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화 〉4일차
줄리의 바지도 붉은색 스포츠 바지였다. 바지가 바뀌는게 무슨 의미인지. 성기능 상실을 구별하는건가? 약간 중성화 수술 받은 강아지가 목에 안전 플라스틱 차듯이 우리한테 입히는 것 같아서 웃겼다.
줄리는 상체만 일으켜서 침대에 앉은 뒤 바지를 들춰 자신의 자지를 봤다. 여기서 가장 오래 붙어있었으니까 상실감은 더 클 것이다. 물론 아직 떨어진건 아니다.
오히려 줄리는 자신의 자지를 한참 바라보더니 허탈한 표정으로 천장을 쳐다봤다. 나는 줄리에게 말했다.
"줄리. 얼굴도 확인해 보세요."
나를 슥 쳐다본 줄리는 무거운 몸을 일으켜 스려다 다시 침대에 앉았다. 다리에 힘이 풀린 모양이다. 허벅지를 열심히 조물조물 거리더니 다시 일어났다. 행동만 보면 80대 할머니다.
거울에 가서 자신의 얼굴을 매만지던 줄리는 거울 앞에 무릎을 꿇었다.
마리가 깜짝 놀라 줄리 옆으로 가서 어깨를 감쌌다. 다행히도 울지는 않았다. 설마 울까 했는데 다행이었다.
마리가 줄리를 위로한다고 거울 앞에 가 있는데 얼굴이 너무 가까워 보여서 뜬금없이 키스할까봐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쳐다봤다.
좀 진정이 됐는지 줄리는 일어났다. 마리가 자리로 돌아가자 그는 다시 자신의 얼굴을 살피고 만져보더니 눈동자도 확인해본다. 혀로 볼 안쪽도 쿡쿡 찌르고 내밀어도 보더니 다시 자기 자리로 가 앉았다.
내 얼굴이 바뀌면 나는 신기할까 아니면 상실감을 느낄까. 알 수 없었다.
옆을 보자 엘리스와 제니퍼가 게임을 하고있다. 나는 컴퓨터에 앉아서 엘리스가 말한 사이트를 들어가봤다.
"돈 낸 아이디 있어?"
"쳐줄게."
그는 내 앞으로 오더니 로그인을 해줬다. 역시 재벌은 20만원 정도는 껌값인가 보다. 나는 내 목숨이 걸려있는 이 상황에서도 20만원이 아깝다는 생각을 했다. 뼛속까지 서민이다.
사이트 홈페이지부터 악질인걸 느꼈다. 우리 다섯명의 변화 전 모습들이 대문짝으로 크게 있었다. 그리고 실시간 변화 모습도 아래에 붙어있었다. 매일 업데이트 하는 모양이다.
중요한 점은 벌거벗고 있는 사진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기절한 사이 씻기는 것 뿐 아니라 사진도 찍고 있었다. 이 사진들에 대해 말 안하는게 좋을 것 같다.
처음 사진과 비교하자 다들 엄청 바뀐걸 느낄 수 있었다. 심지어 엄청난 고화질로 확대까지 됐다.
여기에 휠을 클릭하면 회전도 되고 무릎이나 팔꿈치, 가랑이, 어깨같은 관절에도 클릭을 할 수 있었다.
클릭하면 벌린 사진이 뜨는데 마치 직접 벌려줬다는 연출을 주는 방식이었다.
사진 속 내 어깨를 누르자 내 매끈한 겨드랑이를 자세히 볼 수 있었다. 가랑이는 눌러 볼 자신이 안들어서 치웠다. 앞으로 뭐 개조되면 여기서 확인해도 될 듯 하다. 너무너무 찝찝했다.
최고의 핫클립 영상도 있었다. 1등이 엘리스 방뇨장면이었고 2등이 마리 방뇨 장면이었다. 이새끼들이 뭘 좋아하는지 알 수 있었다.
