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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0화 〉1부 꽃이 지는 밤 - 치욕스런 제모(1) (80/109)



〈 80화 〉1부 꽃이 지는 밤 - 치욕스런 제모(1)

독서실에 다녀온 연재가 힘없는 발걸음으로 집 현관에 들어섰다.



"다녀왔습니다."



집은 불이 모두 꺼져있어 어두컴컴하기만 했다. 도대체가 '사람'이 사는  같지가 않았다.



"독서실 다녀왔습니다..."

연재의 인사에 답하는 목소리는 없었다.



"다녀왔습니다...다녀왔습니다! 다녀왔다고! 다! 으아아악!"

순간 분노가 북받쳐오른 연재가 악을 고래고래 질렀지만 역시나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뭐 이런다고 바뀌는 게 있을까...'



맥이 풀린 연재가 터덜터덜 방으로 향했다. 구석에 가방을 아무렇게나 내팽개치고는 침대에 누웠다.

'선생님...'

노력한다면 지난 일은 털어버리고 좋은 내일이 있을 것이라는 은영의 충고.

학교에서, 그리고 독서실에서 연재는 나름대로 노력했다.


'노력한다면....이라...'

연재로서는 그것이 가능하다고 별로 믿음이 가지는 않았다.

다만 은영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는 소망이, 은영을 향해 있는 어떠한 생각이 연재로 하여금 억지로라도 책을 붙들게 하는 마지막 보루였다.

'선생님을 지키고 싶....아니 내가 뭐라고...'

연재의 나이 열여덟. 몸은 물론이거니와 생각도 만양 어리지만은 않은 나이.

언젠가부터 집안을 서서히 잠식해가고 있는 부자연스러운 낌새를 누구보다도 민감하게 느끼고, 또 주시해온 연재였다.



"...아빠는...미쳤어."


연재가 지금까지 봐온 친척 중-친부인 영길이 고아였기 때문에 연수의 혈육 말고는 친척이라 할 사람도 없기는 했다- 가장 정상적이고 반듯하며, 또한 사려깊고 따뜻한 사람은 은영이었다.

객관적으로 보아도 은영은 외면과 내면이 모두 빼어난, 사람들에게 사랑받아 마땅한 사람, 빛이 나는 존재였다. 어른이 되어가는 연재에게도 어떠한 의미에서든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그런 선생님을...아빠가 망가뜨리고 있어...'



어떻게, 어떻게 저런 빛나던 사람을 처절하게 짓밟을 수 있다는 말인가.

며칠  꿈에서도 감히 생각도 못하던 일, 은영에 의해 동정을 졸업하면서 연재가 느낀 것은 정복감보다는 연민, 그리고 분노였다.

찬란하게 빛나던 은영이 닳고 닳은 여자처럼 그녀 스스로 가랑이를 벌리며 연재의 삽입을 요구했다는 사실.

그리고 빌어먹게도 자신의 친부가 순수한 은영을 그렇게 물들였을 거라는 확신.



'내가...내가...'

자신이 그녀를 지켜줄  있을까.

당장 학교 아이들의 눈요깃거리, 이야깃거리가 되는 것도 막지 못하는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어푸우우! 후우..."

갑자기 귓가를 울리는 코골이에 연재가 인상을 찡그렸다.

'누구 계셨나...'



조용히 방을 나와 코골이가 들려오는 곳을 찾았다.

은영과 재준의 방.


'선생님도 이렇게 코골이를 하셨던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방문을 살짝 열고 안을 들여다보니 옷도 벗지 않은 채로 대충 침대에 걸터누운 재준이 보였다.

"푸우우우....푸헙! 푸우우우..."



이따금씩 괴로운듯 호흡을 들이키며 코를 골았다. 진하게 풍겨오는 역겨운 술냄새.

연재는 얼굴을 찡그리며 고개를 돌렸다.


'...외삼촌...'



재준은 선량했다. 항상  웃고 연재에게도 잘 대해주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정말 중요한 때, 아내인 은영이 영길에게 희롱당하고 유린당할 때 재준이 은영을 지키는 꼴을 단 한번도  적이 없었다.

'...도움이 안 되는 사람.'

"커, 커어억!...."


재준이 다시금 괴로운  호흡을 내뱉었다.


[꽝]



연재가 표정 가득 찡그리며 방을 나와서는 거칠게 닫고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형님...은영이...이상.."


멀어지는 연재의 등 뒤, 닫힌 방문 너머에서 재준의 잠꼬대가 맴돌았지만 방을  벗어나지 못하고 그대로 잦아들었다.

"나라도 뭔가를 해야 해."

연재가 책상의 스탠드를 켰다. 감겨오는 눈커풀을 억지로 들어올리며 책을 펼쳤다.

며칠 전 상담에서, 은영은 여전히 연재를 따뜻하게 감싸며 할  있다고 힘을 불어 넣어주었다.

고마운 사람. 그리고...가지고 싶은 사람.

