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화 〉1부 학교에서(4)
"야 담탱이 온다 담탱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한 시간을 교무실 책상앞에서 겨우 흘려 보낸 은영이, 5교시 수업종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교실로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눈빛을 보아하니 이 시간을 숨죽여 기다려온 듯한 녀석들이, 아침과 마찬가지로 은영이 교실 문을 열고 들어오자 침을 살키며 은영의 행동 하나하나를 관찰하듯 살폈다.
아이들의 행동은 수업시간 내내 일관적이었다. 은영이 아이들을 마주하고 책을 읽노라면 하나같이 고개를 박고 교과서를 읽다가도, 은영이 칠판에 필기라도 조금 할라 치면 고이 고개를 들고선 은영의 잘 뻗은 허벅지와 다리에 시선을 박아 넣었다. 연재는 왠지 친구들의 그런 행동이 조금 불편하게 느껴져서, 일부러 은영의 시선을 피하고는 교과서만 쳐다봤다.
"자 그럼, 오늘 수업은 이 정도로 마치고, 숙제 내준거 잊지말고."
은영이 수업을 마치며, 자리에 앉아있는 아이들에게 당부사항을 전했다.
아까 영길의 손길에 흠뻑 젖어서 그런걸까. 어쩐지 자신의 엉덩이와 보지 쪽에 끼어서는 좀체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T팬티가 계속 거슬렸다. 바로 화장실에 가서 바로잡았어야 했건만 도망치다시피 교무실로 들어가서는 영길의 손길 때문에 혼란했던 몸과 마음을 정리한답시고 멍때리고 있었다. 주변 시선 때문에 보지에서 흐른 물을 제대로 닦지도 못했던지라 괜히 찝찝했다.
때문에 수업시간 내내 교탁 반경 1미터 이상을 좀체 움직이지 않던 은영이었다. 그런 은영을 바라보고 있자니 반 아이들 역시 조금은 애가 타는 것이 사실이었다.
은영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반장 녀석이 무슨 생각에서인지 책상서랍에 넣어 놓았던 문제집을 한 권 꺼내서는 부랴부랴 은영에게 다가갔다.
수업을 마치고 교실을 빠져 나가려던 은영은, 전례없이 문제집을 꺼내서는 자신에게 질문을 퍼붓는 반장아이의 눈을 조금 의아한 듯 쳐다보다가 이내 자리에 멈춰서서 반장의 '긴' 질문을 듣기 시작했다. 그러자 반장 주위에 앉아있던 녀석들이 무엇인가 서로 신호를 보낸 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은영의 뒤쪽으로 다가갔다. 그 모습을 연재가 잔뜩 긴장한 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니까요 선생님. 이게 답지에는 5번으로 나와있는데, 도대체 이게 왜 5번인질 모르겠어요. 답지를 봐도 잘 모르겠구요..."
-어? 이건..... 보자...
물끄러미 듣고 있던 은영이 그제야 고개를 낮추고 문제를 살펴봣다. 은영의 눈치를 살피던 반장이 자신의 뒤쪽에 그룹을 이루고 서있던 같은반 아이들을 향해, 허리 뒤춤으로 수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무리 중의 한 녀석이 침을 한번 꼴깍 삼키더니 바지춤에서 미리 셋팅해 놓은 스마트폰을 들고 은영의 눈치를 살피며 천천히 다가갔다. 그 모습을 교실에 앉아있던 모든 녀석들이 숨을 죽이고 쳐다봤다.
은영이 반장을 앞에 두고 설명을 하지만, 반장은 계속해서 모르겠다는 말로 은영의 말을 받아쳤다. 조금은 답답해진 은영이 다시금 천천히 설명을 하려던 찰나, 손에 폰을 쥔 녀석이 결국 은영의 짧은 스커트 밑으로 폰을 깊숙이 밀어 넣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아이들의 얼굴에 기쁨이 절로 배어 나왔다. 은영 앞에 서 있는 반장 녀석이 은영의 눈치를 살피며, 눈을 깔고서는 암묵적으로 형성된 공범의 섬세한 몸놀림을 숨을 죽이고 훔쳐봤다. 은영의 밑에서 연신 폰을 들이대던 녀석이, 반장과 눈빛을 교환했다. 반장녀석도 차근차근 상황을 정리하려던 차에, 반장의 뒤쪽에 서있던 무리 중의 하나가 돌연 참지 못하고 자신의 성기를 꼿꼿이 세운 채, 은영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어??!"