이거 ts프로젝트로 아이돌 만들겠다더니 그라비아 아이돌도 이것보단 약하겠다.
조금더 내려보자 내 사진 아래 투자 금액이 씌여져 있었다. 다양한 이름들을 보니 전 세계적으로 노는게 맞았다.
외국인들이 동양인 남자들 벗는거 봐서 뭐가 좋다고 투자하는지 모르겠다. 아시아 인들이면 몰라도. 아니면 새로운 과학기술 보려고 보나?
오늘 MC가 말했던 것처럼 내가 투자금액은 제일 높았다. 덜 변해서 빨리 개조시키고 싶나보다. 아니면 승리 확률이 높아 보여서 거는 것일지도 모른다.
투자 금액은 나에게 지원하는 곳, 지들끼리 내기하는 곳이 따로 있었는데 합계는 같이 했다. 그래서 내가 제일 금액이 높은 듯 하다. 개별로만 보면 내 매력이 제일 떨어졌으니까. 내 객관적인 눈이 그렇다고 한다.
조금 더 내려보니 가장 많이 투자한 사람이 쓴 댓글같은게 있는데 나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웃었다.
'J컵 비주얼 센터로 만들어 주세요!' 였다. 닉네임도 '세리아러브' 였다.
어느나라 사람인지는 모르겠는데 누구 맘대로 리더를 만들고 개조를 바라는건가. 남의 몸이라고 너무 막말하는거 아닌가 싶었다.
금액은 나오지 않고 순위만 나와있었다. 경쟁 심리를 부추기는 모양이다. 웃긴 댓글은 가볍게 넘기기로 했다.
혹시 하고 다른 사람들 투자 1등의 댓글들을 보다보니 살짝 소름이 돋았다.
줄리 댓글에는 "살집있고 땀 잘나는 D컵 미시!"라고 씌여있었고 마리 댓글에는 "청초한 A컵 트윈테일." 엘리스 댓글에는 "힙 짱짱하고 부티나는 혼혈비주얼." 이라고 씌여있었다.
생각해보면 여기 1등들 댓글과 지금 여기 사람들의 얼굴 이미지가 꽤나 흡사했다. 확실히 줄리는 미시 느낌도 나고 엘리스는 부티나는 혼혈 같았다.
이거... 나 큰일 난 것 아닌가? 아니 진짜? J컵은 심하잖아! 들어본적도 없다!
제니퍼 댓글에는 "퇴폐미 넘치는 고양이상에 애교있는 목소리!" 였다. 이건 나름 괜찮겠다고 생각하다가 나는 좆됐다는걸 느꼈다.
나는 가슴 개조 관련된 벌점 만큼은 피해야 했다. 괜히 손이 덜덜 떨려서 사이트를 끄고 나왔다. 제발! 나 개조당하기 전에 1등 다른사람이 먹어주세요! 제발!
손모아 기도하다가 바로 포기했다. 의미 없었다. 나는 정신줄 놓고 잊기로 했다. 엘리스와 같이 게임이나 하다가 피곤해서 잤다. 다음에 생각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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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차
아침 기상 시간이 되자 알람이 들렸다. 눈이 떠졌다. 정신이 멍했다. 솔직히 아침인지 밤인지 알 수 없이 며칠 계속 밝으니까 더 미쳐가는 기분이었다.
MC의 똥꼬발랄한 인사가 끝나고 똑같이 한 시간의 시간을 줬다. 4일차의 게임도 즐겨달란다. 퍽이나.
습관적으로 양치를 했다. 유리벽으로 나머지 사람들이 일어나는게 보였다. 벌써 과반수의 바지가 바뀌었다. 기분이 묘했다.
다들 바뀌는 것에 대해 순순히 받아들이고 있긴 한건가? 만약 그렇다면 멘탈이 꽤 괜찮은 사람들만 모은 모양이다. 이런 미친 상황에 별 짓 안하는게 미쳤다는 뜻 아닐까?
