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8화 〉1부 꽃이 지는 밤 - 체념과 순응(2)
스타킹을 착용하자 본래도 매끈했던 종아리와 허벅지가 더욱 늘씬한 선을 자랑했고, 가터벨트 아래 가랑이가 시각적으로 더욱 강조되었다. 하얗게 치장된 은영의 하반신에서 살갗인 부분인 가랑이가 강조되는 시각적 효과. 영길의 시선을 느낀 은영이 부끄러워 고개를 돌렸다.
은영이 흥분으로 몸이 달아오르자 그녀의 속살을 다시금 물을 토해냈다. 영길이 고개를 숙여 그녀의 속살을 관찰하다가 사타구니로 흐르는 애액을 발견하고는 씨익 웃으면서 조용히 그녀의 보지를 마저 닦아냈다. 천천히 깊은 곳까지 남김없이 쓸어대는 그의 손길에 은영이 영길을 훔쳐보며 다시금 얼굴을 붉혔다.
이윽고 영길이 천천히 뒤로 물러서자, 배봉이 드레스를 들고 다가왔다.
"야 임마! 씹물 좀 닦아주랬더니 더 질질 싸게 만들면 어떡하냐! 사진 찍어야된다니까! 큭큭..."
-흐윽...
배봉이 드레스 어깨 부분을 양 손에 들고는 은영에게 가운을 걸치듯 입혔다.
"큭큭...생각보다 빨통이 너무 크잖아 줘남댁? 좀더 크게 해달라 할걸, 어쩔 수 없네."
-...읏...흐응...
드레스의 상반신이 버거워보였다. 은영의 잘록한 허리와 가녀린 어깨는 사이즈가 넉넉했지만 그녀의 젖가슴이 문제였다. 배봉의 생각보다 은영의 가슴이 더 풍만해서였을까, 드레스는 은영의 밑가슴만을 간신히 받칠 뿐 도저히 그녀의 젖꼭지까지는 덮어주지 못했다.
[짝!]
"뭐, 뭐에요!"
-빨통이 참... 탐스럽긴 한데 어휴...
배봉이 그녀의 가슴을 찰싹 때리자 놀란 은영이 펄쩍 뛰었다. 그 때문에 그녀의 젖이 출렁이며 젖꼭지가 파르르 떨렸다.
'부, 부끄러워...'
은영이 수치심에 몸을 떨 때마다 젖가슴이 출렁이며 젖꼭지가 더욱 도드라졌다.
배봉이 입맛을 다시면서 아쉬운대로 드레스 곳곳에 있는 고정용 끈을 위에서부터 하나 하나 묶어내려갔다.
은영이 수치심에 시선을 둘 곳을 찾지 못하고 있는데, 영길이 그녀에게 다가와 신부용 웨딩 장갑을 손에 끼워주었다. 그리고 그녀의 머리 위에 면사포를 살포시 얹어 늘어뜨리고는 정수리에 작은 왕관을 씌워주었다.
'아...영길씨...'
은영이 그윽한 눈길로 면사포를 씌워주는 영길을 마주보았다. 잠시지만 그의 신부라도 된 것 같아 심장박동이 빨라졌다.
'이, 이상해...'
너무나 수치스럽고도 치욕스런 상황이었지만 계속적으로 영길의 자상함이 느껴지자 은영이 조금씩 그에게 의지하기 시작하고 있었다.
"킥킥킥..."
그런 은영을 바라보며 배봉이 이유모를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은영의 옷차림이 완성되었다.
어디서 가져왔는지 배봉이 하얀 꽃이 가득한 꽃다발을 부케라며 은영의 손에 쥐어주었다. 생화인 것 같았는데, 꽃을 유심히 보던 은영의 눈이 흔들렸다.
우연일까. 그 꽃으로 만든 부케. 은영이 유난히 좋아해서 재준이 가끔 선물해주던 꽃. 리시안셔스. '변치않는 사랑'이란 꽃말. 은영은 4년 전 이 꽃으로 만든 부케를 품에 들고 재준과 영원히 변치 않는 사랑을 약속했었다.
그리고 지금 은영은 재준이 그 때 왼손 약지에 끼워 준 결혼 반지를 여전히 손에 끼운 채로 '새로운' 부케를 들고 서 있다. 짐승들 사이에서.
순백의 부케를 손에 든 신부는 너무도 아름다웠다.
순결을 상징하는 면사포 너머로 보이는 은영의 꽃다운 얼굴은 고혹적인 화장을 더했기에 청순함과 색기가 공존하는 신비로운 미모로 빛나고 있었다. 그녀의 큰 눈망울, 오똑한 코와 갸름한 턱선, 붉은 입술은 천상의 여자가 따로 없었다. 목선과 쇄골은 아찔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 아래부터는 너무도 음란한 차림이었다.
드레스의 가슴골은 크게 파여서는 성긴 매듭 사이로 배꼽까지 내려간 것이 보였다. 또한 애써 동여맨 드레스가 아슬아슬하게 밑을 받칠 뿐, 풍만한 젖가슴은 도리어 도드라지게 강조되어 음란하게 빨딴 선 젖꼭지를 전면에 흔들고 있었다. 조명 아래 출렁이는 젖가슴이 어찌나 뽀얗게 빛나는지, 은영이 들고 있는 부케가 빛이 바랠 정도였다.
