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7화 〉1부 다짐(3)
"어, 재준오빠."
[은영아, 미안한데 갑자기 일이 생겨서...먼저 들어가.]
"...알았어."
재준의 퇴근시간에 맞춰 회사 근처로 와 있던 은영이 맥이 빠져서는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모처럼 일도 잘 끝나고 어제처럼 데이트하고 싶었는데 그놈의 회사가 도와주질 않는다. 어제 달아오른 몸을 충분히 식히지 못한 탓인지 오늘은 조금 더 농밀하게 하고 싶은 바람이 있었지만 왠지 허사가 될 것 같다.
집에 돌아오니 시어머니와 연수가 은영을 반겼다.
"재준이는 같이 오지 않은거니?"
-갑자기 일이 생겨서 늦을 것 같다고 하네요. 시매부랑 연재는...?
"둘다 없으니 우리끼리 저녁 먹자 올케. 유영길 이 인간은 내일 힘 써야 하는데 쉬지 않고 어딜 싸돌아다니는건지 원, 나잇값을 못해!"
연재는 독서실을 갔다고 했다. 아까 한 말이 도움이 되었구나 싶어 내심 뿌듯해지는 은영이었다. 중요한 시기에, 영길과 연수, 부모들이 영 미덥지 못하다면 자신이라도 챙겨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편 영길 역시 집에 없었는데, 오후에 친구를 만나러 나가서는 바로 경비근무를 하러 간다고 했단다. 친구라면 배봉... 은영이 고개를 흔들어 생각을 털어버렸다.
저녁을 먹은 뒤에는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시어머니와 시누이 내외가 가는 곳은 경상남도 창원 쪽 어디라고 했다. 분교를 확장한다니, 요즘 같은 저출산 인구절벽에 학생 수가 늘어날 일이 있는가 싶었지만, 이미 있던 분교 여럿을 문닫고 하나로 합치는 일이라 하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교사로서 학교가 줄어드는 것은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인가 생각하다가 자신은 서울청 소속이니 큰 상관 없다 싶어 생각을 그만 두었다.
샤워를 마친 은영이 잠옷 차림으로 침대에 누웠다. 시계를 보니 9시가 넘었는데도 재준은 소식이 없었다. 뭔가 거래처와 일이 계속 안 풀리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작은 회사도 아닌데 왜 항상 재준만 일하고 시달리는 것 같은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눈이 자꾸 감겨왔다. 자신도 학교에서 피로를 느끼고, 재준도 수시로 야근하고. 직장이 이렇게 부부관계를 방해하는데 어떻게 저출산을 극복하겠다는건지-재준도 은영도 아이를 가질 계획은 있었으므로- 괜히 정부를 욕해보았다.
재준이 퇴근해서는 씻지도 않고 은영을 덮쳤다. 오늘따라 재준답지 않게 터프했다. 직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그가 은영의 몸을 어루만지더니 어느새 사르르 잠옷을 벗겨냈다.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하려는데 재준의 물건이 너무도 우람하고 커 보였다. 은영이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이는데 자신이 입고 있던 붉은 망사T팬티가 씹물로 흠뻑 젖은 것이 보였다.
부끄러웠다. 그 순간 허벅지 사이에서 기분 좋은 통증이 느껴졌다. 재준이 은영의 보지 안으로 가득 밀고 들어와서는 힘차게 박아대기 시작했다. 은영은 모처럼 남자답게 자신을 괴롭히는 재준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재준과 하는 섹스가 너무도 짜릿했다.
"읏, 읏, 읏..너무...오빠 사랑해!"
-하아, 하아, 하악! 은영아 이렇게 깊게 박아주니까 좋아?
"응, 오빠 너무 좋아!"
'이걸 원했어...'
머리까지 울려대는 저릿한 쾌감에 은영이 허리를 마구 튕겨댔다. 재준의 허리를 다리로 힘껏 감싸안으며 스스로 가슴을 마구 쥐어짰다. 섹스가, 섹스가 너무 좋아... 그런 은영의 허리를 잡고 열심히 피스톤질을 하던 재준이 은영을 내려다보며 무섭게 표정을 굳혔다.
"학, 하악...은영아, 넌 정말 음란한 년이야"
-그, 그런 이야기...
은영이 순간 이상함을 느끼고 재준을 올려다보자, 아까는 해맑게 웃던 재준이 점점 비릿한 표정을 짓는 것이 보였다. 재준이 천천히 허리를 퉁기며 은영의 음핵을 위아래로 빠르게 쓸어댔다. 은영이 저항할 수 없는 쾌감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반사적으로 젖혔다가 다시 재준을 보았다.
"흣, 흐응...오빠 왜 그렇게 말해..."
-은영이 너 걸레 맞잖아. 이놈 저놈한테 가랑이 다 벌리고 다니는 걸레년이잖아.
"마, 맞아...하, 하윽! 하아아악!"
이, 이게 아닌데... 생각과 다르게 입이 멋대로 움직였다. 재준이 힘껏 내리찍을 때마다 자신은 자지러지고 있었다. 이 찌르르한 쾌감이, 너무 좋다. 돌연 재준이 은영을 꼭 껴안고는 속도를 내며 마구 박아대기 시작했다. 은영이 있는 힘껏 소리를 질러대다가 재준과 키스를 하려고 재준의 뺨을 잡고 얼굴을 돌렸다. 그런데, 돌려보니 영길의 얼굴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학, 학, 하악, 존나게 박히니까 좋지요 처남댁?"