은영의 엉덩이 쪽에 딱딱한 감촉이 느껴지자, 살짝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반 아이는 황급히 교실 문을 빠져나갔다. 그러자 당황한 반장녀석과 아이들이 얼어버린 채 서 있었다. 은영이 고개를 돌려 미간을 찌푸리며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말하려다 이내 그만두기로 하고는, 총총걸음으로 교실을 빠져 나갔다. 그러자 얼마 있다가 은영의 엉덩이를 공격했던 아이 하나가 어깨를 활짝 피고는 천천히 교실로 들어왔다.
"이런 좆병신이 진짜!!! 좆될뻔 했잖어 오기호 이 병신아!"
예상과는 달리 자신을 향해 욕을 퍼부으며 친구들이 달려들었다. 그러자 잔득 발기된 채로 은영의 엉덩이를 스쳐 지나갔던 아이가 몸을 웅크리며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잠시 후, 반 아이들이 우루루 몰려, 은영의 밑을 연신 찍어댔던 반 아이 쪽으로 달려갔다.
아이들 틈에 둘러싸인 아이가 잔득 긴장한 표정으로 교실 문 쪽을 한번 훔쳐본 뒤, 1분 남짓한 영상물의 재생 버튼을 눌렀다.
너나 할 것 없이, 사각 액정 안에서 재생되는 영상을 아이들이 묵묵히 쳐다보고 있었다. 1분 남짓한 영상을 돌려보고 또 한번 돌려보고 나서야, 누군가의 입에서 작디작은 탄성이 흘러나왔다. 스마트폰 주인인 아이가 재생 중이던 영상을 어느 부분인가에 멈춰놓았다.
"이야.. 씨.. 씨발 죽인다... 저.. 저게 뭐냐?"
-그...그것보다..그... 털이랑... 보지.... 냐?
"씨발년, 내가 빨통이랑 궁댕이 존나 죽일때부터 알아봤다니까."
-망사 티팬티는 또 뭐고...김은영 존나 밝히는 년이었네 헐..
상기된 표정으로 서로의 얼굴을 훔쳐보던 아이들은 생전 처음 보는 광경에 할 말을 잃었다.
자리를 잃고 계곡을 이탈한 은영의 T팬티 덕분에, 영상에는 은영의 거웃한 털과 보지가 고스란히 찍혀 있었다. 촉촉하게 젖은 성숙한 여성의 보지. 호기심이 왕성할 나이의 아이들이 입을 벌리고 영상을 바라봤다. 은영의 스커트 밑으로 스마트폰을 밀어넣었던 아이도 자신의 폰에 찍힌 영상을 말없이 바라보며,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성욕이 왕성한 시기, 아이들이 온갖 야동을 섭렵했지만 이렇게 예쁜 보지는 거의 본 적이 없었다. 새초롬한 분홍색의 속살은 숨쉬는 것마냥 아주 미세하게 벌어졌다 조이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좁은 틈새에는 투명한 액체가 맺힌 것이, 마치 비온 뒤 꽃이 머금은 이슬 같았다. 아이들 대다수는 야동을 통해서, 그중 누군가는 또래 여자애를 통해서 여자의 속살을 본 적이 있었겠지만, 이처럼 아름답고도 음란한 보지는 처음 보는 것이었다. 그것도 같은 공간에서 숨쉬던 담임선생님이, H고등학교의 꽃이라 불리던 김은영이, 망사티팬티에...
누구랄 것도 없이 스마트폰 주위에 몰려 있던 아이들의 바지앞섶이 동시에 부풀어 올랐다.
그런 아이들을 뒤에서 묵묵히 바라보던 연재가, 괜시리 죄책감에 쌓여서는 다시 한 번 책상 위에 고개를 숙이고 엎드렸다.
