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7화 〉1부 꽃이 지는 밤 - 자존감 붕괴(3) (67/109)



〈 67화 〉1부 꽃이 지는 밤 - 자존감 붕괴(3)

속이 훤히 비치는 폴리에스테르와 스판 혼방 재질의 '브래지어'는 그녀의 새하얀 가슴을 아래에서부터 위로 힘겨운듯 받치고 있었다. 약간의 탄성이 있는 브래지어는 가슴의 크기와 무게 때문인지 팽팽하게 당겨져 있었다. 그런데 하필 가슴의 무게를 지탱하는 부분이 거미줄형 자수로, 유방이 크고 무거울수록 젖꼭지를 압박하며 자극하는 구조였다. 재질의 특성상 차가울  아니라 조금만 움직여도 젖가슴을 간질이는듯한 자극이 전해져왔다. 특히 거미줄 자수 중심의 빈 부분에 유두가 고정되어버리자 그 자극은 배로 강해졌다.

자연적으로 젖꼭지에 가해지는 자극도 자극이었지만, 초겨울 스튜디오 내부의 한기가 그녀의 몸을 연신 훑어대고 있었다. 그 서늘함에 그녀의 젖꼭지가 더 단단해지고, 그로 인해 또다시 젖꼭지에 가해지는 자극이 강해지고, 그런 성감으로 인해 가슴이 조금씩 커지고, 또다시 젖꼭지에 가하는 자극이 강해지는 악순환의 반복이었다.

구슬팬티는 이전에도 경험한 바 있었지만 그녀의 은밀한 부분을 쉴 새 없이 자극했다. 단순히 몸을 좌우로 비트는 정도로만 움직여도 끈이 그녀의 은밀한 부분으로 파고들어 괴롭혔다. 자꾸만 음핵은 물론 자신의 속살을 자극하는 끈과 구슬 때문에 그녀가 이리저리 움직여보았지만, 그럴 때마다 더욱 깊게 질 내부로 깊게 파고 들어갈 뿐이었다. 꼼꼼히 샤워를 마쳤건만 보지 안쪽이 젖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수치스러운 마음에 은영이 몇 번을 닦아냈지만 결국 포기했다.

입으나마나 한 속옷을 걸친 은영이 추위에 타올로 몸을 감싼 채로 샤워실을 나오자, 어느새 스튜디오로 들어온 배봉이 기구를 조정하는 모습이 보였다. 오늘은 정면에 카메라, 그리고 약간의 거리를 두고 캠코더가 각각 삼각대에 설치되어 있었다. 배봉이 가만히 서 있는 그녀를 바라보고 씩 웃고는 턱짓했다. 긴장한 얼굴의 은영이 배봉이 시키는대로 침대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뭔가 더 부끄러워...'



이미  번을 찍혔지만 저 렌즈는 어딘가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 특히나 자신이 '모델'이 된다는 사실을 의식하게  다음에는 더욱 더 그러했다.

주저하던 은영을 바라보던 배봉이 성큼성큼 걸어왔다. 은영이 타올 끝을 부여잡은 채 놀란 눈으로 배봉을 올려다보았다. 배봉이 히죽 웃고는 은영이 잡고 있던 타올을 힘으로 확 빼앗아 던졌다. 은영이 당황하며 두 손으로  위아래의 부끄러운 부분을 가리려 했지만 배봉이 그녀의 손목을 잡고 힘을 주어 차렷자세를 만들고는 그녀의 전신을 위 아래로 찬찬히 살폈다. 은영이 전신 가득 차오르는 부끄러움에 고개를 옆으로 돌려 눈을 감았다. 배봉의 눈에 그녀의 목덜미가 흥분으로 분홍빛으로 달아오르는 것이 보였다.


"꺅!"

-큭큭, 역시 예쁘십니다 김은영씨? 빨통도 잘 달아올랐고, 씹물 너무 지려대면 업로드용 사진으로는 좀 곤란하니까 적당히 하라구 큭큭.

"그게 무슨...하, 하응.."

배봉이 다짜고짜 은영의 젖꼭지를 잡아 비틀었다. 이미 빨딱 서 있던 젖꼭지가 더욱 도드라지며 브래지어를 더욱 팽팽하게 만들었다. 갑작스런 자극에 상체를 오무리는 은영을 보면서 이제는 그녀의 가랑이 사이에 손을 넣어 스윽 훑었다. 뜨뜻한 액체가 배봉의 손에 묻어나왔다. 배봉이 키득대며 은영의 엉덩이에 액체를 비벼 닦자 은영의 얼굴이 수치심으로 달아올랐다.

"하여간  질질 싸는 꼬라지는... 어휴 줘남댁! 뭐 그게 매력이긴 하지! 큭큭"


배봉이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딸깍 소리와 함께 스크린이 내려왔다.



"자, 모델님? 포즈를 좀 취해봐봐! 큭큭"


스크린 덕분에 은영은 자신이 어떤 모습으로 서 있는지, 어떻게 찍히는지 잘  수 있었다. 문득 그녀가 어제 보았던 란제리 포장지가 떠올랐다. 싸구려 포장지 속에서, 천박하면서도 음란한 자태로 미소 짓던 그 모델이. 자신이 그런 여자가 되었다고 생각하자 정신이 아득해졌다.



