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7화 〉1부 양호실에서 (37/109)



〈 37화 〉1부 양호실에서

은영이 잔뜩 술에 취해 들어온  밤 이후로, 벌써 많은 시간이 지나가고 있었다.

학교에서 혹시라도 박선생과 김선생이, 자신을 엄한 걸로 옭아매면 어쩔까 고민했지만, 박선생과 김선생은 특별히 은영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영길 내외도 차츰차츰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듯 보였다. 연수는 연수대로, 그리고 영길은 영길대로, 제법 바쁜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다. 재준은 못내 찜찜한 마음을 버릴 수 없었지만.

은영은 애써 평소와 똑같이 행동하려고 애썼다.


아이들이 중간고사를 마치고 돌아간 금요일 오후. 은영은 바지 차림으로 교무실에 앉아있었다. 은영과 박선생, 그리고 몇몇 동료교사들을 제외하곤 슬슬 집에 돌아갈 채비를 끝내고 있었다. 은영이 바람이라도 쐴 겸 바지 차림으로 교무실 밖을 나서는데, 엉덩이 쪽에서 이상한 느낌이 들어 슬쩍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박선생이 잔뜩 충혈된 눈으로 은영을 불러세웠다.



“무.. 무슨 일이세요?”

-기.. 김선생. 흐흐. 자.. 잠깐 얘기 좀..


한동안 뜸하다 했다. 은영의 심장이 빠르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애써 박선생을 무시하려 했지만, 텅빈 복도에서 박선생이 은영의 손을 붙잡고 애원하는 통에, 꽤나 곤란하게 되어 버렸다.

“자.. 잠깐이면 되니까.. 김선생 흐흐”

-왜.. 왜 이러시는데요?

주위를 살피던 박선생이 기어이 은영의 손을 붙잡고 어디론가 끌고 갔다. 은영은 불안해 짐과 동시에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은영의 손을 잡고 어디론가 걸어간 박선생은, ‘양호실’ 앞에서 숨을 돌렸다. 그제야 박선생의 손을 뿌리친 은영이 박선생을 노려보며 말했다.


“왜 이러세요?”

-하아.. 으.. 은영씨!!.

“으. 은영씨라니요? 선생님, 저번에 그 일이라면..”

-알아. 아는데.. 이러면 안 되는거 아는데.. 하아..  정말 많이 참으려고 노력했는데, 자꾸 은영씨가 떠오르는  어떻게 해? 은영씨..

“제 정신이세요?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여기서...”

은영은 기가 차서 박선생을 바라봤다. 제정신일까? 이 사람은 생각이 있는 사람일까? 기껏 자신을 데리고  곳이 ‘양호실’이다. 그리고 설마 여기에서 지금 섹스를 하자고 말하는 건가? 은영은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박선생을 바라보고 섰다.



“으.. 은영씨. 부.. 부탁이야. 제.. 제발..”

-박선생님, 지금 제정신 아니신거 같아요. 전 그만 돌아갈게요.

“뭐? 제정신이 아니야? 씨발년이 내숭 떨거  떨고 뒤에서 호박씨 깐게 누군데?”

-뭐.. 뭐라구요?

“말이 나와서 말인데, 김선생님이랑 내 밑에 깔려서 꽥꽥 소리 질러댄게 누구냐? 어차피 한번 박아댔으면서 또 한번 박는게  그렇게 어렵다고 이렇게 튕기는건데? 씨발 진짜 지금이라도 교무실에 올라가서  까발린다? 김은영이 존나 걸레라고?”

은영은 어이가 없었다. 상종 못할 최악의 사람이다. 이쯤 되니 은영은 화가 잔뜩 나서 박선생을 향해 ‘그러세요’ 라는 한마디를 내뱉고 매몰차게 돌아섰다. 그러자 예상과 다른 은영의 한마디에 박선생이 벙 찐 표정으로 서 있다가, 서둘러 은영에게 다가가 은영의 다리를 붙잡고 애원하듯 소리쳤다.

“으.. 은영씨.. 내.. 내가 잘못했어. 내가 잠깐 어떻게 됐나봐. 너무.. 너무 은영씨를 안고 싶어서 맘에도 없는 헛소리를 지껄였어. 정말 미안해. 하지만 은영씨를 안고 싶은 마음은 정말 진심이야. 은영씨 제발. 내 부탁 좀 들어줘.”

-이거 놓으세요.

“나..  이혼하게 생겼어. 은영씨. 흑흑.”

절박한 표정으로 눈물을 쏟아내는 박선생을 보며 은영의 말문이 막혔다. 이혼이라니. 은영은 고개를 돌려 박선생을 바라봤다.

“캐나다에 있던 마누라하고 자식이 돌아와서는, 나하고 못살겠대. 그래서 그랬나봐. 내가 미쳤었나봐. 일은 손에 안잡히지, 그러면서도 머릿속엔 은영씨 밖에 생각이 안나지. 내가 미쳤었나봐. 미안해. 하지만.. 하지만. 정말 은영씨를 한번만 더 안을 수만 있다면 흑흑..”


