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1화 〉61. 딜도 팬티, 전기
밀환이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수연에게 들려주었다. 딸 앞에서 자신이 그런 음모를 꾸몄다는 것을 털어놓는 것이 부끄러웠다. 자신이 개입한 부분은 최대한 축소하거나 에둘러 표현하려고 했지만 그때마다 말이 버벅거렸다.
캐빈이 감옥에 가도록 뒤에서 조종한 사람이 밀환이었다는 대목에서는 수연의 따가운 눈총이 느껴졌다. 수연의 시선을 피하며 긴 이야기를 마쳤다.
수연이 밀환의 이야기를 간단하게 정리했다.
“왕창식이 나쁜 사람이네.”
밀환이 고개를 끄덕이자 수연이 명쾌하게 해결책을 내놓았다.
“그럼 캐빈 오빠 구해와야지. 왕창식 막을 사람 캐빈 오빠밖에 없잖아. 어렸을 때부터 왕창식이 정신 나간 짓 하면 캐빈 오빠 말고는 아무도 못 말렸어. 아빠도 알지?”
창식을 상대할 카드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은 밀환은 수연의 말이 설득력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었다. 캐빈이라면 미쳐 날뛰는 창식을 막을 방법을 갖고 있을지도 몰랐다.
* * *
던젼의 아침이 밝았다. 창식은 부회장 집무실이 아닌 던젼으로 출근했다. 철창 안에 묶인 채 갇혀 있는 유빈은 아직 자고 있었다. 유빈을 깨울까 했지만 잠깐 동안 유빈이 들어와 완벽해진 던젼을 혼자 즐기고 싶었다.
커튼을 열고 통 유리 벽으로 들어오는 햇빛을 감상했다. 찬란한 아침 햇빛을 가득 머금은 던젼이 구석구석 빛났다. 좋은 아침이었다.
햇빛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벽에 붙여 놓은 코르크판 앞에 섰다. 지금까지 이곳 던젼을 거쳐 간 여자들의 사진이 압정으로 고정돼 있었다. 창식이 압정을 하나 집어 들어 어젯밤에 찍은 유빈의 사진을 붙였다. 나체로 고통에 몸부림치는 그녀들의 얼굴을 훑으며 끄덕였다.
몇몇 사진들은 얼굴이 가려져 있었다. 압정은 사진 위쪽이 아닌 그녀들의 얼굴에 박혀 있었다. 다시 볼 수 없는 여인들이었다. 창식이 오른쪽 끝에 붙어있던 백 비서의 사진에서 압정을 뽑았다가 다시 눌러 꽂았다. 코르크판이 움푹 패고 백 비서의 얼굴이 두툼한 압정에 가려졌다.
유빈이 갇혀 있는 철창 앞에 놓인 의자에 앉아 잠들어 있는 유빈의 몸이 그리는 곡선을 감상했다. 저 몸을 차근차근 굴복시켜 자신의 것으로 만들 상상을 했다. 어제의 서막은 훌륭했다. 한 가지 흠결이 있었다면 유빈이 아직도 반항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어제 유빈이 머리로 들이받은 턱을 만지작거렸다. 아직 통증이 남아있었다.
유빈이 일어나기 전 유빈을 복종시킬 준비를 시작했다. 던젼 한쪽에 놓인 벽장을 열었다. 수십 종류의 도구들이 상자 안에 담겨 깔끔하게 정리돼 있었다. 높은 곳에 올려놓았던 상자 하나를 내렸다. 여러 벌의 딜도 팬티가 가지런히 개어져 있었다. 그중 하나를 꺼내고 다시 상자를 벽장에 넣었다.
스토킹을 시작할 때 유빈에게 보냈던 딜도 팬티와 비슷했다. 다른 점이라면 딜도 부분이 실리콘이 아닌 스테인리스 스틸 (Stainless Steel)로 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이 딜도는 진동하는 대신 창식의 조종에 따라 전기 자극을 주도록 설계돼 있었다.
벽장에서 리모컨을 꺼내 유빈에게 새로 입힐 딜도 팬티의 성능을 시험해 보았다. 딜도 부분을 한 손으로 감아 쥐고 전기 자극을 시작하는 버튼을 눌렀다.
딜도에 전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손이 따가웠지만 버틸 만했다. 전기 강도를 한 단계 올려보았다. 반사적으로 딜도에서 손을뗐다. 얼얼해진 손을 털었다.
만족스러운 성능이었다. 최고 5단계까지 전기 자극의 강도를 조절할 수 있는제품이었고, 2단계의 강도가 손을 대고 있기도 힘든 정도였다. 유빈을 복종시키기에 충분했다. 유빈의 몸 깊숙한 곳에 삽입된 딜도는 유빈이 창식에게 저항할 때마다 전기를 뿜으며 복종심을 가르칠 것이었다. 전기 자극이 아무리 강해져도 유빈은 팬티를 벗을 수 없을 것이었다.
눈가에 드리워진 햇빛에 유빈이 눈을 떴다. 밤새 손목이 뒤로 묶여 있었던 탓에 어깨가 아팠다. 자는 동안 한쪽으로 꺾여 있었던 목도 뻐근했다. 어젯밤 창식이 던젼을 나가고도 한참 동안 유빈을 잠들지 못하게 하던 유두와 음핵의 통증도 여전했다. 눈을 몇 번 깜박이니 창식의 뒷모습이 보였다. 망설여졌지만 창식을 불렀다. “저기요.” 창식의 도움을 받아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있었다.
