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9화 〉1부 덫(2)
그나마 말이 통하던 김선생 박선생과는 다르다. 혹시나 해서 내지른 말이건만 전혀 소용이 없어보인다. 천천히 다가오는 배봉을 보면서도 얼어버린 양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자신을 느꼈다. 도망이라도 치고 싶은데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배봉이 손을 뻗어 은영의 귀를 만지작거렸다. 은영의 전신에 소름이 돋아났다.
"배, 배봉씨... 저는 친구분, 영길씨 가족이잖아요... 이제 제발 그만..."
-아니, 큭큭 줘남댁! 나도 막 그럴 생각은 없었는데 자꾸 줘남댁이 날 나쁘게 만들잖아 큭큭, 강간했다니! 큭큭큭
"제발..."
사시나무 떨듯 몸을 떠는 은영의 귀를 간질이면서 배봉이 스마트폰을 꺼냈다. 그리고는 '영상'을 재생시켜 은영에게 보여주었다. 오들오들 떨던 그녀의 몸이 일순간 정지했다.
[큭큭, 이런 걸레년. 후, 훅.. 존나 쪼여주네... 말해봐, 앞 뒤로 박히니까 좋지? 빨리 말해봐 큭큭]
[하읏...학! 좋..아! 더! 더!]
영상 속의 은영은 발정난 암캐처럼 울부짖고 있었다. 비밀스러운 두 구멍에 영길과 배봉을 동시에 받아들인 상태로 눈물을 흘리며 쾌감에 몸을 떨어대고 있었다. 기억이 사라진 것만 같았던 그날 새벽. 영상 속 자신은 정말로 완벽한 '걸레'였다.
이게 유출된다면, 가족이고 뭐고 은영은 끝장이다.
"이거 뿌리면, 재미있겠네? 큭큭큭"
-...
망연자실하여 텅 빈 눈으로 영상만 바라보고 있는 은영을 잠시 지켜보다가, 배봉이 손을 뻗어 은영의 젖가슴을 천천히 주무르기 시작했다. 언제 만져도 정말 죽여주는 가슴이었다. '영길이 새끼 없이 혼자 따먹을라니까 더 재미있네.' 친구놈 하나 잘 둬서 보람차긴 하다고 중얼거리며 배봉이 킥킥댔다.
'흐, 흐응, 안 돼...'
절망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달아오르는 자신의 몸이 너무 싫었다. 이렇게 무너질 수밖에 없는건가. 은영이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자신의 가슴을 주무르는 배봉의 손길을 감히 거절하지 못한 채로 은영이 고개를 돌려 배봉을 바라보며 애원했다.
"그러니까 왜 나를 나쁜 놈으로 만들어요 줘남댁 흐흐, 그냥 보지 좀 대주고 떡이나 치지. 응? 기분 나쁘게 말이야... 큭큭
-배봉씨, 제발... 뭐든 할테니까 제발...저는 가족.. 지켜야...
"응? 뭐든 한다고? 진짜 간절하긴 한가보구만 큭큭"
은영이 눈물을 글썽이며 배봉을 올려다보았다. 배봉은 유쾌함을 감출 수 없었다. 왜 저 애처로운 눈망울만 보면 더 험하게 대하고 싶어지는지, 자신은 정말 미친 놈이 맞다 생각하며 계속 킥킥댔다.
배봉이 은영의 블라우스 위쪽 단추를 대충 풀어재끼고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브라 너머로 젖가슴의 존재감이 한층 더 선명해진다. 옷 위로 만질 때와는 또다른 감흥이 있었다. 조금 어루만지다가 브라를 훅 하고 뒤집어 까자, 앙증맞은 젖꼭지가 달린 뽀얀 젖가슴이 배봉의 눈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멈추지 않고 손을 뻗어 맨가슴을 쥐어본다. 어찌나 큰지, 손으로 꽉 쥐었음에도 이만치나 빠져나오려 한다. 두 손 가득 따뜻하고 말랑하다. 차마 반항할 생각도 못하고 애처롭게 올려다보는 은영,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그녀의 젖꼭지를 돌돌 비틀어댄다. 은영의 젖꼭지가 서서히 발기하는 것이 배봉의 손에 느껴졌다. 이렇게 황홀한 년을 맘껏 희롱하고 또 따먹을 수 있다는 사실에 배봉은 너무도 즐거웠다.
[딸랑딸랑]
그 때 갑자기 가게 문이 열렸다. 아까 나갔던 그 놈이었다. 너무 놀라 몸을 가리긴커녕 아무 반응도 못하고 있는 은영과 달리, 배봉은 은영의 가슴을 떡주무르듯 만지작거리는 채로 그놈과 이야기를 나눴다.
"아재, 놓고 간 게 있어서 왔... 에이씨 혼자만 재미 보고, 기분 더럽네 갑자기."
-마 한창 좋았는데! 방해하지 말고 어서 꺼져!
젊은 놈이 지켜보는데도 배봉이 아랑곳하지 않고 은영의 젖꼭지를 베어물었다. 은영이 손으로 입을 가리며 작게 신음을 내뱉었다. 젊은놈이 히죽대며 다가와서는 은영의 얼굴을 들여다보다가 다시 젖가슴을 유심히 관찰한다. 은영은 그저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서는 숨죽이며 자신의 젖꼭지를 희롱하는 혀놀림에 이따금씩 신음을 내뱉기만 했다.
"하, 하앙..."
