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4화 〉64. 꼬리를 달고, 옛날 그대로 (64/70)



〈 64화 〉64. 꼬리를 달고, 옛날 그대로

시선의 초점을 옮겨 보았다. 유빈의 유두를 선명하게 물들이고 있는 보라색 문신 잉크가 보였다. 유빈이 자신의 소유라는 표식도 완벽했다. 이제 유빈이 깨어나면 달아줄 꼬리만 남아 있었다.

창식이 쓰러져 있는 유빈 옆에 누웠다. 눈높이를 맞추고 시선으로 유빈의 얼굴선을 따라가 보았다. 턱, 입술, 코를 거쳐 창식의 시선이 유빈의 감긴 눈에 도달했다. 내려온 눈꺼풀 아래로 유빈의 눈동자가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램 (REM: Rapid Eye Movement) 수면 상태. 유빈은 기절에서 깨어나 잠들어 있었다. 꿈을 꾸는 선잠이었다. 유빈이 무슨 꿈을 꾸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문득 유빈의 꿈까지 지배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딜도 팬티의 전기 자극을 켜보았다. 잠든 유빈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전기 자극을 한 단계 올려보았다. 유빈의 눈동자 움직임이 빨라졌다.

무슨 꿈을 꾸고 있는지는  수 없었지만 유빈의 꿈을 조종하고 있다는 생각에 창식의 기분이 좋아졌다. 전기 자극을 꺼보았다. 유빈이 눈을 떴다.

유빈이 창식과 마주친 눈을 다시 감았다. 꿈이길 바랐다. 꿈이어야 했다. 지난  달간 일어났던 끔찍했던 일들, 아니면 적어도 어제 창식에게 던젼에서 당했던 일만이라도 꿈에서 일어난 일이길 바랐다.

방금 전 꾸었던 악몽처럼 툭툭 털고 잊어버릴 수 있는 꿈이어야 했다. 실제로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라고 믿기엔 너무 가혹했다.

하지만 눈을 뜨자마자 망막에 맺힌 창식의 얼굴은 그것이 꿈이 아니었다고 말해주고 있었다. 유빈은 눈을 감은  침을 삼켰다. 어쩌면 조금  꾸었던 악몽의 잔상이 남아 있었던 것인지도 몰랐다. 다시 눈을 떠 보기로 했다.

유빈이 눈을 뜨자 창식이 유빈을 겁주듯 소리 질렀다. “워.” 그러고는 천장을 바라보고 누워 정신 나간 사람처럼 웃기 시작했다. 꿈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한 유빈의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눈물을 닦으려고 했지만 묶여 있는 손은 움직일  없었다. 어깨의 통증을 참으며 자신의 모습을 내려다보았다. 보라색으로 물든 유두가 보였다.  아래에는 이것 단 하나만이라도 꿈에서 일어났던 일이길 바랐던 전기 딜도 팬티가 보였다.

창식이 다시 몸을 돌려 유빈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았다. 쉼 없이 흐르는 눈물, 잔뜩 수축된 동공, 가빠진 호흡, 핏기를 잃고 떨리는 입술 –절망.

마음에 드는 페이스 시그널이었다. 유빈이 자신에게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었다. 유빈을 완전한 자신의 소유로 만들었다는 생각에 다시 천장을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한참 뒤 웃음을 멈춘 창식이 벌떡 일어나 유빈에게 명령했다.

“무릎 꿇고 바닥에 머리 박아. 엉덩이 들고.”

방금 기절했다 깨어난 유빈은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몸을 일으키려다가 도로 쓰러진 유빈이 숨을 헐떡였다. 창식이 유빈의 눈앞에서 딜도 팬티 리모컨을 흔들어 보였다.

서두르지 않는다면 전기 딜도 팬티가 작동할 거라는 의미를 이해한 유빈이 다시 일어나려고 시도해 봤지만 쉽지 않았다. 힘이 들어가지 않는 것뿐만 아니라 뒤로 묶인 손이 큰 문제였다. 유빈이 창식에게 애원했다.

“손만이라도 풀어주세요.”

유빈의 말을 들은 창식이 유빈을 스윽 훑어보더니 벽장으로 가 단도를 꺼내 왔다. 리모컨의 버튼을 누르고 단도를 유빈의 눈앞에서 흔들며 말했다.

“날카로워. 움직이지 마.”

유빈의 뒤로 간 창식이 손목에 묶인 로프를 단도로 자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창식의 시선은 로프 보다 유빈의 몸이 그리는 아름다운 곡선이 보이는 반응을 보는 데에 집중했다. 단도가 움직이는 속도는 느렸고 일부러 한 줄을 자를 때마다 단도를 놓고 쉬기도 했다.

유빈은 딜도의 전기 자극에 온몸이 비틀려왔지만 창식이 들고 있는 단도를 본 유빈은 몸을 움직이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버티고 있었다.

유빈의 온몸에 땀이 맺히고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날카로운 단도가 자신의  뒤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생각에 밧줄을 한 줄   끊으며 서걱서걱 소리를  때마다 유빈의 등에 있는 솜털들이 곤두섰다.

