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화 〉1부 있어야 할 것이 없었다
“왜 이렇게 늦었어 처남댁! 내가 얼마나... 흐흐.. 근데 그게 그러니까, 어라... 표정이?”
자신의 전화를 받고 나타난 은영을 바라보며 영길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도 옷매무새가 이상한 은영을 바라보다, 주위를 살피며 자신이 일하고 있는 경비실로 은영을 붙잡아 끌었다.
은영이 경비실로 힘없이 끌려들어오자, 영길이 예고도 없이 은영의 스커트 밑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이상하게도 천쪼가리-낮에 입고 있었던 붉은 색의-는 느껴지지 않고, 꼬불꼬불한 거웃과, 살짝 차가운 느낌의 진득한 것이 묻어있는 느낌의 맨살이었다. 영길이 고개를 갸웃했다.
"하, 하앙..."
-뭐.. 뭐야.. 흐흐. 처.. 처남댁 흐흐. 보..보지가 왜 이래? 흐흐흐흐. 그리고 내가 준 팬티는 또 어디다가 버리고 흐흐흐흐.
술에 잔뜩 취하고, 방금 전까지 3번의 정사를 하고 돌아온 탓에 은영이 영길이 이끄는대로 흔들리더니만 정신없이 널부러졌다. 잠시 은영의 꼬라지를 내려다보던 영길이 몸을 숙이고는 은영의 다리를 벌렸다. 경비실 불빛 아래로 은영의 가랑이가 훤히 드러났다. 밤꽃냄새가 나는 허연 색의 끈적한 것. 영길이 잠시 말을 잃고서는 남자의 허연 정액을 머금고 있는 보지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서.. 설마.. 흐흐 그게 그러니까.. 흐흐흐. 처.. 처남댁.. 어.. 어디서? 흐흐흐”
-하.. 하아..
낮은 톤의 영길의 목소리가 들리자 은영이 눈을 떴다.
그녀의 눈 앞에 영길의 모습이 보이자, 은영은 나지막한 신음소리를 토해냈다. 다시금 술기운이 올라오고 있다. 방금 전까지 박교사와 김교사, 두 사람과 질펀한 섹스를 나누고 왔지만, 어쩐지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더, 더 뜨거운 것을 느끼고 싶다.
그녀가 마치 박아달라는 듯이 영길을 향해 자신의 구멍을 잔득 벌리고 나섰다. 처남댁 이 년은 서방도 있는 년이 다른 놈팽이에게 존나게 박히고 좆물을 머금고 와서는 나한테 까지 다리를 벌린다. 영길이 잔득 흥분한 표정으로 천천히 옷을 벗기 시작했다.
"흐흐.. 처남댁..."
-읏, 윽....하아아악!
웃는 것인지 화난 것인지 알 수 없는 표정의 영길이 어떠한 애무도 없이 바로 그녀의 구멍으로 자지를 집어넣었다. 은영의 허리가 뒤로 꺾였다. 은영이 퍼득거리며 두 다리로 영길의 허리를 힘껏 조였다.
"흐흐, 이런 씨펄... 그렇게 좆이 좋은거야 처남댁? 흐흐..."
-하, 하앙...하앙.... 하으으읏!
'많이 늦네. 회식 간만에 한다더니..'
한편 은영의 문자를 받고서는 일찌감치 집에 들어와 있던 재준은, 은영에게 연락을 한번 해보려다가 괜시리 방해가 될까 싶어 손에 쥔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그러고선 간단하게 외출복을 챙겨 입고는 집을 나섰다. 한동안 집 앞에서 서성이던 재준이 자정이 넘도록 연락이 없는 은영이 걱정되어 그제야 천천히 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은영아. 너무 늦네 어디야?"
-어 오빠. 나 지금 회식 끝났어. 수..술 마셔서 천천히 걸어가는 중이야
"에? 택시라도 타지. 많이 늦었는데. 어디쯤 왔는데?
-어. 조금 있으면 도착할 거 같아. 걱정하지마 오빠. 머.. 먼저자!
재준은 은영의 전화를 받다가 마지막으로 은영이 걸어오는 경로를 나지막하게 물었지만, 은영은 제대로 가르쳐 주지 않았다. 그저 먼저 자라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잔득 걱정이 된 재준은 지퍼를 올리고는 큰 대로변을 따라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재준이 10분 정도 걸어가자, 영길이 일하고 있는 아파트 단지가 눈에 들어왔다. 겸사겸사 영길에게 인사라도 할 요량으로 아파트 단지 안으로 발을 들였다.
재준이 아파트 안으로 들어가 영길이 마땅히 있어야 할 경비실이, 어두컴컴한 것을 확인하고 의아한 표정으로 굳게 닫힌 경비실 안을 쳐다봤다. 그러자 무언가가 보였다. 재준이 주위를 살피고 슬쩍 봤는데, 어두워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하늘을 향해 곧게 올라간 사람의 맨다리가 보였다. 그리고 왠지 그 다리 사이로 어두컴컴한 무언가가 연신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듯 보였다. 숨을 죽이고 미간을 찌푸린 채 다시금 살펴보자니 심하게 흔들리는 다리 위에 걸려있는 여성의 구두가 왠지 낯이 익었다. 재준이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순간, 옆에서 누군가의 인기척이 들렸다.
