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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1화 〉1부 덫(4) (61/109)



〈 61화 〉1부 덫(4)

배봉은 은영의 샤워 소리를 안주 삼아 여유롭게 술잔을 만지작대고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샤워기 소리가 멎음을 듣고 그가 고개를 돌렸다.

은영이 전신에 타이트한 원피스처럼 타올을 두르고는 천천히 걸어나오고 있었다.

길거리에서 누구나 돌아볼 법한 미모의 여성이 지금 그의 눈 앞에 유혹하듯 서 있다.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아찔한 목선과 어깨, 선명한 쇄골. 타올로 가렸어도 그 너머로 여전히 존재감을 자랑하는 풍만한 젖가슴, 허벅지 위쪽만 겨우 가린 타올 아래로 쭉 뻗은 다리까지. 은영의 숨막히는 자태에 배봉이 숨을 들이켰다.

저 여자는 진짜다.

"줘, 줘남댁...잠깐 기다려봐. 큭큭 이런 건  참지!"

헐레벌떡 달려가 캠코더 각도를 조정하는 배봉 옆으로 느릿느릿 스쳐 지나간 은영이 예의 그 화장대에 앉았다.

'달라진 것은 없었어.'


일주일 남짓한 시간이 흐르는 동안, 은영 나름대로는  많은 노력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자신은 결국 다시 이 자리에 앉아 거울을 들여다보고 있다. 거울 속의 자신은 예뻤다. 흔히들 우스갯소리로 예쁜 것이 죄라 하지만, 그것이 정말 죄인 것인지... 거울 속의 자신은 오늘 또 저 배불뚝이 중년에게 범해질 것이었다.

별로 두렵지는 않았다. 공포란 알지 못함에서부터 오는 것이지, 이미 아는 것으로부터 오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그것이 가혹한 운명이라고 해도. 그래도 당할 때만은 모든 것을 잊고 자신 역시 쾌락에 젖은 짐승마냥 울부짖을 수 있으니까.

재준이 떠올랐다. 착한 사람, 좋은 사람. 하지만 이내 잊어버렸다. 재준에게 미안함은 있지만, 재준은 언제나처럼 자신을 구해주지 못할 것을 알았기에.

거울 속의 자신. 지난 주 거울에 비친 자신은 야릇한 정장 차림이었다. 선생으로서의 최소한을 갖춘. 오늘 거울에 비친 자신은 타올만 두른, 알몸이었다. 알몸. 자신은 이렇게 자신의 본모습에 더 다가가는 것일까, 은영은 자문해보았다. 결국 자신은 쾌락을 잊지 못하게  운명이었던 것일까. 뭐라도 된듯 연재에게 설교했던 자신이 너무도 우스웠다. 결국 이렇게 될 거였다고.



은영이 한동안 거울을 바라보다가 눈을 감았다. 잠시 후 다시 눈을 떴다. 그리고는 천천히 화장도구를 손에 들고선 자신을 선명하게 물들이기 시작했다. 지난 주와 같은, 색기 넘치는 요염한 모습으로.

배봉이 숨죽인 채 이 모든 광경을 영상으로 담고 있었다. 영상으로도 모자랐는지 카메라를 가져와 연신 찍어대기 시작했다.

차분하게 화장을 마무리한 은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걸음 한 걸음 침대로 다가가서는 카메라로 자신을 찍고 있는 배봉을 향해 몸을 돌렸다. 처연한 눈빛이나 농밀한 여체가 빚어내는 요염한 자태. 배봉은 색기 넘치는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은영을 한시라도 빨리 덮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면 그림이 살지 않았다. 그것만 아니라면 이렇게 기다릴 이유도 없었다.

자신을 뚫어질듯 주시하는 배봉을 보며 은영이 입을 열었다.

"...그렇게 내 몸이 좋아?"

-하..큭큭 그럼! 은영이 넌 존나 맛있는 년이야 큭큭.



은영이 어느새 말을 놓고 있었다. 어차피 자신을 노리개로만 보는 배봉에게 자신도 막 나가겠다는 생각에서였지만, 막상 배봉에게는 흥을 더하는 몸부림일 뿐인 것 같아 내심 분했다. 뭐, 어찌 됐든 상황은 변할 것은 없었다. 배봉이 어떤 버튼을 누르자 일전의 스크린이 다시 내려왔다. 더할 나위 없이 고혹적인 분위기의 여자가 스크린 속에 있다. 그게...자신이었다.


"...변태새끼.."

-큭큭, 너처럼 쌔끈한 모델을 두고 내가 변태새끼가 아니라면 병신에 고자새끼지. 안그냐? 큭큭

"...당신이.. 원하는대로... 할테니까...."

-그래그래, 비밀? 지켜줄게. 큭큭큭 얼굴 가려준다고 큭큭.

연신 고개를 끄덕이는 배봉을 바라보던 은영이 타올을 천천히 끌러냈다. 스르르 발치 아래로 미끄러지는 타올 사이로 드러나는 그녀의 나신은 정녕 황홀했다. 신이 빚은 몸매가 정녕 이러할까. 마침내 가릴 것 없는 알몸으로  은영이 천천히 침대에 기대 앉았다. 색조 짙은 화장을 더해 보기만 해도 홀릴 것 같은 알몸의 미녀가 침대에 앉아서는 유혹하는 듯한 표정으로 배봉을 바라보고 있었다.