은영의 마음이 점점 누그러지기 시작했다. ‘이혼’이라는 단어가 왜 그렇게 절박하게 느껴지는 걸까? 그러면서도 주위를 살펴봤다. 다행히 주위엔 아무도 없었다. 이제는 눈 앞의 박선생이 괜시리 측은해지는 마음마저 들었다. ‘이혼’이라는 단어 때문일까?

“일어나세요..”

-하아.. 흑. 으.. 은영씨.



은영의 말에, 박선생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리 그래도 양호실은...”

-너무 하고 싶은데, 마땅한 장소도 없구. 미안해 은영씨. 하지만.. 하지만 금방 끝나니까. 미안해 은영씨. 내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네.

박선생이 눈물을 훔치며 은영에게 말했다. 그러자 은영이 박선생을 바라보다가, 주위를 살피며 먼저 양호실로 들어갔다.

‘그렇지!! 역시나 여자는 남자의 눈물에 약한 법!! 흐흐.’


양호실로 들어가는 은영을 박선생이 물끄러미 바라봤다. 캐나다에 있는 아내와 아이들은 여전히 잘 지내고 있다. 이혼 이야기도 원래 없는 이야기로써, 빠져나갈 궁리를 생각하다가 얼떨결에 흘러나온 이야기일 뿐이었다.

박선생은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양호실로 은영을 따라 들어갔다.


“양호 선생님.. 안 계시네요?”

-아. 잠깐 식사라도 하러 가셨나?

방금 전과는 달리 무미건조한 말투의 박선생을 은영이 바라봤다. 아차 싶었는지 박선생이 서둘러 얼굴 표정을 뜯어 고쳤다. 은영은 고개를 돌려 양호실 안을 살피고 또 살폈다. 그런 은영의 눈치를 살피던 박선생이 슬쩍 양호실 침대 위로 올라갔다.

‘아무리 그래도, 양호실에서 하는 건 좀..’

은영은 양호실을 훔쳐보며 고민에 빠졌다. 영길과, 그리고 박선생과 김선생과 섹스를 나눈지 벌써 몇 일이 지나가고 있었다. 그 이후로는 -어쩐 일인지- 영길도 남편도, 섹스를 요구하지 않았기에, 솔직히 애가 타던 참이었다. 마음 같아선 욕실 문을 걸어 잠그고 자위라도 마음껏 하고 싶다는 생각마저 간절할 정도였다.

은영이 슬쩍 고개를 돌렸을 때, 양호실 침대 위에 앉아있던 박선생이 주섬주섬 바지를 내리는게 보였다. 화들짝 놀란 은영이 박선생을 바라봤다. 눈물이 가득한 눈으로 은영을 바라보던 박선생이, 잔득 발기한 자신의 물건을 내보이며 침대 위에 앉아있었다.



“콘돔 없어요?”

-응.. 김선생. 미안해. 번번히. 흑.

은영의 말을 듣고 있던 박선생이 거짓 눈물을 쏟아냈다. 저 년 입에서 콘돔이라는 말이 쏟아지는 걸 보니, 이제 모두 끝났다 싶은 안도감이 들어왔다.



‘정말  일을 참은거냐? 흐흐흐. 빨리 와서 보지 구녕이나 벌려달라구. 흐흐흐흐’


박선생은 은영을 바라보며 발딱 선 자신의 물건을 까딱거렸다. 양호실 문을 훔쳐보던 은영이 곤란한 표정을 지어 보이다가, 기어이 박선생의 앞에 가서 자신의 바지를 벗기 시작했다. 알록달록한 팬티가 드러났을 때, 기어이 박선생이 자리에서 일어나 은영을 안았다. 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양호실 문을 훔쳐봤다.

허벅지에서 뜨겁게 부풀어오른 박선생의 물건이 느껴졌다. 고작 남자의 물건이 닿았을 뿐인데 은영의 몸이 금새 달아올랐다. 며칠 만에 하는 섹스란 말인가? 은영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런 은영을 뻔히 쳐다보던 박선생이 서둘러 은영의 팬티를 내렸다.

그리고 자신의  손으로 은영의 보지구멍을 만져댔다.


‘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거야? 흐흐. 별것도 없었는데 이렇게 젖어서는. 하여튼 내숭은 흐흐’

손끝 가득 진득한 액체가 묻어나왔다. 덕분에 양호실에 찔꺽거리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은영이 낮은 신음소리를 토해내려다가 기어이 눈을  감아버렸다. 박선생이 은영의 입술을 훔치려다 한 손으로 은영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하아. 정말 꼴린단 말이야 이 가슴. 하지만, 오늘은 그냥 삽입만 흐흐’

몇 일을 기다려왔지만, 박선생의 머릿속엔 은영의 보지에 박아대고 싶다는 생각만이 간절했다. 애무나  이외의 모든 것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오로지 삽입, 그리고 분출. 그것만이 간절하고 또 간절했다.

