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화 〉2일차 (6/94)



〈 6화 〉2일차

[가위! 바위! 보!]


내가 보를 내자 그는 주먹을 냈다. 또다시 단판에 지니 이젠 아예 넋이 나간 표정이다. 정말 저 팔꼬기는 왜 하는지 이해가 안간다.

나랑 눈을 마주친 제니퍼와 엘리스는 가위를 내줬다. 배신을 예상하긴 했지만 안나와서 오히려 놀랐다. 둘은 장기전으로 동맹을 바라보는 모양이다. 아니면 상위권이라 정말 상관 없을 수도 있다.

줄리는 살짝 원망섞인 표정으로 날 봤다. 하지만 바로 의미를 잃었는지 포기한 표정이 되었다. 이렇게 다 읽히는 사람들이 있다니. 순수하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아님 말고. 나는 조심스럽게 속삭이듯 그에게 말했다.

"보 내주실래요?"

그는 영문 모를 표정을 짓다가 마리를 눈치보며 슬쩍 살피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가위! 바위! 보!]


구령에 맞춰 같은 보를 냈다. 그는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게 한 번 두 번 계속되자 나머지 셋이 불안하게 쳐다봤다.

[가위! 바위! 보!]

이번엔 내가 가위 그가 보를 냈다. 딱 7번이었다.


[와! 놀랍게도 동률이 나왔네요? 세리아가 엘리스와 7판으로 동점이 됩니다!]

쉬는 시간에 나는 조용히 엘리스와 제니퍼에게 보를 내라고 흘리듯 말했다. 둘은 고개를 끄덕여 줬다. 그리고 줄리에게 갔다.

"줄리씨? 이해 했나요?"


"...네? 아. 네. 가위면....될까요?"


이해가 빨라서 좋았다. 아직 마리는 넋을 놓은 채 자기가 받게 될 감점만 생각하는 모양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리에겐 말하진 마세요."

"네. 아휴...감사합니다."

치사하지만 난 처음부터 한명을 조지는 방식만 생각했다. 그게 운 없는 마리가  것 뿐이고. 어리고 사회성이 없는 자신을 탓할 수 밖에.

약속된 마리와 줄리는 주먹과 보를 냈다. 아무것도 모르고 마리는 줄리를 응원하듯 쳐다봤다. 그리고 제니퍼와 엘리스가 차례로 보를 내서 져주자 자기가 이긴 것처럼 신나했다.

나와의 차례가 되자 그는 정말 열중해서 내는 것처럼 연기를 시작했다. 아니 내차례에 가위를 내서 날 이기려 할까? 그렇게 되면 그는 단독 1등이 된다.

한 개의 벌점 손해를 감소하고 공동 2등을 택할까? 여기서 판가름이 났다. 만약 지게 된다면 앞으로 그는 어떻게 행동할까. 자신의 편으로 넣을 때마다 나머지  명도 그를 끝까지 못 믿을 것이다. 사회 생활을 했다면서. 설마. 정말 보를 낼까.

[가위! 바위! 보!]

어떻게 되나 싶었는데 처음엔 약속대로 보, 보를 내서 무승부가 되었다.

사실 이제부터 여기서 그가 날 배신해도 얻는게 없다. 단독 1등 배신은 무섭지만 공동 1등 배신은 괜찮다고 생각하려나? 그가 여기서 날 이기면 제니퍼와 공동 1등이 되어 나와 엘리스가 벌점을 공동 3등으로 2점씩 받게되어 1점의 손해를 더 보게된다.

물론 이건  생각이고 그는 하나도 받기 싫을 수 있다. 처음 그가 외치던 말도 생각이 났다. 공동 1등 시켜달라고 했었다. 하지만 나머지 한 달 동안의 게임들을 생각하면 쉽게 배신할 수 있을까? 절대 아니라고 본다. 그가 내 상상 이상이면 몰라도.


그의 손을 보자 뭔가 가위를 낼 것 처럼 움찔거리지만 믿어보기로 했다. 아니 도저히  믿겠다.


[가위! 바위! 보!]

정말 다행으로 그는 가위를 내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가위를 냈다. 결국 참지 못했다. 어차피 지나 비기나 다시 해야하는건 같으니까 이게 최선이었다. 그는 내 손 모양을 보더니 그냥 마리의 의심을 피하려고 냈는줄 알고 있었다. 그가 슬며시 웃자 나는 이상하게 배알이 꼴리려는 것을 참았다.

설마 이번에는 진짜 배신을 할 이유가 없다. 벌점 1점 확정인 상황에서 내 뒤통수를 친다면 그건 진짜 미친놈이다.


[가위! 바위! 보!]

이번에도 나와 그는 보를 냈다. 마지막까지 오니까 슬슬 그에게도 신용이 가기 시작한다. 이제 어차피 판 수는 같아졌다. 속이 생각보다 더 타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서로를 믿는다는게 이렇게 힘든 일이라니.

[가위! 바위! 보!]


무언의 약속 대로 나는 보를 내고 그는 가위를 냈다. 결국 7판으로 맞춰졌다.


[정말! 놀라운 결과로군요! 무려 7판을 소모하며 공동 2등이 달성됩니다! 제니퍼 벌점 0점, 엘리스, 세리아, 줄리 벌점 1점, 마리 벌점 4점에 욕설점수 1점 추가로 5점 적립됩니다!]

{1등 세리아 - 벌점 1점
2등 제니퍼 - 벌점 2점
3등 줄리 - 벌점 4점
4등 마리 - 벌점 6점
5등 엘리스 - 벌점 7점}


앞에 홀로그램 판이 올라오자 마리는 털썩 주저앉았다. 줄리는 약간 배신했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굉장히 씁쓸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안심도 되어 보였다.