저녁 시간이 다 되자, 은영이 동료교사들의 눈치를 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루종일 시달린 탓에 몸 여기저기가 피곤하다. 그러자 대머리 교감선생이 기다렸다는 듯 교사들에게 회식을 알렸다. 자신의 스커트 자락을 내려다 본 은영이 '하필이면 오늘' 이라는 생각에 교감을 한번 올려다봤다. 그러자 대머리 교감이 빛나는 머리를 은영쪽으로 돌리며, 힐끗 눈치를 줬다. 은영은 그저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는 천천히 재준에게 조금 늦을 것 같다는 문자를 날렸다.
회식장소인 고깃집으로 자리를 옮기자, 선생들이 하나둘 자리를 잡고 앉기 시작했다. 곤란하게도 은영의 양 옆자리엔 하루종일 자신을 훔쳐보던 박선생과 김선생이 나란히 앉았다. 은영이 불편한 기색을 보이다가, 허벅지위에 두 손을 가지런히 올려 놓으며 앉았다. 시간을 확인하자니 오후 8시다. 이래저래 시달리다 보면 11시를 넘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은영씨 한잔 받아요."
은영이 고기를 먹는둥 마는둥 하고 앉아있자, 옆에서 보다 못한 박선생이, 은영에게 술을 권했다. 은영이 차를 가지고 와서 술을 못 마실 것 같다고 한사코 거부했지만, 이번엔 다른 쪽에 앉아있던 김교사가 한잔 정도는 괜찮다며 박교사를 돕고 나섰다. 주위에 앉아있는 선생들의 눈치를 살피던 은영이, 겨우겨우 맥주 한잔을 입에다가 가져다 대려니, 여기저기서 원샷 원샷 소리가 흘러나왔다. 어쩔 수 없이 은영이 맥주 한잔을 비워내자, 옆에서 연신 은영의 허벅지를 훔쳐보던 박선생이 슬쩍 웃으며 박수를 쳤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여자 교사들의 표정이 썩 곱지 않았다.
고기집을 나와서 2차로 노래방을 가고 나서야 회식이 겨우 끝났다. 본의 아니게 양 옆에 앉은 교사들 탓에, 술을 제법 들이킨 은영은 알딸딸한 기분으로 천천히 길을 나섰다. 고깃집과 노래방에서 연신 은영의 허리와 어깨에 자연스레 손을 가져다 대던 박선생이, 택시를 잡아주겠다며 호들갑을 떠는 통에 너무 당황스러웠다. 그래도 정신을 차리고 시간을 확인하니 아직은 여유가 있어 보이는 시간이다. 은영이 손을 들어 박선생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집까지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얼마 걷지 않았을 때 은영의 스마트폰이 '시끄럽게' 울려대기 시작했다.
“박... 박선생님.. 왜.. 왜 이러세요?”
-후우, 김은영 선생님? 어디가셨나 했더니, 왜 혼자 집까지 걸어가세요? 어디 가서 한잔 더 합시다!
은영이 손에 들린 자신의 폰을 귓가에 가져다 대려는 순간, 누군가가 은영의 손을 낚아챘다. 화들짝 놀란 은영이 고개를 돌리자, 아까 술자리에서 자신의 옆에 붙어 연신 술을 권하던 박선생이 눈이 잔득 풀려서는 은영의 손을 낚아채고 있었다. 술이 이미 많이 취한 은영이 의아해 하다 뒤늦게 반항을 하려 했지만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저 비틀거리며 서 있는데, 기어이 박선생의 뒤쪽으로 검은 실루엣이 하나 더 보이기 시작했다. 눈을 찡그리고 보니, 국어를 담당하는 김선생이 씨익 웃으며 나타났다.
“김.. 김 선생님. 왜..”
-아니, 당연히 3차까지 가실줄 알았는데 안 오셔서 걱정되서 따라왔지요? 후우. 이렇게 된 거 어디 가서 한 잔 더 합시다?
“예? 무.. 무슨 말씀을 하세요?”
-무슨 말을 하긴요?
“꺅.. 무. 무슨?”
미쳐 말릴 겨를도 없이, 박선생이 은영의 잘록한 허리를 낚아챘다. 당황한 은영이 인적이 드문 도로에서 탄식을 쏟아냈지만, 어쩐지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박선생의 손에 이끌려 박선생의 품에 안기고 말았다. 그러자 뒤에서 침을 꼴깍 삼키고 있던 김선생이 비틀거리며 은영의 곁으로 다가갔다.