“아놔. 영길이 이 사람, 또 자리를 비웠구먼 그래”
-어. 최씨 아저씨 아니세요?
재준이 놀라며 고개를 돌리자, 평소 안면이 있던 경비실 최씨가 터벅터벅 걸어왔다. 최씨와 재준이 나란히 서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이에, 어두컴컴한 경비실에서 영길이 터벅터벅 걸어나왔다. 재준과 최씨를 번갈아가며 쳐다보던 영길이 어색하게 웃었다.
“아니 이봐 영길이. 안에 있었어? 게다가 무슨 땀을 그렇게 흘려?”
-아? 흐흐 그게 그러니까, 경비실 안에서 깜박 졸았나 봅니다. 흐흐.“
영길이 잔득 당황하며 어색한 웃음을 날렸다. 그리고는 힐끔힐끔 자신이 열고 나온 경비실을 살폈다.
"매형. 수고가 많으시네요!"
-어 그게 그러니까. 흐흐 그... 재준이 흐흐흐. 여... 여긴 왠일이야 재.. 재준이!
어쩐지 영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재준의 이름이, 어색하리만큼 크게 울려퍼졌다. 재준이 그런 영길을 조금 이상한 눈으로 살펴보았지만, 영길이 연신 딴청을 피며 휘파람을 불어댔다. 그런데 경비실 문을 닫아버린 영길의 태도가 많이 이상해 보였다.
"아. 전 와이프 좀 기다리고 있었어요. 오늘 회식했다는데, 시간이 늦어져서 걱정이 돼서 나와봤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 매형 일하시는 곳까지 왔네요."
-아.. 그게.. 그러니까 흐흐흐. 그랬구먼 재준이. 뭐.. 뭐. 처.. 처남댁이야. 뭐 곧 들어가시겠지. 너무 거.. 걱정말게 그러니까 그게 재준이 흐흐흐흐
평소보다도 더 심하게 말을 더듬는 재준을, 재준이 이상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그러면서도 곁눈질로 경비실 안쪽을 슬쩍 훔쳐보니, 무언가가 쏜살같이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재준이 미간을 찌푸리며 이상한 눈초리로 그것을 쳐다봤지만, 놀란 영길이 경비실 창문을 가리고 서서, 처남댁이 혹시라도 지나가면 바로 연락하겠다는 말을 건네며 재준을 황급히 돌려 세웠다.
영길의 힘에 이끌려 어쩔 수 없이 발걸음을 돌린 재준이, 찜찜한 기분으로 영길에게 인사를 건냈다. 옆에서 혀를 차던 최씨도 발걸음을 돌려 사라졌다. 터벅터벅 집까지 걸어오면서 은영에게 다시금 전화를 했지만, 전화를 받은 은영은 곧 들어간다는 말만 뱉어내곤 서둘러 전화를 끊어 버렸다. 재준은 하는 수 없이 집까지 걸어갔다.
재준이 들어가서 침대 위에 누웠다. 그러면서도 불을 켜고 멀뚱멀뚱 천장만 바라봤다.
은영이 방문을 열고 슬금슬금 들어온건, 자정을 훨씬 넘은 시간이었다. 재준이 일어나 무슨 말인가를 하려 했지만, 은영이 비틀거리며 자신의 품 속으로 쓰러지는 통에, 그마저도 할 수 없었다. 재준은 말없이 침대 위에 누운 은영의 자세를 고쳐 잡아 주었다. 아내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재준이, 어쩐지 너무 피곤해 보이는 은영의 얼굴을 안쓰러운 표정으로 바라봤다.
은영의 자세를 고쳐주고 자신도 천천히 자리에 누우려는데, 심하게 주름이 잡힌 은영의 짧은 스커트가 허리춤까지 말려 올라간 것이 보였다. 헛기침을 하고선 재준이 은영의 옷 매무새를 고쳐주려는데, 뭔가 이상한 느낌에 조심스럽게 은영의 스커트를 들춰봤다.
"뭐... 뭐야 이게"
은영이 당연히 입고 있어야 할 팬티를 입지 않은 채 누워있자, 재준은 할 말을 잃었다. 게다가 보고 싶어서 본 것은 아니지만, 아내의 성기 쪽이 필요 이상으로 촉촉하게 젖어있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리고 어쩐지 허벅지 쪽에는 뭔지 모를 하얀 흔적이 눌러붙어 있었다. 재준이 그것을 만져보려다가, 그만두기로 하고 천천히 은영의 옆에 누웠다.
아침이 밝아왔다. 재준은 날이 밝으면 은영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쏟아낼 생각이었지만, 정작 아침이 되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은영이 지나가면 연락 주겠다던 영길의 말을 떠올리며 머리맡에 놓아둔 휴대폰을 살펴봤지만, 영길로부터 날아 들어온 문자는 한 건도 없었다. 그제야 재준은 뭔가 찜찜한 마음에, 퍼즐조각을 맞춰내듯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봤다. 하지만 도무지 답이 나오질 않았다.
특히 은영이 입고 있던 그 요상한 팬티는 대관절 무엇이며, 평소와는 너무 달랐던 어제의 옷차림은 또 무엇인지에 대한 답이 절실했다. 하지만 은영이 어제와는 다른, 그러니까 평소와 같은 옷차림으로 집을 나서기에 끝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