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5화 〉1부 다짐(1)
아무 일 없다는듯 일요일이 지나고, 또다시 한 주가 시작되었다.
시어머니와 연수가 있는 아침은 언제나 그랬듯 평온했다. 기분 나쁜 시선을 던지는 영길이나, 조심스럽게 쳐다보는 연재나 시한폭탄이라면 시한폭탄이겠지만 자신이 개의치 않으면 되는 것이라고 스스로를 애써 다독였다.
은영에겐 지켜내야 할 '가족'이 있었다.
주말 내내 숙취로 고생하던 재준을 회사에 데려다주고 학교에 도착했다. 언제나 그랬듯, 중간고사가 끝나고 나면 고등학교는 항상 어수선하다.
학생들은 가채점한 점수를 보며 내신 등급을 가늠해보기 바쁘고-학년이 올라갈 수록 한숨은 늘어만 간다- 교사들은 출제한 문제와 답에 오류는 없었는지 점검하고, 학생들의 OMR카드를 확인해 주관식을 채점하고 전산오류여부를 확인하며 기존의 수업은 계속 진행해야 한다.
게다가 학급의 담임을 맡은 교사의 경우에는 맡은 학생들의 생활기록부를 일일이 작성하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학부모와 연락하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들어줘야 하고, 또 학생과의 진로상담도 꾸준히 해야 한다.
은영은 2학년 학급의 담임을 맡은 국어교사였다. 그녀가 빠르게 자리로 들어가 뭉텅이로 쌓인 일들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자칫 잘못하다간 밤늦게까지 야근할 수 있다. 혹시라도 김선생이나 박선생이랑만 남게 되는 일은 딱 질색이었다. 다행히 오늘은 국어 수업이 없다.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9시가 가까워온다. 1교시가 시작하기 전에 담임을 맡은 반에 가야 한다. 은영이 자리에서 일어나 교무실을 나섰다. 그런데 뒤에서 그녀를 바라보는 몇몇 시선이 야릇했다.
"다들 중간고사 잘 치렀지? 요즘 대학 가려면 내신 중요하니까 포기하지 말고 기말은 잘 봐. 그리고 오늘부터 한명씩 개별상담할거니까, 반장은 출석번호대로 한 명씩 아래로 내려보내. 질문 있는 사람? 없지? 선생님 간다."
은영이 빠르게 할 말만 남기고 교실을 나섰다. 그런 은영의 뒷모습을 보며 남학생들이 아쉬움을 토해냈다.
"아놔 은영이는 왜 요즘 계속 바지만 입고 오냐, 저번에 쌔끈하더니만. 이젠 윗도리도 두꺼운거만 쳐 입네."
-씨발 그때 티팬티가 오졌는데 진짜. 그때만 발정났던건가, 요즘은 남편새끼가 존나게 박아주나본데, 어떤새낀지 개부럽네 씨발.."
"야야, 그때 그 찍은 새끼 누구지? 이정기? 씨발 빨리 가져와라 큭큭큭"
-모닝딸이냐 미친 새끼들 휴지 챙겨라 흐흐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스마트폰에 재생되고 있는 영상에는 은영의 조곤조곤한 음성을 배경으로 젖혀진 티팬티와 함께 발갛게 달아오른 보지가 물맺힌 채 사르르 떨리고 있었다. 얼마 뒤, 아이들이 한숨을 내쉬는 소리가 들렸다.
그 모습을 보던 연재가 애써 책상에 고개를 묻었다.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지난 주말의 기억을 지워내려 애쓰면서.
[똑똑]
OMR카드를 확인하고, 학부모에게 전화를 걸고. 정신없이 일을 처리하는데 책상을 톡톡 치는 소리가 들렸다. 뭔가 하고 봤더니 박선생이었다. 은영의 아미가 한껏 찌푸려졌다.
지난 주말 내내 시달렸기 때문인지 은영은 욕구불만에 차 있지도 않았고, 또 재준에 대한 미안함으로 일상을 되찾으려 마음먹었기 때문에 칼같이 자르기로 마음 먹었다.
"흐흐 김선생, 오늘 점심시간 때..."
-선생님. 분명히 해두겠는데요, 한번만 더 찝적대면 당신 강간죄로 깜방에 쳐넣을거야. 알았어?
"미, 미안해요 김선생, 일 봐요. 어서.
-알았으면 꺼져요.
은영의 분노에 찬 목소리에 깨갱한 박선생이 어깨를 움츠리며 도망치듯 멀어져 갔다.
'더는 여지를 주지 않아.'
잠시 후 분위기 파악 못한 김선생 역시 찝적거리려고 은영에게 다가왔으나 곧 낭패어린 표정으로 물러났다. 이렇게 단호했으면 되었을 것을. 후회감 반, 뿌듯함 반. 은영이 으쓱거리며 다시 일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모처럼 평안한 하루였다. H고교는 중간고사가 끝난 다음주는 야간자율학습이 없다. 은영은 재준과 시간을 맞춰 퇴근해서는 데이트를 즐겼다. 언제 갔는지 기억이 안 나는 레스토랑도 오랜만에 가서 고기를 썰었다. 저녁을 먹고 난 뒤에는 칵테일 바에 갔다.
술을 잘 하지 못하는 재준은 운전해야 한다며 논알콜을 시켰다. 은영은 본래 좋아하던 '섹스온더비치'를 주문하려다 멈칫했다. 지난 여름 강원도 바닷가가 떠올라서였다. 애써 생각을 지워내며 다른 칵테일 아무거나-블루 사파이어- 시켰다.
