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9화 〉59. 채찍질 (59/70)



〈 59화 〉59. 채찍질



창식의 차가 먼저 공터를 빠져나왔다. 창식, 그리고 살수와 같은 공간에 있다는 사실에 유빈이 잔뜩 움츠러들었다. 가장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을 꼽으라면 단언 첫 번째와  번째인 사람들이었다. 반항은 시도할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차 뒷좌석에 앉아 옆에 있는 살수와 조금이라도 멀어지려고 창문에 어깨를  붙이고 있는 유빈에게 운전석의 창식이 말했다.

“잘 있었어?”

유빈은 창식의 반말이 낯설었다. 점잖다는 인상을 줄 정도로 잘 다듬어진 존댓말을 쓰던 창식이었다. 한껏 높아지고 가늘어진 창식의 목소리도 익숙하지 않았다. 창식의 목소리가  음 더 올라갔다.

“보고 싶었는데 참느라 힘들었어.”

낯선 말투에 익숙한 내용. 스토킹이 처음 시작됐을 때 유빈의 컴퓨터 바탕화면에 붉은 글씨로 새겨져 있던 말이었다. 가장 안쪽의 가면까지 벗어던진 창식은 유빈을 공포에 떨게하던 스토커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겁에 질린 유빈이 대답하지 못하자 창식이 운전대를 거칠게 흔들었다. 자동차가 요동쳤다. 유빈이 양손으로 창문 위에 손잡이를 붙들었다. 룸미러로 유빈의 모습을  창식이 고함을 질렀다.

“잘 있었냐고! 보고 싶었다니까! 대답  해? 나 무시해?”

유빈의 눈에 눈물이 고이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잘 못 있었어요.”

우는 소리. 창식은 그 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람들은  소리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처럼행동했지만 울고 있는 사람에게도, 울고 있는 사람을 위로하는 사람들에게도 공감할 수 없었다.

그깟 감정의 표현에 왜 그렇게 예민하게 반응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유빈의 울음소리가  안에 퍼져갔다. 창식이 버럭 짜증을 내며 살수에게 명령했다.

“조용히 시켜!”

살수가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유빈의 입을 틀어막았다. 수갑이 채워진 데다 공포에 질린 유빈은 반항하지 못하고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눈이 감기고 고여 있던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창식의 시선이 다시 룸미러로 향했다. 창문에 어깨와 머리를 기대로  늘어져 있는 유빈이 보였다. 손에 넣은 유빈을 놓쳤을 때의 좌절감이 떠올랐다. 그때 유빈의 마음을 얻겠다면서 바로 몸을 취하지 않은 것이 후회됐다.

유빈의 얼굴에 살수가 보여주었던 캐빈과 키스하던 사진이 겹쳐 보였다. 캐빈에게 줘버린 마음 따위 이제 관심 없었다. 십 년도 넘게 기다려온 유빈의 탐스러운 몸을 가질 시간이었다.

차가 산길을 빠져나와 대로로 접어들었을 때 창식이 네비게이션으로 틀어놓은 TV에서 뉴스가 흘러나왔다.

“다섯 시 뉴스 전해드리겠습니다. 오늘 오전 여섯 시경 북련산 재개발 공사가 진행 중인 인근 한 주택가에서 서울 광무경찰서 소속 한 모 경사가 피살된 채 발견되었습니다. 경찰은  경사가 지난 달 발생한 택시 살인 사건을 수사 중이었다는 점과 두 사건의 살해 방식이 유사했다는 것을 근거로 동일범의 소행으로 간주하고 용의자를 검거하는 데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진선 기자가 자세한 소식 전해드립니다. 이진선 기자?”
“네. 저는 지금 북련동 재개발 지역에 나와 있습니다. (……)  편, 경찰청은 이번  모 경사 피살사건과 동일범의 소행으로 추정되는택시 살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모 양을 자의로 구속영장 청구 없이 석방한 이  총경을  빠르게 직위해제하고 곧바로 내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뉴스를 들은 창식과 살수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

유빈이 눈을 떴다. 자신의 자세를 가늠해보았다. 옆으로 누워있었다. 몸을 움직여보려고 했지만 손이 결박당해 있어 쉽지 않았다. 유빈의 양손에는 손바닥 부분이 붙어 있는 장갑이 끼워져 있었고, 벗겨지지 않게 자물쇠로 고정돼 있었다.

감각이 돌아오면서 가슴과 다리 사이에서 통증이 느껴졌다. 어떻게 된 것인지 확인하고 싶었다. 눈을 몇 번 깜박였다. 흐릿했던 시야가 밝아졌다. 자신의 몸이 보였다. 그 위에 있어야  옷은 한 꺼풀도 남아있지 않았다.

가슴을 내려다보고 비명을 질렀다. 붉은 색 유두가 보랏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고통이 더욱 격하게 느껴졌다. 다리 사이에서도 같은 통증이 느껴지고 있었다. 확인하려고 한 쪽 다리를 들어보았다.  자리에 있어야 할 털이 면도된 것이 보였다. 하지만 통증은 보이지 않는 보다 깊숙한 곳에서 전해지고 있었다.