“이.. 이러지 마세요!”
-하아. 김은영 선생님. 하아. 요즘에 제가 얼마나 힘들어 하고 있는지 알아요? 자식 새끼들이랑 아내는 캐나다에 가 있지, 외로운건 말로 다 못하지. 그런데 요즘에 김은영 선생까지 나를 힘들게 하지.
“제.. 제가요? 제가 뭘...”
-왜라니요? 정말 몰라서 물어요? 지금만 봐도 그래요, 옷을 이렇게 야시시하게 입고 와서는 이러지 말라니요... 하아...
“악.. 제.. 제발”
자신의 품안에 은영을 꼬옥 가둔 채, 기어이 박선생의 한 쪽 손이 은영의 짧은 스커트 자락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박선생의 손가락이 은영의 엉덩이와 허벅지를 연신 주무르자, 술에 잔득 취해있는 은영이 다리를 꼬며 박선생을 막아섰다. 하지만 여전히 손에 힘이 들어가질 않았다.
“전.. 전.. 전화 오잖아요. 전화 좀 받게 해주세요!!”
은영이 겨우 내뱉은 말은 웬일인지 ‘그만 두세요’ 가 아니라, ‘잠깐만’ 이었다. 바지 앞섶이 보기 좋게 부풀어 올라서는 연신 은영의 엉덩이를 주무르고 있던 박선생이 그제야 나지막한 한숨과 함께 은영에게서 물러섰다. 그러자 그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김선생이 은영의 뒤로 다가가 바짝 붙어섰다.
졸지에 박선생과 김선생의 사이에 샌드위치 마냥 보기좋게 끼어버린 은영이 앞 뒤에 서 있는 박선생과 김선생을 의식하며 천천히 핸드폰을 들었다. 그러면서도 박선생과 김선생은 은영을 막아서지 않았다. 지금 은영의 태도로 보건대, ‘엄한 짓’은 하지 않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박선생은 은영의 허벅지를 다시 주무르며 생각에 잠겼다.
‘내 오늘 반드시, 네년을 따먹고 말리라.’
은영이 자신의 허벅지를 주무르고 있는 박선생의 손을 걷어내지도 못한 채 ‘영길’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천천히 받아들었다.
“후우. 어디야 처남댁?”
-그.. 그.. 지금 회식 중이라서요.
“뭐야? 아까 회식 끝났다며? 이런씨. 회식 끝난 줄 알고 일부러 전화했더니?”
-생각보다, 회.. 회식이 길어져서.
“그래? 그럼 할 수 없지 흐흐흐흐. 그게 그러니까, 암튼 처남댁. 회식 끝나면 잊지 말고 이따가 꼭 아파트에 들려요?”
-..........
“왜 대답이 없어? 흐흐”
-그.. 그럴게요. 근데... 회.. 회식이 좀 늦어질 수도 있어서...
“그게 그러니까, 흐흐. 그럼 요령껏 빠져 나오시던가. 일단 끊습니다!!!”
은영은 말없이 자신의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영길이 자신의 남편도 아닌데, 마치 남편에게 이야기 하듯 조곤조곤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니. 스스로도 납득이 되질 않는 노릇이었다. 그런데 왜. 왜. 영길에게 아직 회식이 끝나지 않았다는 ‘거짓말’을 던지고 만 걸까?
“처남댁?”
-아!
한참을 멍하니 박선생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뒤쪽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그제야 은영은 자신의 허벅지에 놓인 박선생의 손을 거두어 내고 고개를 돌렸다. 뒤쪽에 서있던 김선생이 조금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은영을 바라봤다. 은영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상황을 설명하자니 말이 길어질 것 같아 입을 다물어 버렸다.
“남편이든 뭐든, 후우. 일단 다행히도 김은영 선생님께서 직접 말씀해 주셨네요? 아직 회식이 끝나지 않았다고. 고맙습니다. 흐흐”
-아니.. 그.. 그게..
“그럼 우리 다시 회식 자리로 갈까요? 물론 장소는 바꿔서 흐흐흐”
-그.. 바.. 박선생님.. 그게..
“자~ 가자!!!”
기어이 은영은 박선생과 김선생의 손에 이끌려 어디론가 걷기 시작했다.