일단은 뭐라도 해야 했고, 당장 눈앞에 닥친 학업부터 제대로 해봐야 했다.

'조금만 더 버텨요 선생님...내가, 내가 어떻게든...'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이제는 감도 잘 오지 않았다.

은영은 침대에 누워서, 머리맡의 영길에 의해 허벅지가 쫙 벌어진 채로 배봉의 카메라를 응시하며 가랑이를 노출하고 있었다.

'이제는 끝날 때도 되지 않았나.'


애써 웃던 은영이 이내 지친 얼굴로 마무리를 기대하던 그때였다.



"동수! 오래 참았지? 이제 시작하자! 큭큭"

-사람 불러놓고 이렇게 기다리게 하기가 어디 있어요 아재! 오우야 아가씨, 꿀이 뚝뚝 떨어지는 촬영은 잘 봤다고! 킥킥

배봉이 소리치자, 철문이 스윽 열리며 젊은 남자가 들어왔다.

대체 저 철문은 언제부터 열려 있었을까. 그리고 저 남자는 언제부터 자신을 지켜보고 있었을까. 은영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안, 안돼! 저 사람...왜... 왜!"


은영이 당황해서는 배봉을 보다가 세차게 고개를 돌려 영길을 바라보았다.

"영길씨, 영길씨!"


은영이 발버둥치며 있는 힘껏 다리를 오무리려 했지만 영길이 그녀의 허벅지를 꽉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은영이 떨리는 목소리로 영길의 이름을 부르짖었다. 이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다는, 도대체 이게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설명을 바라는 눈빛에도 영길은 그저 낮은 목소리로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흐흐흐..."

-나, 나...나한테 뭐라고 말 좀 해주세요 영길씨, 무서워요.. 흑...흑흑...



믿었던 영길이건만... 왜...왜...! 은영이 흐느끼며 고개를 좌우로 마구 도리질쳤다.

"싫어...싫어! 싫다구! 흑흑..."



어떻게든 몸을 비틀고 다리를 오므리려 몸부림쳐 보아도 힘없는 여자에 불과한 그녀가 건장한 영길의 힘을 이겨낼 수는 없었다.

"은영아, 너무 격하게 환영하는거 아니냐? 암캐라지만 결혼식인데, 하객을 모신건데 너무 싫어하면 무안해지잖아 큭큭"

-에이, 아재 너무 놀리신다. 저런 창녀 같은 복장이 무슨 신부야, 그런데 진짜 예쁘긴 하네! 킥킥

동수가 배봉과 낄낄댔다. 은영의 발버둥은 그들에게는 유희에 불과한 듯 했다.

배봉과 동수가 오열하는 은영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은영이 계속 몸부림쳐보았지만 소용이 없자, 수치심과 절망감에 눈물을 줄줄 흘리며 고개를 옆으로 파묻었다.


'싫어...왜..왜..'



은영의 발버둥이 잦아들자, 그런 그녀의 치태를 감상하던 동수가 은영의 벌려진 다리 사이로 고개를 들이밀었다. 슬쩍 손을 뻗어 은영의 음핵을 간질였다. 그녀의 허리가 들썩였다.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린 은영의 눈에, 동수가 자신의 소중한 곳을 쓰다듬는 광경이 보였다.

이제는 알지도 못하는 사내의 손에 보지를 희롱당하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다시 몰려오는 서러움에 그녀의 시야가 뿌옇게 되었다. 아랫도리를 타고 올라오는 쾌감, 낯선 남자에게 만져지면서도 쾌락을 느끼는 자신의 몸을 저주했다. 이를 앙다물고 침대에 얼굴을 묻고, 소리없이 눈물을 펑펑 흘렸다.

"히야...저번에 봤을 땐 가슴만 봐서 몰랐는데, 이 아가씨는 보지도 물건이네요? 이렇게 예쁜 보지 흔치 않은데? 거기다  물좀 봐 어우! 킥킥"

-흑흑...흣...하읏...흑...

"감창소리도 죽이고 진짜. 그나저나 대체 어디서 이런 년을 구한거에요?


동수가 배봉을 바라보며 부럽다는듯 말하자, 배봉이 턱짓으로 영길을 가리켰다.

"큭큭 저 새끼 처남댁. 어디 학교 선생이라는데, 그냥 창녀야 창녀. 타고난 명기야.

-와 씨발, 이렇게 해도 되는거에요? 그런데 선생님이면 엘리트잖아요? 엘리트 년들도 질질 싸는건 똑같네? 킥킥



이불에 얼굴을 묻고 흐느끼던 은영이 돌연 숨을 멈추었다. '선생'. 저들은 자신의 소속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녀가 누군지, 여기서 무슨 일을 당하는지 소문이 퍼진다면...좌절감으로 은영의 머리가 하얘졌다.

은영이 눈물이 그렁그렁해져서는 배봉을 바라보며 필사적으로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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