제니퍼가 옆에 들어와 이를 닦았다. 재빨리 입을 헹구고 비켜줬다. 세면대는 1인용이니까. 거의 끝난 상태이기도 했다.
어제 본 댓글 1등이 생각나서 멘탈 회복이 안됐다. 침대에 앉은 나는 머리를 움켜쥐었다. 갑자기 머리카락을 다 뽑아버리고 싶었다. 물론 생각만 하고 하진 않았다.
난 예전부터 스트레스에 약했다. 그래서 인내심을 키웠다. 그러자 스트레스가 더 심해졌다.
반대로 말하는 용기를 키웠다. 꽁꽁 싸매는 것 보다 다 내뱉고 나서 후회하는 편이 훨씬 나았다. 누구는 스트레스가 너무 심하면 참기만 하다 자살한다고 했는데 나는 반대라 살아있는 모양이다.
물론 내뱉기까지 과정은 좀 걸려도 충분한 생각 후에 말하면 후회를 거의 안한다. 그게 참는 것 보다 비교하면 덜 스트레스 받는다.
뭐 잡소리는 그만 하고 내가 스트레스를 참을 만큼 참았다는 것을 나도 인지하고 있었다. 건드리면 터질 것 같다.
나는 내 뺨을 찹찹 때렸다. 이게 날 깨우는 하나의 요령이다. 현실을 자각하고 받아들이게 해주는 주문에 가깝다.
마음을 편하게 먹자. 잘 하고 있다. 버티자.
엘리스도 그 댓글들을 봤는지 궁금하다. 내가 엘리스를 부르자 그는 이제야 눈을 살짝 뜨며 대답했다.
"너 어제 그 사이트 자세히 봤어?"
"어엉? 아. 거기? 아니?"
"그래."
안봤다고 한다. 역시 천하태평이구만. 나도 저렇게 살아야 하는데. 비꼬는게 아니라 진짜다.
그냥 침대에 누웠다. 양을 세면서 눈을 감았다. 자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생각을 막기 위해서다.
[자! 4일차의 메인 게임 시간입니다! 정말 두근두근 합니다!]
눈을 뜨자 또 혼자 있었다. 머리를 비우고 게임하기로 했다.
[오늘의 메인 게임은 바로 전략빙고!]
이번 게임은 빙고를 이용해서 뭘 또 하나보다. 전부터 메모지좀 줬으면 좋겠다.
[이번에도 3단계에 걸쳐 설명하겠습니다! 총 2라운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설명을 자세히 들어주세요! 먼저 1단계! 빙고판을 작성합니다. 숫자는 총 1부터 20이며, 빙고판은 3곱하기3 총 9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여기까진 평범한 빙고다. 이제 숫자 부르는 방식이 뭔가 있나보다. 중요한 부분이다. 나는 귀 기울여 들었다.
[자 2단계! 여러분들은 본인들인 적은 숫자를 공유하거나 속인 뒤 한시간이 지나면 개인방으로 들어와 숫자를 하나씩 고릅니다.
10분동안 고를 시간을 드리며 어떤 숫자가 선택되는지는 익명인 채로 앞에 뜹니다. 선착순에 중복 불가입니다. 총 2라운드니까 10개의 숫자가 골라지겠죠?]
왜 전략이라고 하는지는 알겠다. 서로의 겹치는 숫자를 최대한 칠하는게 좋을 테니까 팀을 짜라고 하는 것이겠지. 운만 좋으면 다 칠할 수 있을 듯 하다.
[중요한 3단계! 칠해지지 않은 남은 숫자의 합이 높은 순서로 등수가 정해집니다. 최대한 칠하지 않는 것이 승리조건! 게다가 빙고 달성시엔 빙고 하나당 마지막 숫자 합계에서 4점씩 감점! 거기에 점점 행동 페널티가 있으니 조심하세요! 그럼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