천천히 몸을 움직일 때마다 출렁이는 젖가슴. 가늘게 들어간 허리. 늘씬하게 뻗은 다리, 그 사이의 뜨거운 계곡. 은영이 조명 아래 새하얗게 빛나는 그녀의 나신을 천천히 침대에 누인다. 그리고 다리 한 쪽을 침대에 올리자, 방금  샤워를 마쳤음에도 다시금 흠뻑 젖어 번들거리는 속살이 드러난다. 무표정인 채로 옅은 홍조를 띤 그녀의 얼굴과 끊임없이 씹물을 지려대는 그녀의 보지는 언밸런스한듯 하면서도 미친듯이 자극적이었다.

배봉이 천천히 다가가서는 다양한 각도에서 은영의 나신을 찍어댔다. 예술. 그녀의 나신은 신이 내린 예술품과도 같았다. 이런 은영을 이제, 자기 멋대로 범할 수 있다. 배봉의 바지 앞섶이 두툼하게 부풀어오르고 있었다.


얼마간 은영을 찍어대던 배봉이, 삼각대와 캠코더의 위치와 각도를 다시 조정하고 돌아왔다. 은영이 스크린을 보아하니 알몸으로 누운 자신의 치태가 더욱 크고 선명하게 보였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보지가 너무도 질척하게 젖어 있는 것이 보였다. 별다른 자극이 없이도 홍수가 나버린 은영의 보지. 난듯이 달려와서는 침대에 걸터앉는 배봉에게 은영이 나직이 물었다.


"...당신, 나한테 먹인거... 그거 뭐야."

-그, 그거?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거라니까 큭큭큭


살짝 당황한듯한 배봉을 바라보며 은영이 어떤 확신을 가졌다. 강원도 펜션을 뒷정리하며 발견했던 그 갈색 용기. 출발하던 날 휴게소에서 자신에게 주었던 캔 사이다. 다음날의 커피. 영길이 주었던 음료를 마신 직후에 자신은 항상 달아올랐었다. 퍼즐이 하나 둘씩 맞춰졌다.

더 이상 참기 힘들 정도로 자신의 보지를 저릿저릿하게 달궈오는  감각. 자신을 이렇게나 달아오르게 만든 것이 온전히 자신의 몸 때문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자 은영은 못내 안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사실을 알았다고 해도 이미 구렁텅이로 빠진 자신의 상황은 변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에 억눌렀던 슬픔이 올라왔다. 자신이 조금만 더 조심했다면... 이상하게도 영길이 떠오른다. 너무도 원망스럽지만, 강원도로 가던 길. 그냥, 차라리 솔직하게 안아주었다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은 계속 자신을 비참하게만 만들 뿐이었다. 은영이 배봉의 손을 잡아서는 자신의 질척이는 보지 위에 대었다. 배봉이 그런 그녀를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당신이 원한게 이거잖아. 그런데 꼭 그렇게 나를 찍어대야겠어?"

-하...너처럼 새끈한 년을 따먹는데 그럼 당연하지. 두고두고 오늘을 기념하기 위해서지 큭큭...

"...그렇다면, 잘 찍어. 실망하지 않게, 제대로."

그래, 어디까지 가나 보자. 은영은 더는 생각하기를 포기했다. 아무 생각 없이 쾌락에 젖고 싶었다. 자신을 능욕할거라면 어디 제대로 해보라지, 한번 끝까지 자신을 몰아넣어보란 말이다.

배봉의 손이 움직이기도 전에 은영이  손으로 자신의 젖무덤을 천천히 주무르기 시작했다. 그녀 스스로 젖꼭지를 비틀며 쾌감을 고조시키기 시작했다.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보던 배봉이 비릿하게 웃으면서 은영의 보지를 천천히 어루만졌다.



[찔걱 찔걱]


담담한 그녀의 표정과는 다르게, 그녀의 보지는 숨쉬는 것마냥 연신 움찔하면서 끈적한 액체를 뱉어내고 있다. 얼마 만지지도 않았는데 배봉의 한손 가득 은영의 씹물이 번들거리고 있었다.

"읏...흐읏... 흐읏...하아..."

-그렇지, 그렇지...  요염하게, 더 창녀처럼 표정을 지어보란 말이야. 씹물을 이렇게 흘려대면서 얼굴은 왜 그리 도도한거냐고 재수없게 큭큭, 그렇지, 빭통을  찰지게 어루만져보라고. 젖꼭지도 살살 돌려가면서. 큭큭  미쳐버리겠네 크하하하


배봉의 지시를 하나 하나 따르면서 은영이 스크린을 바라보았다. 스크린 속에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자신의 치태, 아까 보았던 중국 여자의 그것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천박하고도 음란하다는 사실이 은영을 더욱 흥분시켰다.

성적 매력이 농염하게 배어나기 시작하는 스물 여섯, 보기 드문 미인이 한껏 치장해서는 알몸으로 누워 자신의 육감적인 가슴을 스스로 주물럭거리면서 배불뚝이 중년에게 앳된 보지를 희롱당하고 있었다. 배봉의 손짓마다 은영의 헐떡이는 모습은 화사하게 갓 피어난 꽃이 부랑자의 거친 손길에 꺾이는 양 안타까움을 자아내면서도 미치도록 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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