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8화 〉18. 적극적 반항 (18/70)



〈 18화 〉18. 적극적 반항

유빈은 한 걸음  걸음 가까워지는 박 대리님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딜도는 진동하지 않았다. 유빈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다시 짐을 싸기 시작했다. 박 대리님이 지근거리까지 가까워졌을 때도 딜도는 울리지 않았다. 박 대리가 유빈에게 인사를 건넸다.

“유빈 씨, 좋은 아침.”

유빈이 미소로 대답을 대신했고 박 대리님은 선뜻  싸는 걸 도와주겠다고 하셨다. 짐을 싸며 유빈의 인사 발령과 관련된 이야기가 오갔다.

“유빈 씨, 승진 축하해. 영업 1팀 가면  입사 동기 한 명 있어. 황우현이라고, 대리야. 유빈 씨 이제 과장이니까 막 괴롭혀. 알겠지?”

유빈이 우물쭈물하다 대답했다.

“박 대리님, 사실 죄송해요. 박 대리님께서 먼저 승진하셨어야 했잖아요. 입사 연도도 저보다 빠르신데…….”

 대리님이 손사래 치면서 대답했다.

“뭘 그런 걸 신경 쓰고 그래. 둘이 있을 때는 앞으로도 반말 쓸 테니까 그것만 좀 봐줘. 갑자기 존댓말 하려면 어색하잖아.”

박 대리님이 씽긋 웃으셨다. 유빈도 마주 웃었다. 그러다 유빈의 눈에 박 대리님이 손에 들고 있는 휴대폰이 들어왔다. 평소에 박 대리님이 쓰시던 휴대폰이 아니었다.

“박 대리님 휴대폰 바꾸셨네요?”

박 대리님이 웃음을 띠고 대답했다.

“나도 얼리 어답터   해보려고 하나 장만했어. 요즘 TV 틀면 광고 나오는 그거야. 유빈 씨도 지금 휴대폰 쓴 지 오래됐지? 새로 하나 사. 요즘 싸고 좋은  많이 나오더라.”

유빈은 책상에 놓아둔 자신의 휴대폰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첫 월급 기념으로 샀던 휴대폰이니 쓴 지 3년쯤 됐다. 요즘 들어 부쩍 느려진  같기도 했다.

박 대리님은 영업 1팀으로 유빈의 서류가  박스를 옮기는 것까지 도와주고 다시 재무팀으로 돌아갔다. 유빈은 박 대리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새로 배정받은 책상에 짐을 풀었다. 그러는 사이 영업 1팀 직원들이 한 명 한  유빈의 책상으로 찾아와 인사와 덕담을 나누었다.

“유빈  재무팀에 있었다고 했지? 그쪽 일이랑 우리 일이랑 많이 다를 거야. 모르는 거 있으면 언제든지 나한테 물어봐.”
“드디어 우리 팀에 홍일점이 생기네요.”
“잘부탁해. 커피 마시고 싶으면 내가 타 다 줄게. 사내 메신저 쳐.”

그런데 유빈의 맞은편에 유난히 열심히 일에 몰두하고 있는 분이 계셨다. 유빈이 흘깃 그의 목에 걸려있는 사원증을 확인해 보니 황우현 대리라고 쓰여 있었다. 박 대리님이 자기 입사 동기라고 하신 그분이었다. 유빈의 시선을 눈치 챌 법도 하건만 마치 유빈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처럼 여전히 일에만 집중하고 계셨다.

유빈이 자리에서 일어서  대리에게  직접 인사를 드리려고 할 때 방금 인사를 나누었던 영업 1팀 동료가 유빈의 귀에 작게 속삭였다.

“저 친구 남중 남고 공대 나왔어. 들리는 소문으로는 9서클 대마법사래. 왜 우리 회사 2년 전에 사내 체육대회 종목에 짝 피구 넣은 다음부터 체육대회 날마다 비 왔잖아. 저 친구가 그런 거래. 여자랑 눈 마주치면 마력 소진될까 봐 저러고 있는 거야. 민 과장이 이해 좀 해줘”

그러고는 혼자 킬킬대며 자신의 책상으로 돌아갔다. 유빈은 대략적인 상황을 이해했다. 박 대리님이황우현 대리님을 괴롭히라고 했던 말도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되는 것 같아 괜히 웃음이 나왔다. 황 대리님과는 나중에 자연스럽게 인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침 간부 회의를 마치고 나오신 영업1팀 팀장님이 유빈에게 말했다.

“민유빈 과장 승진 축하하네. 영업 1팀으로 오게 된 것도 축하하고. 이번 주는 특별한 업무지시 없을 테니까 영업1팀 업무 파악 잘하고 재무팀에서 하던 일 인수인계 확실히 하게. 일하는 것보다 인수인계가 더 중요한 거야. 이따 저녁에 재무팀, 영업1팀 합동 회식 있으니까 꼭 참석하도록 하게. 지금은 잠깐 상무님께 가보겠나? 자넬 찾으시네.”

유빈은 짤막하게 대답하고 상무실로 향했다. 유빈이 결코 오지 않길 바라던 시간이었다. 상무실에서 또 무슨 일을 당할지 걱정이 앞섰다. 그래도 스토커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고 자신을 다독이며 상무실로 들어갔다. 유빈이 들어가고 문이 닫히자마자 살과 살이 부딪히는 소리가 상무실을 울렸다.