[찰칵, 찰칵, 찰칵]

배봉은 카메라를 조작하여 연신 그녀의 '속옷'을 입은 몸을 찍다가, 고개를 갸웃하며 삼각대 위치를 옮겨가며 여러 각도에서 찍기를 반복했다. 한편 캠코더는 계속 그녀의 음란한 자태를 선명하게 담아내고 있었다.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과 흥분하여 팽창한 젖가슴, 그걸 아슬아슬하게 지탱하는 홑겹 브라와 확연하게 도드라진 분홍빛 젖꼭지, 잘록한 허리와 골반 아래 은밀한 계곡에 깊이 파묻혀 흠뻑 젖은지 오래인 끈과 구슬, 매끈하게 잘 뻗은 다리까지도. 그런데, 다 좋은데 말이야.



"은영아, 웃어봐, 몸도 너무 뻣뻣하잖아. 아 좀..!"

-...아, 알았어요...

"확! 진짜. 그래, 그렇게. 요염하게 웃어보라구. 빨통도  모아쥐고 그래봐. 센스가 없어요 센스가."

배봉이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지시하자, 겁을 집어먹은 은영이 억지로 웃음을 지어보이고 조금씩이나마 자세를 바꾸기 시작했다.

옆으로 서보기도 하고,  채로 다리를 벌려 환한 조명 아래 속살을 벌려보이기도 했다. 대체 이 작업이 자신이 입은 '속옷을 홍보하는' 사진을 찍는 것인지 아니면 이런 속옷을 입은 '자신의 치태'를 기록하는 것인지 분간하기가 쉽지 않았다. 스크린 속에 비치는 자신은 아무리 생각해도 어제 본 포장시의 천박한 성인모델과 다를 것이 없었다. 오히려  노골적이고 변태적이었다. 그 모델은 이렇게 가랑이까지 벌리지는 않았는데...



"아, 거  좀 적당히 흘려봐 줘남댁. 존나게 박히고 싶은  마음은  알겠는데, 나도 장사하는 입장이라 일을 해야 한다니까요, 일을? 큭큭."


배봉이 다시 은영에게로 성큼성큼 걸어왔다. 은영이 벌개진 얼굴로 항변했다.

-아니 제가 언제 그렇게 그.. 흥분했다고...아응! 읏,  좀 하고...흐응, 흐으응...

배봉이 티슈를 꺼내서는 은영의 보지를 마구 문대고 있었다. 거친 손길이 고통스러워 은영이 신음을 간신히 참으며 견디는데, 구겨진 티슈가 자신의 애액으로 흠뻑 젖어 번들거리는 것이 보였다. 그녀가 민망함에 고개를 숙였다. 배봉이 혀를 끌끌 차며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큭큭 이미 홍수가 났구만 아주, 발정이 났어. 이따가 실컷 박아줄테니까  참아봐 줘남댁. 응? 큭큭"



배봉이 다시 카메라로 그녀의 몸을 찍어대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는 입을 열었다.

"줘남댁, 가서 어제처럼 꽃단장해봐. 알지? 창녀처럼. 야시시한 느낌  더 살리자. 큭큭"

'창녀'란 단어를 들은 은영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아무리 그래도 창녀라니. 스물여섯까지 부모님 돌아가시고도 열심히 살아서 좋은 대학 사범대에 합격함은 물론 어렵다는 임용고시를 재학 중에 붙은 그녀였다. 평소 거들떠도 보지 않던 인생의 낙오자 놈들한테 몸을 허락한 것도 이미 견디기 어려운 치욕인데 저런 놈한테 창녀라고까지 불리다니. 은영이 너무 열이 받은 나머지 배봉을 홱 노려보며 말했다.


"사과하세요, 방금 그 말."

-응? 뭘?

"그러니까 그...

배봉이 눈을 껌뻑이며 반문했다. 뭐 잘못된 것이라도 있나 하는 표정으로 은영을 바라보던 배봉의 입가가 점점 일그러지고 있었다.


"아아. 줘남댁보고 창녀라고 한거? 큭큭 그게 그렇게 화가 나셨어요? 큭큭...김은영씨."

-그러니까, 창, 창녀란 말은 너, 너무 심하잖아요...왜, 왜 이래요 배봉씨...

배봉이 카메라를 든 채로 은영에게 다가갔다. 불안에 가득  은영이 몸을 소스라치게 떨고 있었다. 배봉이 굳은 얼굴로 은영을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차렷."

-..네?

"차렷하라고 이 씨발년아! 귓구멍이 막힌거냐 아님 말길을  알아듣는거냐, 차렷 하라고!"

-...아, 알았어요...



겁에 질린 은영이 양손을 다리에 붙인 채로 섰다. 배봉이 천천히 그녀의 머릿결을 쓰다듬다 귀를 어루만지기를 반복했다. 은영이 계속 덜덜 떨고 있자. 배봉이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정신 사나우니까 떨지 마."

-흐음...흡...끄읍..


은영이 끄읍거리며 울음을 억지로 참았다. 배봉이 천천히 은영의 전신을 깃털로 쓰다듬는 것처럼 아주 약하게 더듬기 시작했다. 목과 어깨, 쇄골을 지나 가슴골, 배, 허리, 골반, 다리, 마지막으로 허벅지 사이 깊은 곳, 치골 아래 젖은 계곡까지.

"은영아. 너는 온몸이 야해. 그리고 민감하지. 내가 만나고 자지를 박아넣었던 그 어떤 년들보다도, 너는 잘 느끼고, 허리를 잘 흔들고, 보지로 잘 쪼이지."

-끄읍..읍...


배봉의 손이 은영의 가슴을 꽈악 움켜쥐었다. 은영이 움찔했다. 배봉을 훔쳐보다가 눈이 마주치자 화들짝 놀라서는 눈을 질끈 감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