재준이 왜 다른 칵테일을 주문하냐며 아쉬워했다. 섹스온더비치를 주문하면 남녀가 키스해야 한다는 풍문이 있고, 둘은 때때로 이를 구실삼아 키스를 나눴기 때문이다. 은영이 하하 웃으며 재준의 볼에 뽀뽀를 해주었다. 재준이 웃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밤늦게 집에 돌아왔다. 불이 꺼져있는 것을 보아하니 가족들은 모두 자는듯 싶었다.
좋은 분위기에서 도수 높은 칵테일로 몸이 달아오른 은영이 현관을 들어서다 말고 돌아서서 재준을 껴안고는 키스했다. 재준이 따뜻하게 웃으면서 윙크를 날렸다. 은영이 먼저 씻고 나온 뒤, 재준이 씻으러 들어간 틈에 깜짝 놀래켜줄 요량으로 메이크업을 시작했다. 오롯이 재준을 위해서.
그런데 이상하게도 거울 속의 은영은 본래의 청순한 모습이 아니라 지난 주말의 색정적인 모습에 가까웠다.
언제나 그렇듯 재준의 섹스는 담백했다. 어딘가 불안한듯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재준의 손이 은영의 몸을 건성건성 쓰다듬다가는, 혼자서 흥분했는지 작은 물건을 세운다. 이전에는 몰랐지만 지금의 은영은 알 수 있었다. 재준은 섹스를 '못한다'.
며칠전이었다면 만족한 척 넘겨버리고 영길과의 섹스를 기대했겠지만, 지금의 은영은 가족을 지키기 위해 혼신을 다하고자 했다. 재준의 물건이 작다면 그만큼 자신이 더 흥분하면 될 것이고, 재준이 더 섹스를 잘하도록 '가르치면' 될 것으로 생각했다.
성급히 삽입으로 들어가려는 재준을 은영이 만류했다. 그리고는 재준의 입술을 훔쳤다. 재준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미 달아오른 은영은 얼어버린 재준의 입술 안으로 혀를 밀어넣었다. 재준의 혀를 찾아 휘감으면서 손으로는 재준의 젖꼭지를 간질였다. 얼마간의 키스를 마치고는 고개를 아래로 내려 재준의 물건을 핥기 시작했다. 재준의 물건이 이내 빨딱 섰다. 여전히 한손에 쥘 수 있을만큼 작았지만, 은영은 최선을 다해 재준의 자지를 세우고 또 세웠다. 더는 커질 수 없을만큼 부풀어올랐다고 생각되자, 은영이 재준의 몸을 타고 올라가 삽입할 준비를 마쳤다. 재준을 내려다보는 은영의 눈빛은 따뜻하면서도 어딘가 날카로웠다.
"은, 은영아! 그 잠시만..."
-가만히 있어봐 오빠
재준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은영이 속살이 재준을 삼켰다. 재준이 작다면 그만큼 자신이 움직여서 닿으면 되리라. 재준이 아무리 섹스에는 '소질'이 없어도 달아오른 자신의 몸을 식혀줄만큼은 되리라. 은영이 그렇게 되뇌이면서 더욱 열심히 허리를 흔들었다. 그런 은영을 재준이 묘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은영의 질이 팽창한 것인지 희미했던 재준의 존재감이 조금씩 분명해질 때쯤, 재준이 참지 못하고 그만 정액을 분출했다. 이제야 조금 느끼려 했는데 순간 경직되는 재준의 몸을 느끼며, 들썩이던 은영의 허리가 천천히 멈추었다.
'벌써....'
은영의 얼굴에 순간 진한 실망감이 스쳐지나갔지만 이내 웃으면서 재준에게 말을 걸었다.
"오빠, 좋았어?"
-으, 응. 오늘 좀, 달랐네 은영아.
이미 죽어버린 재준의 자지를 빼내자 '적당한' 양의 액체-정액과 애액이 섞인 것-이 흘러내렸다. 영길이나 배봉에게 시달릴 때는 그렇게나 양이 많았는데 오늘은... 어떤 것이 더 '정상'인 것인지 은영이 순간 고민하다가 쓴웃음을 짓고는 휴지를 뜯어 아랫도리를 닦아냈다. 그리고 다시 재준의 물건을 입에 물고 빨아주었다.
"은영아, 더럽잖아 그만!"
-내 남편 자지인데 뭐 어때, 깨끗하게 해줄게 호호
재준의 귀두부터 뿌리까지 정성스레 핥아대는 은영을 바라보며 재준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쏴아아]
"읏, 읏, 읏..."
뜨거운 물을 끼얹고 있어서일까. 은영은 달아오른 몸이 좀처럼 식지 않아 당황스러웠다. 그 남자들에게 시달린 후유증이 이렇게나 클 줄은 몰랐다. 무의식적으로 자꾸만 재준과 그들을 비교하고 있는 스스로가 원망스러웠다. 부부는 사랑으로 유지하는 것이지, 섹스는 부차적인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이겨내야 한다고 계속 되뇌었다. 쉽지 않지만 할 수 있다. 가정을, 가족을 지켜야 한다.
정신차려보니 샤워기를 다리 사이에 두고 있었다. 이렇게 자극을 해대고 있으니 자꾸 욕구불만이었지 싶어 은영이 얼굴을 붉히다가도, 그래도 조금만 욕구를 해소하는건 괜찮겠다 싶어 다시 샤워기를 그녀의 다리 사이로 가져가서는 손으로 속살을 천천히 문지르기 시작했다. 샤워기 물 소리 사이로 아주 작은 신음이 이따금씩 들렸다.
아마도 그녀의 샤워는 조금 더 길어질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