창식이 뒤를 돌아봤다. 유빈을 똑바로 쳐다보며 철창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왔다. 유빈은 흠칫 놀라 창식의 시선을 피했다. 창식이 양쪽으로 철창살을 잡고 유빈에게 말했다.
“따라해 봐. 주인님.”
유빈의 입은 열리지 않았다. 창식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주인님! 해보라고.”
유빈이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주……, 인님. 물 좀 주세요.”
하루 동안 창식의 정액을 빼고 아무것도 마시지 못한 유빈의 입술은 잔뜩 갈라져 있었다. 잠에서 깨어나자 목이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창식이 냉장고에서 물병을 꺼내와 철창 앞에 놓았다. 유빈이침을 삼켰다. 말라 있던 입안이 벗겨질 것 같았다. 손을 뻗으면 닿을 자리에 물병이 놓여있었지만 단단하게 결박된 손목을 움직이려 할 때마다 어깨의 통증만 심해질 뿐이었다.
유빈이 간청하는 눈빛으로 창식을 바라보았다. 창식이 곁눈질로 유빈과 물병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유빈이 잘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짜냈다.
“마시게 해주세요.”
창식이 물병을 치웠다. 애타게 멀어지는 물병을 바라보는 유빈을 철창에서 데리고 나와 간단하게 지시했다.
“누워.”
유빈은 어리둥절했지만 창식의 지시를 따라 누웠다. 손목이 뒤로 묶여 있어 바닥에 등을 대지 못하고 한참을 뒤척이다 옆으로 누웠다. 창식이 준비해뒀던 딜도 팬티를 가져와 유빈에게 입히기 시작했다. 팬티 구멍으로 다리를 집어넣고 골반으로 끌어올렸다.
차가운 딜도가 유빈의 성기에 닿자 유빈이 자신도 모르게 무릎을 굽혔다. 창식이 맨손으로 유빈의 엉덩이를 후려쳤다. 유빈은 어제의 채찍질이 떠올라 감히 저항하지 못하고 무릎을 폈다. 순종적으로 창식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면 물을 마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도 있었다.
하지만 창식은 자신이 하려던 일에만 집중했다. 딜도 끝으로 유빈의 질 입구를 자극하며 삽입하려고 시도했다. 손가락으로 음순을 벌리고 억지로 밀어 넣었지만 긴장과 고통에 수축해 있던 유빈의 질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유빈은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법 큰 크기의 딜도가 파고들자 몸이 좌우로 갈라지는 것 같은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비명이 던젼을 울렸지만 창식은 집요했다. 수분이 부족해 애액이 분비되지 않나 하는 생각에 유빈에게 물을 먹이고, 젤을 가져와 딜도와 질입구에 발랐다. 준비 작업을 마친 창식이 다시 딜도를 천천히 안쪽으로 밀었다. 유빈의 비명이 점점 커졌지만 창식은 조금씩 들어가는 딜도에만 집중했다.
지친 유빈이 비명조차 지를 수 없게 되었을 때 딜도가 유빈의 질 안으로 완전히 들어갔다. 창식이 유빈의 허리에 팬티를 걸쳐 작업을 완성했다. 리모컨을 들고 와 시험 작동해 보았다.
딜도에 전기가 흐르고 몸속 깊은 곳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유빈의 몸이 비틀렸다. 생각했던 대로 딜도가 작동하는 것을 확인한 창식이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창식이 유빈에게 명령했다.
“무릎 꿇고 앉아.”
창식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 유빈이 눈물을 글썽이며 창식을 바라보았다. 창식이 전기 자극의 강도를 올리고 다시 말했다.
“무릎 꿇고 앉으라고.”
유빈은 비틀리는 몸을 억지로 추스르며 무릎을 꿇었다. 창식이 전기 자극을 끄고 유빈과 눈높이를 맞춰 앉았다.
“뭐라고 부르라고 했지?”
유빈이 고개를 돌려 창식의 시선을 피하며 대답했다.
“주인님이요.”
“내 눈 똑바로 봐.”
창식의 명령에 유빈이 주저하자 다시 전기 자극이 시작되었다. 유빈이 황급히 창식과 눈을 마주쳤다. 유빈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지만 전기 자극은 멈추지 않았다. 유빈의 무릎 꿇은 자세가 흐트러졌다.
“똑바로 무릎 꿇어.”
유빈의 뺨에 눈물이 흘러내리고 입에서는 주체할 수 없는 비명이 터져 나왔다. 유빈이 자세를 고쳐 앉지 못하자 전기 자극이 한 단계 높아졌다. 유빈이 잘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짜내어 창식에게 애원했다.
“주인님 부탁드려요. 제발…….”
창식이 냉정하게 대답했다.
“무릎 똑바로 꿇어.”
유빈이 떨리는 다리를 추슬러 다시 무릎 꿇었다. 창식이 전기 자극을 끄고 유빈의 턱을 움켜쥐고 물었다. 다른 한 손에는 어느 세 살수에게서 받은 캐빈과 유빈이 입을 맞대고 있는 사진이 들려 있었다.
“캐빈이랑 키스했더라? 잠도 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