속이 다 비치는 드레스는 그녀의 허벅지는 물론 속살 깊은 곳까지 모든 부분을 남김없이 드러냈는데, 약간의 불투명함이 신비로운듯 도리어 음란함을 더했다. 가터벨트와 스타킹으로 하얗게 치장된 허벅지 사이로 또 다시 물이 흘렀는지 사타구니가 조명에 번들거리며 빛을 산란시키는 것이 보였다.
"시, 시펄..."
-존나게 예쁘네 진짜...큭큭
영길과 배봉이 침을 꼴깍 삼키며 그녀를 정신없이 바라보았다. 여러 번 몸을 섞어서 익숙해질만도 하건만 은영의 음란한 자태는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 영길의 자지가 뻘떡 선 것은 물론이고 배봉의 바지춤도 툭 튀어나온 것이 은영의 눈에 선명하게 보였다.
"그, 그렇게 보지마요..."
짐승들의 시선 속에서 은영은 이미 여러 번 벗겨지고 능욕당하고 있었다. 말하지 않아도 그들이 던지는 시선의 의미를 알아챈 은영의 몸이 수치심과 흥분 속에 달아오르고 있었다.
'...나...왜...자꾸...'
잠시 후 먼저 정신을 차린 배봉이 후다닥 달려가 캠코더를 조정하고 카메라 배터리를 갈아끼웠다. 그리고 조명판을 이리 저리 옮겨가며 은영을 여러 각도에서 찍기 시작했다.
"하, 씨발 진짜 은영이 넌 대박이야... 존나 예쁘다니깐 큭큭... 하.. 정말 아쉽네..."
-...?
"부케를 좀 더 들어올려! 아니 빨통은 잘 보여야지. 옳지! 큭큭. 가볍게 웃어봐! 억지로 말고 자연스럽게! 그렇지! 이번에는 청순하게! 큭큭"
-...네...
'뭐가 아쉽다는걸까?'
배봉의 지시에 따라 자세를 바꾸고 표정을 바꾸면서도 무언가 은영의 신경에 거슬렸다. 조금 전부터 배봉이 자꾸만 '아쉽다'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배봉이 원하는대로 이런 수치스러운 차림으로 있는데 무엇이 더 아쉽단 말일까. 은영은 생각을 더 이어가려다 포기했다. 이 이상으로 더 무엇이 있을까 싶었다.
모델 샷으로 활용하기 위한 은영의 독사진을 실컷 찍은 배봉이 헛기침을 하며 영길을 바라보았다.
"흠...어디보자... 임마! 은영이 옆에 가서 서라 큭큭"
-흐흐 그럴까 흐흐...
아까부터 나체로 서 있던 영길이 은영의 옆에 나란히 섰다. 비록 음란하기 짝이 없는 디자인이지만 면사포를 쓴 은영의 옆에 나체로 자지를 껄떡거리는 영길이 서자, 묘하게 어울렸다. 영길이 은영의 귀에 속삭였다.
"처남댁 지금 너무 예쁜거 아나 모르겠네? 흐흐"
-...부, 부끄러워요..
언젠가부터 영길의 이죽거림이 싫지 않게 들리는 은영이었다. 이 사람은 자신을 망가뜨리고 있다고, 늙어가는 중년이라고, 절대 마음을 주는 것은 아니라고 되뇌여보지만 그녀의 심장은 다르게 반응했다.
영길과 은영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던 배봉이 어딘가 다정해보이는 둘의 모습에 부부라도 되냐며 히죽거렸다.
'....부부라니..'
은영이 조용히 얼굴을 붉혔다. 왜인지 싫지 않았다. 영길이 그녀의 젖가슴을 가볍게 주물러오자 은영은 자신도 모르게 영길에게 키스하고는 얼굴이 홍당무처럼 붉어져서 고개를 돌렸다.
"은영이가 먼저 키스도 다 하고. 영길이한테 뿅 가버렸나본데? 큭큭큭"
-아, 아니에요! 흑...
"큭큭 그냥 새색시가 따로 없네, 아주 그냥 큭큭"
영길이 자신을 쳐다보는 시선을 느끼고 은영이 흘긋 영길을 훔쳐보다가 다시 고개를 숙였다. 영길은 흐뭇하게 웃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왜, 왜 설레는거야...'
"흐흐.. 처남댁이 내 신부라니, 기분은 좋네요 흐흐."
-영, 영길씨...
배봉이 히죽이며 영길과 실랑이하는 은영을 보았다. 저런 음탕한 꼬락서니로도 여전히 빛을 잃지 않는구나, 저 황홀한 년은.
"자, 신랑 신부! 여길 보시라니깐, 또 찍습니다! 큭큭"
'저년은 지가 곧 어떤 상황에 처할지 꿈에도 모르겠지. 그래, 그렇게 즐거워 해라...큭큭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