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화 〉5. 지하철 타고 출근해 (5/70)



〈 5화 〉5. 지하철 타고 출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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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준비를 하면서 딜도 팬티 위에 팬티  겹을 덧입었다. 치마는 입고 싶지 않았다. 평소에 잘 입지 않던 바지를 꺼내 입었다. 출근 시간이 다가오자 스토커의 다른 요구들이 생각났다. 자신이 보내 준 하이힐을 신고 다니라고 했다. 그리고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라고 했다.

출근 준비를 마친 유빈은 아파트 주차장으로 내려가 평소에 타고 다니던 자신의 차를 바라보았다. 아끼는 차였지만 오늘은 타고 갈 수 없었다. 어쩌면  오랫동안 타고 다닐 수 없을지도 몰랐다. 마음속으로 차에 작별 인사를 건네고 뒤로 돌아서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지하철역까지 걸어가는 동안 하이힐의 또각거리는 소리가 거슬렸다.

지하철에 올라탔고 출근 시간 지하철은 역시  디딜 틈 없이 만원이었다. 유빈은 억지로 몸을 욱여넣었다. 앉을 자리는커녕 잡을 손잡이도 없었다. 하이힐을 신고 아무 곳에도 지지하지 않은 채 만원 지하철에서 중심을 잡고 서 있는 건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유빈은 자신이 피겨스케이팅 선수 출신이라는 걸 되새기며 다리에 안간힘을 주고 버텨보려고 했다. 그때 질에서 야릇한 느낌과 함께 진동이 전해지기 시작했다. 다리에 힘을 줄 수가 없었다. 의지와는 상관없이 다리가 배배 비틀리기 시작했다.

앞쪽의 진동에 더해 뒤쪽에서도 불쾌한 느낌이 전해져왔다. 누군가 유빈의 뒤에서 엉덩이를 쿡쿡 찌르고 있었다. 유빈이 간신히 신음을 참으며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뒤를 돌아봤다.

마흔 살쯤 되어 보이는  남성이 유빈만큼이나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유빈은 재빨리 상황을 파악했다. 딜도의 진동을 견디기 위해 다리를 꼬고허리를 굽히면서 뒤로 튀어 나온 유빈의 엉덩이가 그 남성의 성기에 닿아 있었다. 게다가 진동 때문에 계속 골반을 움직이기까지 했으니 마치 만원 지하철에서 유빈이 그 남성을 성추행하고 있는  같은 모양새였다.

남자가중후한 목소리로 말했다.

“공격형 엉덩이 지하철에선 조심 좀 합시다.”

주위의 사람들은 수군거리고 있었다. 심지어 몇몇은 휴대폰을 들어 유빈을 촬영하고 있었다. 유빈이 빨개진 얼굴로 어쩔 줄 몰라 하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카메라에 얼굴을 내밀어주는 꼴이었다. 자신을 촬영하고 있는 사람들을 발견한 유빈이 고개를  숙였다. 유빈이 엉덩이를 문지른 남성의 성기가 발기된 게 보였다.

유빈의 얼굴은 점점 빨개지더니 귀까지 달아올랐다. 빨리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지하철이 다음 역에 도착하기까지 시간이 너무나 길게 느껴졌다. 지하철 문이 열렸을 때도 유빈은 마음과는 달리 뛰쳐나갈 수 없었다. 딜도의 진동은 꺼지지 않았고, 유빈은 골반부터 발목까지의 떨림을 애써 참으며 잰걸음으로 지하철을 빠져나갔다.

겨우 지하철을 빠져나온 유빈은 계단 난간을 붙잡고 숨을 헉헉대고 있었다. 이대로는 다시 지하철을 탈 수도, 회사에  수도 없었다. 화장실에 가야 했다. 딜도 팬티를 벗어버려야 했다. 표지판은 계단을 올라가야 화장실이 있다고 말하고 있었지만, 계단을 한 발자국도 오를 수 없었다. 허벅지를 모으고 허리를 숙인 자세에서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면 딜도가  벽에 닿으면서 진동이 더욱 거세게 느껴졌다.