‘짝.’

김 상무가 갑자기 유빈의 따귀를 올려붙였다. 유빈은 다짜고짜 자신에게 가해진 폭력에 어리둥절해서 상무님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유빈에게 돌아온 건 사과가 아니라 반대쪽 따귀였다. 유빈은 겉으로는 부하 직원의 능력을 높이 사 승진시켜주는 척하지만 아무도 보지 않을 때는 성추행을 일삼고 폭력을 행사하는 김 상무의 행동에 진절머리가 났다.

김 상무는  번 더 손을 들어 올렸다가내리며 유빈에게 강압적으로 명령했다.

“벗어. 지난번 업무 지시 제대로 이행했는지 확인해야 하니까.”

유빈은 김 상무가 무엇을 말하는지 이해하기도 어려웠다. 이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눈물을 글썽이며 김 상무를 쳐다보았다. 김 상무의 손이 다시 올라갔다. 유빈이 눈을 질끈 감고 움츠렸다.

김 상무의 손이 유빈의 치마로 향했다. 유빈의 허리를 더듬던 손이 지퍼에 도달하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잡아 내렸다. 유빈의 치마가 벗겨졌고 그 안에 감추어 놓았던 딜도 팬티와 꼬리가 드러났다. 김 상무가 무릎을 굽히고 허리를 숙여 유빈의 국부를 찬찬히 관찰했다. 딜도를 만져보고 꼬리를 쓰다듬었다.

유빈은 수치심에 다리가 떨려왔다. 마음은 상무실 문을 박차고 나가고 싶었지만 치마가 벗겨진 상태에서 그럴 수도 없었다.  상무가 휴대폰을 들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유빈은 저항하려고 했지만 자신이 김 상무를 완력으로 이길 수 없다는  이미 확인했다. 잠시 후  상무는 볼 걸 다 봤다는 듯 휴대폰을 다시 바지 주머니에 넣고 유빈의 몸에서 시선을 뗐다. 또다시 강압적인 명령이 이어졌다.

“잘 이행했군. 상의까지 다 벗고 소파에 앉아.”

유빈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한 손으로 국부를 가리고 물었다.

“저를 강간이라도 하시려고요?”

김 상무가 기가 막힌다는 듯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내가? 나는 내 자신을 위험에 빠뜨릴 짓은 하지 않아. 벗고 앉아.”

유빈이 고개를 가로젓자 김 상무는 다시 유빈의 뺨을 올려붙였다.

“벗어!”

유빈의 브래지어와 셔츠가 바닥에 떨어지고 그 위에 떨어진 눈물이 점점이 찍혔다. 김 상무의 지시대로 유빈은 소파에 앉았고 김 상무도 뒤따라 맞은편에 앉았다. 딜도와 꼬리까지 단 상태에서 남자 앞에서 벗고 있었던 유빈은 온몸이 위축되었다. 손을 들어 가슴과국부를 가렸다. 차마 김 상무의 눈을 볼 자신이 없어 고개를  숙였다. 유빈이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자 김 상무가 물었다.

“개인적으로 물어보는 건데 자네 프로테크놀로지라는 회사 아나?”

‘프로테크놀로지.’ 줄여서 ‘프로텍’이라고도 불리는, 국내 백신 프로그램 시장을 독점한 유명한 회사였다. 유빈도  회사 백신 프로그램을 쓰고 있었고 언젠가 재무팀 회식에서 팀장님이 프로텍이 인수합병을 통해 ICT 시장을 통일하려고 한다는 말씀을 하셨던 것도 기억났다. 유빈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 회사가 지금 자신의 상황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김 상무가 질문을 계속했다.

“프로텍 왕창식 부회장이랑 대체 무슨 사이인가?”

유빈은 처음 들어보는 이름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프로텍이 왕씨 가문에 의해 설립되었고 경영되고 있다는 건 들어보았지만 왕창식이라는 이름은 처음이었다. 유빈의 대답에 김 상무는 실망한 표정을 지으며 유빈에게 브래지어와 셔츠를 건넸다.

“다시 입게. 내일부터 매일 11시에 상무실로 와서 팬티랑…… 그 꼬리, 제대로 입고 있는지 검사 받게.”

 상무한테서 옷을 받아 입고 치마까지 가져다 입은 유빈이  상무를 노려보며 말했다.

“왕창식이라는 그 사람이 저한테 이것들을 보내고 상무님한테 저를 감시하라고 시켰습니까?”

 상무가 당황한 표정으로 머뭇거리다 대답했다. 

“이만 나가보게.”

유빈이 지지 않고 대꾸했다.

“도대체 누굽니까!”

김 상무가 호통 쳤다.

“민유빈 과장 나가보게! 한 가지 조언하는데 목숨  챙기게. 나한테도 그자한테도 절대로 반항하지 마.”

유빈이 나가자 김 상무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자신을 노려보던 유빈의 매서운 눈빛이 떠올랐다.

‘벗겨놨을  그렇게 고분고분하더니. 역시 여자는 벗겨놔야 해.’

 상무가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네. 입고 있었습니다. 네. 꼬리도요. 네. 사진 찍어놨습니다. 네. 지금 보내드리겠습니다. 네. 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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