-...왜, 왜!
"흐흐 은영아, 부정하지마. 넌 걸레년이야."
은영은 발버둥치지도 못하고 영길을 받아들이다 쾌감에 실신할 지경이었다. 그런데 이 느낌 너무 좋다. 바로 이게 자신이 원하던거였다. 크고 강한 수컷의 자지. 은영의 교성이 방안을 가득 울렸다.
"흐흐, 좋지?"
-좋, 좋아, 좋다고!
더는 생각이 이어지지 않았다. 이 느낌이 너무 좋다. 너무, 좋았다. 영길이 자세를 바꾸더니 은영의 젖가슴을 게걸스럽게 빨아대기 시작했다. 추잡스러운 소리를 내가면서 젖가슴을 온통 적시면서 빨아대다가 은영을 노려보았다. 배봉이었다.
'영길씨...왜...아니,...배, 배봉!'
"츄릅, 줘남댁 빨통이 역시 일품이야 큭큭, 이 빨통이 진짜 명품이라니깐, 걸레년이 빨통 하나는 죽여줘요 큭큭"
-배, 배봉..씨...배봉씨..더,...더!
"하악!"
은영이 잠에서 깨어났다. 온몸에 식은 땀이 가득했다. 옆을 보니 재준이 언제 들어왔는지 눈을 감고는 고르게 숨을 쉬는 것이 깊게 잠든 모양이었다. 찝찝함에 샤워를 해야만 할 것 같았다. 애써 부정하고 있었지만, 은영의 팬티가 축축하게 젖어 갈아입어야만 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잠시 재준의 눈치를 보던 은영이 갈아입을 옷가지를 들고 슬금슬금 방을 나갔다.
재준이 눈을 떴다. 그리고는 은영이 나간 문 밖을 살짝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다시 눈을 감았다.
[빵빵, 빵]
"아놔 씨발, 운전 똑바로 못해!"
-죄송합니다....
"요즘 면허는 개나소나 다 내주나? 시발 김여사야 뭐야! 오늘 오질라게 바쁜데 어쩔거냐고!"
-정말 죄송합니다...
지난 밤에 잠을 설쳐서일까. 아침에 재준을 회사에 바래다주러 갈 때에도 좀처럼 운전이 잘 안 되더니만, 학교로 가는 길에 결국 접촉사고를 내고 말았다. 정지신호에서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악셀을 밟아서 앞차를 들이받고 말았다. 운전 3년차인 자신이 왜 그랬는지 여전히 이해가 잘 되지 않았지만, 뒷목을 부여잡고 인상 찌푸리며 내리는 앞차 운전자를 보며 '재수없다'란 생각만 머리에 맴돌 뿐이었다.
차에서 내려 상태를 확인하니, 도저히 그대로 끌고 갈 수 있는 정도가 아니었다. 여기저기 사진을 찍고, 보험사를 기다리면서 학교에 늦을 것 같다고 양해를 구하고 재준에게도 이 사실을 알렸다. 차량보험료 올라가는건 정말 짜증나는 일인데 하필... 이번에 알뜰살뜰하게 챙겨뒀던 추석상여금은 이번 사고로 다 나가겠구나 싶어 은영이 궁시렁거렸다. 정말 오랜만에 버스를 타고-첫 부임하던 해 초반을 빼고는 거의 없었다- 출근해야 한다니, 짜증이 밀려왔다.
[안녕하세요?]
은영이 버스 좌석에 앉아 애꿎은 스마트폰만 만지작대고 있는데 모르는 번호로 문자가 왔다. 요즘 같은 시대에 무슨... 스팸인가 싶어 무시했다. 오늘 국어 수업이 있었던 것 같은데 몇 교시였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게 더 중요했다. 혹시라도 1교시라서 펑크면, 이걸 메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머리가 아파왔다.
몇 분 후 다시 문자가 왔다.
[줘남댁, 안녕하시냐고ㅎㅎ 첨부:H고여교사김은영.jpg]
손에 진동을 느낀 은영이 무심결에 문자를 확인하다 화들짝 놀라 스마트폰 화면을 끄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행히 본 사람은 없는듯 했다. 9시를 넘어서 그런지 교복 입은 학생들도 보이지 않았고, 동료 교사로 보이는 이들도 없었다. 지난 주말 스튜디오에서 찍은 자신의 음란한... 심장박동 수가 점점 빨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젠장, 너무 방심했던 것 같다.
'정배봉 이 사람을 생각 못했어.'
은영은 원래 내려야 할 곳에서 한 정거장 정도 전에 내렸다.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해결을 해야만 한다. 그 사이에 문자가 하나 더 와 있었다. 은영이 서둘러 답장했다.
[김은영 선생님이랑 찐하게 상담을 하고 싶은데♡]
머리가 멍해진다. 영길은 말이라도 통하지만 이 사람은 대뜸 보낸다는게 이런... 은영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그때 찍혔던 것들... 하나라도 유출되면 모든게 끝장이다.
[이따가 상담 받으러 학교 갈까요 김은영 선생님]
[내 가게 알지? '○○성인용품'. 안 오면 재미없어]
홀로 교문을 들어서는 은영의 뒷모습이 가끔씩 휘청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