창식은 유빈이 보이는 반응에 흡족했다. 땀이 맺힌 채로 온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 떨리는 유빈의 몸은 마치 그 위에서 피부가 일어서 일렁이는 황홀경처럼 보였다.

아름다운 여체의 곡선 위에 수놓아진 황홀경을 넋을 잃고 바라보던 창식에게 찢어지는 비명소리가 들렸다. 유빈이 더 이상 버티지 못 하고 비명을 지르며 몸을 비틀고 있었다.

황홀경에서 현실로 돌아온 창식이 딜도의 전기 자극을 끄고 로프의 마지막 매듭을 잘랐다. 유빈이 또다시 기절해 버린다면 곤란했다. 새로운 조교가 준비되어 있었으니까.

다음 조교를 위해 유빈에게 여러 번 관장을 시행하고 담비 꼬리가 달린 애널 플러그를 삽입했다. 진동을 켜고 조금 기다리자 유빈의 숨이 가빠졌다. 전기 딜도 팬티에 진동 애널 플러그까지 제대로 작동하는 것을 확인한 창식이 유빈에게 발목까지 내려오는 긴 코트를 입히고 주차장으로 데려가 자신의 차에 태웠다.

자신이 운전하는 동안 유빈에게 반항하지 말라는 의미로 전기 자극을 살짝 껐다 켰다. 유빈의 고개가 푹 숙여지는 것을 확인하고 운전을 시작했다.

창식이 유빈을 데리고 도착한 곳은 창식이 보던 동영상 속의 아이스 링크(Ice Rink)였다. 창식은 홀로 관중석에 앉았고 유빈은 스케이트를 신고 알몸으로 빙판 위로 들여보내 졌다.

유빈은 십여 년 전 자신이 우승을 차지했던 경기장에 다시 서서 묘한 기시감을 느꼈다. 큰 대회는 아니었지만 난생처음 안아 본 트로피였고, 유빈이 참가했던 마지막 피겨스케이팅 경기이기도 했다.

잠시 후 전광판이 켜지고 유빈의 기시감에 현실감이 더해졌다. 유빈이 오래전의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던 결승전 경기 영상이 나왔다.

유빈이 멍하게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을 때 영상이 끝나고 스피커를 통해 창식의 목소리가 링크에 울렸다.

“이 영상 그대로 다시  번 공연하는 거야. 오로지 단 한 명의 관객, 나를 위해서. 시작해.”

음악이 재생됐지만 유빈은 도리질 쳤다. 자신의 전성기  경기 영상이었다. 운동을 그만둔  10년도 지난 지금 저 경기 때의 기량을 다시 보여줄 수 있을  없었다.

방금 창식이 틀어준 영상에는 현역 선수들도 힘들어하는, 점프해서 공중에서 두 바퀴를 돌고 착지하는 더블 액셀 (Double Axel)까지 포함돼 있었다. 유빈도 영상에 나오는 한 번의 성공을 위해 얼음 위에 수백 번의 엉덩방아를 찧어야 했었다.

게다가 며칠 동안 제대로 마시지도, 먹지도 못한 유빈의 몸 상태는 스케이트를 신고 서 있는 것만으로도 다리가 떨릴 지경이었다.  상태로 영하의 아이스 링크 안에 들어와 있는 것만으로도 몸이 딱딱하게 굳는 것 같았다.

너무 오랫동안 손목이 묶여 있었던 탓에 어깨마저 뻣뻣했다. 가장 큰 문제는 유빈의 몸에 삽입돼 있는 딜도와 애널 플러그였다. 고도의 유연성이 요구되는 피겨스케이팅 동작들을 몸에 그런 거대한 이물질들을 삽입 당한 상태로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얼음판 위에서 고개를 가로젓던 유빈이 관중석의 창식을 향해 무언가를 말했다. 하지만 말소리가 전달되기에 둘의 거리는 너무 멀었다.

창식은 유빈의 입 모양을 읽는 노력 대신 간단한 방법을 선택했다. 음악이 꺼지고 딜도 팬티의 전기 자극이 켜졌다. 유빈은 자신도 모르게 손을 국부에 모으고 창식을 바라보았다. 전기 자극이 꺼지고 다시 음악이 재생되었다.

유빈은 이를 악물고 스케이트를 신은 발을 내디뎠다. 어렸을 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영상에 나왔던 동작을 하나하나 수행했다. 유빈이 허리를 숙이고  발로 서서 균형을 잡으며 빙판 위를 질주하고 있을  다시 딜도가 전기를 내뿜었다.

허리를 숙인 자세에서 딜도는 다른 때보다 유빈의 몸 깊숙한 곳에 밀착돼 있었고 충격은 강했다. 유빈이 중심을 잃고 얼음 바닥에 쓰러졌다. 고통스러워 하는 유빈에게 창식이 고함을 내질렀다.

“영상이랑 다르잖아. 더 우아하고 아름답게! 그리고 얼굴 표정도 펴. 영상이랑 똑같이 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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