유빈은 가방에 손을 집어넣어 휴대폰을 꺼냈다. 스토커에게 카톡을 보내야 했다. 제발 그만하라고 빌기라도 해야 했다. 손에 진득하게 들러붙어 있던 땀이 휴대폰 화면에 묻어나면서 계속 오타가 났다. 손을 옷에 문질러 닦고 겨우  개의 메시지를 보내는  성공했다.

- 제발 멈춰주세요.

스토커는 순식간에 카톡을 확인했다. 진동이 더욱 강해졌다. 유빈이 어금니를 꽉 깨물었지만,  입술이 열리며 신음이 튀어나왔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이상한 눈길로 유빈을 쳐다보았다. 유빈에게는  이상 선택이 남아있지 않았다. 딜도 팬티를 벗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지하철역에서 오르가즘을 느껴버릴지도 몰랐다.

궁여지책으로 바지를 고쳐 입는 척하며 딜도 팬티를 아래로 잡아당겼다 놓았다. 하지만 딜도가 빠져나가면서 느껴졌던 시원함은 잠시였다. 팬티는 다시 유빈의 골반을 감아 돌았고, 빠졌던 딜도는 위치를 옮겨 정확히 유빈의 음핵에 꽂혔다. 민감하고 연약한 부위에 충격과 진동이 그대로 전해졌고 유빈의 입에선 주체할 수 없는 비명 혹은 신음이 터져 나왔다. 다리 근육은 완전히 풀어졌고 유빈은 계단에 주저앉았다.

유빈은 그 상태로 머리가 하얘질 때까지 아무것도  수 없었다. 지하철 계단에 주저앉아 입으로 신음을 뱉고 있는 유빈을 사람들이 힐끔거렸다. 출근 시간 지하철역에는 수많은 인파가 지나갔고 그중에는 제자리에 서서 유빈을 쳐다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중 그 누구도 유빈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거나 구급차를 부르지 않았다.

유빈 주위에 몰린 사람들이 점점 늘어났다. 그중 몇몇은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급기야 역에 설치된 CCTV를 보고 역무원들이 오기에 이르렀다. 역무원들끼리 급하게 대화를 나누고 어디론가 전화를 걸려고 할  유빈의 딜도가 진동을 멈추고 유빈의 오르가즘이 지나갔다.

딜도는 여전히 음핵을 쿡쿡 쑤시며 고통을 주고 있었지만, 유빈은 이 상황에서 벗어나야 했다. 난간을 잡고 일어나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계단을 올라 역 화장실로 들어갔다. 변기에 앉아 바지를 내려 보았다. 딜도 팬티에 덧대 입은 팬티는 물론 바지 안감까지, 애액이 흐를 정도로 젖어 있었다. 또다시 스토커에게 당해 오르가즘을 느껴버렸다는 사실에 유빈은 서글퍼졌다.

스토커의 마수는 점점 조여오고 있었고, 유빈은 스토커가 조종하는 꼭두각시가 되어 공공장소에서 망신까지 당했다. 그런데도 그녀는 아직도 스토커가 누구인지 감도 잡지 못하고 있었다. 벗어날 방법이 좀처럼 떠오르지 않았다.

유빈은 소변을 보기 위해 딜도 팬티를 내렸다. 딜도에 진득하게 애액이 묻어 나왔다. 자신의 몸에서 나온 것이었지만 혐오스러웠다. 소변을 보고 나서 휴지를 둘둘 말아 요도와 애액 범벅이 된 질 입구, 엉덩이, 허벅지까지 꼼꼼하게 닦았다. 딜도에도 애액이 잔뜩 묻어 있었지만 손대고 싶지 않았다.

