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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6화 〉1부 꽃이 지는 밤 - 마음이 꺾이다(4) (76/109)



〈 76화 〉1부 꽃이 지는 밤 - 마음이 꺾이다(4)

영길과 하는 것은 큰 거부감이 없어진 그녀였지만, 배봉과는 얽힐 때마다 어두운 수렁으로 빠져든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사람은 어딘가 어둡고 '위험하다'.

영길과 몸을 섞을 때에는 다 잊고 쾌락에 집중할  있지만, 배봉은 언제나 은영이 생각하지 못한 방향으로 그녀를 옭아맨다. 일전의 몇몇 행동도 그러했지만, 배봉은 은영을 거칠게 다룰 뿐만 아니라 그녀를 심각한 상황에 처하게 하는 것에 꺼리낌이 없어 보였다.

"배봉씨는...뭔가 무서워요...나 정말 무섭고...수치스럽고....흑흑..."

은영이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울먹거렸다. 영길이 그녀를 말없이 품에 안았다.



'영길씨...'



그러나 영길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녀의 기대와 달랐다.

"이미 이렇게 된 마당에 더 부끄러울게 있습니까 처남댁? 흐흐"

-당, 당연히...



은영이 불안함에 눈동자가 떨렸다. 하지만 영길은 기어이 그녀의 기대를 외면했다.


"안돼요 처남댁. 배봉이는 그러니까, 불알친구에요 흐흐. 내 체면도 있고, 어차피 볼  다 봤잖아. 받아들여요. 흐흐"


'역시나...'


은영이 실망감에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영길이 그녀의 젖꼭지를 간질이자 얼마 버티지 못하고 몸을 배배 꼬며 영길에게 안겨왔다.


"흐응..간지러워요..."

-흐흐..귀엽구만 처남댁.

영길의 손이 전해주는 자극에 몸을 흔들면서도 은영이 영길을 계속 애원하듯 바라보자 영길이 말을 이었다.


"어차피 다른 놈들한테도 다리 벌려줬으면서 왜 자꾸 그래요 처남댁."

-아니 그건!...사정이 있었어요...

은영이 억울하다는 듯 눈썹을 모으며 하소연했다.



"영길씨가 그때 그 야...한 정장에 티..팬티... 입고 가라고 했잖아요... 그것 때문에..."

-흐흐 그거랑 그거랑...?



영길이 무슨 소리냐는 듯 눈을 흐리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은영이 눈 감고 소리를 빽 질렀다.


"그것 때문에 협박 당했단 말이에요! 영길 씨만 아니었어도! 흑..."

-아...흐흐 그런 거였구만...

은영이 고개를 돌리며 울먹이고, 영길은 뒤통수를 긁적이다가 이제야 이해가 간다는 듯 천천히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러다가 비릿하게 웃으며 은영의 보지를 문질렀다.



"하지만, 좋았잖아. 처남댁?"

-하읏...어떻게..그렇게 말할 수가 있어요! 읏...아 하지 마아...

은영이 무심결에 허벅지로 영길의 손을 조이다가 얼굴을 붉히며 속삭거리듯 항의했다.


"부정하지 마 처남댁. 이미 자지 맛을 제대로 봤잖아요 흐흐. 재준이 실좆 가지고 되겠어? 흐흐."

-내가 무슨, 그...걸레... 아니 아무한테나 헤픈 여자인줄 알아요?

"흐흐..그런가?"



샐쭉한 표정을 지으며 올려다보는 은영의 눈가에 은은한 색기가 흘렀다. 청순하고 고아한 느낌의 여자였던 은영이, 지난 며칠간 한계까지 남자를 받아내며 교태가 몸에 배어버린 듯 했다.


[찔걱, 찔걱, 찔걱]

"아흣, 아, 진짜...읏..."


영길은 실실대며 은영의 보지를 희롱하고 있었다. 은영의 보짓속으로 제집 드나들듯 하는 그의 손가락에 어느새 그녀의 애액이 흠뻑 묻어나고 있었다.

은영이 아무리 애원해도 영길은 확답을 주지 않았다. 다시금 그녀의 머릿속을 하얗게 비워가는 쾌감에, 그녀는 자포자기한 것마냥 눈을 감고는 허리를 들썩였다.


'결국...어쩔 수 없구나..'

[찔걱.찔걱.찔걱.찔걱...]


"읏...흐읏...아, 아, 아아....아아앙!"

다시금 절정에 오르면서 은영은 또다시 끈을 하나 놓아버렸다. 그녀는 반복된 좌절 속에 이제는 체념에 도달하는 시간도 빨라지고 있었다.

은영은 달아오른 감각에 흐느적거리면서 영길의 품을 찾았다. 영길이 자신의 품에 얼굴을 묻고 헐떡이는 은영을 킥킥대며 내려보다가, 살짝 안아주었다.



"어차피 처남댁은 이미 좆 맛을 알아버렸어요...흐흐. 그 뭐라더라, 피할  없으면 즐겨라? 흐흐 내가 확실히 즐기게 해줄게요 흐흐..."

-나쁜...사람...


품에 얼굴을 묻은 채로, 부끄러움과 혼란스러운 감정이 커져가는 만큼 은영은 영길을 끌어안았다. 재준과는 다른 넓은 가슴. 좌절스러운 상황만 제쳐두고 본다면 덩치  영길의 품에 안기는 느낌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포근하기는...하네...'

은영이 가쁘게 숨을 내쉬다가, 무엇인가 작게 중얼거렸다.

"그러면요..."

-그러면? 흐흐...

"소, 소중...흑..."

불현듯 피어오른 말 못할 감정에 혼란스러워진 은영이 말을 더듬으며 고개를 숙였다. 영길이 그녀를 품에  끌어안았다.

은영이 답답한지 영길의 손을 뿌리치려 하다가는 이내 잠잠해졌다.



"어차피 뭐, 즐기면 되는거지요 흐흐..."

영길의 품에 얼굴을 묻고 있기를 얼마간, 다시 그녀가 뜨거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실망감과 좌절감, 수치심.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안도, 후련함.

절대로 자신이 이 사람을 믿는 것은 아니라고 되뇌이면서도 그녀에겐 이유 모를 따뜻한 무언가가 가슴을 간질이고 있었다.

'그래도 좀 소중하게 대해줬으면...'

영길이 샤워기를 틀었다. 따사로운 물줄기가 은영의 나신을 타고 흐르는 가운데, 영길이 은영의 온몸을 씻기기 시작했다.

눈물로 빨갛게 달아오른 눈가와 눈물자욱이 남아있는 볼, 바깥 바람에 시달린 어깨, 여러 남자의 손에 희롱당하고 물고 빨렸던 젖가슴, 땀에 젖은 허리, 매끈하게 뻗은 다리,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액과 애액이 말라붙어 얼룩진 그녀의 허벅지와 그 안 쪽 속살 깊숙한 곳까지.

영길이 그녀의 전신 구석구석을 찬찬히 닦아냈다. 은영은 더이상 영길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았다. 마지막 그녀의 속살에 영길의 손이 닿을 즈음에는, 영길의 허리를 꼭 끌어안고 품에 얼굴을 묻었다.

"흐읏..."

비에 젖은 아기 새처럼 은영의 나신이 파르르 떨렸다.

샤워기 물줄기보다 더 뜨거운 그녀의 애액이 흘러나와서는 영길의 손을 새로이 적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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