난 그래도 최소의 벌점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내가 꼴등하고 다 1등 시키면 당연히 좋겠지만 그런 쓸데없는 희생은 앞으로 날 호구처럼 취급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게임은 평범하게 살던 날 흥분시켰다. 이게 좋은 방향인지 안좋은 방향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확실히 살아있다는 감각이 들었다.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 MC 몬이 소리쳤다.


[자! 그럼 다들 기대하시던 개조방으로 이동합니다!]


내 앞에서 마리와 제니퍼가 풀썩풀썩 쓰러지는게 보이더니 나도 정신을 잃었다.




조심스럽게 눈을 뜨자 다들 전에 봤던 철제 의자에 둥그렇게 앉아있다.


[정말 흥미진진한 전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전날 2등이던 마리가 4등으로 추락! 세리아는 1등 선두를 지키고 제니퍼가 2점으로 추격중입니다!]

마리는 울상이 되었다. 미안하지만 얼굴이 더 못생겨졌다.


[원래라면 마리가 첫번째 개조 대상이지만 오늘의 하이라이트이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미뤄졌습니다. 아쉬워들 마시고 바로 다음 개조를 보시죠!]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 참 잘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스럽게 내가 첫번째로 선택되었다.


[오늘 처음 경험하는 세리아! 과연 어떤 분수쇼를 보여줄지 정말 기대가 되는데요? 한  보시죠!]

내 의자가 원 가운데로 옮겨졌다. 생각보다도 더 수치스러웠다. 그리고 목에 있던 밴드가 슬쩍씩 진동하는게 느껴졌다.

그리고 엄청난 쾌락이 확 느껴졌다. 나는 이를 꽉 깨물고 버텼다.  자지가 한계까지 발기했다. 왜 다들 사정했는지 알 수 있었다. 미안하지만 과장해서 전 여자친구의 질 속보다 100배는 더한 쾌감이었다.


당장이라도 울컥울컥하며 싸버릴 것 같았지만 이상한 자존심이 발동해서 꾹꾹 참았다. 온 몸이 벌벌 떨리고 목에있던 핏줄이 곤두섰다. 이를 꽉 깨문 입에선 침이 질질 흘렀다.

정신없는 와중에도 이게  추해 보이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에 웃음이 나올 뻔 했다. 면도를 못한 턱이랑 겨드랑이, 그리고 가랑이 사이, 심지어 배나 가슴, 손가락 발가락, 다리 어디   없이 털이 사라지는게 느껴졌다. 말이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진짜 느껴졌다.


"으으윽! 으으..."

벌벌 떨던 나는 끝나갈 때  결국 사정하고 말았다. 1초가 1분 10분처럼 느껴졌다. 쾌락으로 이런 기분을 느끼다니. 앞으로 절대 겪고 싶지 않은 느낌이었다.

불룩 나온 스포츠바지 앞섬이 내 정액으로 젖었다. 모두에게 이 모습을 보여진다 생각하니 죽고싶었다.  다들 벌점에 목숨 거는지 살짝 이해할 수 있었다. 내 눈에 힘이  안들어가서 살짝 풀린 눈으로 있다가 다시 힘을 줬다. 난 여기있는 넷과 다르다.


첫날처럼 내 양 팔이 올라가며 맨들한 겨드랑이를 보여줬다.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이제 겨우 첫번째 개조를 마쳤습니다. 정말 잘 버티는군요! 인내심이 대단한 인재입니다!]


내 의자가  돌더니 자리로 돌아갔다. 놀리는거 처럼 들려서 스트레스가 확 치솟았다.

자리에서 숨을 고르다 보니 불알이 아팠다. 너무 꾹 참았나보다. 무슨 오기였는지 왜 참았는지 내 자신이 이해가 안갔다. 앞으로 걸리면 그냥 싸야겠다. 개손해다.


[다음은 줄리! 4번째 개조를 시작합니다!]

그는 벌벌 떨다가 눈을  감았다. 그의 의자가 가운데 오자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줄리는 고개를 쳐들고 컥컥 거렸다. 당연히 바지 앞섬은 불룩해졌다.


그가 다시 고개를 내리며 풋 하며 토를 해댔다. 붉은색의 비중이 더 컸다. 어제 지방을 다 제거해서 그런 모양이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4번째 개조는 바로 근육의 여성화! 꽤나 예쁜 모습으로 변해가는군요!]

골격은 그대론데 팔과 허리, 복근, 허벅지 종아리 등등이 변하자 미묘하게 비균형적으로 보였다. 여성호르몬을 잔뜩 투여한 트렌스젠더 몸매 같았다. 물론 내가 트렌스젠더를 자세히 본 적은 없다.


아저씨 얼굴과 몸이 따로 놀았다. 차라리 이럴거면 엘리스처럼 한 번에 개조되는게 나을 정도다.


기진맥진한 채로 러닝셔츠 앞을 붉게 물들인 그가 고개를 푹 숙였다. 기절한 모양이다. 하긴 근육을 생으로 뒤바꾸는데 아무리 쾌락을 준  멀쩡한게 이상하다.


나조차도 아직 심장이 쿵쿵 뛰는 기분이다. 많은 개조를 받게 된다면 어떤 느낌일지 상상도 가질 않았다.

그의 의자가 제자리로 돌아갔다. 초췌한 그의 모습이 전국에, 아니 전 세계에 보여진다고 생각하니 참 불쌍해 보였다. 물론 나도 내가 불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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