원래 기이하게 생긴 데다 애액 범벅이 되어 형광등 불빛을 난반사 하고 있어 더욱 흉물스러워 보이는 딜도를 보며 유빈은 고민에 빠졌다. 이제 이 화장실을 나가야 했고, 그 전에 딜도 팬티를 다시 입을지 말지 결정해야 했다.

쉽지 않은 고민이었다. 마음 같아선 당장 변기 옆에 놓인 쓰레기통에 쳐 박아 버리고 싶은 물건이었지만, 스토커는 볼일 볼  외에는 항상 입고 생활하라고 요구했다. 결국 유빈은 스토커에게 물어보기로 하고 카톡을 보냈다.

오늘 보내 주신 선물 때문에 많이 힘들었는데 이제 벗으면 안 될까요?

답장은 빨랐다.

- 안 돼.

유빈은 자신이 어리석었다며 자책했다. 당연히 안 된다고   알면서 왜 물어봤을까 하는 후회가 몰려왔다. 유빈이 스스로 결정을 내리려고 할 때 다시 카톡이 울렸다. 사진이 전송되었다. 지난 회식 날 화장실에서 유빈을 습격했던 남자의 모습이 찍혀있었다.

세로로 찢어진 그 눈을 결코 잊을 수 없었다. 유빈은 슬쩍 고개를 돌려 화장실 옆 칸을 보았다. 회식 날의 공포가 다시 몰려왔다. 유빈에게 선택권은 없었다. 딜도 팬티를 다시 입었다. 오랫동안  밖으로 나와 있어 차가워진 딜도가 질 안으로 들어가면서 불쾌감이 느껴졌다. 이미 젖은 팬티와 바지를 다시 입으면서 찝찝함도 더해졌다. 조금 전 꼼꼼히 닦았던 부위들이 다시 젖어버렸다.

지하철역에서 나온 유빈은 무작정 가장 가까이 있는 옷가게로 들어갔다. 이렇게 아랫도리가흠뻑 젖은 상태로 회사에 나갈 수는 없었다. 찝찝함도 있었지만, 냄새가 큰 걱정이었다. 옷가게에 가서 여성용 정장 바지가 있냐고 물어보았지만 캐쥬얼한 옷을 파는 곳이었고, 유빈은 어쩔 수 없이 오피스룩에 가장 가까워 보이는 하이웨이스트 치마를 골랐다. 팬티도 하나 샀다.

결제를 마친 뒤 점원에게 휴지를 부탁해 탈의실로 들어갔다. 다시 젖은 묻은 부위들을 꼼꼼하게 닦아냈다. 혐오스러웠지만 자신의 몸으로 들어가야  물건이었기에 딜도도 닦았다. 딜도 팬티를 다시 입고, 젖은 옷들은 비닐봉지에 담아 돌아가는 길에 지하철역 사물함에 넣어 두었다.

유빈이 회사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점심시간이 가까워 오고 있었다. 유빈은 팀장에게 잔소리를 듣고 자리에 앉았다. 팀장은 유빈의 지각뿐만 아니라 하이힐까지 지적했다. 유빈은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다. 이 하이힐을 신지 않으면 자기가 죽을지도 모르고 오늘 지각한 것도  자기를 죽이네 마네 하는  스토커 때문이라고 항변하고 싶었지만, 회사에서 그것도 상사 앞에서 쉽게 꺼낼 수 있는 말은 아니었다.

억울함을 삼키며 자리에 앉은 유빈에게 출장에서 돌아온  대리님이 서류 하나를 건네주었다. 유빈이 오늘 아침에 참석하지 못한 회의의 회의록이라고 했다. 유빈은 감사하다고 인사하고 서류를 받았다.

유빈은 아랫배에 손을 대 보았다. 이상했다. 박 대리님이 유빈에게 가까워지자 딜도가 진동했고 박 대리님이 멀어지자 진동을 멈췄다. 오르가즘을 느끼게 하거나 행동에 지장을 줄 정도의 진동은 아니었지만, 분명히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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