신음을 내며 몸을 돌려 벽에서 천장으로 시선을 옮겼다. 꼭대기의  점에서 비스듬하게 내려오는 단단해 보이는 검은 선들이 보였다. 조금 가늘어 보이는 하나의 줄만이 이질적으로 수직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그 줄 끝에 달려있는 갈고리는 유빈의 손을 구속하고 있는 장갑에 연결되어 있었다.

유빈은 피라미드 모양의 철창에 결박당한 채로 갇혀있었다. 뒤척일 때 바닥에 부딪힌 어깨가 아팠다. 몸을 한 번 더 돌려 반대쪽을 바라보았다.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창식이 보였다. 유빈의 숨이 잠깐 멎었다가 격하게 기침을 토해냈다.

유빈과 눈이 마주친 창식이 철창으로 다가와 손을 집어넣었다. 창식의 손은 유빈의 다리 사이로 파고들었다. 유빈이 저항하려고 몸을 이리저리 비틀었지만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국부에 도달한 창식의 손이 유빈의 음순을 벌리고 음핵 껍질을 위로 젖혀 벗겼다. 유두처럼 보랏빛으로 물든 음핵이 보였다.

창식은 자신의 작품을 한 번  확인하면서 만족했다. 민감한 ‘V’의 색이 맞았다. 그것도 창식이 가장 좋아하는 색깔이었다. 유빈이 자신의 소유라는 것을 확실히 새겨놓았다.

창식이 묵직해 보이는 가방 하나를 들고 와 유빈에게 열어 보여주었다. ‘V’의 색을 맞출 때 썼던 문신 도구들이 들어있었다. 보라색 잉크통이 달려 있는 펜 모양의 도구가 보였다. 그 끝에서 어느 펜촉보다도 뾰족해 보이는 바늘이 빛났다.

유빈은  바늘이 자신의 소중한 부위를 수   어쩌면,   번 유린했을 거라는 생각에 다시 정신을 잃을 것 같았다. 창식이 다시 철창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유빈에게 채워놓은 구속 장갑에 걸려 있는 갈고리를 풀고 유빈을 철창 밖으로 끌고 나왔다.

창식에게 머리채를 잡혀 무릎걸음으로 끌려나온 유빈이 몸을 굽혔다 펄쩍 뛰어올랐다. 창식의 아래턱에 유빈의 머리가 부딪쳤다. 어금니끼리 부딪치는 둔탁한 소리가 나고 창식이 휘청거렸다. 균형을 잡은 창식의 눈에 쓰러진 유빈이 들어왔다.

잠깐 유빈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돌아온 창식의 손에는 채찍이 들려 있었다. 창식이 능숙하게 휘두른 채찍이 유빈의 유두와 음핵에 적중했다.멀쩡한 살도 찢는 채찍질이 문신 후에 아물지 않은 곳에 떨어지자 핏방울이 튀었다. 유빈이 몇 번의 시도 끝에 몸을 뒤집었다. 어떻게든 유두와 음핵에 채찍이 닿는 것만은 피하고 싶었다.

창식의 눈에 봉긋하고 탄력 있게 솟아오른 유빈의 엉덩이가 보였다. 이쪽도 나쁘지않다고 생각했다. 창식이 채찍을 휘둘렀다. 채찍이 튕겨져 나온 유빈의탐스러운 엉덩이에 붉은 줄이 그어지고 유빈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엉덩이도 비명도 마음에 들었다. 조금 아래쪽을 향해 한 번 더 휘둘렀다. 채찍이 유빈의 허벅지를 감아 돌았다가 살을 쓸어내며 빠져나왔다. 붉은 줄이 그어진 엉덩이와 허벅지가 아름다웠다. 그 뒤로도 계속해서 채찍질이 가해졌다.

유빈은 손목이 묶여 있어 도망갈 수도, 유두나 음핵을 맞을까 봐 다시 앞으로  수도 없었다. 유빈의 엉덩이와 허벅지가 붉은선으로 채워지고, 던젼이 유빈의 처절한 울음소리로 가득 찼다. 허벅지 안쪽 여린 살, 정확히 같은 자리에 두 번의 채찍이 떨어졌을 때 유빈이 반사적으로 허벅지를 모으고 무릎을 굽혔다.

엉덩이와 허벅지가 가려지자 목적을 잃은 채찍질이 멈췄다. 창식이 잠깐 숨을 몰아쉬더니 다시 머리채를 잡아 유빈을 끌고 갔다. 유빈은 조금  당했던 고통 때문에 반항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 채 창식을 따라갔다. 도착한 곳은 천장에서 바닥까지 닿는 커다란 커튼 앞이었다.

창식이 로프를가져와 한쪽 끝은 커튼 봉에, 다른 쪽 끝은 유빈의 손에 끼워진 장갑에 묶었다. 창식에게 부끄러운 부위들을 보이지 않기 위해 똑바로 서서 다리를 꼬고 있는 유빈에게 창식이 명령했다.

“엉덩이 뒤로 빼.”

머뭇거리는 유빈의 엉덩이와 허벅지에 사정없이 채찍질이 가해졌다. 채찍을 피하려 몸을 이리저리 비틀던유빈은 결국 주춤거리며 엉덩이를 뒤로 내밀었다. 유빈이 슬쩍 창식의 눈치를 보았을 때, 채찍이 유빈의 엉덩이에 떨어지며 그 어느 때보다도 깊은 자국을 남겼다.

“엉덩이 제대로 뒤로 쭉 못 빼? 허리 낮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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