-후룹, 쪼옥... 좀 가라 이 새끼야. 어른이 식사 하시는데 확! 큭큭
"킥킥 알았어요, 이 아가씨 얼굴도 존나 예쁜데 찌찌도 존나게 크다! 젖꼭지 빨딱 선거 봐 어우! 개맛있어 보인다 킥...오늘은 선약이 있어서 가는데, 나중에 나도 맛보게 해줘요, 또 보자 아가씨! 킥."
'...맛본..다고?'
젊은 놈이 정말로 바쁜 일이 있었는지 아쉬운듯 입맛을 다시다가 빠르게 사라졌다. 배봉의 협박 때문인지 아니면 낯선 남자에게 수치스런 장면을 고스란히 내보여서인지. 은영은 멍하니 서서 배봉의 손길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배봉이 가슴을 만족할만큼 주물렀는지 또다시 은영의 젖꼭지를 입술로 베어물었다. 갑자기 젖꼭지에서 뜨거운 촉감이 전해지자 은영이 정신을 차렸다.
"배봉씨 제발, 뭐든 할테니까 제발요. 제발 뭐든 할 테니까...누가 보는거 싫어..."
-큭큭 이미 달아오른 년이 내숭은. 그래 일단 안으로 가자고 줘남댁.
황급히 옷매무새를 정리하는 은영을 뒤로 하고 배봉이 예의 그 철문을 열었다. 불이 꺼진 '스튜디오'는 어둠만 가득했다. 은영은 지금이라도 도망친다면 어떨까 생각해보았지만, 스마트폰의 그 영상을 생각해내고는 힘없이 고개 숙인 채로 어둠 속으로 천천히 걸어들어갔다.
'벗어날 방법이...없어'
은영이 스튜디오로 들어가자 배봉이 불을 켰다. 지난 번 보았을 때보다 크게 변한 것은 없어보였다. 다만 스튜디오 중앙에는 킹사이즈는 되어보이는 침대가 새롭게 놓여 있었다. 덮을 이불 따위는 없이 매트리스 위에 허연 시트만 깔려 있어서 단순히 잠을 자는 용도로는 보이지 않았다. 성인용품점에 침대를 놓은 의도란 대체 뭘까, 더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런데 배봉은 은영을 덮친 것이 아니라 밖으로 나가며 문을 닫았다. 도망을 치는건 어려워졌지만 일단 혼자 남았으니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벌었다. 냉정을 찾은 은영이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배봉은 어차피 은영을 덮칠 것이었다. 치욕스럽지만 약점이 잡힌 자신이 그에 저항할 방법은 없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일상을 지키고, 파국을 막는 것. 은영은 어차피 몸을 더럽힌 이상 몇번 더 몸을 내어준다고 상황이 나빠지는 것은 없다고 애써 스스로를 위로했다. 자신의 뜨거운 몸도 식힐 수 있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으나 이내 지워버렸다.
배봉의 욕구를 채워주되, 안전하게 '관리'해보자 싶었다. 참고 기회를 보다보면 방법이 생기리라 믿었다. 위험하기 짝이 없는 결론이지만 이렇게라도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것이 은영에게는 최선이었다.
생각을 정리한 은영이 스튜디오를 둘러보았다. 자신이 범해질 침대... 기분이 나빠져 고개를 돌리다가 침대 옆에서 구겨진 비닐 포장지를 발견했다. 싼티가 풀풀 나는 란제리를 입은 여성 모델-한자가 써 있는 것을 보니 중국산인 것 같았다-이 젖가슴과 가랑이를 드러낸 채로 외설적인 포즈를 취하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여자를 대체 뭐라고 생각하는 걸까. 은영이 역겨움에 고개를 돌렸다.
'천박해...'
[띠리링]
난데없이 스마트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재준이었다. 은영이 몇 번의 문자에도 답이 없자 걱정되어 전화를 건 것이었다. 은영이 급하게 주위를 돌아보았다. 회식 자리라기엔 너무 조용했다. 닫힌 공간이어서 소리가 좀 울리는데... 일단 받아야 할 것 같았다.
"응 오빠."
[어 은영아. 오늘 많이 늦는거야?]
"아, 그 이번에 전근 가시는 분이 있어서, 자리가 좀 길어질 것 같네, 미안..."
-줘남댁! 많이 기다렸어? 큭큭
그 때, 문이 열리며 배봉이 종이박스를 품에 가득 안은 채로 들어왔다. 저 눈치 없는 사람이, 은영이 황급히 몸을 돌리면서 손을 입에 대며 소리를 죽였다. 박스를 내려놓은 배봉이 그런 은영을 흥미롭다는듯 바라보았다.
[방금 무슨 소리가...소리가 좀 울리네?]
"아, 아니야. 여기가 술집이라서, 취한 사람인가봐."
그제야 상황을 눈치 챈 배봉이 흐흐거리며 뒤돌아 서 있는 은영에게 다가가 손을 뻗어 스커트 지퍼를 훅 내림과 동시에 스커트를 아래로 주욱 당겨버렸다. 갑작스레 팬티와 스타킹만 남은 은영이 헉 소리를 내고 말았다.
[은영아! 왜 그래, 무슨 일 생긴거야?]
"아, 아니, 화장실인데... 아냐, 그, 그냥.. 하읏..."
은영이 배봉을 뿌리치려 애써보았지만 배봉은 소리없이 웃으면서 은영의 둔덕을 슬슬 자극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