서로 코를 감싸쥐며 물러날 뻔 했다.
제니퍼가 이번엔 눈을 감지도 않고 먼저 다가왔지만 당연히 리드권을 내가 가져왔다. 겨우 이번에 첫키스를 한 여성에게 주도권을 뺏기면 나 스스로 좌절 할지도 모른다.
혀를 갑자기 내 입에 넣으려 하길래 부드럽게 돌려서 움직였다. 키스란 입 안쪽에서 사랑을 나누는 행위이기 때문에 경험을 무시 못했다. 처음인 그녀에게 더 잘 알려줘야 겠다는 다짐을 했다.
생각보다 더 길어졌다. 키스만 했는데도 그녀는 살짝 어지러운지 비틀거렸다. 몸에 힘이 빠지는게 느껴지길래 나는 등을 받쳐주며 계속 이어나갔다.
"쪼옥."
"쩝."
계속해서 침이 오갔고 제니퍼는 살짝 초점이 나간 표정으로 계속 호응했다. 살짝 성취감이 있었다. 학생때 뽀뽀해본게 전부인 여성에게 어른의 키스를 알려준다는 기분이었다.
노곤노곤해진 그녀가 이젠 더이상 내게 호응도 하지 못했다. 호기롭게 다가온거에 비해 일찍 지쳤다.
제니퍼에게서 입을 뗀 후 벽에 기대게 해서 앉혔다. 그녀는 아직도 거칠게 숨을 내쉬고 있었다.
상기된 그녀의 표정이 정말 예뻐 보였다. 나는 제니퍼 옆에 앉아서 같이 호흡을 가다듬었다.
"잘했어어."
제니퍼에게 연기하느라 수고했다고 말하려 했는데 말이 저렇게 나가버렸다. 제니퍼는 묘하게 날 쳐다보더니 씩 웃었다
"처음같지 않고 능숙했죠?"
말투는 마치 좋아하던 아는 누나와 얼떨결에 키스한 소년 같았다. 그러나 얼굴과 목소리 때문에 쓸데없이 키스에 자신감 있는 숫처녀처럼 들렸다. 나는 킥킥 웃으며 대답해줬다.
"그래에."
내가 리드한 대로 따라오는데 정신없던 그녀였지만 정말 좋아했다. 우리 둘은 그 뒤로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개인방으로 옮겨지지 않고 다 같은 곳에 모였다.
그리고 취기가 싹 가셨다.
"..."
나는 머리를 감싸쥐었다. 내가 뭔 짓을 한거지? 미쳤던게 분명하다.
어쩌자고 이런 짓을 벌였냐고! 나는 창피함에 얼굴이 터질 것 처럼 뜨거워졌다. 아직도 옆에 앉아있는 제니퍼에게 말했다.
"제니퍼! 미안해. 내가 취해서 미쳤었나봐! 기분 나빴지? 진짜 미안하다!"
그녀는 약간 애매한 표정을 지으며 손사래쳤다.
"아뇨. 어차피 미션이어서 해야 했는데요. 뭐. 괜찮아요."
"아냐. 제니퍼. 정말 미안해. 괜히 포옹이나 키스도 필요 이상으로 해버렸어. 취기 때문에 너무 너를 여자 취급했나봐. 기분 정말 나빴을 텐데."
제니퍼는 뒤통수를 살짝 긁적이며 말했다.
"그. 네. 알겠어요. 그만 얘기 하셔도 돼요."
앗! 너무 미안한 마음이 앞서서 키스당한 제니퍼의 입장을 고려 못했다. 계속 언급되는게 오히려 불편할 수 있었는데. 생각이 짧았다.
"그래. 그만 할게. 그래도 내가 정말 미안하다는 건 알아줘. 알겠지?"
"그렇게 너무 미안하면 나중에 피아노나 한 번 쳐줘요."
나는 멋쩍게 웃으며 말하는 그녀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고마워. 다음에 꼭 쳐줄게."
일어나서 다시 한 번 미안하다고 허리숙여 사과하자 제니퍼는 다시 손사래를 치며 그만하라고 했다.
엘리스에게도 가서 사과했다.
"미안하다. 괜히 엉겨붙었네."
그러자 그는 씩 웃으며 대답했다.
"오히려 나는 재밌는 구경하고 좋았는데 뭐. 그리고 제니퍼에 비하면 나는 일도 아니더만. 큭"
나는 다시 얼굴이 빨개졌다. 제니퍼에겐 몇 번이고 사과해도 부족할 정도였다.
연기로 생각하고 하라는건 하기 전에 말했어야 하는데 이미 키스 다 하고 말하면 무슨 소용인가. 나는 그녀를 성추행 한거나 다름 없다.
그 때 MC의 목소리가 나왔다.
[자! 결과 나왔습니다! 1등 마리! 벌점 0점! 공동 2등 제니퍼! 엘리스! 벌점 1점! 공동 4등 세리아! 줄리! 벌점 3점!]
끝까지 줄리와 나는 다 걸렸다. 처음에 빠졌던 제니퍼와 엘리스는 2등을 했다. 오늘 하루종일 취기에 미쳐있었더니 돌아버릴 것 같다.
기억이 생생한게 더 엿같다. 진짜 어제 남자로 버티겠다고 말싸움하던 내가 이딴 짓을 하다니. 진짜 창피하다. 취기가 정말 무서운 페널티다.
[이번 게임은 놀랍게도 마리가 1등을 했습니다! 와! 짝짝짝! 바로 5등을 탈출했네요! 정말 볼 거리도 많은 하루였습니다! 이제 기다리던 개조방으로 이동하겠습니다!]
나는 어질어질한 머리를 붙잡고 누웠다. 지금 기분보다 더 엿같은 개조시간이었다.
눈을 뜨자 나는 나체로 매달린 상태였다. X자로 사지가 구속당하는 기분은 상상보다 더 더러웠다. 팔목에 부하되는 무게도 커서 땡겼다.
{공동 1등 세리아 - 벌점 10점
공동 1등 엘리스 - 벌점 10점
3등 제니퍼 - 벌점 11점
4등 마리 - 벌점 12점
5등 줄리 - 벌점 13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