박선생은 거의 무력으로 은영을 양호실 침대 옆에 눕혔다. 덕분에 은영이 양호실 침대를 부여잡고 마치 'ㄱ‘자 형태로 허리를 구부렸다. 다리를 벌린채 박선생을 향해 자신의 벌어진 보지를 내보이고 있던 은영을, 박선생이 침을 꿀꺽 넘겨 삼키며 바라봤다.

‘그렇게 박혔어도 처녀보지마냥 새빨간게 아주 요망하다니까 흐흐. 하여튼 존나 밝히는 년.’


침을 꼴깍 넘겨 삼키던 은영이, 초조함을 결국 참지 못하고 박선생에게 넌지시 말했다.

“빠... 빨리.. 끝내주세요..”



박선생은  이상 지체할 수 없었다. 잔득 발기한 자신의 물건을 보기좋게 벌어진 은영의 보지구멍에 밀어넣었다. 오래간만에 느껴오는 기분좋은 통증에 은영이 신음을 토해내려다 입술을  다물어버렸다. 소리가 새어나가면 안된다. 그리고 마음속으론 이 시간이 짧지만 길게 지속되기를 바라고 또 바랬다.



[퍽.. 퍽.. 퍽]



은영의 허리를 붙잡고 박선생은 미친듯이 피스톤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애당초 은영의 기분 따윈 안중에도 없는 박선생이었다. 그냥 섹스가 너무 고팠고, 은영의 색기 어린 얼굴이 떠올랐으며, 자신이 정신없이 싸놓은 은영의 보지만을 떠올렸던 그였다.

은영의 가슴을 매만지고 애무를 하는건 지금 당장 그의 머릿속에 없었다.


“하응.. 하응...”

-아까는 양호실에 사람이 들어오면 어쩌나 하면서 걱정하더니, 지금은 아주 신음소리를... 무.. 물도 겁나 나오고 흐흐.


양호실 침대를 부여잡고 있는 은영에게 박선생이 조롱하듯 속삭였다. 그러건 말건, 간만에 하는 섹스 탓에 은영은 점점 몽롱한 기분에 빠져들었다.



“하아.. 하아.. 여.. 영길씨!!”

-영길씨? 나.. 남편 이름입니까?



그제야 은영의 정신이 돌아왔다. 방금 자신이 무슨 말을 내뱉었단 말인가? 온몸에 전율이 흐르고 아찔한 생각이 들었다. 덕분에 더 이상 보지 쪽에서 어떠한 자극도 느껴지지 않았다.



‘내.. 내가 왜 그.. 그사람 이름을..’



벙찐 표정으로 침대에 누워있는 은영을 바라보며, 박선생이 더욱 거칠게 자지를 박아댔다. 하지만 그마저도 오래가지 못하고 기어이 은영의 보지속에 자신의 정액을 한껏 쏟아냈다.



“하아.. 하아.. 싸..쌌다. 내가 얼마나 이걸.. 하..하아...”

자신의 보지쪽에서 뜨거운 느낌이 가득 느껴졌다. 그러면서도 은영은 방금전 자신이 토해낸 말의 의미를 곱씹어 보려 애썼다.

“아무튼 김은영 선생, 고맙게 됐어요. 덕분에  좆도 또 호강하고 흐흐”

-예?

양호실을 나서는 은영에게 박선생이 웃으며 말을 건넸다. 방금전까지 애원하듯 부탁하던 그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연신 은영을 쏘아보며 비릿한 미소를 남겼다. 허탈한 표정의 은영이 박선생을 쳐다봤지만, 박선생은 입맛을 다시며 사라져 버렸다.

은영이 텅  교무실로 돌아와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박선생이 가방을 챙겨서는, 자신에게 다가와 어깨를 두드리는가 싶더니, 이내 은영의 젖가슴을 한손 가득 꾸욱 주물렀다. 은영이 박선생을 노려봤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박선생이 교무실을 빠져 나갔다.

멍한 표정으로 앉아있던 은영에게 남편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땀을 겨우 닦아내며 전화를 받았다. 재준은 시누이와 시어머니가 오늘 찜질방에서 밤을 샌다는 말을 전하면서, 오랜만에 단둘이서 오붓하게 외식을 하자고 은영에게 말했다. 은영은 덤덤하게 알았다고 말하며 전화를 끊었다.

차에 올라타서 시동을 걸고 있는데, 보조석에 던져 놓았던 핸드폰이 울렸다. 은영이 발신자를 확인하곤 한동안 멍하니 휴대폰을 바라봤다.



‘왜..  이렇게 심장이 뛰는건데?’

은영은 자신에게 질문을 건네고 천천히 전화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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